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R매거진 조직문화

일이 즐거운 조직문화를 이끄는 OKR

2019-04-22


 최근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IT기업들을 중심으로 1970년대에 개발되어 80년대부터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에서 사용해오던 오래된 성과관리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OK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던 애자일 조직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에서도 애자일 조직에 적용하기 위해 OKR에 관심을 가지기도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OKR에 관한 문의를 하는 대부분의 조직들이 경영기획이나 조직문화팀이 아닌 인사팀이라는 사실이다. 개별 업무의 사이클이 짧고, 과제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조직이 재편성되어야 하는 스타트업 조직이나 애자일 조직의 업무환경에서 기존의 성과평가 시스템들을 적용하는 데에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사담당자들이 그 대안으로 OKR을 검토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OKR은 단연코 성과평가를 하기 위한 제도나 도구가 아니다. 또한 OKR에 근거해 성과평가를 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OKR은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평가자체의 공정성이나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조차도 거의 불가능해진다.

OKR
에 근거한 성과관리의 부작용
얼마 전 OKR을 자신들의 조직특성에 맞게 일부 커스터마이징해 사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한 중견기업을 들여다 본적이 있다. 그 회사의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초기 시행단계에서는 1년 주기로 성과관리를 하던 것을 3개월 주기로 단축하는 것만으로도 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모든 조직평가와 개인평가를 OKR 달성도 기반으로 전환했고, 특히 최근에는 OKR의 운영에 대한 업무를 경영기획에서 인사팀으로 아예 이관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행초기에 나타났던 긍정적인 조직성과는 사라진지 오래고, 오히려 단위조직의 리더들이 느끼는 압박감만 가중되고 있으며, 구성원들은 새로운 시도나 도전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적인 업무에만 소극적으로 집중하는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일부 구성원들은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과도한 목표 제시로 인해 목표달성에 대한 의지 자체가 아예 생기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일부 팀장들은 비교대상이 되는 팀들이 너무 많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항상 1~2위권에 있는 고성과팀들과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지나치게 정교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조직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보다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범위 안에서 안주하게 되는 구조적 타성에 빠지게 된다. 이 조직은 OKR을 커스터마이징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3개월 단위로 목표관리를 하는 것, 높은 목표를 수립하게 하는 것, 그 목표를 다시 수치화된 정량적 목표치를 통해 관리한 것, 그리고 목표의 실행단계를 주 단위로 관리해 나가는 것 등과 같은 OKR의 형식적인 틀만을 조직에 적용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도전적인 성과를 이루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구성원 전체를 구조적 타성으로 몰아넣는 오류를 일으켰다. 도입 초기에는 어쩌면 느슨해져 있는 조직에 약간의 긴장감을 조장함으로써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을 수도 있지만, 구조적 타성이라는 더 큰 문제로 인해 성과가 정체되기 시작했고, 그것에 대한 대안으로 평가보상과 더 강력한 연계를 시도하면서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OKR
의 원리를 활용해
도전적-목표지향적인 조직문화 조성하기

OKR
은 경쟁적이지 않으면서도 도전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일하는 방식이다. OKR은 일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거나 또는 누가 일을 더 많이 했는지, 누가 더 성과를 많이 창출했는지를 평가하는 것도 아니고, 성과를 더 낸 사람에게 공정하게 보상하는 방식은 더더욱 아니다. OKR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취하는 즐거움을 공유하면서 일하는 일련의 업무방식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OKR을 회사차원에서 실행하고 있지 않더라도 OKR의 기본적인 원리를 활용해 업무와 성과를 관리한다면 도전적이면서도 서로에게 위협적이지 않은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직문화 관점에서 OKR의 몇 가지 원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 OKR형태의 성과관리를 이미 실행하고 있는 조직과 리더라면 보다 효과적으로 OKR를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전통적인 성과관리체계가 운영되는 조직과 리더라면 주어진 조건 하에서 자신의 조직에 조금 더 도전적이고 탁월함을 지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한번쯤 적용해볼만한 원리들이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막대한 보상으로 탁월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탁월함을 지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와의 만남에서 주고받았던 OKR의 원리에 대한 생각들이다.

원리 1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명확히 알려준다.
정상적인 직장인이라면 할 일이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들이 고민이다. 개발팀의 리더를 예로 들면, 개발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당장 해야 하는 개발과제도 있는데, 현업부서에서 요청하는 추가 업무가 너무 많으며, 느닷없이 떨어지는 상사지시나 타부서의 요청사항들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리더들은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팀원들은 그 어떤 일에도 몰입하거나 성취의 경험을 가지기가 어렵다. 하지만 인력확충도, 업무를 줄이는 것도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우리는 업무과중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주어진 모든 업무를 다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절대적인 시간과 에너지의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우선순위라는 개념이다. 명확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업무를 해나가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시간 속에서 사라지거나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조직 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된 나름의 기준에 의해 큰 불편이 없는 수준에서 정해지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조직 내부의 정치적인 영향력이나 조직구조상의 권한의 정도에 의해서 달라지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외부적인 환경변화에 따라서 수시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우선순위가 동일한 상황과 조건 하에서도 조직구성원들이나 리더 개개인의 개별적 판단에 의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선순위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중요도와 시급성을 양축에 놓고 만들어지는 4분면의 그리드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들을 우선순위에 놓고 일하되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것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이 유명한 우선순위 그리드 또한 개인적인 판단의 차이에 따라 중요성과 시급도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일정시점에서 중요하고 시급한 일들이 다른 시간과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효하지는 않다는 한계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만일 우리 회사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동일한 순간에 동일한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하면 팀원과 팀장이, 현업부서와 개발부서의 팀들이, 이번 주에 또는 이번 달에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에 대한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서로의 합의와 업무조정을 위한 조직 내의 소통의 양은 대폭 줄어들지만 구성원과 리더 모두가 훨씬 더 원활하게 소통되고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구성원과 단위조직의 리더들은 누군가의 지시나 압력에 의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나 자신의 업무를 자신의 선택과 판단을 통해 주도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업무처리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의 조직적인 시너지를 통한 성과는 분명히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이다.


OKR
을 우리 조직의 업무방식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조직 전체가 우선순위에 대한 동일한 순간에 동일한 기준을 갖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강력한 하나의 목표Objective 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에 모든 구성원들과 리더들이 우선순위에 대한 동일한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월요일 OKR회의에서 일주일간의 단기적인 우선순위들과 구성원들이 업무를 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다.

원리 2 일의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이드한다.
OKR
은 일상 속에서 일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자극하지만 동시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가이드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스스로를 독립된 주체로 인식하고 자신이 무엇인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적인 욕구가 충족될 수 있을 때 주도성과 창조성이 발휘된다. 그런데 일반적인 조직 환경에서 사람들은 두 가지 반대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하나는 구성원들이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이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를 느낄 수 없는 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설사 운이 좋아서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를 느낄 수 있더라도 그러한 의미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을 때 진정으로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OKR은 일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구성원들에게 동시에 그리고 반복적으로 일깨워준다. 구성원 개인과 조직이 현재 실행하고자 하는 중요한 일을 정의하는 OKR의 목표Objective는 나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를 일상 속에서 늘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정성적인 목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OKR의 목표는 그것이 개인의 OKR이든 조직단위의 OKR이든지 관계없이 실행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이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또한 자신들이 정립한 목표가 어떻게 조직전체의 목적을 실현하는데 기여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득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만 한다. 상위 조직의 목표를 개인과 조직이 자신의 기능적 역할에 기반해 단순 케스케이딩 하는 형태의 목표수립은 일반적인 목표수립 방식에서뿐만 아니라 그것이 OKR를 아무리 잘 실행하더라도 절대로 구성원 개개인의 일상의 일의 가치와 의미로 느껴질 수 없다.


반면에 OKR핵심지표는 목표가 달성됐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척도를 정량적으로 구체화한 세부목표들이지만 동시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주간 우선순위들은 매순간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구성원들간에 논의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해준다.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도 조직 안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구성원 개인이 일에 대한 주도성과 즐거움을 느끼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인지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러한 즐거움은 지속되지 못한다. OKR은 구성원 개개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목표와 그것의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들을 개인과 조직 모두가 일상 속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원리 3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좇지만 일상의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OKR
의 목표는 3개월 안에 불가능 할 것 같은 대단히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안될 것 같기는 하지만 만일 되기만 한다면 우리가 모두가 너무나 신날 것 같은 목표를 말한다. 앞서 소개한 기업의 경우 OKR의 방법론들을 차용하면서도 목표만큼은 '필달목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래야 성취지향적이고 도전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높은 목표를 3개월마다 반드시 달성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이다. 그게 가능했다면 그건 더 이상 도전적인 목표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 하면 그러한 환경에서 구성원 누구도 높은 목표를 세우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구성원들은 목표 같지도 않은 목표를 마치 도전적인 목표인 것처럼 포장하는 기술들을 학습해 나가게 될 것이다.


OKR
은 대단해 보이는 어떤 목표를 한번 수립하고, 부단히 헌신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렵지만 달성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 대단한 목표를 월요일 미팅을 통해 매주 재확인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그 순간에 함께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들을 찾아내고, 목표에 대한 실현의지를 새롭게 다지게 도와준다. 우리가 원하는 대단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의 행동과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긴장감을 유지해 준다. 또한 금요일 미팅을 통해 비록 목표를 성취한 것은 아니지만 그 주에 우리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작은 성취들을 축하하고 확인하는 활동을 통해 일이 한 발짝 나아가는 전진의 즐거움,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 성취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사실 이러한 활동들은 OKR을 하지 않는 조직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는 것들이다. 핵심은 OKR라는 방법론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 조직에 일의 즐거움을 불러 넣을 것인가일 것이다.


OKR
은 방법론적으로 지극히 단순하다. OKR은 태생부터 기존의 방법론들을 단순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OKR은 사람들에게 스스로 도전해보고 싶은 대단한 목표를 그들의 일 속에 제공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회사의 대단하고 의미 있는 조직의 목적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유준희 조직문화 공작소, AIPU 대표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3월호의 내용입니다.

HR Insight의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아래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www.hr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