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B스토리

[김 부장의 事記] 3편 구조조정 - 3화 롤러코스터

[김 부장의 事記] 3편 구조조정 - 3화 롤러코스터 

 



 

대표의 문자를 받고 김 부장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대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앞으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김 부장은 실무 라인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가 됐다. 억지로 떠맡게 된 신사업 기획 업무는 조직진단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수개월째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최 팀장이 몇 가지 아이템을 구상했지만, 현재 사업을 강화하는 아이템 말고는 큰 한 방이 없었다.

 

 

방을 비워주시죠

똑똑, 재무팀 윤 팀장이 방으로 들어선다.

 

“김 부장님, 아시겠지만 조직진단 TF 사무실은 이번 주엔 비워주셔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정리하죠.”

 

“그리고… 부장님, 이제는…”

 

‘그래, 난 이제 실장이 아니구나.’

 

“윤 팀장님, 무슨 말씀 하시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실장실 짐도 정리하겠습니다.”

 

“송구한 마음입니다. 저도 박 상무님 판단에 선뜻 수긍이 가진 않습니다.”

 

김 부장은 순간 억울한 심정을 털어놓고 신세 한탄이라도 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대표가 나한테 사전에 얘기도 않고 일을 이렇게 끌고 온 건 이유가 있을 거야. 지금은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알려선 안 된다.’

 

“윤 팀장님, 모든 게 제가 부족해서 생긴 일입니다. 실무에서 잠시 비켜서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김 부장님, 우리 경영지원 쪽에서는 오늘 회의 내용에 적잖이 실망했습니다. 아무리 구조조정이라지만 실권을 사업본부장한테 주는 경우가 어디에 있습니까?”

  


‘허허… 이 친구가 나한테 하소연을 할 기세구먼. 윤 팀장은 성향상 나와는 어울리기 힘든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 상무 타입도 아니다. 이런 부류의 인간과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하는 것이 상책이다.’ 

 

“박 상무님이 창사 초기부터 시업을 이끌어 오셨으니 대표님께서 믿고 맡기신 게 아니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그렇게 이해합니다. 박 상무님이 과감한 면도 있으시니까요. 윤 팀장님, 지금까지도 많이 도와주셨듯이 앞으로 신사업 기획할 때도 지원 부탁드립니다. 재무적 검토는 윤 팀장님한테 조언을 구하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서운한 표정으로 윤 팀장이 떠나자 휴대폰이 울린다.

 

“여보, 오늘도 늦어요? 집안일 때문에 상의할 게 산더미에요.”

 

와이프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 온다. 

 

“알겠어요. 오늘은 일찍 퇴근할게요. 있다 봐요.”

 

전화를 끊자마자 최 팀장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고개를 꾸벅하더니 말없이 다가와 흰 봉투를 내민다.

 

서로 시선을 피한 채 한동안 말이 없다. 최 팀장의 입술이 실룩거리고 있다.

 

“최 팀장, 자네 마음 내가 다 이해하네. 열흘만 나한테 말미를 줄 수 있겠어? 이유는 묻지 말고, 열흘만 이건 홀딩해주게. 부탁함세.”

 

평소 웬만한 남자보다 듬직했던 최 팀장의 어깨가 들썩거린다. 

 


 

‘아… 상사를 잘못 만난 죄 밖에 없는데…’ 김 부장은 손수건을 최 팀장에게 권한다. 

 

“나를 믿고 열흘만 기다려줘. 그때 판단해주게.”

 

“알겠습니다. 부장님. 나가보겠습니다.”

 

김 부장은 얼굴을 감싸 쥔다. 그러다 휴대폰을 찾는다.

 

“여보, 미안한데 오늘 저녁은 직원들하고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요.”

 


  

반전

한 주가 지나고 월요일 아침 대표의 호출이 있었다.

 

“김 부장, 미리 얘기 못 해서 미안하네. 사실 연기가 필요했어.”

 

“네? 무슨 말씀이신지…”

 

“후계 구도가 복잡해졌단 얘기는 전에 했으니 알 테고, O 상무님하고 계획을 짠 게 있어. 이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 전무 측에 누설되면 안 됐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됐으니 이해해주게.”

 

“회장님이 후계자 지목을 두고 흔들리는 내색을 하니까 △ 전무 측에서 세력을 규합했던 것 같아. 우선 비서실을 접수했고, 주력 계열사에서 대표나 핵심 임원이 대상이었지. 우리 회사에선 나야 △ 전무 사람이니까 연락 한번 없었어. 그러다가 말이야…”

 

“박 상무였겠군요.”

 

“맞아. 지금 박 상무는 차기 대표가 자기라고 확신하고 있을 거야.”

 

‘그랬군, 그랬어. 그래서 회의 때 대표님을 그렇게 불렀어.’

 

“박 상무가 앞으로 안하무인으로 나올 거야. 그냥 그러라고 해. 그래서 TF에서 자네를 빼낸 거야. TF에 김 부장이 있으면 사사건건 부딪칠 거고 그렇게 되면 분명 인력감축 대상자로 나한테 올라올 거야. 박 상무 입장에선 불편한 인간하고 일 안 해도 되니 좋고, 내가 연임은 완전히 포기하고 자포자기했다고 여기게 해줄 수도 있겠지. 조용히 움직이야 하네.”

 

“김 부장, 앞으로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이 많아. 지금 바로 나갈 수 있나?”

 

“아… 알겠습니다.”

 

김 부장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표실을 나서는 마음은 조금은 편해지고 있었다.

 

 

 

 


(4화 예고)

김 부장은 대표와 함께 O 상무를 만나게 되고, 후계 구도를 역전할 묘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맞이하는 김 부장의 운명은….



l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l 정리 인터비즈

23년 사회 생활, 13년 팀장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4월에 출간했다.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IT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다. 현재 모 그룹 리더십 과정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음’을 신조로 삼고 있으며, 코칭과 강의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팀장클럽
| 팀장에게도 사수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 100만 팀장의 일상과 고민, 성장을 돕습니다
| No임원, No팀원, 오로지 팀장만을 위한 공간
| (https://cafe.naver.com/teamleaders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