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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애자일 조직의 리더, "다 안다" 아닌 "같이 찾자"의 자세로

2019-04-08



애자일 조직으로의 변화는 기존 리더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더 이상 관리자로서의 역할도 권한도 없다고 하니 당황스럽다. 더군다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행했던 안정적인 의사결정 과정들이 불필요하다고 하고, 심지어 그 리스크를 탑재해야 한다고 말하니 어지럽기만 하다. 애자일 조직에서 경영상의 리더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장은지 대표는 '나도 모른다, 같이 찾자'는 파트너식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최근 애자일의 광풍이 거세다. 최근의 변화는 이전 10년 전후의 애자일 도입 추세와는 완전히 다르다. 최근의 애자일은 우리가 엔터프라이즈 애자일Enterprise Agile 또는' Agile at bigger scale'이라고도 부른다. 즉, S/W 개발조직의 운영방법론으로 한정되어 있던 애자일이 기업 전사적으로 확대되며 전체 조직구조와 일하는 방식에 애자일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애자일의 변화에 대해 한시적으로 유행에 그칠 수 있는 방법론에 기업들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업의 조직문화를 들여다보고 동시에 애자일의 진화를 공부해온 필자의 시각에서는 이러한 변화는 '애자일'의 이름을 띄고 있으나 시대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나타내는 영속적인 변화라고 보인다. 즉, 이전과 다른 시장, 이전과 다른 속도, 이전과 다른 비연속적 변화들이 나타나는 VUCA시대의 복잡계 경영환경을 배경으로 지금 세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며 성장한 세대가 조직 내에 점점 증가함에 따라 기존 조직의 운영방정식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를 포착하고 발빠르게 움직인 적지 않은 기업들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애자일에 대한 성공사례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애자일을 도입했으나 그 실행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물론 과정상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하나같이 경영진의 인식과 리더십의 문제를 꼽는다. 왜 그럴까?

 

애자일 조직의 변화의 핵심

애자일은 간단히 이야기하면 민첩하게 움직이기 어려운 큰 조직을 고객과 시장의 니즈에 대응하는데 적합한 작은 조직으로 분절화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은 조직이 성과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End to End의 권한을 갖게 하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 또한 부여함으로써 조직의 기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변화를 의미한다. 이 변화에서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간관리자의 소멸 및 계층의 소멸이다. 애자일에서는 핵심리더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성원이 직급 없이 동일하게 단위 조직에 소속되어 일한다. 이는 기존의 관리 위주의 위계조직에서 역할-직무 위주의 기능조직으로 변모하는 것에 따른 것이다. 즉, 애자일 조직에서는 전통적인 위계적 조직에서 핵심 역량 중의 하나였던 '관리 역량'이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다. 
 

둘째, 권한의 위임이다. 전통적인 위계적 조직에서는 상위 리더들이 대부분의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애자일 조직에서는 스쿼드Squad 또는 스크럼Scrum이라고 부르는 단위조직들이 성과창출에 필요한 실행 상의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업무에 있어서의 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인사상의 평가권도 분권화된다. 평가의 주체는 단 하나의 평가자로부터 동료들의 반복적인 다면평가와 직무 숙련도에 의한 객관적 기준에 따라 절대평가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위계적 조직에서 관리자-보스Boss로서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던 여러 장치가 리더들에게 더 이상 절대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마지막 세 번째 변화의 핵심은 바로, 리스크에 대한 태도다. 과거 위계적인 조직은 태생적으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단계를 거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세스에 의한 의사결정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는 있으나, 필요한 변화 또한 어렵게 만드는 관료주의 상태로 조직을 몰아넣었다. 애자일에서 리스크는 단위조직이 가지고 가야 할 성장의 기회와 동일한 개념이다. 완벽한 결과를 단기간 내에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작은 리스크들을 과정을 통해 수없이 감내하고 그로부터 혁신의 기회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애자일 조직 변화 과정에서의 혼란

상기 3가지의 변화 때문에 많은 리더들이 애자일 조직의 변화 과정에서 혼란을 겪는다. 이때 리더가 겪는 혼란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애자일에서 대부분의 리더들은 관리자로서의 포지션을 잃는다. 실제로 실행하는 업무들을 맡게 될 수도 있고, 관리의 범위 자체가 대폭 줄어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더들은 의기소침해진다. 그런데 십 수 년을 이어온 관리자로서의 사고 및 행동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미 팀장이 아닌데, 팀장처럼 다른 사람의 업무를 관리하거나 정기적으로 업무를 보고받고자 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애자일에서 이러한 관리행동은 고객가치 창출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이 '관리하고자 하는 관성'을 버리는 것을 너무나 힘들어한다.
 

둘째, 애자일에서 리더들은 완전한 권한의 위임을 어려워한다. 어디까지 단위조직에 권한을 위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애자일 조직을 시작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권한 위임이 명확히 주어진 조직에서도 여전히 애자일 조직이 아닌 지원Backbone, Non-agile 조직의 리더들이나 최고 경영진들과 함께 일하는 데 있어서 실제로 권한이 이전되지 않는 상태에 머무르는 것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애자일에 대한 개념 자체를 이해하고 있거나 이를 완전히 수용하지 못한 리더들이 애자일 조직을 '본인의 성과'로 삼으려고 하는 경우, 애자일 조직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셋째, 애자일에서 리더들은 리스크에 대한 태도를 변경하기 어려워한다. 최고경영자 및 전사 임원들이 참여한 자리에서 강연을 하다보면, 강의 말미에 이러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기업이 리스크를 지면 잘못하면 망하는데, 왜 리스크를 지라고 말하느냐?"는 것이다. 과거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통계적으로 들여다보면 10년이면 40%에 가까운 기업이 지수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기업들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지만, 통계적으로 절반은 시장에서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통계를 뚫고 최근 파괴적 혁신을 이루면서 성장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그 리스크를 과감하게 선택한 기업들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온 기존 은행 및 금융업이 좋은 예다. 그들의 관료주의에 대응해 고객의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이들의 기존 시장 지위를 무섭게 침탈하며 성장하는 카카오뱅크나 토스 같은 핀테크 기업을 보라. 미래의 경영환경에서는 진정한 리스크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리스크를 취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가 된다.

 

애자일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

그렇다면, 이러한 애자일 경영상에서의 리더는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먼저, 애자일 팀의 플레잉 코치가 되어야 한다. 리더는 지시자Director가 아닌 조율자Coordinator로서 고객과 시장의 근거리에서 실무를 담당하면서도, 큰 그림 속에서 인재들이 자율과 신뢰에 바탕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사내 창업가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맡은 업무나 비즈니스의 성과를 넘어서서 전사 및 에코시스템 내에서의 가치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협업을 구성하고 실행으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내 창업가를 넘어서 생태계의 조율자가 되어야 한다. 역량 있는 인재들을 외부, 내부 가리지 않고 파악해 적절한 시점과 기회에 적극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리더십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 대비 리더가 인재를 파악하고 확보하는 역량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진다.
 

이러한 역할로의 변화는 과거의 경영 시스템에서 성장한 리더들에게 너무나 어려운 변화일 수 있다. 결국, 성과, 과정, 경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애자일 변화에 요구되는 리더의 관점 변화에 대해 맥킨지는 "Leading agile transformation: the new capabilities leaders need to build 21st-century organization"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거의 리더십이 주어진 경쟁과 상황에 순응하는 반응적Reactive 사고에 기인했다면 앞으로 애자일 조직에서의 리더십은 자기 주도적이며Self-authoring창조적인Creative 사고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자일 조직에서 리더십 변화 방향

이를 필자의 이해에서 한국적으로 전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애자일 조직의 리더는 "다 안다, 다 해봤다"의 자기 확신을 버려야 한다. 복잡계 경영환경에서 과거의 경험은 어떠한 정답도 담보해주지 않음을 수용해야 한다. 애자일은 과정을 탐구하는 마인드셋을 필요로 함을 이해하고, 과정상의 불안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애자일 조직의 리더는 "나를 따르라"의 권위적 리더십을 버려야 한다. "나도 모른다, 같이 찾자"의 파트너십, 그리고 성장의 마인드셋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애자일 조직의 리더는 시장과 경쟁이 고정되고 가시적이었던 시절의 "위기경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기존 시장 내에서의 비용 우위의 경쟁은 의미가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생태계의 경계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내가 포착하지 못한 고객의 미충족Unmet needs이 존재하며,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시장 내 인재와 리소스가 얼마나 풍부한지, 이를 통해 lose-lose 게임이 아닌 win-win 게임을 만드는 접근을 해야 한다. 선도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사회적 가치(CSR)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관점 변화 때문이다. 경쟁자 간의 소모적인 출혈경쟁 대신 고객과 파트너를 생태계로 끌어들여 더 큰 파이[Pie]를 만들어 내고 성장할 수 있다는 관점 변화인 것이다. 이러한 리더의 마인드셋 변화 없이는 혁신, 성장, 협업을 통한 진정한 고객가치 창출이라는 애자일 조직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3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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