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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2] #3 팀원이 승진을 꺼리는 바로 그 이유

[팀장으로 산다는 건2] #3 팀원이 승진을 꺼리는 바로 그 이유

 

 

<팀장으로 산다는 건> 출간 이후 여러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에서 강의와 코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팀장, 파트장 등의 중간관리자가 대상인데 공통으로 나오는 걱정과 우려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제가 아무래도 공석이 발생한 옆 팀으로 발령 날 것 같은데, 우리 팀원 중에서 아무도 팀장 하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기업 영업팀장 A) 

“회사에서 이번에 팀장 후보군을 선정하란 지시가 내려왔어요. 자리를 만들어서 팀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한 명도 나서는 사람이 없더군요. 팀장 하라는 게 아니라 후보군에 들어가는 것인데도 말이에요.” (중견기업 기획팀장 B)

“사내 모 팀장이 퇴사 의사를 밝혀서 팀장 제안을 몇 명 팀원에게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거절하네요. 이유가 책임지는 자리를 맡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한 오래 근무하고 싶다고 합니다. 답답하네요.” (중소기업 인사팀장 C)

 

이미지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최근 몇 년 전부터 이런 풍조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차원에서 ‘직장생활’이 갖는 의미가 달라진 영향이 우선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이 되었지요. 이제는 경제는 매년 2% 이상 성장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내 연봉도 2%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우리 회사도 2% 이상 확장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노동소득의 기대 증가율이 점점 떨어지면서 회사에 대해 갖는 인식의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부모님 세대 때는 대부분 가정이 외벌이였고, 노동소득을 기반으로 집을 장만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승진을 거부하는 팀원의 속마음

팀장이 되면 팀원 때와는 다른 차원의 일을 맡아야 합니다. 이제 말 하나, 행동 하나가 책임을 수반합니다. 임원에게 공식적으로 보고를 해야 하고, 팀원을 돌봐야 합니다. 이 같은 팀장의 임무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지요. 불행히도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크지 않습니다. 낙동강 오리알처럼 덜렁 고군분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은 ‘팀장수당’, ‘법인카드’,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의 금전성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다만, 그 금액이 연봉 대비 크지 않고, 얼만큼의 혜택을 줘야 만족할지를 생각해본다면 돈으로만 동기를 끌어오길 기대하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팀장들이 어떻게 하면 신나서 일할 수 있을지를 면밀히 살펴야 하겠지요.

실제 팀장 승진에 대해 일선 현장에서 팀원들의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 커뮤니케이션의 증가, 갈등 해결 등의 불편한 상황을 해결할 자신이 부족하다. 직무역량과 다른 것 같아 겁이 난다.

- 회사가 실적 부진, 문제 발생 등의 책임을 일선 팀장에게 먼저 묻는다. 회의를 앞두고 긴장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 승진 시 노조에서 탈퇴해야 해서 노조원의 혜택을 더 이상 못 받는다. 노조의 우산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다.

- 관리자로 승진할 경우 초과근무 수당 등에서 제외되어 급여 인상이 크지 않다. 

- 지금 팀장이 무척 외로워 보인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의중을 듣고 나니 ‘요즘 팀장은 정말 행복할 수가 없구나!’란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팀원이 팀장 자리를 마다하는 것은 지금 팀장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행복한 팀장을 위하여

많은 기업은 ‘경영이념’이나 ‘가치체계’ (미션-비전-가치-행동규범)’ 등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맞물려 채용 응시자는 면접을 대비하여 달달 외워 가기도 하지요. 그런데 입사하고 나면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비싼 표구 액자 안에서 벽을 장식하고 있는 숭고한 표어가 됩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이런 상황에서 팀원의 현실적인 비전은 무엇일까요? 저는 해당 팀원의 현재 팀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평생직장이란 단어조차 없어진 시대가 됐기에 선배가 말하는 ‘길게 보라’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렇기에 내 옆에 있는 팀장의 모습에 자신의 미래를 투영시켜 보는 것이죠. 결국 지금 팀장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면 팀원이 승진을 거절하는 문제를 해소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팀장의 비전은 회사가 아니라 팀장입니다. 회사는 이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팀장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동기 발현(‘동기부여’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아래 그림 참조, <팀장으로 산다는 건> 133p)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불행한 감정을 느끼면서 일하지 않도록 하는 수단을 주자는 차원입니다. 

 

 

 

첫째, 팀장의 인사 권한은 충분히 인정돼야 합니다. 어느 팀장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1차 평가자인 본인이 C를 준 팀원의 평가 결과가 최종에선 A가 돼 있더라고요. 2차 평가자인 임원이 두 단계나 올려버린 겁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팀원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팀장의 지시에 힘이 실릴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환경에서 팀장보다 임원이 팀원을 잘 파악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아니, 잘 파악하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입니다. 1차 평가자인 팀장에게 가중치를 더 줘서 팀원들 앞에서 리더십이 서는 팀장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둘째, 팀장에게 재량권을 부여했으면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팀장에겐 팀원을 감독해야 하는 의무만 있고, 그들을 이끌 수단이 부족합니다. 가령 ‘휴가 부여권’이나 ‘인센티브 분배권’을 주면 어떨까요? 팀원이 열 명인 팀장에게 휴가 10개를 주는 겁니다. 성과급 배분 시 팀장에게 일부를 권한을 준다면 팀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해질 겁니다.

 

셋째, 팀장 제도 개편을 고려해봅니다. 일반적으로 팀장으로 승진해 일했다 팀원이 되면 이를 ‘강등’으로 인식합니다. 직제 자체가 고정적이고 불변하기 때문입니다. 개방되고 유연한 사고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팀장 순환제’ 같은 것입니다. 누구도 팀장을 마다하는 상황이라면 능력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팀원들 사이에서 기간을 두고 번갈아 팀장을 맡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개인적인 부담을 줄이면서 ‘팀장급’ 팀원을 육성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넷째, 팀장 임명 후 최소 2~3년까지는 인사평가 시 허니문 기간으로 인정해줍니다. 상대평가를 근간으로 하는 기업들의 경우 팀장은 대부분 팀장 그룹으로 묶여 평가를 받습니다. 이제 신임된 팀장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기존 팀장과 비교당한다면 유리할 게 없겠지요. 좀 봐주는 기간을 설정해준다면 초보 팀장의 연착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상 살펴본 네 가지 방안은 크게 돈을 들이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사안들입니다. 애초 팀장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돈이 적다는 불평이 아닙니다. 리더로서 신나게 일하고 싶은데 손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아쉽다는 것이지요. 직원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면 바로 ‘팀장’부터 시작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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