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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어플을 헤매는 독립 꿈나무들을 위한 안내서

부동산 어플을 헤매는 독립 꿈나무들을 위한 안내서

 

  

이 글을 클릭한 사람이라면, 요즘 ‘독립’이라는 단어에 부쩍 꽂혀있는 사람일 것이다. 통근버스 안에서 압축 비닐 속 이불처럼 짜부라진 채 한 시간을 버텨야 하는 것에 이골이 났거나, 부모님의 독재에 항거하다 “그럴 거면 나가 살아!” 공격을 받았거나. 혹은 자연스럽게 독립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우리가 독립의 문 앞에 서 있으며, 이 문을 열고 나가면 실전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 먼저 몸빵(!)해본 사람의 경험담이 기회비용을 줄이는 꿀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독립 꿈나무들이여,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 딱 세 가지만 기억하시라.

 

 

우리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지역 따라 다르지만, 서울의 경우 업무지구와 가까운 곳들은 월세 5~60만 원이 기본이다. 여기에 관리비, 공과금까지 더하면? 월급이 빠져나가는 수준이 아니라 솜사탕처럼 녹아버린다.

 

그러니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월세’ 말고도 ‘전세’라는 선택지가 있다는걸.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독립 꿈나무들이 손사래 친다. ‘전세’는 엄청 비싸고 과정이 복잡할 것 같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출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한다. 그만큼 큰돈을 빚져 본 적이 없으니 무서운 마음 이해한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하지만 나라에서 실시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돈을 아끼면서도 괜찮은 집에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중소기업취업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 대상자라면 무조건 알아보길 권한다. 심사에서 통과하면 전세 보증금의 최대 100%, 1억까지 대출이 나온다. 수중에 목돈이 없어도 1억짜리 집에 전세로 살 수 있는 거다. 이렇게 1억을 대출받아도 금리가 1.2%밖에 안 되니 한 달 이자는 약 10만 원. 월세를 내는 것에 비해 획기적으로 고정비를 아낄 수 있다.

 

 

집의 민낯을 봐야 한다

  

셀프 인테리어 비포 애프터를 질리게 봐온 독립 꿈나무들은 안다. 금손과 센스를 제외하더라도 적당히 예쁜 집을 위해선 하얀 벽지와 몰딩이 필수라는 것을. 하지만 어딜 가나 뚝심 있는 미감의 소유자는 존재하며, 그가 오늘 내가 만난 매물의 집주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대충 휘휘 둘러보고 현관문으로 도망치진 말자. 알고 보면 진국일지도 모르니까.

 

총천연색 벽지는 잠시 흐린 눈으로 못 본 척하고, 집 구실을 잘하는 집인지부터 체크하자. 빛은 잘 들어오는지, 보일러는 얼마나 오래됐는지, 이중창이라 웃풍을 잘 막아주는지, 곰팡이 흔적은 없는지, 수압은 적당한지. 도배나 장판은 집주인과 딜을 해서 교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채광과 습도, 수압처럼 개선이 불가능한 요소들이다.

 

리모델링을 새로 해서 온통 환했던 나의 첫 집. 보일러가 너무 노화돼서인지 단열이 형편없어서인지, 자고 일어나면 코가 시려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런 주제에 여름엔 습하다고 곰팡이, 겨울이면 결로라고 곰팡이. 깔끔한 벽지에 반해 덜컥 계약해버린 과거의 나를 쥐어박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충동 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체크 리스트가 필요하다. 매물을 보러 간 당일엔 경황이 없으니, 내가 집에 바라는 기준을 미리 정리해보고 체크 사항들을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해 가자.

 

 

계약서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

  

적당히 깔끔한데 체크리스트까지 거뜬히 통과한 집이 나타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 할게요” 선언하고 계약서를 쓰러 가야 할까? 아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등기부등본 먼저 봐야 한다. 오늘 이 집을 보러 오기로 한 사람이 줄을 섰다는 말에 초조하겠지만, 그 기분에 이끌려 덜컥 계약해선 안 된다. ‘근저당’이나 ‘가처분’, ‘가압류’ 등이 설정돼있는 집을 계약했다가 정신적, 물질적으로 괴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세는 보증금 액수가 커서 등기부등본 떼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월세나 반전세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임차인이 최우선 변제 대상이라고 해도 이해관계가 복잡한 집에 들어가 불안을 자처할 필요가 있을까?

 

계약서를 쓰기 전, 부동산 사장님에게 등기부등본 프린트와 해석을 부탁하자. 중개료를 내고 부동산에서 계약하는 이유는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니까. 그게 어렵다면 근처 주민센터에 가서 뽑아보면 된다. 등기부 등본은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

 

물론 독립도 하다 보면 는다. 집을 고르는 안목도, 등기부등본 속 단어를 해석하는 능력도. 2년을 곰팡이에 혹사당한 경험이 내게는 큰 공부가 됐다. 하지만 굳이 모든 걸 몸으로 부딪쳐 배워야 하나? 미리 알아서 좋은 건 내 걸로 써먹고, 똥은 피하는 게 제일이다. 이 글이 여러분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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