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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 근무제 도입 시 HR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김복수 노무법인 예담 대표 공인노무사 / 예담 인사평가 연구소장 '주 5일제 → 주 52시간
상한제 → ?'라는 문장에서 '?'는 무엇을 의미일까? 아마도 '주 4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 4일
근무제라고? 정말 주 4일 근무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누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근로시간의 단축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충분히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2021년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상한제가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즉, 이제 우리나라는 주 52시간 나라가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 52시간 상한제는 어려울 거라고 했지만 기업들도
이제 이 시스템에 적응하고 있다. 주 5일제가 도입될 때는
더 심각했다. '어떻게 1주에 2일을 쉴 수 있냐?'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주 5일제를 즐기며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이제 주 4일제를 논의할 시점이 된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 4일제를 검토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채용이다. 만약 여러분이 구직자라고 가정해 보자. 비슷한 수준의 기업이 있다. A사는 주 5일제이고 B사는 주 4일제이다. 고민이 필요한가? 당연히 B사를
선택할 것이다. 특히 MZ세대는 일과 삶의 조화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MZ세대에게 주 4일제는 너무나 매력적인 근무조건이 될 것이다. 기업이 우수인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이슈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주 4일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전제 하에서 주 4일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주 4일제 도입 시 준비사항은?
주 4일제 시행은 인적자원관리와 생산성을 연계해서 검토해야 한다. 주 4일제는 인적자원관리에 영향을 주고 이는 결국 생산성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바로 인사관점HR Perspective과 인사제도HR Practice 측면의 계획적 변화관리Planned Change이다.
인사관점이란 조직이 어떤 관점으로 인사관리를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예들
들어 '사람을 통제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사람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기업도 있다. 이와 같이 인사관리 관점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인사제도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MBO, BSC, 직무급, 성과급 등을
의미한다.
인사관점과 인사제도를 연계해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인사관점이 인사제도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은
인사제도를 설계하기 전에 인사관점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사관점과 인사제도의
변화는 계획적 변화관리 관점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일시적으로 인사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변화를 계획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주 4일제 도입 시 어떠한 인사관점과 인사제도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주 4일제는 우리 조직에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주 4일제가 '약'이 되기 위해서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제부터 인사관점과
인사제도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인사관점HR Perspective의 준비사항
목적중심
인사관리 시행
목적중심의 인사관리란 말 그대로 '목적Purpose'을 중심으로 인사관리를 시행하는 것이다. 최근 '목적'이 경영의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미국의 주요기업을 대표하는
BRT(Business Round Table)는 '목적을 실현함으로써 이윤이 따라오게 한다'라는 목적 중심의 경영을 선포했다. 기존의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경영방식에서
목적중심의 경영방식으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목적중심의 경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목적중심의 인사관리다.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목적'이다. 우리 회사의 목적과 나의 직무의 목적을 구성원들이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기업은 근무시간이 긴 기업이 아니라 구성원이 목적을 인식하고 일하는 기업이다.
목적중심의 인사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조직이 사명Mission과
비전Vision을 세워야 한다. 사명이란 '존재의 이유'이다. 그리고
비전은 '꿈'이다.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우리의 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헨리
포드가 "우마차牛馬車가 다니는 저 거리를 우리 포드자동차가 달리는 거리로
만들자"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도 가슴 뛰는 조직의 목적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회사의 목적과 나의 직무 목적을 정렬해야 한다. 이렇게 조직의
목적과 개인의 목적이 일치될 때 구성원은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명의 석공 이야기가 있다. 나그네가 첫 번째 석공에게 물었다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보면 모르세요? 먹고 살기 위해서 돌을 깨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석공에게 동일한 질문을 했다.
"저는 최고의 기술자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석공에게 마찬가지로
질문했다. "저는 사원을 짓고 있습니다" 우리
조직에는 세 번째 석공과 같은 구성원이 얼마나 있을까?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제 조직은 목적중심 인사관리를 통해 구성원이 일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야 한다.
직무주의
인사관리 시행
직무주의 인사관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사관리는 직무주의와 속인주의로
크게 나누어진다. 직무주의는 직무를 인사관리의 기반으로 하는 반면에 속인주의는 사람을 인사관리의 기반으로
한다. 직무주의 인사관리가 이슈로 등장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동양에는 직무주의가 맞지 않아' 또는 '우리 회사는 직무주의가 불가능해' 등 다양한 이유로 직무주의 인사관리에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는 속인주의 인사관리를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속인주의 인사관리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시간'이 아니라 '성과'가 인사관리
기준이 되어야 한다. '오래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명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성과'중심의 인사관리를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먼저 직무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해당 직무가 무슨 일이며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지에 대해서 사전에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직무주의 인사관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MZ세대에게 속인주의 인사관리는 수용성을 얻기 어렵다. 나의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매우 합리적이며 타당한 주장이다. 이제 직무를 기준으로 인사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직무주의 인사관리의
출발점은 직무분석과 직무평가이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도 대부분 직무분석을 경험했다. 그러나 아직 직무평가를 시행한 기업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직무분석과
직무평가를 통해 직무주의 인사관리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주 4일제가
시행되면 철저히 직무중심으로 채용, 인사평가, 보상, 육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직무주의 인사관리가 주 4일제 도입의 필수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제도HR Practice 관련 준비사항
성과책임Accountability 도출
성과책임이란 '각 직무가 성과를 창출할 책임'을 말한다. 인사관리를 업業으로 하는 필자에게도
성과책임은 매우 어렵고 낯선 개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성과책임이 가슴속에 강하게 들어왔고 인사관리의
핵심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청소업무를 통해 성과책임을 이해해 보자. '청소를 한다'는 것은 업무이다. 그렇다면 청소가 가진 성과책임은 무엇일까? 바로 '깨끗하게 한다'이다. 이와 같이 모든 업무는 성과책임을 갖고 있다. 성과책임은 직무의
아웃풋Output 개념으로 이해해도
좋다.
조직관점에서 직무의 성과책임을 도출해야 한다. 성과책임 도출은 성과중심의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한다. 성과책임을 생각하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성과중심의 인사관리라고
볼 수 있다. 주 4일제가 도입되면 구성원은 내 직무의 성과책임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주 4일이라는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과관리의
변화
최근 기업의 성과관리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성과관리 변화의
핵심은 성과관리를 인사평가와 구분하는 것이다. 성과관리를 인사평가로 인식하는 순간 성과관리의 목적을
상실하게 된다. 성과관리의 목적은 성과향상이다. 성과향상을
위해서는 리더의 코칭이 반드시 필요하다.
코칭이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코칭이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성과관리는 구성원을 돕는 행위이다. 이러한 성과관리는 리더십의
변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변화되기 어렵다. 강한 조직은 다른 사람을 돕는 리더를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 리더를 우리는 진성 리더Authentic
Leader라고 부를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구성원을 통제하고 평가하여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 4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통제 중심의 인사평가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이제 얼마나 많은 진성 리더를 보유했는지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직무급의
도입
2021년 인사관리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바로 직무급일 것이다. 왜 직무급이 주목받고 있을까? 직무급이란
직무를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임금체계이다. 상식적으로 매우 당연한 인사관리 방식이다. 어려운 일과 쉬운 일, 복잡한 일과 단순한 일을 구분하여 임금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러한 당연한 임금제도인 직무급을 도입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도입하지 못했다'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한 가지 이유를 꼽는다면 '직무급이
너무 어렵다'가 정답일 것이다. 직무급은 직무평가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직무평가 시 누가Who, 어떤 방식How, 무슨 요소What로 직무를 평가할지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기업에서 직무급을 포기하고 연공급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직무가치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서 동기부여Motivation가
가능할까? 특히 MZ세대는 나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
4일제에서는 인사관리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주 4일제를 검토하는 기업이 있다면 인사관리의 원칙인 직무급을 도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주 4일제 도입 시 HR이
준비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주 4일제는 앞으로
큰 파도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파도 속으로 들어가기보다 파도를 타는 것이 필요하다. 주 4일제를 우리 조직의 긍정적 변화의 계기로 삼기를 기대하며 글을
맺는다.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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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혼밥과 욜로를 즐기지만 동시에 포모증후군 겪어
김진술
KAYEN 컨설팅 대표 / 공인노무사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족이다. 출생연도에 따라 자라면서 접하고
노출되는 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인식하는 '성향'은 이 환경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러한 성향 차이를 명확히
규명하는 차원에서 '세대Generation'라는 개념이 사용된다.1980년 이후에 태어난 M세대와 Z세대를 묶어서 MZ세대로 부른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7%에 달하며 이 비중은 저출산 추세 등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구성원 비중으로 좁혀 보면, MZ세대는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아직까지 Z세대의 절반 가량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회사 구성원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 혼밥과 욜로를 즐기지만 동시에 포모증후군 겪어MZ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강한 개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기만의 개성과 가치관을 명확히 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이러한
성향을 Z세대의 언어로 표현해 보면 개취존중(개인 취향 존중)과 싫존주의(싫음도 존중)로
요약된다. 자신의 호불호 전체를 그대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집단적 성향의 사회적 분위기를 깨면서 최초로 개인주의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
X세대의 후배나 자녀로 살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필자가 속하는 X세대에서는 소비의 가치를 현재보다 미래에 두고 저축과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았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말 금융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X세대 부모나 선배를 보며, MZ세대는
미래 가치를 보고 소비하거나 투자하는 장래지향적 성향 대신 오늘 하루를 생각하는 현재지향적 성향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는 욜로(YOLO)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표현되는데, 미래의 불확실성보다 비록 작더라도
당장 오늘의 행복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으로 볼 수 있다.
MZ세대는 디지털 차원에서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분된다. M세대를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이라고 한다면 Z세대는 디지털과 일체화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할 수 있다. 네이티브로 불릴 정도로 디지털의 사용빈도와 의존도가 높다 보니 그 부작용으로 고립증후군인 FOMO(Fear of Missing Out)를 겪는 MZ세대도 많다. FOMO를 직역하면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되는데 이 심리적 불안감은 다른 사람이 하고 있거나
알고 있는 유익한 정보에 대해 자신만 소외됐다는 두려움에서 시작한다.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은 두려워하는 집단주의 성향이 공존한다.
필연적이었던 MZ세대
사무직 노조 출범전통적인 관점에서 노조가 조직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구성원
사이의 강한 연대의식이나 집단주의 성향이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가 주축이 된 노조가 생길 거라곤 필자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많은 회사에서 MZ세대 중심으로 사무직 노조가 생기고 있는데, MZ세대가 놓인 환경을
두루 살펴보면 사무직 노조의 출범은 필연적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LH사태 등과 같은 이슈를 계기로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자신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 사이에 공정성 문제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공정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아왔다.Dare to 해서 돌직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감히 ~하다"로 해석되는 "Dare to" 슬로건으로
구성원의 적극적인 의견제기를 장려하는 회사가 많다. 문제가 있으면 가감 없이 과감하게 회사에 알려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청이 현실화된 상징적 사례로 SK하이닉스를
들 수 있다. 입사 4년차에 불과한 신참 직원이 CEO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하여 경영진에게 감히 돌직구를 던졌으며
이렇게 트인 돌직구 물꼬는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차에까지
퍼져 나갔다.공정성 문제를 풀기 위해 개인이 아닌 집단이 필요해졌다
입사 4년차가 던진 화두로
공정성 회복을 위한 목소리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성 문제는 개인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여서 한 개인이 그 구조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이 생겨나면서
구조의 전환을 위해 개인이 집단으로 뭉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인식이 MZ세대 사이에 퍼져 나갔다.
사무직에서 노조는 금기사항이었다과거 노조는 생산직의 전유물이었고 사무직에게는 금기사항이어서, 사무직은 생산직 주축 노조의 보호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도 구조적인 문제이면서 생산직에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공정성의 문제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무직의 자동화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80년대 생산시설의 자동화Automation가
진행되면서 많은 잉여 인력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잉여 인력의 고용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이때부터
노조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2021년 현재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인력의 질과 양에 대한 회사의 입장이 재정립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꼭 해야 할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가 구분되고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또한 많은 회사들이 기존보다 일을 덜할 수 있고 인력이 덜 필요할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하게 됐다.
앞으로 유연근무제가 더 활성화될 것이며 PI(Process Innovation)가 많은
회사에서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업무의 질은 좀 더 핵심업무 위주로 정제될 것이며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해서 업무의 양은 점차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즉, 생산직이
이미 겪었던 자동화가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사무직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공정성, 상대적인
의미와 가치 가져공정성Equity은
상대적인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즉 공정성 판단을 위해서는 비교대상이 있어야 한다. MZ세대가 만든 사무직 노조의 핵심 주장은 공정성 확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사무직은 주주 대비, 그리고 생산직 대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주주와 경영진기업은 노동과 자본을 결합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업이 만든 이윤을 주주와 경영진이 독점함으로써 노동을
제공한 직원은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입사 4년차 직원이 보낸 이메일이 정확히 이 관점에서 재조명될 수 있다. 가치 사슬에서의 직접 생산활동과 지원 기능기업의 이윤을 만드는 노동으로 한정해서 보면 직접 생산활동Primary activities과 지원 활동Support
activities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무직은 전부 지원 기능에 속하게 된다. 이윤 창출 과정에서 사무직의 기여도를 사무직 구성원들 스스로는 생산직과 동등하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은 꼭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생산직에 대한 우대조건 형성으로 사무직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이 이미 발생하고
있을 수 있다.
MZ세대의 현장은 '사이버 현장'디지털 노마드 아니면 네이티브인
MZ세대의 투쟁방식은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달라졌다. LG전자 노조는 블라인드를 통해 조합원을
모집하고 현대차 노조는 카톡과 네이버 밴드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X세대까지의 노조에게 현장이 실제
현장이었다면 MZ세대에게 현장은 바로 비대면 사이버 현장이다. 노조
현장 개념의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MZ세대는 부모나 선배 세대의 노조활동 모습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노조활동과 노사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노조의 패러다임이 전에 없던 속도로 변화하는 것에 맞추어
회사의 원칙과 입장도 변화시켜서 MZ세대의 새로운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MZ세대를 잘 읽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노조를 경험하지 못했거나 생산직 노조에만 익숙했던 기업들이 MZ세대 주축 사무직 노조 설립에 당혹스러워하고 이들의 새로운 활동방식과 요구안에 한번 더 놀라고 있다. 이 상황에 놓인 기업들은 MZ세대의 노조를 새로운 위기이자 도전과제로
생각하면서 해법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최근 경험에 따르면 'MZ세대 노조'에서 'MZ세대'가 아닌 '노조'에 방점을 두고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이 많았다. MZ세대의 노조는 'MZ세대'부터 시작해서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즉, 이 문제를 단순히 MZ세대 주축의 사무직 노조에 대한 대응으로 보지 않고 MZ세대 전반에
걸친 문제로 보고 대응함으로써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MZ세대가 목소리를 높이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그들을 주체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기업에서 흔히 대안으로 내놓는 직원의 의견 수렴 방안은 직원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인식하는 한계가 명확하게
보인다. MZ세대는 객체의 역할을 원하지 않으며, 주체로서
참가하고 과정을 이끌 수 있는 경험을 원한다. 이에 비추어 기업들이
MZ세대 노조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방안을 3가지 차원으로 나누어서 살펴보자.
조직문화 차원조직문화는 조직구성원의 DNA에
새겨진 회사의 가치이자 행동방식이다. 지금까지는 회사가 만들어 놓은 가치와 행동방식을 주입해 수용하도록
강제해왔다. 즉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MZ세대는 일방적으로 주어진 가치와 행동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조직문화란
영구불변인 게 아니라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이므로 MZ세대 주축의 조직문화로 옮겨갈 때는 변화의
주체인 그들의 역할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조직문화 재정립 과정에서
MZ세대는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겪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그들의 조직몰입Engagement이
강화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될 것이다. 즉 절이 싫은 중의 '싫존주의'를 존중해 중과 함께 절을 재건할 수 있는 주지스님의 유연성과 용단이 필요하다.
MZ세대의 소비행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세대는 원하는 아이템보다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에 더 적극적인 소비패턴을 보인다. 즉 MZ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경험의 기회를 회사가 제공한다면 시간과 노력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의사와 의지가 있으므로, 주체로서
참가할 기회의 문을 전폭적으로 열어주어야 한다.
HR제도 차원MZ세대는 승진보다 성장을 원한다. 승진이라는
결과보다 성장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에 대응하기 위해 경력개발 전반에 걸친 진단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가령 대부분의 회사에서 승진포인트제도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이 미리 정해진 조건을
달성해 포인트를 쌓으면 승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 제도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은 대부분 성장
니즈에 연동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채용-교육훈련-이동-배치-퇴직에 이르는
일련의 경력개발 과정에 MZ세대의 성장 니즈가 반영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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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수평이냐 수직이냐의 판단 기준은?
구기욱 쿠퍼실리테이션그룹 대표 /《반영조직》 저자 수평이냐, 수직이냐?
조직이 수평이냐 수직이냐의 판단 기준은 의사결정
구조로, 즉 '누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상층부의 리더가 높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는 조직을 수직적 조직이라고 부른다. 구성원들이 업무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조직 차원의 전략적 결정 역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는 조직을 수평적 조직이라 부른다. 많은 수평적 조직들이 갖고 있는 제도적
특성만을 본따 직급을 없애고, 청바지를 입고, 호칭을 바꾸어도
수평적 조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상층부에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수평적 조직을 만들고자 노력할까? 수평이냐 수직이냐의 본질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이 어디서 생산되며 그 정보를 누가 일차적으로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렸다. 의사결정을 하려면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업을 갖기 전에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일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서다. 일하는
것은 정보수집-정보처리-의사결정-실행의 연속이다. 정보가 없이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없다.
오늘날은 학교에서 배우거나 과거 경험으로 습득한
정보와 지식이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확보해주지 못하는 VUCA 시대이다.
이처럼 세상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신속한 결정의 필요성은 커지고 유용한 정보의 수명은 짧아진다. 복잡한
세상이기 때문에 사람의 정보만으로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일선에서 직접 결정하고, 그 접점에서 생산된 정보를 조직 차원에서 민첩하게 다루는 역량이 없다면 조직의 현명한 결정이 줄어들게 된다. 이것이 수평적 조직에 대한 압박의 실체이다.
질문하는 리더사장단 회의에 가면 회장이 주로 발언한다. 임원 회의에 가면 사장이 주로 발언한다. 팀장 회의에 가면 임원이
주로 발언하고, 팀원 회의에 가면 팀장이 주로 발언한다. 리더들은
참여자의 침묵을 탓하지만, 구성원의 적극성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리더의 퍼실리테이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VUCA 시대에는 리더가 구성원에 비해 최신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성원 역시 최신 정보를 당연히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구성원 각자가 맡은 업무 범위는 제한적이다. 제한된 범위 안에서
최신의 정보를 보유할 뿐이다. 세상이 느리게 돌아가던
시대에는 보고 라인을 통해 리더에게 최신 정보를 집중하는 매커니즘으로 조직을 움직였다. 보고 라인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하면, 최종 보고를 할 때까지 그 보고서에 담긴 정보는 최신 정보로서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VUCA 시대에
이와 같은 보고 체계는 정보의 최신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말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이 훨씬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글로 보고서를 작성한 뒤 보고 단계를 거치는 시간에도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보고서 작성 방식으로는 적시성을 맞추기가 점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이
리더가 무엇을 궁금해할지 생각하며 보고서를 만들고, 리더에게 보고할 때가 되어서야 그들에게 다른 궁금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존의 방식은 VUCA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리더는 구성원에게 미리 물어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보고서를 만들 필요 없이 회의에서 묻고, 듣고, 논의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구성원이 최신의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회장은 사장에게 묻고, 사장은
임원에게 묻고, 임원은 팀장에게, 팀장은 팀원에게 물으면
된다. 전사적인 이슈는 다 함께 모이는 타운홀을 개최하면 된다. 일부만
모이는 수직대화Facilitated vertical dialogue도 좋다. 물어도 대답을 잘 하지
않는 이유는 구성원들이 발언에 미숙하기 때문이 아니다. 리더가 퍼실리테이션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받아 적는 리더일반적인 회의를 들여다보면 리더는 열심히 발언하고
참여자들은 열심히 받아 적고 있다. 회의는 이 반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참여자는 열심히 발언하고 리더가 열심히 받아 적어야 한다. 이때 리더는 노트에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차트에 받아 적어야 한다. 차트에 적어야 리더와 참여자 모두 회의에서 발언된 내용을 다시
보면서 의견을 발전시켜 나가기 쉽다.
리더가 회의 주제에 관하여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받아 적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내려놓고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가장 좋은 주장이 의사결정에 담기는' 원칙이 실현되어야 한다. 목소리가 큰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 과거에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이번에 가장 타당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결정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이런
일이 생기려면, 리더가 묻고, 듣고, 차트에 받아 적고, 또 묻고, 듣고, 받아 적으면서 현명한 결정을 향해 가도록 안내해야 한다. VUCA 세상에서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회의에서 꺼내 놓고 마음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리더가 돕는다면 그 조직은 최신의 정보와 지식으로 살아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작동할 경우 구성원의 존재감마저 높아져서 일할 동기가 충만해질 것이다.
학습하는 리더리더가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한단 의미는 아니다. 리더가 가진 정보와 지식이 낡기 쉽다는 의미다. 따라서 리더는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여기서의 학습은 책을 읽는 것과 같은 학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열린 마음으로 업데이트하라는 의미이다. 그
정보는 책에도 있지만, 유튜브에도 있고, 구성원에게도, 고객에게도 널리 산재해 있다.
리더가 호기심을 가지고 곳곳에 산재해 있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에 다가가지 않는다면, 리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정보만을 보유하고 있는 구세대로 전락하고
만다. 그리고 그 낡은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조직이
기대하는 미래가 있다면, 거기에 어떤 방법으로 도달하면 좋을지 묻고,
듣고, 배우는 리더가 현명한 리더이다. 여기서
배운다는 것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신념을 새로 입증된 신념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반영하는 리더훌륭한 리더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있다. 내가 가진 정보가
최신의 타당한 정보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추가된다. 바로 자율성의 부여라는 측면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를 원한다. 자유의 핵심은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고, 결정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어떤 일의 원인행위자Causal agent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의 원인행위자가 되었을 때, 그 일의 결과가 그의 성취가
되고 그로부터 진정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반영하는 리더는 아래 대화와 같이 구성원들이 제안하는
여러 의견을 의사결정에 담아내는 리더이다.
-구성원 :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리더 : 좋습니다. 추진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구성원 : A, B, C가 위험요인으로 보입니다.
-리더 : 어떻게 극복해 나가죠?
-구성원 : X, Y, Z를 시도한다면 추진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리더 : 현재로선 그게 최선인거죠?
-구성원 : 네, 맞습니다.
-리더 : 다른 변수가 생기는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진해봅시다.
리더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구성원들이 결정권을 갖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럴수록 리더는 구성원이 동원 가능한 최선의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생긴 것이라면
이는 누가 결정했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결정자에 책임을 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신
정보, 가장 타당한 신념의 탐색, 의사결정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와 지식이 동원되었다면, 그 결과 내리는 어떤 결정은 가장 현명한 결정Informed decision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원인행위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최신의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책임감이 절로 생겨날 것이다. 리더는 이 현명한 결정이 일어나도록 돕는 사람이다. 스스로 해낼 수 있지만, 타인의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고 반영할 때
현명한 결정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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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트 환경에서 창의적 아이디어 도출하기
최혜은 워디랩스 대표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기업의 리모트워크가 보편화됐다. 재택근무 초반의 애로사항을 보완해가며
슬기로운 재택근무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개 기존에 잘 설계된 일이나 루틴한 업무의
생산성은 리모트워크 환경에서도 높다고 평가된다. 반면, 기획
단계의 일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팀의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은 리모트워크 환경에서 정말 어려운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불편할 뿐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리모트환경에서는
소통을 통해 창의적-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협업의 본질을 더욱 긍정적으로 살릴 수도 있다. 실천 가능한 방법론을 아래 7단계 가이드에 담았다. Step 1. Reflection
: 정말 만나서도 잘했던 걸까?만나면 잘 되는 아이디어 회의가 떨어져 있으니 잘 안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동안 정말 만나서도 '잘' 됐던
게 맞는지 냉정하게 점검해 보자. 오프라인 워크숍이나 대면 미팅을 통해 실질적으로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해왔는가?
제3자의 눈으로 소통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팀 리더 혹은 말 많고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회의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리모트워크
환경에서 아이디어 회의가 유난히 어렵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오프라인에서처럼 마음껏 낼 수 없거나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답답한 것일 수 있다. 사람들은 주로 서로의 눈빛과 목소리,
표정을 통해 즉각적 반응이 오가는 '동기(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화상 미팅으로도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다지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주고받는 것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화상회의에서의 소통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불편함은 그저 느낌일 뿐, 회의의 실질적
결과물은 대면 소통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오히려 리모트워크 환경을 잘 활용하면 더 수평적이고
체계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다.
Step 2. Setup Positive
Energy : 구성원의 긍정심리 수준을 지켜라! 수많은 조직학 연구에서 개인의 창의성과 심리 수준 간 연관 관계를
밝혀냈다. 바바라 프레드릭슨의 긍정정서 연구에 따르면 창의적 생각을 위해서는 관점이 열려 있어야
하고 열린 관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긍정정서라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구성원들이 미팅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정서 상태가 회의에 참여하기 전부터 충분히 긍정적이어야 한다. 가령
나쁜 컨디션, 피로감, 배고픈 상태, 앞뒤 회의가 모두 빡빡하게 잡혀있어 빨리 회의를 해치우고 싶은 상황 등은 모두 창의적 회의를 위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Step 3. Tools for
Ideation : 화상 미팅 툴의 업그레이드 기능을 적극 활용하자! 창의적인 아이디어 미팅을 위해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 화상미팅 툴에
내재된 기능 활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미팅에서는 이 과정을 흔히 포스트잇을 활용해 진행한다. 아이디어 미팅에서는 아젠다에 대해 사전에 고민해오거나 회의 중 각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 뒤 의견을 나누고
가시화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화상 미팅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툴은 구글의 Docs, Sheets, Slides,
Forms 등이다. 구글의 Jam Board는
오프라인 회의의 포스트잇을 활용한 기능을 90% 이상 구현한다. 흰
화면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단순 기능뿐 아니라, 필요한 주제나 키워드를 양식으로 삽입하여 함께 논의하고
자료도 같이 모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툴은 이밖에도 다양한 협업 도구에서
대부분 제공하고 있다. 팀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기는 툴을 선택하면 되고 시간을 내 한 번만 잘 익히면
된다.
온라인으로 작업했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디어 미팅의 모든 콘텐츠가 쉽게 축적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과정의 모든 키워드를 남기거나 정리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툴을 활용하면 모든 과정을 히스토리화 할
수 있다.
Step 4. Facilitator for
Idea Building : 반드시 괜찮은 촉진자가 필요하다! 대면 미팅에서도 그렇지만 화상 미팅 환경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리더가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을 갖추면 금상첨화겠지만 그 역할을
꼭 리더가 할 필요는 없다. 온라인 미팅 빈도가 높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리모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할
의지가 있다면, 팀 내 두 명 정도 소프트스킬의 함양을 키워주며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할 수 있도록 양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이 역할을 수행할 사람이 없다면 외부전문가 초대도 시도해 볼 만하다.
재택근무 시스템에서는 교육의 기회가 전반적으로 줄어 필요한 교육이 시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팀 차원에서 전문 퍼실리테이터를 초대해 온라인으로 팀 회의를 진행해보는 과정에서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 교육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그룹을 HR팀에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교육을 주관하는 부서에서는 팀 단위로 필요한 역량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방법 이외의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Step 5. Invite Others for
Better Ideas : 아이디어를 더할 사람을 초대하라화상 미팅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오프라인 미팅과는 달리 화상 미팅은 참석자를 더 폭넓게 고려할 수 있다. 가령 해외에 거주하는 직원이나 외국인도 가능하고, 개발하려는 제품의
잠재 고객들을 섭외해 회의에 잠깐 참여하게 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미팅의 제약이 해당 팀만의 협소한
시각이나 경험에 갇히게 해 관점을 고착화시켰다면, 화상 미팅을 통해서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을
회의에서 들을 수 있다.
Step 6. Upload &
Upgrade : 미팅 후에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라미팅 후 일정 시간을 공식적으로 부여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나 사례를
수집해 링크를 추가하게 하는 등 회의 내용에 추가적인 업데이트를 계속 이어가게 한다. 이는 동기(실시간), 비동기(비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모두 극대화한 것으로, 생각을 말로 나누는 단계 이후에
그 아이디어를 더 견고하고 실현가능하게 만들 수 있도록 각자의 업무 시간을 활용해 깊이를 더하는 과정이다. 물론
모든 구성원이 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노력할 때 큰 효과가 있다. 업데이트된 자료가 축적되면 다음
단계의 의사결정을 위한 매우 유용한 아이디어로 발전한다.
Step 7. Feedback : 익명으로 미팅을 평가하라마지막은 간단한 설문을 만들어 익명으로 미팅을 평가하는 단계다. 구성원들은 익명의 안정성 안에서 건전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는
점수로 측정하지 않도록 하고, 모두 주관식으로 작성하되 비난이나 부정적 내용보다는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반드시 대안과 아이디어를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피드백 가이드는 사전에 마련하고
공지해야 한다. 즉 피드백이 점수를 매기거나 잘잘못을 따지려는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도록 방법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이 7단계 방법은 대면 미팅의 역동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리모트워크 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볼 수 있게 마련된 가이드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업무 상황에 맞게 최적화해 나가는 것이고, 최적화를 위해서는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과 자원을 최대한 이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가면서 비대면 상황에서 오히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협업과 소통의 즐거움을
느껴보자.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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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팀장이 되다.
윤영철 《90년생과 일하는 방법》《나는 팀장답게 일하고 있는가》 작가 #정신없는 사람, #도우미, #연결고리, #편한 형, #고독, #메신저
등은 최근 필자가 만난 밀레니얼 세대 팀장이 스스로의 역할을 나타낸 말이다. 단어마다 사연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앞선 세대와 요즘 세대 사이에 낀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나타냈다.
1980년대 ~ 2000년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이 회사에서 팀장, 파트장, 그룹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얼마 전 선배 임원들을 당황시킨
밀레니얼 세대들이 어느덧 직책자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 팀장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필자가 어느 기업의 의뢰로 조사한 <밀레니얼 관리자들이 겪고 있는
현장 고민>1) 중 상위 5가지는 아래와 같다.
· 1순위(29.2%) - 업무지시, 업무배분, 평가피드백에서 어떻게 지도할지 어려움· 2순위(28.3%) -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예전만큼 명확하지 않은 역할과 책임· 3순위(9.9%) - 자신의 바쁜 업무로
팀원 지도(코칭)의 시간을 내기 어려움· 4순위(5.6%) - 임원, 사업장별로 다양한 일하는 방법으로 구체적 가이드라인 부재· 5순위(5.1%) - 부서 간 이견, 부서 내 업무 조율 방법 등의 부족
조사된 내용을 살펴보면 밀레니얼 세대 관리자들은 후배들을 가르칠 시간적 여유도 없고, 경험도 적으며, 체계적 내용도 부족해 어려움에 빠져 있었다. 더군다나 예전만큼 직책자로서 권위나 리더십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난감함을 호소했다.
조사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자. 앞선 세대 40~50대와 요즘 세대 20~30대 의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조사한
결과 아래와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 앞선 세대는 일이 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요즘 세대는 근로시간에 맞추어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앞선 세대는 회사가 있어야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요즘 세대는 나와 회사는 별개라고
봤다.· 앞선 세대는 회사 내 관계를 끈끈한 관계로 인식하는 반면, 요즘 세대는 회사 내 관계를
느슨한 관계로 받아들였다.· 앞선 세대는 복장이 곧 업무태도를 나타낸다고 봤다면, 요즘 세대는 복장과 업무태도는
무관하다고 봤다.
정리하면 요즘 세대는 앞선 세대와는 달리 근로시간에 맞춰 일하고 자신의 사생활을 중시하며, 집단주의와 형식주의에 회의적이었다. 반면, 두 세대 간 일치하는 의견도 있었다.
· 앞선 세대와 요즘 세대는 모두 자신의 일을 잘하고 싶다고 조사됐다. · 앞선 세대와 요즘 세대는 모두 일이 잘 되기 위해서 직장동료와 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선 세대와 요즘 세대는 모두 회식은 재미를 못 느끼는 형식적 자리라고 여겼다.· 앞선 세대와 요즘 세대는 모두 미래를 위해 지금의 불편은 감내할 수 있다고 봤다. · 앞선 세대와 요즘 세대 모두 원활한 업무수행에 팀 빌딩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리하자면, 앞선 세대는 애사심을 갖고 일이 되게끔 매달리고 단정한
복장, 규정 준수 등의 형식주의가 중요하다고 여긴다. '올바른
자세로 올바르게 일하자' 정도의 생각이다. 요즘 세대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처리하고 일을 위해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불편과
고통은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회식에 의존했던 예전의 팀 빌딩과는 다른 방식을 원한다.
이와 같은 세대 간 차이와 공통점의 경계에서 밀레니얼 팀장들은 고민하고 있다. 애매하게
경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팀장들은 앞선 세대의 임원들을 어떻게 설득시켜 의사결정을
받아내고, 요즘 세대의 팀원들을 어떻게 일에 몰입시켜 성과를 내도록 할 것인가? 밀레니얼 팀장은 세대 간 낀 틈에서 어떻게 자신의 리더십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까?
낀
세대 밀레니얼 팀장은 어떻게 자신의 리더십을 넓힐 것인가?밀레니얼
팀장은 '규율과 자율 간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밀레니얼 팀장은 회사의 규율을 강조하기도,
팀원에게 자율을 보장해주기도 해야 한다. 모든 팀원들에게 자율적으로 일을 시킬 수도 없고, 또 로봇 대하듯 규정만 강조할 수도 없다. 따라서 현장에서 팀원들의
일하는 스타일을 살펴 그에 맞게 자율권을 보장해주고 권한위임을 해야 한다.
리더가 팀원에게 일을 시킬 때는 모두에게 동일한 방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 팀원의
성향과 일하는 스타일에 따라 일 시키는 법을 달리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팀장은 먼저 팀원의 일하는
스타일을 분류하고, 각 스타일에 맞는 성과 내는 법을 파악해야 한다.
필자가 저서 《나는 팀장답게 일하고 있는가》에서 강조했듯 팀원의 성향과 업무의 형태에 따라 자율형,
과제형, 모듈형, 매뉴얼 형으로 지도하는 방법이
있다. 관계적 행동과 과업적 행동에 따라 팀원들의 일하는 유형을 나누고 지도하는 허시-블랜차드의 상황 대응 리더십 모델2)도 적합하다.
밀레니얼
팀장은 '심리적 밀당'을 잘해야 한다. 최근 들어 많은 회사에서 업무 몰입도 대화를 정례화하고 월 1회 이상
팀원과의 개인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밀레니얼 세대 팀장들은 팀원들과 심리적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활동을 다양하게 도입하자. 온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
예를 들어 줌Zoom으로 의견 교류,
회의 운영,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 같이 영화 보기 등에 익숙해져야 한다. 당장 실천해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팀원에게 온라인으로 "지금은 어떤 일을 해요? 느낌은
어때요?" "제가 도울 부분은 무엇인가요?"
등의 소소하지만 느낌을 공유하고 지원을 제안하는 대화를 거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팀장을
찾아와 면담해야 한다는 식의 규정은 심리적 밀당과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서로 간에 편한 상태에서
어느 경계에서 만날지 정하는 관계의 기술이 밀당이다. 너무 다가가면 팀원은 부담을 느끼고, 너무 멀어지면 팀장이 일 시키기에 답답하다. 부담스러움과 갑갑함의
경계 어디쯤 팀장의 역할이 있다.
밀레니얼
팀장은 '티키타카'로 일해야 한다. 필자가 현장에서 밀레니얼 세대 팀장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면 복잡하고 기획적인
일은 혼자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팀원에게 시키느니 팀장 본인이 하는 것이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방식이 지속되면 나중에는 팀장에게 일이 쏠리고, 팀원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만 처리하여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게 된다. 팀원에게 자신의 역량에서 약간 도전적인
일들을 부여하여 몰입도를 높여줘야 한다. 물론 필자의 이 의견에 어떤 팀장은 팀원들에게 일을 시켜도
일을 받지 않는다, 팀원들이 실력이 없다 등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 반론에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한번 생각해 보자. 리더인 팀장과 팔로워인 팀원의 관계는 조직 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팀원에게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만 시키면 답답한 건 팀장들이다. 그러니 어렵더라도 복잡하고 기획적인 일을 팀원들에게 시켜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복잡하고 기획적인 일을 작고 짧게 끊어서 단순하고 단순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이번 분기 마케팅 대책 전략 수립해서 보고해주세요" 보다 "대책 수립하기 위해 경쟁사에서 전년도에
어떤 캠페인을 했는지 조사해보세요"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관련된 아이디어만 다른 팀원들과 회의하고 정리해줘요",
또 다음은 "목차만 잡아 보세요" 처럼
짧은 티키타카로 운영하자.
요즘은 전인미답의 시기이다. 예전처럼 생각하고 예전처럼 일하면 답이
없다. 앞서 일해 온 사람들도 맞닥뜨려 보지 못한 환경이다. 물론
밀레니얼 팀장들도 갑갑하고 답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일단 무엇이라도 해보자. 비상식적인 시기에 상식적으로 일한다고 온전한 성과가 나긴 힘들기 때문이다.
1) 현장에서 느끼는 업무관리의
어려움과 고민, A사 관리자 300명 중 212명 응답, 2020년 7~8월, 온라인 설문, 사연조사 방식
2) 1998년, Management of Organizational
Behavior-Utilizing Human Resources 5th ed. Prentice Hall
2021-07-06
-
조직문화 담당자들에게 요구되는 관점
최지훈 메드트로닉 시니어 조직개발 스페셜리스트
조직문화
담당자가 역사를 다루는 방식먼저, 오늘날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승자의 기록뿐만 아니라 패자의 기록까지도
살펴본다. 패자가 실패한 수많은 원인을 파악해 이후에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 패자의 기록은 승리를 위한 좋은 학습의 재료가 된다. 따라서 패배를
단지 실패로 간주하지 않고, 다음의 승리를 위한 사전 학습으로 여긴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더욱 경계하는 것은 첫째는 조직 안에서 실패를 허용하지 않아 구성원들이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승자의 성공법칙이 이후에 조직의 관행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리더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스토리까지도 살펴본다. 많은
조직들은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을 위해 구성원들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주길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조직은 특정 인물에게 집중된 권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방식에서 수평적으로 배분된 권한을 중심으로 작동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권력'이 다른 사람에게만 사용되는 힘을
이야기한다면 '권한'은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나에게도
통하는 것이다.) 이제 구성원들은 그저 권력을 가진 특정 대상에게 의존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객체가
아닌 자신의 고유한 사고와 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주체가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조직의 존재 의미를 단지 조직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 차원의 의미까지 연결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 안에서 만들어지는 특정한 분위기와 힘이 개인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유도하고자
하나의 프레임 워크를 제시하는데 그것이 바로 '미션-비전-핵심가치'다. 그 중 핵심가치는
조직 안에서 의사결정과 역할 수행의 장면에서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의 기준이 된다. 즉, 조직 안에서 '게임의 룰'로
작동하며 일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핵심가치다. 조직에서 제시되는 가치가 개인이 추구하는 신념이나
원칙과 어떻게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조직 안에서 가치는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개인의 가치와 신념이 조직의 철학과 연결됐을 때 가치는
비로소 '실천'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승자의 기록뿐만 아니라 패자의 기록까지 살피고, 리더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스토리도 공유하는 한편, 조직의 존재의의를 개인 차원까지 연결시키는 방식은 점차 분산화되고
개인화되는 최근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조직문화 담당자들에게 요구되는 관점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조직문화를 다루는 워크숍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방식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조직문화
워크숍 기획과 준비 과정에 적용하기 배경 필자는 현재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에서 교육-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주로 온디맨드On-demand 방식으로 현업의 니즈에 따라 맞춤형으로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해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필자가
일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상황에 더욱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글로벌 차원에서 새로운 방식의
조직 운영방식을 도입했고 그에 따라 대규모 조직개편도 단행됐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다양한 부서로부터
조직문화 혁신Culture Change을 위한 워크숍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각 부서에서 요구하는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일하는 방식을 전환하고 팀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하는 니즈는 동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문화 담당자는
어떻게 솔루션을 제시할 것인가?
적용 1 패자의 기록을 살핀다는 것은 특정한 상황에서 그가 보인 의사결정이나 행동뿐만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던
무기와 도구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후 변화의 모습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 변화가 쉽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아쉽게도 지식과 정보만으로
사람이 그동안 유지해온 행동과 습관을 쉽게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조금 더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무수하게 다양한 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결과다.
만일 현실을 만드는 힘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중 적어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전과는 다른 현실을 만드는 일은
조금 더 수월해질 것이다. 따라서 조직문화 담당자는 현실보다는 '현실을
만드는 힘'에 집중해 그 힘에 영향을 주는 도구Leverage,
지렛대들을 워크숍에서 논의해야 한다. 현실을 만드는 힘에 영향을 주는 도구들이
바로 조직문화 혁신 워크숍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Agenda들이다.
적용 2 리더와 구성원의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공통분모와 차이를 확인하고 공통의 주파수를 조율하는 과정이다.
'저 사람은 영어를 잘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누군가는 영어를 잘한다는 말의 의미를 외국인과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토익 900점이 넘는 수준의 우수한 어학 성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각 개인마다 현상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즉 프레임Frame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해 우리가 말하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경험과 가설에 근거한 각자의 주관적 해석을 가지고
살아가는 곳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세상이다.
따라서 조직문화를 다룰 때에는 각자가 현재 조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해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 인식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밝혀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상에 대한 본인의 인식과 조직에 대해 가지게 된 믿음과
신념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이 바로 스토리 공유다.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준 경험, 자신에게 강하게 영향을 미친 상황과 두려움 등을 나누는 과정은 암묵적인 질서인 조직문화를 조금 더 입체적이고
가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고,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 형성에도 큰 도움을 준다.
적용 3 조직의 존재의의를 개인 차원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개인적인 욕구와 마음속의 벽을 다루는 일이다.
조직 안에서 '내재화'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내재화는 '자기 것으로 삼아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과정'을 뜻한다. 그런데 이 내재화는 과연 단번에
이루어질 수 있을까? 특히 스무살이 넘은 성인의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의 뜻대로
곧바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재화 이전에 이해-동의-수용이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식과 정보를 단순히 아는 것을 뛰어넘어 개인의 생각과 신념에 부합해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작은 실천이 일어나게 된다. 각 개인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다루어져야 하는
과정은 개인의 욕구 발견과 변화를 가로막는 벽을 대면하는 것이다.
본인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무엇이며 어떤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특정
상황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타나는 감정과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무엇인지 등을 나누는 과정은 구성원 간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며 조직과 개인의
가치를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지만, 생각해보면 행복이라는
것도 불행이라는 것도 결국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떠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어댑티브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이라는
책에서 언급된 대로, '세상에 망가진 조직이란 없고, 모든
조직은 그저 구성원들이 암묵적, 명시적으로 내린 결정들의 산물'이다.
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조직문화 담당자의 할 일은 구성원들이 이전과는
다른 선택과 결정을 내려 또 다른 현실을 만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일이다. 지금과는 다른 현실을 상상하며
그 현실을 만드는 힘에 집중하는 사람들. 과거의 결정으로 만들어진 현재와는 다른, 또 다른 결정으로 만들어질 더 나은 미래를 먼저 상상해보는 사람들. 조직
안에서 누구보다 먼저 미래를 경험해보는 사람을 조직문화 담당자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한 말일까.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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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줄이는 회사 문화 구축 방법
최미화 교육과정 개발 전문가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조직 내 구성원이 다양해짐에 따라 인종, 성별, 신체특성, 연령, 종교, 성향에 따른 차별 철폐 및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조처가 요구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누군가를
폄하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중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고 해당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훼손을 가져온다. 반면, 제품에서 화이트닝Whitening, 레드 스킨스Red skins라는 문구를
삭제한 로레알, 네슬레처럼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은 소비자로 하여금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는다.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를 도입하려는 조직의 현실새로 들어온 인턴사원이 면담을 신청해 왔다. 정규 채용의 성비 균형, 여성인재 중 해외파견자 및 임원의 유무, 평균 육아휴직 기간 등
그 질문은 놀라우리만치 구체적이다. 이처럼 다양성과 포용의 조직문화에 대한 Z세대의 관심과 기대는 크다.
하지만 우리 조직의 현실은 어떠한가? 여성인재가 중요하다는 점은 남녀
구분 없이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직장 내 여성 관련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정규직, 고졸 사원, 장애인, 외국인 직원을 위한
D&I 제도 역시, 조직 내에서 힘을 받기 어렵고 때로는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조직 내 성숙하지 못한 시각과 미흡한 준비 속 HR의 성급한 D&I 제도 추진은 자칫 포용의 대상자를 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몇
년 전, 임원 후보자가 된 여성 이사로부터 본인이 후보임을 비밀로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글로벌 D&I 정책에 따라 여성 리더의 비율을 높이는
안이 논의 중이었는데, '조직 내 중요 보직에 대한 여성 할당 정책이 회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가, 또는 그 반대인가'에 대한 논쟁 속에서 특혜 대상자로 거론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제도 도입 시 사내 의견 교류는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며 실제 그 여성 후보가 높은
성과와 긍정적인 평판을 지닌 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위축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마도
여성 우대정책이 여성 엘리트들에 대한 편견을 가져와 그동안의 성과가 평가절하되거나 개인의 자부심을 훼손하는 직-간접적
경험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도 도입은 이렇듯 예상치 못한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다양성
관련 제도 도입 시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차별 해소를 위한 제도가 또 다른 차별을 만들면 안 되기에, 다양성
관련 제도 도입 시 섬세한 기획이 필요하다. 우선 기본적으로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제도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며, 진행 절차와 효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 외, 제도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
회사의 수용도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파악하라<표 1>과 같이, 현 조직에 해당되는 사항은 몇 가지가 있는지 확인하여 D&I 문화 수용 가능 여부를 사전 진단해 보자.
상기 15개 문항 중 10개
이상의 문항에 '그렇다'로 응답한 경우 D&I 문화 정착을 위한 직접적인 활동을 시작해도 된다. 그러나 5개 미만의 문항만 해당된다면 기본적인 소통의 문화부터 정착시키는 것이 우선이며 섣불리 D&I 관련 제도를 도입할 경우 심한 반발에 부딪힐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5~9개 문항에 '그렇다'로
응답했다면, 변화의 정도를 고민하여 합리적 수준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자. 예를 들어, 여성 임원이 없는 상태인데 올해 당장 3명의 여성 임원을 선발한다거나 하반기 장애인 채용 비율을 두 배 이상 높인다거나 하는 급진적 변화는 기존 직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특히, 승진, 평가, 업무 배정과 관련된 사항은 구성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직원들과 밀접한 근무 환경부터 변화시켜 나가며 천천히 D&I 문화에 젖어들게 하자.
변화의
리더와 단위를 유연하게 선정하라매번 똑같은 사람,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조직문화 개선 운동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식상할뿐더러 피로감을 준다. 사내에 영향력이 크고 평판이 좋은 리더를 중심으로 D&I 에이전트 풀D&I Agent Pool을
새롭게 구성하고, 그 풀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자. 이 방법은 D&I 프로젝트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게 할 뿐만 아니라, 실제
해당 프로젝트의 체인저를 다수로 구성함으로써 변화의 파급력을 높인다. 체인지 에이전트Change Agent의 직급과 관리해야 할 팀의 단위 또한 횡-종적으로
유연하게 선정하자.
예를 들어, 평판이 좋고 포용의 리더십이 있는 본부장급 리더가 있다면
해당 조직은 본부 단위로 변화를 일으키고, 특정 기수에 유독 따르는 이가 많은 직원이 있다면 해당 직급
및 연차는 그 에이전트가 담당하도록 지정하자.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어느 직급이라도 체인저가 될 수
있게끔 하는 등 HR의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 D&I 가치를
전파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행사, 프로그램을 제시하여
대상자에 교집합이 생기더라도 지루해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구성원은 HR이 직접 케어하자.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라다양성을 위한 제도 개선에 앞장서던 조직의 리더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앞에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신규 고객 창출, 수익성 개선과 같이 조직 내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면 모를까, 다양성과 포용의 조직문화 구축은 주목을 받기도, 성과를 이뤄내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동안의 차별을 시정하고 실질적으로 약자의 지위를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평등Equality'에서 '공정Equity'으로, 지금과는 다른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회사에서 막대한 재원을 들여 양성한 인력이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제도 미비로 퇴사하는 것을 방지하고, 모든 임직원의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보다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이다. HR은 구성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D&I에 앞장서고 있다는
자부심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젠더
이슈가 아닌 통합의 이슈로 그 범위를 확대하라많은 회사의 여성위원회가 여성인재들과 간담회를 열고 불평등 사례를 조사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수립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여성위원회가 추진하는 일들이 편향된 움직임으로 비추어져 남녀 갈등을 유발한다. 우리는 이러한 갈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실 여성위원회 출범 의도는 남성, 여성을 구분하는 젠더 이슈가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고 조직의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되는 통합에 기반을 두고 있다.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람 그 자체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훌륭한 인재들이 좋은 회사를 만들어 나가고, 좋은
회사가 또 임직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포용적인 조직문화 만들기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출범 의도에 맞추어, 여성위원회 지원 대상을 보다 포괄적인
범위로 확대해 보자. '워킹맘을 위한 행사'는 임직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초청행사'로 변경할 수 있고, 교육을 진행할 경우 그 강사와 대상을 '여성'만이 아닌 '남녀' 모두로
확대할 수 있다. HR의 메시지 역시 '여성 우대 정책 수립'보다는 '누구든, 능력
있는 사람이면 리더가 될 수 있는 문화 만들기'로 바꾸어 보자.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대한 내부 홍보를 병행하자. 이러한 노력이 쌓이면 조직문화 개선 활동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줄이고 임직원으로부터 더 큰 이해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전문가가 되도록 지원하라여전히 조직 내에서 여성, 장애인 등 소수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직원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당장 내 앞길이 중요하지, 더디게만
진행되는 회사의 변화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이들이 조직 내 리더로 성장하기까지는 분명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조언을 구할만한 멘토가 없어,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판단된다면 이들에게 회사 밖의 프로그램을 제공하자. 정부기관 및 전문교육업체에서는 여성인재 양성을 위한 멘토링, 네트워킹
프로그램, 글로벌 여성 리더 초청 강연 등 포용의 대상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외부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여 커리어에 대한 일대일 조언을 받아보도록 지원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학습 및 코칭을 받은 이들이 조직으로 돌아와,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고 영향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자.
D&I 정책에 편승하여 쉽게 일자리를
얻거나 승진을 한들, 조직 내에서 인정받는 리더가 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음을 명확히 전달하자. 다양성 및 포용의 조직문화는 의사결정권자가 기존의 친숙한 인재집단을 넘어 더 넓은 범위로 후보를 탐색하게 만드는
것이고, 그동안 소외된 인재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련된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내가 맡은 업무에서는
성별, 신체특성, 인종, 성향
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동료들이 알 수 있도록,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여러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 제도를 잘 활용하고 유지하느냐에 있다. 그렇기에 D&I 조직문화 구축은 길고도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HR 업무 중 어디 쉬운 것이 있던가. 우리는 그 힘듦 속에서도 많은 것을 해내 온 단단한 사람이다. 믿는
것을 실천해 나갈 용기를 가지고, 보다 나은 조직과 세상을 만들어 나갈 당신을 응원한다.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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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방법론] 왜 퍼실리테이션이 화제인가
구기욱 쿠퍼실리테이션그룹 대표 / 《반영조직》 저자퍼실리테이션이 핫하다. 수평적 조직문화, 애자일 도입, MZ 세대, 도시재생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퍼실리테이션이다.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요즘 부쩍 늘어난 관심과 확산의 바탕에는 무엇이 깔려있는 것일까?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본성과 변화하는 상황을 토대로 분석해 보면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1. 나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블라인드가 핫하고, 클럽하우스가 핫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편하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살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집단의 일원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역할을 한다는 것은 '뭣이 중헌디!'에 대한 의견을 내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내 목소리가 집단이나 조직의 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이 땅에 태어나서 20년 넘게 공부에 매진했다. 입시를 위해서든, 취업을 위해서든 학업에 열중했다. 많은 지식을 습득했고 꿈을 이루려는 열망도 키워냈다. 직장에서도 배우려는 자세로 귀를 쫑긋 세워 배움을 이어가지만 조직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배운 것을 쓸 수 없는 좌절감이 찾아온다.사원과 대리를 거쳐 과장이 되었다. 이제는 회사 돌아가는 것을 알고 주어진 과업을 책임 있게 수행할 안목과 경험도 쌓였다. 그러나 아래로는 알 수 없는 신입사원의 태도와 충돌하고, 위로는 팀장과 임원의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팀장이 되니 할 일이 너무 많다. 팀장이 되기 전에는 내 목소리 없이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옛 팀장처럼 고유 업무가 없는 것도 아닌데, 위아래에서 쏟아지는 목소리를 전달하고 처리하느라 정작 내 목소리를 낼 겨를이 없다. 어쩌다 조금 내려면 '꼰대다' '대든다'는 소리를 듣는다.사장이나 임원이 되었다고 목소리를 마음대로 내는 것도 아니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아우성이고 정작 조직 전체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 목소리는 조직에 전달이 되지 않는다. 남의 목소리는 많은데 내 목소리는 없다. 적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좀 더 목소리를 살려낼 것인가?2. 사람은 무리 속에서 살아간다'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관계가 어려운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때 관계의 어려움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겪지만, 몇 가지 핵심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가족, 기업, 조합, 국가 등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산다. 집을 짓거나, 도둑을 막거나, 화장품을 만들거나, 전쟁을 치르거나, 전염병을 퇴치하거나, 이것을 하든 저것을 하든 협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1인 기업을 하는 사람, 버츄얼로 일을 하는 사람마저도 삶과 일의 현장에서는 대부분 무리와 함께 존재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리와 협력하고, 나아가 보다 나은 성취를 위해 타인과 협력한다. 이 무리와 협력하는 삶에는 내재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더 나은 성과를 내는 사람, 일하지 않는 무임승차자라는 '차이'의 출현이다. 나은 성과를 내는 사람은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사람을 만나면 배가 아프고, 무임승차자를 만나면 화가 난다. 잘해도 못해도 괴로움을 만들어낸다. 피할 수 없는 내재적인 문제이다.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끊이지 않는 평가와 인사 불만은 여기서 비롯된다. 이 '시기'와 '분노'는 자연스런 감정이다. 필요하기 때문에 인류에게 생겨난 감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 자연스런 감정이 무리 안에서 자주 발생하면 무리의 삶은 효용과 의미를 잃게 된다. 그리고 이직이 늘어난다. 그러므로 '시기'를 불러오는 고성과자와 '분노'를 유발하는 저성과자 사이의 조율이 필요하다.인류는 무리에서 필요한 조율을 위해 누군가를 리더로 삼아왔다. 그러므로 어느 조직을 가나 많은 리더들이 있다. 그리고 서점에는 수만권의 리더십 책이 출간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리더가 없다'는 아쉬움을 종종 느낀다. 어떤 리더를 원하기에 여전히 리더에 대하여 목마른 것인가?3. 우리는 탐색하고 결정한다수소차냐, 전기차냐? 그것이 문제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은 결정을 뜻한다. 삶에 유리한 결정을 위하여 끊임없이 탐색한다. 그리고 행동의 순간을 맞이하면서 결정을 내린다. 오감은 탐색을 위한 정보의 수집 통로가 된다. 그리고 오감으로 수집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처리하여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정을 내린다. 조직 역시 구성원 개개인을 통하여 이를 실현한다. 이 과정을 조금 단순화하여 정리하면 마주침-정보-지각-탐색-결정-행동의 순서가 보인다. 어느 것이 우리에게 최선인지에 대한 탐색과 결정이 인간과 조직의 지적 활동의 핵심이 된다. 결정은 행동에 앞서고, 행동은 영향에 앞선다. 결정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즉, 행동할 것을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정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제로는 행동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어' '이번에는 꼭 다이어트 할 거야'와 비슷하다. 진심으로 행동할 것을 결정한 것인지, 전시와 회피를 위한 결정을 한 것인지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본인마저 스스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 누군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행동은 외부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 영향은 자기 또는 외부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다. 외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 그 외부 또는 고객은 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이든 대가를 지불할 의지를 가지게 된다.탐색과 결정은 바로 여기를 향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조직은 수많은 회의를 개최하고 수많은 보고서를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제대로 탐색하고 결정하는 데는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인가? 4. 나와 조직은 어떤 관계인가조직은 내 성취의 발판이 된다. 달리 말하면 도구다. 조직 밖에서 혼자 이룰 수 있는 성취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다. 자연인 또는 구도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경우라면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세속에서 자부심과 성취감을 맛보며 살고자 한다면 어떤 조직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1인 이상의 기업을 창업하거나 기존 조직의 CEO가 되는 것도 포함된다. 자신이 조직을 도구로 삼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조직이 나를 도구 삼는다고 아우성이다. 칸트는 '인간을 목적으로 대우하라'면서 인간의 도구화를 경계했다. 도구로 삼는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악행이 된다. 도구가 되는 것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결정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결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적을 위한 유리한 결정을 하는 것이므로 자신을 목적적 존재로 만드는 것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어떤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은 바로 자신 이외의 타자를 도구 삼는 것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목적을 갖고 사는 한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는 도구가 된다. 조직은 조직의 목적이 있고, 나는 나의 목적이 있다. 서로 배타적으로 목적을 실현한다면 그 상대방은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따른다. 그러므로 목적의 상호 구성이 필요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발적 도구로서의 헌신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구성원 모두 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수평적 조직문화, 공유 리더십)이고, 자신이 결정했기 때문에 그 결정을 실천하는 자발적 도구가 되는 것(서번트 리더십)이다.다이어트를 결정했기 때문에 스스로 맛있는 것을 먹지 않는 것과 같다. 다이어트라는 목적에 스스로 자발적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목적과 도구는 어떻게 통합되는가?5. VUCA, 고지식 세상'결정 장애가 있어요.' MZ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VUCA 세상이 되었다. 주변은 변덕스럽고, 미래는 불확실하고, 원인과 결과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시각은 오만가지다.그 어느 때보다 학력이 높은 세상이 되었다. 학교 교육을 마치고도 기업 교육을 통해 배우고, 언론과 방송을 통해 배우고,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배운다. 클럽하우스와 같은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그 곳에서 신선한 경험과 시각을 마주한다. 아는 것이 많아진 구성원들이 조직에 모여있다. 고지식 세상이다.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은 목소리를 내고 싶은 욕구가 높아진다는 의미를 지닌다. 미래를 위하여 어떤 결정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리더에게 '답을 말해 주세요'하면서 의존하고, 권위를 부여하던 시대와는 판이한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답을 주는 역할 보다는 구성원의 고지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리더의 정보와 지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구성원들은 너무 많은 정보를 가졌지만, 어떤 결정을 내릴 지 확신이 부족하다. 조직을 둘러싼 환경은 VUCA로 변화무쌍하다.조직은 행동하기 전에 탐색하고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내는 리더를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바로, 퍼실리테이션의 시대가 된 것이다.퍼실리테이션이 뜨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다양한 상황과 본성이 결합된 결과이다. 확립된 권위에 의존하여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새로운 정보를 종합하여 통섭의 결론을 만드는 과정을 조직이 보유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퍼실리테이션은 바로 이것을 잘 해내는 일련의 철학, 이론, 스킬, 도구의 총합이다. 결과적으로 잘 해내는 것이지 퍼실리테이션이라고 주장하고 이름 붙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알고 익히고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힙한 리더가 되는 중요한 방법이다.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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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통한 성장에 기름을 붓는 역할은?
유준희 조직문화 공작소, AIPU 대표 한 개인이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좋은 습관 중 하나는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이다. 때로는 하루, 때로는
한 달, 또 한해를 돌아보며 스스로 그동안 잘한 것은 무엇이었고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성찰해보고
앞으로 더 노력할 점을 찾아보는 습관은 그 사람이 날마다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된다.
마찬가지로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조직 내 성찰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조직의 물리적 성장만이 아니라 조직 내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도 그러하다. 직장에서 가장 성장했다고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힘들었지만 열정적으로 몰입해 일했던 순간을 이야기할
것이다. 조직도, 구성원도 자신이 하는 일의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통해서 성장한다. 성찰의 조직적 습관은 이러한 '일을
통한 성장'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다.
참여적
리뷰 활동, 성찰의 조직적 습관이 된다 성찰의 조직적인 습관은 크게 보면 조직 내 개인간에 이루어지는 피드백 활동과 구성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리뷰 활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피드백은 리더십이나 성과관리 측면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조직 내의 참여적 리뷰 활동에 대한 관심은 그 중요도에 비해 부족한 것 같다. 사실상 조직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구성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리뷰 활동이 훨씬 더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참여적
리뷰는 조직과 개인의 물리적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적용 가능한 방안들을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조직에 성장의 조직 정서를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참여적 리뷰 활동은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어떤 업무활동을 종료했을 때 그 업무활동을 함께 한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해당 업무활동에서 잘한 것은 무엇이고 잘못된 것은 무엇인지를 함께 성찰하는 정례적인 활동을 말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업무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낸 성공한 업무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실패한 업무들에서도 잘한 행동이 있고, 성공한 업무에서도 잘못한
행동이 있다. 이 두 가지 모두에서 우리는 조직과 개인의 학습과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참여적 리뷰 활동은 "실패한 업무라고 할지라도 조직과
개인의 학습경험이 된다면 그것은 미래의 성과를 창출한 것"이라는 조직문화의 긍정적인 집단가정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같은 막연하고 무책임한 믿음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결과주의
마인드셋과 시스템적 마인드셋의 차이 참여적 리뷰 활동이 조직과 구성원의 실질적인 성장을 위한 대안이 되고 성장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주의 마인드셋Outcome Mindset과 시스템적 마인드셋System Mindset이 리뷰 활동 자체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로 구축되고 참여자들의 의식에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캠빗>을 보면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미국의 체스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그날의 체스 게임결과를 밤새워
토론하며 대안을 세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먼저 게임에서의 어떤 수가 왜 나빴는지 그리고 어떤 전략이
왜 먹히지 않았는지를 분석하고, 앞으로 어떤 게임전략을 세워야 할지를 토론한다. 이는 결과 중심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의 체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하고 있는 동료 플레이어가 왜 그 시점에서 그 전략을 또는 그 수를 선택하게
됐는지를 논의했다.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들었지 등과 같은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료에게 어떻게 격려와 조언해야 할지 그리고 게임 루틴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를 토론했다. 이것은 시스템적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주의
마인드셋 관점의 리뷰 여기 프로젝트를 막 마친 한 팀이 있고, 프로젝트의 결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모든 팀원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만일 이 팀에 성장의 조직문화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면, 팀원들은 마침내 골치 아픈 업무가 끝났다는 것에 안도하고 그 누구도 달갑지 않은 이야기를
굳이 먼저 끄집어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보다는 작은 문제점들은
조용히 덮고 넘어가고 '다음 프로젝트나 잘하면 되지'라고
스스로 위안할 것이다. 물론 이 팀은 서로의 잘못을 들추고 책임을 떠넘기려고 신경전을 벌이는 최악의
팀보다는 훨씬 나은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팀의 그 어느 곳에서도 학습과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일 이 팀이 성장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프로젝트를 마친 후에 팀원들이 모여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한
이유를 함께 분석해 볼 것이다. 물론 이 활동은 누군가의 잘못을 가려내거나 책임 전가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실패로부터의 학습의 포인트를 찾기 위함일 것이다. 프로젝트에서 잘못 이해했거나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선택과 행동이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를 얻게 됐는지 등을 찾아내고, 다음에
유사한 프로젝트를 할 때에 어떤 점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다. 또 조금
더 나아간다면, 비록 프로젝트 결과가 부정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탁월함을 발휘한 것들이나 상황에 나빠졌음에도
적극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함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일들을 들추어내어 서로 치하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결과주의 마인드셋 관점에서의 리뷰 활동인데 효과적인 팀이라면 이미 이 정도는 하고 있을 것이다.
시스템적
마인드셋 관점의 리뷰 자,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이 팀이 시스템적 마인드셋의 관점에서
리뷰 활동을 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팀원들은 단순히 프로젝트 결과와 현상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우리 팀을 분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그때 그런 의사결정에 이르게 되었을까? 한두 사람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는지, 또는 반대로
의사결정을 위한 합의의 과정이 지나치게 길거나 복잡하여 실행력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는지 등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 팀의 의사결정과 업무수행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방안들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프로젝트 과정에서 우리 팀원들 각자는 무엇에 동기부여 됐고, 그러한
동기들이 우리 팀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우리 팀이 협력된 탁월함을 발휘하는 데에 충분했는지 등을 논의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팀이 향후 보다 나은 의사결정 방식과 업무수행 방식을 만들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나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합의를 얻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프로젝트 막 마친 한 팀이 있고, 프로젝트의 결과가 상당히
성공적이라는 사실을 모든 팀원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팀에 성장의 조직문화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면, 팀원들은 스스로를 자화자찬하고 서로에게 감사 인사와 칭찬의 말을 전하며 건배를
할 것이다. 물론 이 팀도 한두 사람만이 성취와 능력을 인정받고 프로젝트의 과정에 함께한 다수의 팀원들은
무시되는 그런 최악의 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팀에도
학습과 성장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다.
만일 이 팀도 성장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프로젝트를 마친 후에 팀원들이 모여 이번 프로젝트의 전체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무엇을 잘했는지 우리의 강점이 무엇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다음에 유사한 프로젝트를 할 때에 지금보다 더 잘 해내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결과주의 마인드셋 관점에서의 참여적 리뷰 활동이다. 또한 이 팀은 우리 팀이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각각의 단계마다 우리가 어떻게 그런 탁월한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됐는지, 그러한 선택과 결정들이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다. 팀원들은 스스로도 인식하지도 못했던 우리 팀의 탁월한
의사결정 방식과 업무 수행 방식들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을 우리 팀의 공식적인 일하는 방식으로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시스템적 마인드셋 관점에서의 참여적
리뷰 활동이다.
프로젝트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한 리뷰 활동 프로젝트 결과가 나빴다고 해서 반드시 그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이 나빴다고 할 수는 없다. 프로젝트가 결과가 나빴음에도 의사결정 방식은 훌륭했을 수도 있다.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는 그 수행과정에서의 일어난 선택안과 행동들의 산물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러한 선택안과
행동들을 이끌어낸 그 조직의 시스템의 산물이기도 하다.
위에서 이야기한 이 팀은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에도 그리고 성공했을 때에도 참여적 리뷰 활동을 통해 팀원들의 개인적인
역량 향상을 위한 학습 경험을 유발했고, 동시에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과 업무 수행 방식을 더 고도화할
수 있는 조직의 학습경험을 유발했다. 이 팀은 매번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팀원 개인의 역량은 물론 조직의
역량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참여적 리뷰 활동이 구성원의 성장경험과 조직역량
제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성장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이 리뷰의 활동 안에서 자연스럽게 결과주의
마인드셋과 시스템적 마인드셋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리뷰 활동 프로세스를 갖추어야 한다.
참여적 리뷰 활동의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것은 막연히 매번 주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전체회의를 통해 프로젝트
수행과정을 되돌아보는 회의를 하거나 회식으로 서로의 노고를 치하 하는 것을 정례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프로젝트 사후회의를 이끌어가는 회의의 구체적인 질문과 절차, 운영방식을 업무 도구화하고, 언제 누가 리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지, 누가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갖는지, 그리고 리뷰 활동의 산출물과 그 활용에 대한 것들을 공식화된 업무활동으로 정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참여적 리뷰 활동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론으로 AAR(After Action
Review)을 들수 있다. AAR은 성공한 업무와 실패한 업무에 모두 적용 가능한 체계적인
리뷰 활동 프로세스이다. 프로젝트 완료 후 즉석에서 몇 가지 구조화된 질문들의 흐름을 통해 참여자들이
함께 긍정적인 관점에서 프로젝트 수행의 과정에서 잘했던 행동과 보완해야 할 행동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는 학습의 경험을 제공한다.
AAR의 다소 아쉬운 부분은 앞서
강조한 결과주의 마인드셋과 시스템적 마인드셋의 관점을 구분해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여러분의
조직이 기존에 AAR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는 상태라면, AAR의
질문 구조를 시스템적 마인드셋 관점의 분석이 조금 강조될 수 있도록 일부 보완-운영해 보기를 추천한다. 반대로 여러분의 조직이 공식적인 참여적 리뷰 활동 방법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새롭게 우리 조직만의 참여적
리뷰 활동 프로세스를 구축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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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맡은 일만 잘하면 된다는 착각 없애기
유디v 브런치 작가
brunch.co.kr/@goodgdg
*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비즈옵스(BizOps)로 근무하며 조직 구조와 체계를 다루고 있다.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왜 알아야 돼?"
필자는 이 말을 들으면 속으로 안도한다. 대개 이러한 말은 전사 회의
시간에 다른 팀의 업무 브리핑을 들으며 지루하다는 듯 하품하는 사람이 말한다. 그들은 거기에 더해 '시간이 아깝다'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만약 이러한 표현을 우연히 듣게 됐다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히 여겨도 된다.
조직 내 사일로Silo 현상을
미리 알아차리게 됐기 때문이다.
사일로에는 곡식 창고라는 뜻이 있다. 단단한 벽을 두르고 남들이 곡식에
접근하지 못하게 창고를 만든 것처럼, 회사 내에서도 여러 사일로가 생긴다. 한 팀이 다른 팀과 벽을 치고 자기 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현상이다. 이들은
서로 협력해야 함에도 협력하지 않고, 회사 전체의 목표나 공동의 목표보다도 자기 팀의 손해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자기 팀의 손익이라 함은, 업무량이 늘어나거나
평가/보상에서 더 많이 인정받는 것 등을 말한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지켜보면 속에서 천불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나 몰라라' 하고 반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IT회사에서 앱 서비스를 만드는데 기획팀과
개발팀의 사이가 좋지 않다. 기획팀에서는 '개발팀이 매번
자기들 업무를 줄이기 위해 개발해야 하는 기능을 안 된다고만 한다'며 욕한다. 개발팀에서는 '기획자라는 사람들이 개발 이해도가 낮아서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도 모르면서 매번 언제까지 가능하냐는 무리한 일정만 요구한다'라고
욕한다. 그들은 상대팀이 매일 무슨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업무가
많은지 적은지, 업무 프로세스가 어떤지도 모른 채 막연하게 상대팀을 무능하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
혹은 이런 경우도 있다. 서로 완전히 무관심한 경우다. 영업팀에서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마케팅팀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고객 인터뷰를 따로 진행한다. 어쩌다가는 서로 같은 고객한테 전화해서 다른 내용을 물어보기도
한다. 만약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았더라면 같은 일을 두 번, 세 번 반복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고객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인터뷰 방법론에
대한 노하우도 나누었으리라. 하지만 직장에서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멍청한 시간낭비가 반복된다.
사일로
현상은 왜 발생할까?
단언컨대 사일로의 시작은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것에서 출발한다. 겉보기에는
고작 다른 팀의 업무를 모르는 것 때문에 사일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게 논리적 비약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드러난 현상의 이면에 담겨 있는 가치관이다. 작은 생각이 파생시키는 수많은 행동이 쌓여서
사일로 현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나가다가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왜 알아야 돼?"라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면 행운을 잡은 것과 같다. 그 사람이 야기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다른
팀원이 하는 일을 모르면 신뢰가 줄어든다
동료에게 일을 맡기거나 협력하려면 기본적으로 그를 신뢰해야 한다. 그가
맡은 업무를 열심히 수행해 기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뢰가 기본 전제다. 결과가 좋은지는
제쳐두더라도,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그가 '무슨 일을, 얼마나 열심히,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나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저 팀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일을 열심히 하는지도 믿음이 안 가면
어떻게 그들에게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
사무실에서 다 같이 모여 일할 땐 그나마 나았다. 바로 맞은편 자리에서
같이 야근하는 모습이나 바쁜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격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다른 사람이
일하고 있는지, 놀고 있는지도 알기 어려워졌고, 동시에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다는 불안감도 생겼다. 그래서 원격으로 근무하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행정 절차들이 늘어난다. 경영자도 직원을 신뢰하기 어렵고, 직원도 직원끼리 신뢰하기 어렵고, 내가 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그만큼 직장에선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맡은 일만 잘하면 된다는 착각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무관심한 사람은 습관적으로 편을 가른다.
"그 일은 기획팀에서 해줘야 할 일이다" "그 일은 디자인팀에서
아직 안 넘겨줘서 못 하고 있다"라는 등 매 순간 우리 팀과 다른 팀을 나눈다. 기획팀이 지금 갑작스러운 문제로 얼마나 난처한 상황인지, 디자인팀에
업무가 너무 몰린 상황인지 등 다른 팀의 상황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자기 팀의 이익만 대변한다. 결국
모든 문제를 다른 팀에 넘기고 자신의 성과 부진 또한 축소하려 한다. 전형적인 사일로 현상이다.
내가 속한 조직에도 그러한 팀원이 있어서 수차례에 걸쳐 1on1 미팅을
진행했었다. 그들은 왜 다른 팀에 무관심하고, 다른 팀과
편을 가르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기저에는 '선의'가 숨어있었다. '나는 내가 맡은 일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이었다. 여기에는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정치질을 하려는 악의가
없었다. 특히 보수적인 직장에서 근무한 사람에게서 이러한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보수적인 회사는 권한을 절대 쉽게 주지 않는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경영진이 결정하고, 전략도 팀장급만 논의해서 정하며 일개 직원들은 탑다운 방식으로 이를 통보받는다. 회사의 방향이나 전략, 당면한 문제들은 꽁꽁 숨기고 사원들에게 공유하지
않는다. 그들이 불안해하거나 업무에 몰입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유도 덧붙인다. 그리고는 '너는 네가 맡은 일에만 집중해'라고 이야기한다. 직원들은 그냥 위에서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고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게 된다. 즉, 조직의 보수적인 구조와 문화가 직원의
마음가짐을 이기적으로 만들고,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직원들이 다른 팀에 무관심해진다.
사일로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일로 현상을 해결하려면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밖에 없게 만들고, 회사의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다.
회사
방향성과 문제를 공유한다 ― 주간회의
회사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속한 조직은
매주 1~2회씩 전사 인원이 모여 주간회의를 진행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뤘다. 분기 혹은 반기 목표와 마일스톤, 팀별 프로젝트 현황, 레드 플래그Red Flag1), 축하할 일, 전사
공지사항 등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팀별 업무 내용을 정리하여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일이었다. 해당
파트의 전문 용어들까지는 알 필요가 없으나, 프로젝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만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용어를 정리했다. 따로 용어집을 만들고, 신규
입사자에게는 매번 온보딩 과정에서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이렇게 직원들이 알게 하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정보를 떠먹여 줘야 한다. 장문의
글이나 복잡한 숫자들을 늘어놓고서는, 공지했는데 왜 확인하지 않았냐고 따져봤자 아무 소용 없다. 원래 실무자는 자기 일에 집중하느라 다른 정보에는 둔감하다. 그러니
이를 받아들이고, 애초에 정보를 쉽게 가공해서 반복적으로, 친절하게
전달하는 수밖에 없다.
주간회의에서 특히 중요한 점은 레드 플래그인데,이는 사업의 적신호가
될 만한 우려 사항을 뜻한다. 전체 사업이나 다른 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걱정거리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이를 회의 시간에 하나씩 점검하며 다 같이 해결 방안을 찾아본다. 이렇게
했을 때 장점은 문제를 '남의 팀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문제'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보통 문제가 터지고 나서 네 탓, 내 탓을 따지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레드 플래그를 미리 공유하면 '공동의 문제'가 되어 사일로 현상이 줄어든다.
먼저
나서서 투명하게 공개한다 ― 회고 다이어리
각자의 일일 업무를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회사가 다른 팀의 업무를 떠먹여 주는 게 아니라, 다른 팀 업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특히 딱딱한 업무 보고 형태가 되면 쓰는 사람도
불편하고, 아무도 다른 사람 업무를 쳐다보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리'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특이한 부분이다.
회고 다이어리는 일일 업무와 더불어 그날의 회고를 적는 사내 게시판이다. 일기
형식으로 하루를 돌아보고 그날의 느낌을 적기도 하고, 업무적인 느낀 점이나 고민을 적기도 한다. 모두가 보는 공간에 적기 때문에 처음엔 부담스러워하지만, 나중엔
서로의 회고를 읽어보며 자극을 받는다. 업무를 공유할 뿐 아니라 고민과 인사이트도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특히 그를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갈망하는
것도 역량이다 ― 채용
사실 협업은 껄끄럽고 번거로운 일이다. 서로 싸우듯이 의견 차이를 좁힐
때도 있고, 안 해도 되는데 굳이 나서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런
협업을 잘하려면 무언가 갈망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2) 왜냐하면 갈망하는 사람은 더 상위의 가치를 위해서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직장과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수준이 나뉜다. 일을 수단으로만 보는
사람은 퇴근할 시간만 기다린다. 자기 직무와 커리어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자기 맡은 일에만 신경 쓴다. 그리고 회사가 가는 방향에 공감하는 사람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다른 팀과도 협력한다. 더 나아가 자신이 맡은 역할과 회사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는 사람은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한다. 사람의 가치관을 바꾸고 억지로 동기부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에, 처음부터
공동의 목표를 갈망하는 사람을 뽑는 게 좋다. 물론 모든 구성원이 갈망하는 사람일 필요는 없다. 역할에 따라 팔로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회사의 전체 방향이나 문제점까지도 모든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구성원들의 관점을
조직 단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다. 직원을 직원으로 보면 직원으로서만 회사를 다닐 것이고, 동반자로 보면 함께 회사를 만들어갈 것이다.
채용만큼 중요한 건 또라이를 내보내는 일이다. 사일로 현상을 조장하는
촉매가 있다면 내보내야 한다. 한 명의 또라이가 있으면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의 프레임에 영향을 받는다. 그들은 언제나 문제의 원인을 '사람'이나 '숨은 의도'에서
찾고, 언제나 손익을 따진다. 그들을 내버려 두면 그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직을 바꾸려 들 것이다. "다른 팀이 하는 일을 왜 알아야 되나요? 비효율적인 회의를 없애주세요"라고 주장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모르는 회사가 된다. 나는 그들이 내가 속한 조직을 망치는 꼴을 1분 1초도 보고 싶지 않다.
개인이 회사의 방향에 공감하고,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도록 얼라인Align 해야 한다. 얼라인이 잘된 구성원은 회사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관심이 많고, 회사에 기여하려 한다. 그런 사람들이 사일로를 깨부순다.
반면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왜 알아야 되냐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사일로를 만든다. 그 신호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1)《managing》, 해럴드 제닌 저,
권오열 옮김, 오씨이오 발행
2)《최고의 팀은 왜 기본에 충실한가》, 패트릭 렌시오니 저, 유정식 옮김,
흐름출판 발행
2021-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