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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요즘 친구들’과 평화롭게 일하는 방법

2019-05-08


 

 

"요즘 것들은 자기밖에 몰라서 문제야."

과거나 지금이나 기성세대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2030 밀레니얼 세대 구성원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시선은 이기적이다, 버릇없다, 참을성이 없다 등 차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제 사회의 주류가 된 밀레니얼, 그 중에서도 기업 내에서 '요즘 것들'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90년대생들과의 협업 없이는 일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요즘 것들과 평화롭게 일하는 방법을 반드시 숙지해야만 하는 그날이 온 것이다. 90년생이 온다》의 저자인 임홍택 작가를 만나 90년대생들의 생각과 90년대생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Q.  90년대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저는 몇 년 전에 HRD 부서에서 근무했을 때,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맡아 진행 했습니다. 90년대생들이 막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던 시기였는데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이들 세대의 생각을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80년대 초에 태어난 저 역시 밀레니얼 세대이기에 별 다를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회사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대학생들과 이야기 하면서 그 차이를 절감했죠. 그들이 쓰는 '졸귀' '덕밍아웃'과 같은 은어도 알아들을 수 없었고, 일부 90년대생 신입사원들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의 반발심도 저와 같은 80년대생들의 반응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때부터 90년대생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Q.  90
년대생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까?


한 세대를 일반화된 단어로 묶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90년대생의 경우 다른 세대에 비해 더욱 다변화된 세대라 한 단어로 갈음하기 어렵지만, 굳이 꼽는다면 간단, 재미, 정직이라는 키워드를 들 수 있습니다. 유튜브를 예로 들자면 영상 하나만으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함'을 지닌, 광고가 아닌 '정직한', 병맛 콘텐츠 같이 날것의 느낌이 나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선호합니다.
HR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존 세대들이 담아두기만 했던 마음의 소리를 면전에서 이야기 하게 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기성세대들도 야근하기 싫고, 워라밸을 지키고 싶고, 막말 듣기 싫었을 겁니다. 다만, 기성세대들은 참을 수 있는 환경이자 참아야 하는 환경에 있었고 실제로 참는 게 더 이득이 됐기 때문에 참았던 거죠. 하지만 90년생들은 자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오늘의 행복에 중점을 둡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상사, 조직문화가 자신의 행복에 반하면, 직장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보다 잃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해 이직이나 퇴사를 택하는 거죠.



Q.  
일반적으로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일컫는데, 저서에서는 이를 세분화 해 80년대생과 90년대생을 구분 지으셨습니다. 이들 세대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을 기준으로 구분지어진 개념인데, 여기에는 911테러에 대한 마지막 기억을 가진 세대, 인구수가 많아 소비자로서의 가치가 높은 세대 등의 기준이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911테러를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할 필요가 없고, 밀레니얼 세대 인구도 많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을 따르는 것보다 중국처럼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하는 편이 더 적합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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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대생의 대표적인 특징은 참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90년대생은 어릴 때부터 TV 프로그램을 보려고 특정 시간에 TV 앞에 앉아 있을 필요도,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볼 필요도, 어떤 정보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볼 필요도 없었던 세대입니다. 실시간으로 지난 TV프로그램을 다시보기 할 수 있었고, 네비게이션이 있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바로 정보를 찾을 수 있던 세대니까요. 참을 필요가 없는 세대였기에 즉각적인 만족을 원합니다. 기업에서 90년대생을 만난 기성세대들은 그들의 이러한 특징을 보고 인내심이 없고 통제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죠.



Q.  90
년대생들은 기업이 가진 조직문화의 어떤 점에 가장 많이 실망합니까?


기업은 지원자의 강점을 가늠해 채용하고, HRD에서도 강점을 살리라고 말하지만 막상 현업에서는 그렇지 않죠. 부족한 부분을 평균에 맞추라고 이야기할 뿐 강점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90년대생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버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강점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끼는 것이거든요.
권한위임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권한을 위임하기 보다는 배워야 할 어린아이로 보는 경우가 많죠. 어리고 부족한 신입사원에게 어떻게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기냐고 걱정하고, 작성한 보고서는 자간과 글씨체를 수정해 빨간 줄을 긋죠. 신경써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적정 수준이 아니라 창의성과 강점을 발휘할 모든 기회를 막아버리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또 하나, 회사에 포진한 '독수리'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회사에는 독수리처럼 쪼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특히 90년대 초에 태어나 관리자가 된 직원들의 경우, 윗세대 독수리가 '신입사원 들어오면 잘 갈굴 수 있겠어?'라고 물을 때 충격을 받습니다. '갈군다'는 폭력적인 단어가 나오는지, 잘 할 수 있도록 코칭하면 안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상명하복의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일이 맞다고 생각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하라고 하니까 해야 한다고 관성처럼 일하는 모습에서 실망감을 느낍니다.



Q.  
기성세대 관리자가 90년대생 직원들과 함께 '' 일하려면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써야 합니까?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마 과장》이라는 일본 만화의 주인공인 시마 과장은 지금의 90년대생들과 비슷한 특징을 보입니다. 승진도 필요 없고, 자기 마음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조직 내 어떤 파벌에도 속하지 않죠. 그런데 이런 시마 과장도 따르는 이가 있습니다. 나카지마라는 상사인데, 이 사람은 사람을 쪼지 않고, 상사가 잘못된 이야기를 할 경우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그러면서도 지시받은 일은 바로바로 합니다.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인 거죠. 90년대생들도 이런 사람을 원합니다. 회사에 충성하지 않지만, 좋은 사람, 따르고 싶은 상사에 대한 믿음이 있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부분은 명확하게 피드백 해 주라는 겁니다. 어떤 직무에서 얼마만큼 일해야 실력이 쌓일지 궁금한데 단순히 버텨보라고, 후배가 들어올 때쯤이면 알게 될 거라는 명확하지 못한 발언들이 90년대생들을 지치게 합니다. 얼마만큼 버텨야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말해줘야 합니다. 90년대생이 보고서를 제출하고 피드백을 원하는데, 실망이 쌓여 화를 내는 것도 지친 기성세대 상사는 한숨을 푹 쉬며 "고민해 봐."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때 90년대생들은 "왜 명확히 말해주지 않고 되돌려 보내지? 상사도 모르는 것 아냐?"라고 오해하는 거죠. 이들에게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명확히 피드백 해 주십시오. 참고자료나 서적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90
년대생들과 잘 일하기 위해 기업에서 제도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52시간제 도입과 함께 PC오프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전에는 출근시간이 9시인데 30분 먼저 PC를 켜면 시간계측이 안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90년대생 신입사원들은 자신이 왜 30분 더 공짜로 일하냐는 생각을 합니다. 스마트 기기의 사용으로 세상을 세밀하게 보는 90년대생의 기준을 반영할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어떤 기업에서는 PC를 일찍 켜면 그 시간만큼 업무시간으로 계측을 해주는 식으로 시스템을 변경했습니다. 휴가제도의 경우도 이전에는 휴가를 신청하고, 상사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시스템으로만 신청하면 되도록 바꿔나가고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하려는 노력입니다. 기성세대들과 90년대생들의 해석이 다를 수 있으니 서로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실질적인 '인턴 제도'를 운영하라는 것입니다. 스펙에 그치는 인턴 말고 진짜 일 해보고 기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인턴 단계에서 서로간 매칭이 좋은지 나쁜지를 빨리 파악해야 구직자와 기업 모두 시간 낭비, 비용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죠.



Q.  90
년대생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일에 대한 가치와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충족시키고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


우리나라의 경우 검색엔진에 '동기'를 치면 뒷단에 '부여'라는 단어가 이어지는데, 저는 동기는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동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동기를 부여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동기를 꺾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튀는 사람을 억누르는 문화를 갖고 있죠. 하지만 이제는 이런 직원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이들의 튀는 부분을 어떻게 강점으로 이어줄 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실패할 기회를 주고 스스로 행한 일에 대해 책임질 기회도 줘야 합니다.



Q.  90
년대생들과 협업하는 기성세대 직장인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너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다만 90년대생들이 인내심이 없다고 욕하기 보다는 왜 저렇게 행동할까 생각했으면 합니다. 또 일부 구성원의 문제를 모든 90년대생의 문제라고 속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심각한 문제가 있는 90년대생 직원은 그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 있으므로, 이걸 두고 세대의 문제, 요즘 것들의 문제라고 일반화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Q.  
반대로 다른 세대와 어울려 직장 생활을 해 나가야 하는 90년대생들은 어떤 점에 유념해야 할까요?
요즘 성공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운이 좋은 소수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고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어요. 오히려 역으로 싫어하는 일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정말 싫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일을 피해나가다 보면 나름대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현아 기자 halee@hrinsight.co.kr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4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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