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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1 팀장은 누가 되어야 하나

[팀장으로 산다는건] #1 팀장은 누가 되어야 하나 


  

 

<팀장으로 산다는 건> 연재를 시작합니다. 13년 팀장 경험을 담아 다른 팀장들에 위로와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 저 역시 완벽한 팀장은 아닙니다. 현재도 회사에서 크고 작은 문제로 씨름하며 답을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다른 팀장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원론보단 실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반응 기대합니다. 

 

팀장은 원래 한국에서 통용되지 않던 직책이었습니다. 부서 체계가 팀 체제로 전환되면서 새로 생긴 것이죠. 저는 20세기의 끝자락인 1998년에 해외영업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서 명칭은 분명 '팀'이었지만, 부서의 장은 팀장이 아닌 '부장'이라 불렀습니다. 과거 '부' 개념이 남아 있어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팀장의 탄생

'부' 단위 조직은 부장을 꼭짓점으로 피라미드 구조로 이뤄져있었습니다. 차장이 부장을 보좌(또는 대리)하며, 부 밑에는 실제 몇 개의 '과'가 있고, 과 밑에는 '계'가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민간 기업은 이제 이런 구조의 조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공무원 조직에서는 아직 그 형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장관급이 수장인 기재부 외교부 등의 부처는 '장관 - 차관 - 실 - 국 - 과 - 계'로 돼 있고, 차관급이 수장인 특허청 병무청 등에선 '청장 - 차장 - 국 - 과 - 계'의 구조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물론 일부 부서는 '팀'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2020년 6월 현재 특허청 조직도 일부. 출처 특허청 홈페이지

  

피라미드 조직 구조에서 '부장'과 '과장'은 도장 찍는 일이 대부분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실무는 거의 하지 않고, 아랫사람들을 관리하는 역할만 수행했죠. 그들이 가진 승인권한 때문에 권력이 생기고, 주종 관계가 형성됐습니다. 아래 사진은 ‘1980년대 사무실 풍경’입니다. 직급별로 순서대로 자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철저한 상하 관계를 보여 줍니다.

 

 

80년대 사무실 풍경. 출처 https://youtu.be/MI9MdU3owxg

 

 

과거의 상하관계 구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사수-부사수'로 맺어져 일대일로 업무를 가르쳐줬습니다. 일종의 변형된 도제 제도인데, 요즘 자주 들리는 '멘토-멘티' 이상의 끈끈한 관계였지요. 팀원 교육은 팀장의 몫이 됐는데, 지금 팀 조직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참 아쉽습니다.

  

조직 효율화를 꾀하는 '팀제'

주지하듯 팀제는 IMF 구제금융 이후 조직 효율화라는 이유로 널리 보편화하였습니다. 대부분의기업은 팀 조직 형태로 운영됩니다. 예전처럼 놀고먹는 부서장은 별로 없습니다. 일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고, 직원들 간의 의기투합은 이전만 못한 느낌입니다. 

 

그간 경험했던 조직들을 기반으로 부서 조직과 팀 조직을 비교해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인 부서 조직도는 부서장 아래 두 개의 과가 있고, 과별로 대리, 주임, 사원이 한 명씩 있는 모습일 겁니다. 부장 바로 아래에는 별도로 차장이 있고요. '팀장-팀원'으로 이뤄진 팀 조직으로 바뀌면서 차장의 자리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기존에 차장들이 맡았던 중간관리자 업무는 팀장에게 이관됐습니다. 두 개의 과가 합쳐지다보니 중복되는 일을 맡고 있던 주임은 한 명이 줄어들었습니다. '효율화'라는 이름으로요. 무임승차자들을 제거하는 데는 이러한 변화가 분명 효과적일 듯 합니다. 


 

 

'長' 역할이 달라지다 

부서 조직에선 새로 부서장을 선발할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아래 차장들 중에서 선발하면 되니까요. 부서 조직 같은 피라미드 조직에선 정보가 주로 상층으로 흐르고, 중요도에 따라 업무가 직급별로 배분되었기 때문에 웬만한 차장들은 부장이 될 기본 소양은 갖고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실제 일하는 직원들을 직접적으로 관장하는 것도 이들 과차장급이었습니다. 부서장(부장)은 통상 업무 총괄과 대외 업무에 치중했으니까요. 

 

당연했던 게 팀 조직에선 '이슈'로 부각됩니다. 부서장의 역할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팀장은 팀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물론, 과거 과차장급처럼 팀원을 일일이 챙기는 역할도 담당해야 합니다. 다른 팀원들처럼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업무까지 떠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역할 변화는 중간관리자에 ‘적합한 사람’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게 합니다. 

 

 


 

 

저는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팀장을 맡았습니다. 50명 남짓 되는 벤처의 마케팅기획팀이었습니다. 팀원은 3명이었습니다. 당시 IT 기업은 대기업을 상대할 일이 많아 '직책 인플레' 풍조가 있었습니다. 이른 시기에 팀장을 달게 된 이유죠. 사장님이 마케팅기획 인력 중 제가 일을 잘한다고 판단해 팀장을 맡기신 것 같은데, 일을 잘하는 것과 리더의 역할을 잘하는 건 다른 문제였습니다. 

 

당연히 '팀장은 어때야 한다'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첫 직장에서처럼 부서장의 따뜻한 손길(?)도 느낄 수 없었죠. 좌충우돌했습니다. 팀원들과 갈등을 빚으며 때때로 직원들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퇴근 후 술을 진탕 마시며 화해를 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결론적으로 당시의 저는 팀원을 제대로 상대하는 데 서투른 초보 팀장이었습니다. 팀장이 되고 나서야 팀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초보 팀장, 길을 묻다  

일반적으로 일 잘하는 사람을 팀장 후보군에 올리기 마련입니다. 객관적인 정량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엔 더군다나 그렇죠. 하지만 팀장은 기본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간단한 예를 든다면 많이 아는 사람이 잘 가르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강사들이 반드시 최고 수준의 지식을 보유한 게 아니듯이요. 영어영문학과가 있는데, 굳이 사범대에 영어교육학과가 있는 걸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아쉽게도 이런 오류를 여러 조직에서 목도한 바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성과가 높아서'라는 이유에서 기계적으로 팀장에 선임된 경우 경험상 안착할 확률이 50% 미만이더군요. 팀장 선임권한은 본부장급에 있는데 문제는 현재의 본부장들은 과거 부서 제도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문제의 원인이 구조적이라 볼 만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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