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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으로 산다는 건] #14 똑똑한 팀장이 이상한 결정을 내리는 이유

[팀장으로 산다는 건] #14 똑똑한 팀장이 이상한 결정을 내리는 이유

 

20XX년 어느 날, 사장님이 갑자기 저를 부르셨습니다. 들어오면서 문까지 닫으라고. 사장실 문은 늘 열려 있었는데, 비밀스러운 얘기를 나누거나 외부 손님이 왔을 때만 닫히곤 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실까 긴장하며 기다렸는데 사장님은 한참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다 난감한 듯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사장 : 김 팀장, 난처한 일이 생겼어.

나 : 네? 말씀하시면 조치하겠습니다.

사장 :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사장님은 작은 사고(?)를 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 케이블방송 PD가 전화 와서(그야말로 Cold call) 회사 취재를 하겠다며 수 백만원의 홍보비를 요구했는데 순간 승낙해버렸다고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를 몇 번이나 반복하셨습니다. '늘 완벽해보였던 사장님도 때로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하는구나.' 사장실을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며칠 뒤 PD가 와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방송은 3주 뒤쯤 나갔습니다. 무탈하게 지나갔죠. 사장님께서는 창피하셨는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함구하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팀장의 오판 

 

리더도 사람이니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례는 '헤프닝'으로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리더의 잘못된 판단이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A그룹 총수는 개인적 선호 때문에 신산업에 진출했다 그룹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고, B그룹은 주력업종과 관련 없는 기업을 인수했다 그룹이 해체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회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팀의 리더인 팀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본인을 과도하게 믿는 데서 의사결정의 오류가 시작됩니다. 팀장 대부분은 성취 지향적이고, 본인의 실적과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높습니다. 한국 조직문화에선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인정을 받죠. 좋게 말하면 자존감이 높은 것이고, 달리 말하면 자만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존감과 자만심은 사안별로 왔다 갔다 합니다) 이러다 보니 본인의 의사결정에 확신을 부여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둘째, 의사결정에 따른 위험을 지연시키다가 기회를 상실합니다. 대부분의 결정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그에 따른 책임이 동반됩니다. 특히 본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결정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일 확률이 높습니다.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는 팀장의 이면에는 이런 경향성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셋째, 뭔가를 즉시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설익은 결정을 내립니다. 긴급한 사안으로 소집된 회의에서 대안으로 '좀 더 지켜보겠다'란 의견을 내면 '안이하다'는 비난을 받기 십상입니다. 축구에서 페널티킥을 막아야 하는 골키퍼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좌우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욕먹을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앙에 가만히 있는 경우에 킥을 막을 확률(33%)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넷째, 단합이 잘 되는 팀일수록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논쟁 없이 의견이 통일되는 팀이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응집성이 강해 보입니다만, 실제적으론 팀 내 압력 때문에 비판적인 평가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팀원들이 내 말에 금새 동의한다'거나 '별다른 반대의견이 없다'면, 바른 의사소통의 모습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섯째, 집착이 강화될 때 오류의 수렁으로 더 깊게 빠집니다. 기존에 내렸던 결정에 대한 비난과 체면 손상을 회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해서 '인지 강화' 현상까지 더해진다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인지 강화'란 과거의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정보만을 보려 하면서 그 가치를 과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팀장에게서 자주 보이는 현상입니다.

 

 

의사결정, 적합한 답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

 

리처드 탈러의 저서 <넛지> 등으로 '행동경제학'은 이제 상식이 돼가고 있습니다. 기존 경제학의 기본전제, 즉 인간은 '합리성(이기심 또는 이윤 추구)을 기반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반만 맞는 얘기가 되었지요. 그래선지 경영학 연구에서 심리학 비중이 커지는 느낌입니다. 의사결정에 있어 심리학에 답을 구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합리성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선 먼저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취득하는 정보 역시 불완전함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 내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팀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이 내린 의사결정을 리뷰해 줄 제 3자를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관 부서 팀장들은 좋은 리뷰어가 될 수 있습니다. 해당 의사결정과 이해관계가 낮은 팀장들에게 솔직한 의견을 구하다보면 검토 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항도 잡아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는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의 비중을 높여가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특히 일상적이고, 작은 의사결정은 특정 데이터의 결과가 바로 결정까지 직결되도록 설정해두고, 팀장은 더욱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의사결정에 몰두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간도 부족하고, 기초 데이터도 불완전하며, 상황도 급변하는데 현실적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이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의사결정의 좋지 않은 결과를 떠올려보면 더 큰 회의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결국, 의사결정의 과정은 '완전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답'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팀장클럽>에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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