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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보고서3. -매출이 0원이었던 결제 앱 개발 스타트업의 두번째 이야기

@ 모든 회원분들께
안녕하세요!
세 번째 회사의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 회사의 첫번째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는 언제나 처럼 이 회사에 얻은 것과 잃은 것, 그리고 짧은 소고입니다!

5. 얻은 것 : 같이 일할 사람의 환경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앞선 두 회사와 다르게, 연봉 협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차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몇 년 전이지만 지금과 같이 IT 인력, 개발자 인력이 고평가 받는 시대였다면 어쩌면 더 쉬운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협상해 놓은 연봉을 이사님이 깎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잡고 싶었던 사람을 잡지 못한 적이 꽤 있었습니다. 
아마 개발자 연봉에 대한 시각이 많이 차이가 났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발자를 참 까탈스럽게 뽑는다면서도, 그 까탈스럽게 뽑은 개발자들의 연봉이 협상되지 않을 때마다,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이 회사에서 채용은 고통스러웠습니다. 
전에 언급했듯, 서비스가 최우선인 사람은 면접을 보러 오지 않았고, 연봉협상이 자주 결렬되었으니까요. 
예전에 제가 팀원들에게 자주 구박하는 내용은 "얼마면 너희하고 일 안 한다! 야, 월급을 주면 마구 부려먹기라도 하지!"였는데, 
실은 그 그 금액으로는 부릴(?) 수 없는 인력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모두 대기업에 갔기 때문에 객관적으로도 증명되었지만, 개인적으로 평가해도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열정도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환경'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적당한 돈만 있으면 가지고 있던 단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대기업만큼 풍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의 생활이 불가능해서 스타트업을 관두는 친구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금액을 줄 수 있으면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돈만 있으면 같이 일해줄 것 같은 친구들은 이 회사에서 '비전'과 '공감'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대기업에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지요. 
'비전과 공감'이 부족하다면, 결국 좋은 환경이 좋은 사람들을 모으는 방법임을 깨달은 것이죠. 
비전과 공감보다 환경을 갖추는 것이 더 쉬운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복지를 원하는 직원들을 까내리기 바빴던 것은, 제가 많이 모자랐다는 증거겠지요.

6. 잃은 것 : 신념과 자신다움(?)

 이 회사는 투자에 높은 관심을 가진 회사였습니다. 
회사가 희망에 차있는 시기에 초치는 사람답게, 첫 투자가 유치되자마자 퇴사했습니다. 
약속과 달랐던 것들, 투자 유치 과정에 대한 실망... 이런 것들이 퇴사의 이유였습니다. 
많은 것을 약속했기에 제 자신의 신념과 기준을 접었는데, 
이렇게 진행되어 닿는 곳은 제가 원하지 않는 곳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퇴사했습니다. 
원래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 부분은 정말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곤란한 부분이 많네요. 
대표님조차 다시 창업하는 것으로 오해하시기도 했고요. 
퇴사하는 길에 팀원들을 두고 도망치는 기분이 들어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에서 평가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이었는데! 찌르면 피가 나오긴 해요?)

 그럼에도 이 회사는 제 능력을 가장 높이 평가해주었고, 
가장 스타트업스러운 운영, 그러니까 매출보다 성장에 관심을 둔 회사였습니다. 
그리고 운명공동체라는 느낌을 가진 마지막 회사이기도 합니다. 
아주 강렬하게 '직원'이 아니라 '동료'라고 인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경계선 상에 서 있다고 느낀 회사였습니다. 
그럼에도, 공동체를 지향하는 태도와 서비스를 우선하는 방향이 이 회사에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전과 공감을 찾는 능력이 떨어지니 환경을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의 환경뿐만이 아니라 제가 일할 환경도요. 
환경이라는 부분은 같이 일할 사람, 사무실, 업계 인식 등... 돈 외에도 많은 부분을 포함하는 이야기지만요.

 아마 이 회사에서 '꿈'이라는 말에 많은 실망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회사의 투자 유치 금액은 꽤 높았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이 단계에 필요한 금액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높은 금액으로 투자를 받고, 높은 금액으로 엑싯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꿈'이라면, 저는 그 꿈에 동의하지 못할 거 같습니다. 

진짜 서비스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돈을 합리적으로 받고, 
그 돈으로 최대한 계획대로 일하고,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것이 저의 꿈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멋진 서비스를 만들면, 보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꿈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높은 금액의 투자와 엑싯을 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요. 
어쩌면, 대표님은 그것이 '적당한' 금액으로 생각하셨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저는 여기에 동의하지 못했고, 이 합의가 어렵다고 느꼈지요.
그래서 이 꿈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음 회사에서는 정말 '매출'만으로 돌아가는 회사, 
그리고 정확하게 내가 매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회사에서 일하자라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네 번째 보고서에서!)

 이 회사에서 자신다움을 잃었기에, 돈 없이도 모을 수 있었던, 서비스가 최우선인 팀원을 모으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자신다움이 없으니 그냥 회사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로도 그 당시의 저는 비전, 꿈이라는 말보다 환경에 집착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7. 소고 : 내가 소속된 회사는 옮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잃고 있지는 않은가?

 돌려 이야기해보려 노력했는데, 결국 좀 직설적이 될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투자'라는 이름의 횡령, 사기를 치는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이 회사 그랬다거나, 제가 다녔던 회사들이 실제로 횡령, 사기로 고소를 당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은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소송을 치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느끼기로 그랬다는 겁니다.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엑싯을 이뤄내는 많은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유명 기업 중에서 대표만 엑싯으로 큰돈을 벌고, 직원들은 도태되는 경우가 많았지요.

 투자의 예는 아니지만 머지 포인트를 예로 들고 싶습니다.
최근에야 문제가 되긴 했습니다만, 제가 이 기업에서 기획자로 일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조 자체가 사기라고 여겨지고,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이런 이유로 퇴사한 회사도 있었습니다.

 매출이 0원인 회사, 투자유치에 관심을 가지는 회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내가 정말 세상에 기여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가? 사기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많은 사용자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그 회사가 꼭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님을 알았으면 합니다. 

반대로, 스타트업에 대한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직 한국은 성숙한 스타트업 문화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회사들에서 일하며 자신다움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극단적인 예들로 들었지만, 작고 사소하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회사들은 꽤 흔하니까요.

 이렇게 매출이 0원이면서 투자에 중심을 뒀던 회사를 뒤로하고, 
다음 회사는 '그래도 한 분야에서 국내 최고였던 디자인 회사'입니다. 그럼 네 번째 보고서에서 다시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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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00자
  • 어머낫...나다움을 잃을면 곤란할 것 같아요

    반대로, 스타트업에 대한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직 한국은 성숙한 스타트업 문화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회사들에서 일하며 자신다움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극단적인 예들로 들었지만, 작고 사소하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회사들은 꽤 흔하니까요.

    이부분이 와닿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D
    9년차 직장인_박네넵 님이 2022.12.09 작성
  • 스타트업이라는 회사는 당연히 대기업에서 줄 수 있는 요소들을 바로 내어줄 순 없겠죠.. 하지만 회사의 마인드와 가치관이 점점 더욱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회사에서 받는 대우나 환경이 개선될수록 직원들의 생각도 달라질 수도 있는것 같아요, 어느 순간 회사에서 성장 및 직원들의 환경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가 크지 않았더라도 환경을 문제삼아 퇴사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었거든요.
    사회초짜년생 님이 2022.01.15 작성
  • 댓글이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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