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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HR연구소]

2021-05-06

“우리 부대엔 전투를 60차례나 치른 노새가 두 마리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노새다.”

흔히 ‘프리드리히 대왕’이라 불리는, 프로이센 왕국 3대 국왕 프리드리히 2세가 남긴 말입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실전 경험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명언이죠.

그의 말을 뒤집으면, ‘암만 현장에서 구른 경력이 많아도 노새에겐 지휘를 맡길 수 없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부연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지극히 당연한 말이긴 합니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 인사참모부라도 전도유망한 장교를 제쳐두고 참전 경험이 많은 노새를 지휘관으로 임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World Animal Foundation

웬만해선 노새와 사람만큼은 아니겠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어쨌든 역량 차이는 존재합니다. 신입 때부터 연차를 뛰어넘을 정도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이는 사원이 있는 반면, 전산 오류 전형이 의심될 정도로 어느 하나 써먹을 구석이 없는 직원 또한 분명 보이긴 합니다.

경험 많은 노새에게 지휘봉을 주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라 보면서도, 호흡 횟수 이외엔 내세울 데가 없는 이를 입사 순서에 근거해 무작정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것은 당연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회사가 동아리나 소꿉놀이 집단이 아닌 이상 그런 관용을 발휘하긴 어렵겠죠. 실제로 다수 기업은 재직 연차와 무관하게 잠재력이 높고 성과가 탁월한, ‘핵심 인재’를 내부적으로 분류해 두고 있으며 보상 체계도 차등적으로 운영한다 합니다.

지난해 9월 사람인이 기업 340개사를 대상으로 ‘핵심 인재 관리 현황’을 물은 결과 43.8%가 ‘별도로 관리하는 핵심 인재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조사 결과(30.8%)에 비해 13%p 증가한 수치입니다.

최우선 선정 조건으로는 45.6%가 ‘문제해결 능력’을 꼽았습니다. ‘책임감’(17.1%), ‘긍정적인 태도’(13.5%), ‘목표지향성과 집념’(7.4%), ‘의사소통 능력’(6.5%), ‘성실성’(3.2%), ‘리더십’(3.2%) 순으로 뒤를 이었는데요. ‘경력’이나 ‘경험’을 핵심 인재의 요건으로 꼽은 이는 드물었습니다. ‘문제해결 능력은 곧 짬밥에서 온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은 직장인 분들께서 더욱 잘 아실 것입니다.

핵심 인재 관리 방법으로는 ‘성과 기반 인센티브’(47%, 복수 응답), ‘넓은 업무 권한 부여’(30.2%), ‘높은 연봉’(24.2%), ‘고속 승진’(20.1%), ‘인사고과 가산점’(16.8%), ‘추가 복리후생’(13.4%), ‘별도 교육, 연수’(9.4%) 등이 언급됐습니다. 연공서열을 깨면서까지도 노새가 장교를 지휘하는 상황은 피하는 기업도 실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GE나 BAT 등 일부 기업은 유망한 인재에게 여타 사원과 다른 커리어를 밟게 해 단기간에 관리자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합니다.

다만 평가를 통해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노새와 사람처럼 겉모습만 봐서 구분 가능한 문제도 아니고요. 게임처럼 휘하 인재 능력치가 객관적인 숫자로 드러나는 법도 없죠. 지난 2018년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480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사평가제도와 현황’ 조사에서도 71%는 전반적인 인사제도(평가, 교육, 인재육성 등) 시스템이 부족해 인사평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응답했습니다.

게임처럼 부하 능력치가 객관적인 숫자로 명확히 보이면 인사관리와 평가가 훨씬 편해지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현실에서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긴 어렵겠죠./디지털터치 홈페이지 ‘삼국지 14 파워업키트’ 소개

‘공평하고 합리적인 평가 시스템 부재’(49.6%) 때문에 힘들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경영진의 인사평가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12.9%), ‘평가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 부족’(12.7%), ‘인사 전문가 부족’(11.5%), ‘비용 및 시간이 많이 소요’(6.5%) 등이 언급됐습니다.

사람인 HR연구소는 “아무래도 제한된 인력과 시간 여건 내에서 다양한 데이터와 자료를 인사평가에 정확히 반영하기가 어려운 데다 사람의 판단엔 어떤 식으로건 주관이 개입하기 쉽다”며 “그런 면에선 장차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이 인사평가를 전면적으로 수행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보조 역할 정도는 맡을 가능성이 클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인 HR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