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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연구소]그 소녀들은 3년째 하늘을 난다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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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HONG KONG AVIATION BOARD’ 캡처

지난 5월 8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으로, 비행기에 래핑된 아이들은 중국 게임 개발사 선본 네트워크 테크놀로지(SUNBORN Network Technology)에서 제작한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에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사실 비행기 기체를 덮는 광고 자체야 그다지 새롭고 드문 문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이미 20년 전인 2001년부터 대한항공이 제주 관광 홍보 목적으로 한라산과 하르방, 귤, 유채꽃 등을 래핑했던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용 중인 광고 방식이니까요.

국내 최초의 항공기 래핑 광고인 대한항공의 ‘하르비’./대한항공 뉴스룸

오히려 주목할 부분은, 이 소녀들이 2018년에 부착된 이래 무려 3년째 창공을 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대만에서 소녀전선 유통을 담당한 중국 회사 X.D. Global는 지난 2018년 7월, 소녀전선 한국 출시 1주년을 맞아 말레이시아 항공사인 에어아시아X의 에어버스 A330-300 여객기에 게임 캐릭터를 래핑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계약했던 광고 기간인 1년을 훌쩍 넘겼는데도 소녀들은 여전히 기체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슨 까닭일까요.

에어아시아X가 이와 관련해 상황을 명확히 설명한 바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소녀전선을 대체할 신규 광고가 들어오지 않아 기존 래핑을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래핑은 붙이는 때에는 물론 떼어내는 과정에도 돈이 듭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비행기 역시 래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흠집이나 긁힌 자국이 남기 쉽습니다. 이러한 결함은 심할 경우 동체 균열 등의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래핑 제거엔 숙련된 기술자와 정밀한 기계를 투입해야 하는데요. 그런 만큼 상당한 비용을 지출할 각오 또한 필요하죠.

래핑을 새로 하기 위해 기체 표면을 정리해둔 비행기./KITPLANES MAGAZINE

다만 래핑을 떼어내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이 제거에 드는 돈보다 많다면 생각을 달리할 여지도 있을 텐데요. 실제로 홍콩의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지난 2006년 항공유 비용을 줄이고자 회사 식별을 위한 로고와 알루미늄의 부식과 산화를 방지하는 프라이머(primer)만을 남기고 동체 도색을 모조리 걷어냈는데요. 그 결과 화물 전용기 1대당 200kg이 줄어들며 연료비를 연간 1억8000만원씩 아낄 수 있었다 합니다.

하지만 래핑 제거엔 고려해야 할 비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운항 정지로 인한 손해’입니다. 나는 비행기에 올라타 래핑을 붙일 수는 없으니, 작업은 당연히 비행기가 지상에 정지해 있을 때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즉, 래핑을 하는 동안 비행기는 자연히 발이 묶이고, 그만큼 항공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죠.

비행기 종류나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래핑 작업엔 대략 2개월 이상은 소요된다 합니다. 이 기간에 비행기를 띄우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 또한 무시 못할 규모일 테고요. 그러니 광고주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어지간하면 계약이 만료된 광고라도 그대로 붙여둔 채 운항을 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래핑 작업 중이던 에어버스 A330-300 여객기./유튜브 소녀전선 공식 채널 캡처

물론 소녀전선을 모르고 향후로도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 없는 분들껜, 래핑이 3년간 붙어 있건 5년을 머무르건 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사실 저 역시 소녀전선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요.

진짜 핵심은, 이 건이 코로나 19 창궐 사태로 인해 가라앉은 옥외미디어(Out-of-Home) 시장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제일기획이 지난 2월 발표한 국내 총광고비 결산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OOH 광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2% 감소한 756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처음으로 시장 규모가 8000억원대에 이르렀던 2011년 이래, 10년 만에 다시 7000억원대까지 물러선 것입니다.

특히 교통 관련 부문 OOH는 2019년 기준 4654억원대였던 규모가 지난해 들어 3581억원으로 쪼그라든 데다, 2021년에도 추가로 2.3% 감소해 결국엔 3500억원까지 축소될 전망이라 합니다.

/제일기획

제일기획 자료에서 볼 수 있듯, 코로나 19 영향으로 인한 침체기에도 꾸준히 성장한 광고 매체는 디지털뿐입니다. 자연히 OOH 역시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나오고 있죠. 실제로 디지털 OOH, 즉 DOOH가 급성장해 오래지 않아 광고 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 또한 제기되고 있고요.

미국의 시장 조사 업체 이마케터는 지난해 6월 미국 내에서 프로그래매틱 DOOH 광고비가 당시엔 전체 광고비 대비 6.7%에 달했고, 2022년이면 14.8%까지 상승하리라 추정했습니다. 프로그래매틱 DOOH란 OOH가 설치된 장소 관련한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분석해 OOH를 접하는 잠재 고객에게 최적화된 광고를 노출하는 시스템을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OOH가 설치된 곳 부근의 꽃가루 수치가 오르면 마스크나 안약 광고를 송출하는 식이죠.

/이마케터

당시 미국 옥외광고 조사기관인 지오패스(Geopath)의 회장이었던 킴 프랭크는 “프로그래매틱 DOOH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엔 전통 있는 OOH 전문 대행사조차 최신 기술에 주목하며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인 HR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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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기획#핵심인재관리#인사평가#정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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