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가 얘기 하고자 하는 것은, 기획, PM, PL은 엄연히 다른 분야라는 거에요. 그래서 명확하게 구분이 되어야 각각 맞는 설명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기획 분야에 있어서 제대로 전문적인 업무를 진행한 것은 5~6년 정도 됐어요. 예전에는 생계유지 형 로드샵을 하기도 하고, 프랜차이즈 서비스 현장과 가맹사업 등에 근무를 해 왔지요. 그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IT와 융합된 ‘상권분석’이라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던 현재의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와서 이렇게 현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저는 하나의 계속된 업무를 했다기 보다는 경험을 기반으로 하면서 봐왔던 아쉬운 부분들을 이제 기획업무를 통해 해소하고자 업무를 하고 있고요.
그럼 기획이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기획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여러 가지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그냥 기본적으로 사업기획을 생각하시면 돼요. 그리고 제안기획 파트가 있고 그 다음 마케팅 기획파트가 있고, 조금 더 세분화 해서 보자면 IT쪽으로 UI나 UX기획이 있지요. 그렇게 해서 기획은 분명히 구분이 되어있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사업기획이나 제안기획으로 업무를 주로 진행하죠. PL이나 PM 같은 경우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위주인 만큼 고객의 니즈를 얼마나 충족시킬 것이냐,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사업을 실질적으로 현실화 시킬 수 있느냐에 주안점이 있지요. 그래서 기획이냐 PL, PM이냐는 엄연히 보는 관점에 따라서 업무라든지 사고방식, 업무패턴들이 모두가 다르다고 볼 수 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게 모두 ‘마케팅’이라고도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많이들 헷갈릴 것 같더라고요.
방금 말씀 주신 것처럼 사업기획은 이 사업에 아이디어와 정보가 기본적으로 자산이 되겠지요. 그걸 통해서 사업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느냐에 대한 타당성, 시장조사를 충분히 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서 이것을 위한 가능성을 예측하고, 향후에 정량적 효과, 정성적 효과가 다 보여져야 이제 사업 기획이라 할 수 있는 겁니다.
제안기획은 그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대를 설득을 시켜야 하는 것이 주 포인트죠. 예를 들어 고객이 지금 배가 고프다면 ‘맛있는 음식이 있는데 이걸 먹으면 정말로 맛있어요.’ 라고 해야 먹는 다고 하겠지요. 사업에 빗대어 말하자면 여기까지를 제안이라 하고, 그 다음에 영업 성사가 되고 사업이 본격화 되고 난 뒤에 마케팅이나 UI, UX 기획이 이루어 지는 거지요. ‘마케팅’은 본격화 된 사업 그리고 구성된 상품에 맞춰 예상되는 상대 고객을 맞추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공을 바꾸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 쪽 분야로 가시게 됐는지 궁금해요.
컴퓨터가 좋아서 정보통신을 전공했지만, 생계에 대한 압박이 있었어요. 가판대에서 장사도 하면서 고생했었죠. 장사를 하면서 생각한 것은 보다 체계적인 환경에서 운영시스템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비스업종의 유명한 프랜차이즈를 가게 되었고, 이러한 배경들이 현재 제가 기획 업무 하는 데에 많이 도움이 되지요. 왜냐면 현장에서 쌓았던 노하우가 자산이 되어, 기획하고 같이 맞물려 지금 현재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때 힘드셨던 경험이 지금 일을 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는 편이세요?
그렇죠. 작은 길거리장사에도 마케팅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단골을 하나 잡으려고 해도 말이죠. 제가 토스트 장사를 했었는데 그 당시에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근데 정말 단순한 방법이었는데요. 토스트를 파는데 여자친구보고 앞에 서서 ‘맛있다’를 계속 외치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거 하나로 해서 매출이 많이 차이 납니다.
그런 작은 행동이 매출에까지 영향을 주나요?
일단 보이는 매출은 거의 시간당 약 두 배 정도가 차이가 나요. 일단 저 같은 경우는 피크타임에만 장사를 했었어요. 유동인구가 많을 때 어떤 사람이 밝은 표정으로 먹는 것을 보면서 ‘맛있나 보다’라고 생각해서 들어오는 사람들, 그리고 ‘정말로 맛있나?’ 라는 의문을 가질 때, 옆에서 ‘맛있다’라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사실은 실질적으로 많이 작용을 하지요.
PM과 PL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PL은 프로젝트 리더라고 해서, 보통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게 될 때 IT에서는 기획PL과 개발PL이 있습니다. 이 둘을 앞에서 리딩 하는 게 PM이죠. PM과 PL은 다른 분야입니다. PM의 경우 기획과 개발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갖추면 금상첨화겠지만 만약 한 분야의 지식을 갖춘 PM이라도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에 따라 성공적으로 수행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 분야의 전문가를 밑에다가 두면 된다는 거지요.
PM은 하나의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전반적인 매니지먼트를 하는 거지, 본인이 모든 지식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개발자가 PM을 서는 경우도 있고요. 기획자가 PM을 서는 경우도 있지요. 제가 PM인 경우에는 개발자를 밑에다 두죠. 고객과 조직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채널, 그 업무가 바로 PM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사원에서 대리, 과장, 차장으로 승진하는데요. 기획분야는 상황에 따라 팀장이 되기도 하고, 팀원이 된다고 이해해도 되나요?
일반적으로 기획을 어느 정도 하고 나면 기획PL업무가 주어지죠. 물론 기획 PL아래는 기획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기획 PL을 혼자 담당하게 되었다고 제가 모든 기획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예를 들면 시장조사를 할 기획자가 있고요, UI, UX 기획자가 있고요. 그것을 가지고 통합을 해서 PM에게 보고를 하고요.
PM은 고객을 대응하는 매니지먼트죠. 고객을 어떻게 잘 매니지먼트하고 의사소통을 잘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PM이 ‘우리는 오른쪽으로 가고 싶어요’라는 이 얘기를 자기 마음대로 ‘왼쪽으로 가고 싶어요’라고 듣고 오면 이 사업은 망가집니다. 그래서 PM은 굉장히 의사소통 능력이 좋아야 하고요. 그 다음에 어느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의사소통을 할 때 오해하지 않아야 하니까요.
PL은 말 그대로 그 파트의 수장인 거죠. 기획파트에 수장, 개발파트의 수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 멘토님께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지네요. 하루 일과를 설명해주세요.
일단은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기획파트는 크게 경영전략기획과 서비스사업기획분야,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전자의 경우 대게 회계나 재무 상태에 따른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도출하는 것이고. 저는 서비스사업 기획 쪽이기 때문에 공공사업이나 민간 수익사업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통한 사업제안을 위해 제안서 및 기획 안 작성을 주 업무로 합니다. 요즘은 IT 분야 공공사업 제안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 지금 멘토님께서는 기획을 담당하시는 거죠?
현재 시점에서는 그렇고요. 작년 같은 경우에는 PL, PM 역할을 하고 있었지요, 일단 사업을 수주하고 수행하게 되면 되면 PL, PM 역할을 하게 되죠.
그러면 학교 다닐 때 하는 단체활동이나 대외활동이 도움이 많이 될까요?
오히려 교수님 들께서 제출하라는 레포트를 정확하게 작성하시는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보통 레포트 과제의 경우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제시할 때가 많은데, 그 레포트를 통해 요구하는 것, 지향하는 것을 정확하게 판단을 하는 것이 실무 현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PM, PL 업무 형태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교수님이 고객이죠. 제가 교수님의 요구사항을 잘 맞춰서 준비 했을 때 시험성적, 학점이 우수하게 나올 수 있겠지요.
그럼 혹시 그것 좀 여쭤봐도 될까요? 멘토님 학교 다니실 때 학점이…
아, 학점은 최악이었습니다, 최악이었고요. 저는 총학생회 간부생활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병행을 해서…. 학점은 정말 최악입니다. (웃음)
취업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이 가장 힘드셨나요?
성향을 찾아가기까지가 어려웠다고 제가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사실 하나에 굉장히 탁월하다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아니시라면 본인께서 하고 싶으신 것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특기가 무엇인지를 찾는 게 힘들었거든요.
저는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거든요. 대화하는 것 좋아하고요. 그게 직업으로는 뭐가 맞을까 생각해 봤지만, 단순하게 그냥 영업은 아닌 것 같았어요. 누구랑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가 저와 얘기하는 것에 만족스러워 하고 내 말을 잘 알아듣는 것 같았어요. 지인들이 ‘너랑 이야기하면 내가 잘못 안 했어도 내가 잘못한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죠. 상대의 의사를 명확히 인지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 것이 지금 하고 있는 지금 PM, PL 업무를 수행 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성향을 먼저 찾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아요.
지금은 찾으셨으니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이 멘토님께 잘 맞으신 거죠?
업무 성향은 저와 정말 잘 맞고요. 하지만 스트레스는 정말 많이 받아요. 엄청 많이 받죠. (웃음)
어떤 점이 가장 스트레스세요?
일단 기획자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제안서가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 하고 좌절되는 것이 스트레스에요. 투자유치에서 실패를 했다든지, 예산이 삭감이 됐다든지, 아니면 그 사업 자체가 없어지기도 하고요. 경기가 워낙 안 좋으니까. 비용적인 측면이죠.
그리고 나름대로 시장조사를 충분히 했는데, 결국 그게 종이가 되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기획자는 좌절하면 안돼요. 제가 작년 하반기에 제안서를 17개 정도 썼는데, 그게 다 휴지가 됐어요. 왜냐면 영업력도 받쳐 줘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기획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의 역량이 한계가 있거든요. 고객하고 접점에 있는 게 영업이기 때문에, 사실은 아무리 타당성을 가지고 해도 영업하는 부분에서 그만큼 PR을 못해줬으면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그런 게 사실은 가장 큰 스트레스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소하는 편이신가요?
한 2~3일 정도는 다 내려놓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쉬지 않고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제가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어도, 지금 마감 기일이 있는 제안들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 인터뷰를 하다가도 뭔가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게 아이디어가 되는 거죠. 쉬지 않고 머리를 써야 하는 것이 기획 업무에요.
대신 힘이 들 때는 과감하게 내려 놓고요. 인터넷을 많이 봅니다. 업무는 내려놓고 인터넷 서핑을 많이 해요. 오늘의 기사도 많이 보고, 꼭 특정 분야가 아니더라도 그냥 막 봅니다. ‘이걸 조금 더 편리하게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 사실 그게 다 아이디어거든요.
일을 하시다 보면 직업적인 습관이 생기실 것 같아요.
직업병이 생겨요. 모든 게 플랜에 맞춰진 삶을 살게 되요. 1년 후, 2년 후를 계속 고민을 하면서 사는데요.
게다가 저는 서비스업을 했던 적이 있어서 보니깐 거기에 따른 직업병이 또 있어요. 사람들이 ‘저기요’ 하고 부르면 저는 그게 들려요. 그러다 보니 옆 테이블에서 얘기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기획 일을 하다 보니까 회사의 동향이나 이런 것이 들려요. 그러면 머리 속으로 계속해서 고민을 합니다. 지금 이 타이밍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삶을 살아요.
긴장하고 준비하는 삶이 계획적인 삶이라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피곤한 삶이 될 수 있지요.
멘토님이 생각하시는 이 분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기획이건, PL이건 PM이건 다 공통적으로 제가 심사 숙고한 아이디어가 사업화되고, 오랜 시간 고민해서 도출된 결과 상품에 대해 제 고객이 만족할 때죠. 그리고 그 모습을 볼 때 제가 느끼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기획 직무를 맡기 위해서는 어느 한 산업 분야에서의 전문지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건가요?
아, 전혀 아니죠. 저는 IT를 전혀 몰랐어요. 서비스업 하면서 장사하다가, 창업이나 프랜차이즈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러다가 상권분석을 알았는데, 우연하게 그런 솔루션 개발 및 고도화를 총괄 해 줄 기획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그래서 온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IT에 대해서 그 당시에는 잘 몰랐죠.
세부적인 IT 사항은 개발 파트에서 할 일이고요. 그럼 우리는 IT가 결합된 상품이 실질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거죠.
기획으로 방향을 잡되 자기가 잘 맞는 한 분야로 집중을 하라는 말씀이시죠?
어떤 학과를 나왔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본인의 시야와 그것을 가지고 도전을 하면 기획이라는 업무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어디가 됐던 간에, 다만 그것을 얼마나 인정 받고 사업화를 시키느냐가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매출이 나오지 않는 기획자는 도태되고 버려지니까요. 그래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거예요. 사업이 안되면 돈이 안되니깐 눈치를 많이 받죠.
기획은 보통 어떻게 분류되는지 궁금해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경영기획은 ‘회사를 어떻게 운영을 해야 회사가 발전 하느냐’ 입니다. 회사의 매출은 어떻게 되고 손익분기점은 어떻게 되는지. 이게 경영기획이죠.
그럼 전략기획은 우리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갈 것 이냐를 고민하는 건데, 서비스 기획과는 달라요. 어떤 전략으로 회사를 효율적으로 운영 해서 우리가 추가적이고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할 수 있느냐가 전략기획이고요.
서비스 기획은, 새로운 서비스, 아니면 기존 서비스 대비, 차별화한 서비스로 사업화 시키거나 조금 더 업그레이드 하는 서비스를 기획 하는 파트라고 봐야겠지요.
그렇게 세가지 파트가 있는데, 저는 서비스 기획에 치중 되어 있지만, 전략기획도 마찬가지죠. 경영기획을 제외한 나머지 기획들은 어떻게 보면 제가 가지고 있는 커리어가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적용을 할 것인지에 따라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획 직무에 지원할 때 어떤 것을 강조해서 자신을 어필해야 할까요?
반드시 세밀하게 잘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지원할 필요는 없어요. 하다 보면 전문성이 생기는 게 기획이고요. 특별한 경우가 물론 있지요, 예를 들어 광고기획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요. 자기가 큰 범위에서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자신 있게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기획이지요.
준비가 되었다면 도전해 볼 만한 직무네요.
초기에 많이 무시당하기도 합니다. 왜냐면 그만큼 전문성과 보는 시야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 쪽으로만 커리어를 파는 것이 중요하죠. 집중적으로 해줘야지, 이것 저것 왔다갔다하면서 기획자라고 하면, 나중에 제 나이 정도가 됐을 때 난감해 지더라고요.
그러고 수명이 생각보다 길지 않아요. 마흔 줄이 넘어가면 도태 됩니다. 트렌드에 둔감해지거든요. 그래서 결국 40대가 되었을 때, 중소기업 기준에서는 모두가 다 영업으로 전환하거나 병행하는 게 현실입니다. 중소기업의 순리상, 기획을 했건 개발을 했건 40대가 되면 한 분야의 전문영업직으로 할 수 밖에 없어요.
기획 쪽은 대게 마흔이 넘어가면 사업 컨설팅 쪽으로 빠지게 되고요. 개발 쪽은 CTO 즉, 기술영업, 기술고문으로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이런 일을 할 때 어떤 능력이나 자질이 필요한가요?
PL, PM까지 포함을 해서 말씀을 드릴게요. 기획업무만 할 때는 분명히 학문적인 역량이 필요합니다. 기승전결이 있고요, 서론, 본론, 결론을 내야하고, 당위성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해요. 문서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겠지만, PL PM까지 한다고 했을 때에는 제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숲을 볼 줄 아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고객은 세부적으로 얘기하지 않아요. ‘나는 커피를 잘 파는 커피가게가 만들고 싶은데’ 정도로 던집니다. 그러면 그것에 대한 고민은 기획자가 해야 하는 거고요. 그리고 기획자가 모든 가지를 쳐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고민을 해야 하고요.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서는 고객은 한 마디를 했지만, 기획자는 경우의 수를 수십 가지를 생각해서 전체적인 트리 구조를 만들어서 그것에 맞는 문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래서 문서 작성능력도 필요하지만 넓은 시야도 필요합니다.
확실히 세심한 면도 있어야겠네요.
제가 최근에 본 책이 있어요. ‘기획의 정석’이라고 ‘박신영’씨가 쓴 건데요. 제일기획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현장에서 느끼는 점을 쓰셨는데 한 구절이 정말 전 와 닿았어요.
‘커플과 솔로의 차이가 뭐냐?’
‘사랑해보고싶어’를 커플은 ‘사랑해, 보고 싶어’라고 얘기하고요. 솔로는 ‘사랑, 해보고 싶어’라고 이야기한대요. 보는 관점의 차이죠. 그만큼 시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 입장에서 고객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거죠. PL 과 PM을 가장 멋지게 수행을 하고 멋있게 프로젝트를 마감을 할 수 있으려면 내가 스스로 고객이 되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를 정확히 캐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사업 현장에서는 고객이 굉장히 어렵다고 느끼거든요. 잘 만나주지도 않고요. 그렇기 때문에 짧은 순간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캐치를 하는 것이 사업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 '기획의 정석' 박신영 저
일을 하시면서 스스로 노력하시는 면이 궁금합니다. 자기계발을 위해서 특별히 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가요?
일단은 첫 번째는 사이버 대학을 다니고 있어요. 아무래도 학력의 중요성이 큽니다. 당장 취업을 하고자 한다면, 일단 취업은 가능하겠죠. 왜냐면 기획분야의 수요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반드시 더 학력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고객들과 마주하게 되면 학벌도 하나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대학원에서 석사까지 하는 것이 아무래도 고객을 대응하는 PM을 하기에는 그게 필요한 것 같아요.
순수하게 기획만 한다고 하면 공부는 크게 좌우하지 않는 듯합니다. 본인의 센스라든지 역량이나 시야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하지만 PM을 하게 되면 고객이 일단 학력과 같은 PM의 스펙으로 인해 선입견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때로는 제안 수락 또는 사업 수행을 하는데 있어 간혹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그리고 두 번째는 공모전을 많이 참여 하려고 합니다. 물론 대학생들을 위한 공모전이라고 생각을 하실 수 있는데, 현장에 있으면서도 다양한 공모전을 참가를 해보고 아이디어를 제안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도 이번 주까지 제안을 하는 게 있어서 거기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만일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가신다면 어떻게 해보고 싶으신가요?
일단은 책을 많이 읽었을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는 이유는 한 가지 입니다. 한 장으로 기획서를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야 한다는 거예요. 상대에 요구사항을 두 줄, 세 줄 듣고 딱 한 장으로 기획서를 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어휘력이 필요하고요. 상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문구 한 줄이 중요합니다.
제 멘토가 있다면, ‘김제동’ 님이에요. ‘김제동’ 님은 말 한 마디를 가지고 상대를 좌지우지 하거든요. 얘기를 논리적으로 풀어서 상대를 이끌 수는 있지만, 상대를 생각하게 하고 그걸로 인해서 흔들리고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은 아직 안 되죠. 그런 부분을 위해서 책이 필요합니다.
지금 멘토님의 직급이시면 신입사원들도 많이 보게 되실 것 같아요. 기획업무에서 조언 부탁 드려도 될까요?
기획 직무로 해서 신입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제가 신입직원들을 많이 울리는 편이에요. 왜냐면, 회사는 배우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회사고 기획 또한 마찬가지라 이거죠. 원론적으로 배우는 몇 가지 기획 방법들이 있습니다. 4P 도 있고 SWOT분석도 있잖아요. 단순하게 그런 분석만을 가지고서는 기획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충분히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사고가 갖추어진 상태여야 하죠. 그러려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다양한 사고력을 준비해야 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입사를 하는 것이 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입사원분들이 그런 실수 많이 하시나 봐요. 배우러 온 것 같은 태도요.
처음에 직원들이 와서 일을 맡기면, ‘아는 게 없어서요.’라고 해요. 아니면 ‘어떻게 해야 되는데요?’물론 그럴 수 있지요.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브리핑을 먼저 하죠. 이번 사업의 고객의 요구사항이 무엇이고, 그래서 큰 틀은 무엇이고, 핵심은 뭐니깐 이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림을 그려오라고 하죠.
그랬을 때 사실 막연하죠. 예를 들어 관광공사에서 편의성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준비해오라고 했을 때, 그 편의가 명확하게 대상이 누구고, 그 편의로 줄 것은 명확하게 무엇이고, 기대효과는 무엇인가라는 틀을 잡고서 기획서를 써야 하는데, 막연하게 ‘그래, 그럼 관광 편하게 할거면 스마트폰 쓰면 좋겠지’ 라고 생각하는 딱 거기까지가 신입이 보는 시야에요.
그래서 기획을 하고 싶다면 행동, 말 등 모든 것들을 전부 사업으로 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내가 만지고 있는 스마트폰이 단순히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화가 될 수 있는 지와 같이 내 생활 하나하나가 모두 아이템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런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네요.
아무리 신입사원이어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는 분명 문제겠네요.
굉장히 시야들이 좁아요. 하나의 단락만 봅니다. 기획서를 작성해 보라고 하면 1번, 2번, 3번을 나열하면서 순번대로 써요. 그래서 완성이 되고 나면 그 완성도가 굉장히 떨어지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목차부터 작성하시라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고민을 하라는 거죠. 그리고 각각 목차에 따라서 세부파트와 항목을 고민을 해야지, 완성도 있는 기획이 가능하고 고객을 설득할 수 있지요. 그래야 문서의 흐름도 잘 따라갈 수 있고, 그렇게 작성된 제안서가 고객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요.
신입으로 시작을 할 때, 어떤 조직에서 시작하면 좋을 지 조언해주실 수 있나요?
IT 분야 중 기획업무에 맞추어 말씀 드리자면 웹 에이전시 쪽으로 가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웹 에이전시는 개발은 대부분 외주 등을 주는 편이고, 기획과 영업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는 편입니다. 아까 이야기한 사업기획, 서비스기획, UI, UX기획, 디자인 기획까지 굉장히 세분화되고 그것에 맞는 운영조직이 갖춰져 있습니다. 분야가 명확하게 되어있는 회사로 가시는 게 본인에게 있어서는 방향을 찾아가기에 용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은 ‘사업 본부’ 라고 해서 통합 되어있죠. 인력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보니까, 결국은 본인이 하는 것만이 정답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돼요. 기획자가 여러 명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고 더 발전 될 수 있는데, 업무에 치이다 보니까 회사가 그런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내가 하는 게 최고가 되고 결국 언젠가는 안주하고 말아요. 그 때가 가장 위험할 때에요. 저도 그렇고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히 세분화가 잘 되어있는 웹 에이전시를 가시는 것도 좋고 대기업, 중소기업 상관없이 조금 체계가 잘 잡혀진 회사를 찾아가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멘토님의 10년 뒤에 꿈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기획자의 장점은 사업을 보는 눈이 굉장히 넓어진다는 거예요. 결국은 내 사업을 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거죠. 남의 돈을 가지고 내가 사업을 런칭을 시켜보고 추진도 해볼 수 있어요.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이 기획자의 장점이기도 하고요. 남의 돈으로 꾸준한 시행착오를 해본다는 거죠. 물론 나는 분명히 될 것 같은데 사업이 안 될 때가 더 많지요. (웃음)
향후에 제가 원하는 것은 저만의 사업을 가지는 것과, 또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고 커리어를 쌓는다면, 기업을 상대로 해서 그런 컨설팅을 해주는 디렉터가 됐으면 좋겠죠.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 드릴게요.
사실 저는 생계가 가장 중요했고. 그러다 보니까 돈을 따라서 사회에 발을 들이고 무작정 따라온 케이스 입니다. 이 점이 매우 후회되는 점이고, 멘토 요청을 받았을 때 굉장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아버지가 도둑질을 한다고 아들에게 도둑이 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지요. 제가 부족한 여건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어온 것이 오히려 스팩이 부족해서 취업을 힘들어하는 취업준비생 분들에게 멘토를 하기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년제 이상, 고학력자 분들은 눈이 굉장히 높아져서 점점 취업이 힘들어지고, 아닌 분들은 체감하는 수입이 적어서 취업을 기피하는 것이 현실로 보여집니다.
제가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은 돈을 따라 직업을 선택하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 하실 거라는 겁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고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셨으면 합니다. ‘진심을 다하는 노력은 절대 배신을 하지 않는다’ 라는 거예요.
기획 관련한 문의나 이견, 사업성 검토 등 교류를 원하는 분들이면 언제든지 대환영입니다. 전문가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의 기회를 드릴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만족이지요. 열려있는 소통 마인드가 기획자의 필수 요건이니까요
벌써 마지막 질문입니다. 멘토님에게 ‘기획이란 OOO다.’라고 정의하신다면요?
기획은 ‘끊임 없는 고민’ 같아요. 고민하지 않는 기획자는 도태되고요, 죽습니다. 왜냐하면 이유는제 메신저에 새겨둔 문구가 있는데요. ‘오른쪽을 봐도 甲이고요, 왼쪽을 봐도 甲’이에요. 이게 기획업무이고 기획자 인 듯 합니다. 저는 울트라 乙이고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