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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인사평가

전통적 성과관리에 작별을 고하다

2021-05-18

 

 

전통적 성과관리의 종말, 기민한 성과관리의 시작
그렇다면 MBO 기반의 연 1회 상대평가를 골자로 하는 전통적 성과관리에는 무슨 문제가 있을까?

CEB에 따르면 관리자는 연간 평가와 관련된 활동에 평균 200시간 이상을 소비하는 반면, HR 리더 90 % '연간 평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추가로 WSJ에 따르면, 직원은 본인의 평가 등급을 들었을 때 '투쟁 또는 도피' 모드로 전환된다고 한다. 실제 어도비는 연말 평가 후 직원의 상당수가 심각한 몰입 저하 및 퇴사에 이르렀고 이것이 기존 연 단위 상대평가 방식을 버리게 된 중요한 이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굳이 복잡한 연구 결과를 들지 않더라도 일선 현장에서 많이 듣는 하소연은 "평가가 종료되고 나면 조직 내 후폭풍이 한 달은 간다"는 얘기다. 공감할 수 없는 평가 결과를 놓고 상사는 "잘 주려고 했는데…" 부하는 "내가 왜 저 사람보다 낮은 평가를…"이라며 분노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그나마 논의라도 된다면 다행이지만 상당수 기업에서 평가 결과는 시스템에서 조회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나 피드백이 없다. 분노한 직원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기에 바쁘고, 평가자는 떠나버린 직원 마음을 돌려놓기에 바쁘다.

이처럼 전통적 연 단위 평가란 회사에서 하라고 하니 하는 행위일 뿐 어떠한 가치도 의미도 찾기 힘들다. 오직 제한된 보상과 승진을 결정하기 위한 행위로 전락한지 오래고, 마땅한 대안이 없어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전통적 성과관리가 성과를 향상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내부 경쟁을 초래하고 직원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인식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급격한 환경변화와 애자일 조직 및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이 유연하고 수평적인 특징을 갖는 기민한 성과관리로의 전환을 한층 가속화했다.





기민한 성과관리의 5가지 특징
HCG 분석에 의하면 기민한 성과관리는 기존 방식과 차별화되는 5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각각의 특징은 전통적 평가제도가 갖는 한계와 정확히 1:1로 대응한다. 예를 들어 무등급 평가는 연말 평가 후 심리적 후폭풍을 막고 발전적 피드백 강화에 도움을 준다. 수시로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은 환경의 가변성에 대응 및 목표 수정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집단 지성의 활용은 평가자 자의성 해소 및 신뢰도를 높이는데, 인정 중시는 부정적 피드백을 통한 사기 저하 및 갈등을 해소하고 긍정적이고 협력적인 문화 조성에 도움을 준다.

실제 국내 기업에서도 기민한 성과관리가 확산되고는 있으나, 5가지 특징을 모두 보유한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컨설팅을 해 보면 대체로 연중 수시 리뷰와 피드백의 필요성 및 집단지성 활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편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 한국타이어 등은 상사의 상시 성과관리(수시 리뷰)에 기반한 평가제도를 운영 중에 있으며 네이버, SKT 등은 동료 다면리뷰 방식의 성과관리 제도를 운영 중이다

반면 우리 기업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민한 성과관리의 특징은 연초 목표를 설정하지 않거나, 연말 등급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상시 리뷰와 피드백은 목표 수립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 레벨까지 조직과 연계된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보다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절대평가 또는 무등급 평가이다. 절대평가를 하면 무조건 관대화/상향화가 발생하지 않을지, 등급 없이 어떻게 보상과 승진을 운영할 수 있는지……. 일부에게는 도저히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은 다양한 측면에서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데, 2016년부터 절대평가를 도입한 A사에 따르면 "일반적 우려와 달리 분기별 리뷰를 통해 객관적 근거가 누적되어 과도한 상향 평가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충분한 근거와 면담을 통해 평가의 공정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2017년부터 무등급 평가를 도입한 B사 역시도 "등급 없이도 상시 또는 다면 리뷰에 기반해 자유롭게 보상/승진을 결정함에 따라 관리자의 만족도 및 책임 의식이 향상되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절대/무등급 평가도 더 이상 글로벌 기업에서나 가능한 꿈 같은 얘기만은 아니다.


왜 원격근무엔 기민한 성과관리인가?
원격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기존처럼 근태 및 과정에 기반한 성과관리가 어려워졌고, 기업은 생산성 유지 및 객관적인 결과 위주 성과관리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결과로 말해야 하지만 소기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직원이 '간섭과 불신으로 느끼지 않을 정도의 과정관리' '적정 수준의 개입과 조언을 통한 육성'이 강화되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인 셈인데, 이 지점에서 기민한 성과관리의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기민한 성과관리는 일상업무와 성과목표를 일치시킨다. 실제 업무와 괴리된, 평가를 위한 목표보다는 수시로(격주~분기) 목표와 기대수준을 상사와 합의하고 실행한다. 기민한 성과관리는 시의 적절한 피드백을 강화한다. 연말 피드백은 한 박자 늦다. 직원에게 필요한 것은 감독관도, 구경꾼도 아닌 수시로 필요한 조언을 해줄 플레잉 코치다. 사실 기민한 성과관리가 원격근무에 최적이라는 점은 Anytime & Anywhere를 지향하는 글로벌 IT기업에서 기민한 성과관리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는 사실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다.

기민한 성과관리 업체인 BetterWorks에 따르면 기민한 성과관리로 전환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1년 내내 31%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기민한 성과관리는 성과평가를 연례 행사[Too Long]나 원격근무에 대한 잦은 감독[Too Short]이 아닌 자연스럽고 반복적인 일상의 코칭 및 과정관리의 일부로 만드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결국 성공적 원격근무에는 4가지가 필요하다
①원격근무에 대한 회사의 명확한 방침 
② 소통과 협업을 촉진하는 디지털 인프라
 ③기민하게 업무와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 및 도구 
④기대 성과를 명확화하고 효율적으로 코칭할 수 있는 관리자 리더십이다.


과연 우리 직원은 기민한 성과관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럴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기업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일까? 만약 전통적 성과관리를 고수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뉴노멀이 될 기민한 성과관리를 준비하고 대응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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