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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채용동향

직급체계 변화에 따른 임금체계 개선 시 고려사항

2019-03-25


 

우리나라의 최근 몇 년간 평균 경제성장율은 2% 중후반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미 세계경제성장율 이하를 밑돌고 있다. 물론 선진국 평균 보다는 다소 높은 편이긴 하나 IMF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6%로 하향 조정한 바 있으며, 국내 대부분의 연구기관 및 정부, 한국은행 등의 전망에서 역시 희망적인 메시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새해에도 기업 운영의 어려움이 존재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2000년 이후 이와 같은 경제의 저성장 기조는 한국 기업들이 성장기에 유지해 왔던 연공기반의 다단계 직급체계의 문제점을 HR 영역 전반에서 드러내고 있다.

 

즉 사람중심의 인력 운영체계를 기초로 연공에 기반한 제도를 장기간 운영해 온 결과 조직문화의 경직화, 승진 적체, 직무가치나 역량과 무관한 직급부여, 인력의 고직급화에 따른 인건비 효율성 저하, 과도한 고정성 임금비율, 성과나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평가제도 등 다양한 문제(그림1)를 야기해 왔고, 결과적으로 기업이 미래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로 부각되고 있다.

 

물론 2000년대 초반부터 선진 기업들은 이미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HR 전략 자체의 수정을 통해 미래 환경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을 비롯해 전통적 산업군에 있는 상당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아직도 충분한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직급체계 개선의 방향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람중심'의 HR을 '일 중심'으로 전환해 보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인력운영 시스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직무중심의 인사제도에 대한 관심의 확대는 이러한 인사관리 방향성 변화의 한 부분으로 이해된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이 인적 속성에 기반을 두고 기업의 제도나 조직문화가 발전해 온 경우에는 서구와 같이 직무 속성 중심의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일의 특성과 인적 속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역량 또는 역할 기반의 인사운영체계의 구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인력구조의 문제로부터 비롯된 여러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많은 기업들이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호칭 및 승진체계를 개선해 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직급체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간단히 요약하면 <그림 3>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직급체계를 축소한다는 것은 단순히 직급의 단계를 줄이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직급단계의 축소에 따라 그에 연동되는 여러 제도들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동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급과 연동되는 호칭(직위)체계, 보상체계, 직급별 최소체류연한, 승진기준 등이 모두 새로운 직급체계와 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동시에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개별 근로자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보상체계는 직급체계 개편에 따라 면밀하게 개선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

 

 


직급체계 개선에 따른 보상제도의 변화

일반적으로 직급체계를 단순화 하는 경우 직급의 단계에 따라 새로운 역할을 정의하고, 호칭 및 역할을 구분해 조직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한다. 이 때 변화된 직급체계에 따라 보상체계 역시 개선해야 하는데, 임금형태에 따라 유의해야 할 사항이 달라진다. 연봉제의 경우 기본적인 유연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으므로 개선에 큰 어려움은 없으나 호봉제의 경우에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직급체계 개선에 따른 연봉제 임금형태의 변화

연봉제의 경우 직급체계가 단순화 되면 기존의 직급별 급여밴드를 새로운 급여밴드로 전환해야 한다. 이 때 통합된 직급의 상하한선이 통합 대상이 됐던 직급의 상하한 수준을 모두 포함하면 되므로 이 경우에는 특별히 어려움은 없다. 또한 급여밴드의 오버랩Overlap 비율이 높아 중첩구간이 충분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통합 이후에도 전년도 지급되던 기본연봉 수준을 중심으로 임금인상의 기준을 잡으면 된다.

 

그러나 연봉제로 운영하면서도 직급 초임의 의미가 뚜렷하고, 오버랩 구간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개인별로 유불리가 나타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직급의 변화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가 없도록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기존 직급자들 중 급여밴드 상단에 존재하면서 성과가 뛰어난 근로자의 경우 통합 시점에서 승진여부에 대한 심사를 통해 승진을 시킴으로써 동기부여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근속 등의 이유로 성과나 역량에 관계없이 급여밴드 상단에 존재했던 근로자들이 직급 통합으로 불이익을 얻을 경우 통합 밴드 상단에 임시 밴드 구간을 설정해 밴드의 상한수준 자체를 높이기보다는 그들이 승진을 통해 해당 직급 밴드를 벗어날 때까지 임시 밴드를 운영한 후 새로 설계된 밴드의 확장범위Range Spread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급체계 개선에 따른 호봉제 임금형태의 변화

기존에 호봉제 임금형태를 유지하던 기업의 경우 직급체계를 통합하게 되면 호봉테이블 전체의 개선이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직급별로 호봉테이블을 운영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외형은 연봉제라고 해도 대형 노동조합의 존재로 연공성을 탈피할 수 없었거나 공공부문의 경우에 실질적으로는 호봉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경우에는 사실상 호봉제의 임금형태 개선과 동일한 수준에서 개선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우선 직급체계 개선 시점에서 변경 전 직급 및 호봉과 변경 후 직급 및 호봉의 매칭이 개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이 경우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유불리의 크기가 다를 수 있는데, 호봉의 수가 적게 나누어져 있고, 각 호봉 간 금액차가 클수록 유불리의 격차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직급체계 변경 후 적용될 새로운 직급을 부여할 때 신설된 호봉테이블 상의 임금을 먼저 정한 후 기존 호봉 임금수준에 가장 근사치의 상단 호봉값에 부합되도록 직급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단일호봉제의 경우에는 직급별 호봉제에 비해 그 적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다만 단일호봉제의 경우에도 호봉 구간별로 상승률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직급의 변화가 존재하는 구간에 임박해 있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변경 후 어떤 직급을 적용받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새로운 직급 부여의 원칙을 명확히 해 직급 변경 대상인 근로자 전체에 대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직급체계 및 보상체계 개선 시 기타 고려사항

직급체계 및 보상체계의 개선을 동시에 시도하는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이 연계된 인사제도 전반의 변화를 함께 도출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인사제도 자체의 속성 상 특정 영역의 개별제도 개선만으로 인사전략의 효과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근로자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으나 어떤 측면에서는 유리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불리한 변화들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제도 개선의 목적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근로자들의 공감대를 사전에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개선 후에는 반드시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의 개정 작업을 거치되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또한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해당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

 

더불어 저성장기에 들어선 시장 환경에서 기업의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폭넓은 인사제도 개선을 시도할 때에는 구성원들의 사전적 공감대 형성을 기초로 새롭게 설계된 제도들을 어떻게 근로자나 노동조합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설계된 제도들에 대해 어떻게 노동조합과 합의를 도출해 낼 것인가에 대한 협상전략 또한 면밀하게 수립해야 한다. 기업의 유지 및 생존을 위해 어렵게 마련한 제도들이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환경적 변화를 준비하는 것 역시 유용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전명환 (주)이언그룹 HR컨설팅 본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