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호는 ‘가은’이고 이름은 최루시아입니다. 저는 원래 생활서예가에요! 전통적인 생활서예가인데,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있어 현재는 캘리그라피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가은’이라는 호를 사용하고 계신데, 무슨 뜻인가요?
‘아름다울 가’에 ‘은혜 은’자로 여러 사람이 베풀어준 은혜를 잊지 말자는 뜻이에요.
저는 서예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에요. 인하대학교 서예 동아리, 양현재 출신이죠. 사실 대학교 4년 내내 ‘가람’이라는 호를 썼어요. 그런데 가람 이병기 선생님이 유명하셔서 다른 호를 썼으면 했어요. 어느 날 꿈을 꿨는데, 꿈 속에서 ‘가은’이라는 호를 봤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제 나름대로 가은이라는 호를 사용하게 되었죠.
캘리그라피스트는 최근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인데요. 캘리그라피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건가요?
아름답게 쓰여진 모든 글씨를 캘리그라피라고 말해요. 요즘은 영화 타이틀이라던지, 상품 브랜드 명에서 캘리그라피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상업적으로 쓰여진 글씨들을 캘리그라피라고 말할 수 있어요.
과거엔 캘리그라피스트에 대한 정보도 없고, 진출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알고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오랜 시간 한글서예와 한문서예, 서각 등을 공부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전시가 끝나고 난 후, 서실 안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작품들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어요. 많은 사람들과 작품을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답답함이었죠.
우연한 기회에 영화 ‘스캔들’에서 전도연씨 손 대역 의뢰가 들어왔어요. 대역을 하고 나서 ‘나는 서예가 인데, 글씨를 중심으로도 영화 대역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것이 제게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그때부터 ‘나는 글씨를 중심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글씨를 써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래서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에 가서 한글서예에 대해 알리는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제 자신을 생활서예가로 칭해 블로그를 기반으로 활동하였고 지금은 캘리그라피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보통 직업을 선택할 때 전공과의 연관성을 찾기 마련인데, 멘토님은 조금 다르신 것 같아요.
제 전공은 가정관리학이에요. 학문을 연구하려는 목적이 아닌, ‘신나게 놀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학에 들어갔어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보다 글씨를 잘 쓰고, 한자를 잘 아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어요. 학교가 끝나면 아버지와 함께 신문에 있는 한자를 찾아보며 재미있게 공부했고요, 중 고등학교 때는 펜글씨부에 들어가 시화전을 열곤 했어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가장 신나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그 중 하나가 동아리 활동이었어요. 당시에는 서예 동아리가 굉장히 인기가 있었어요. 동아리에서 한번 놀러간다 하면 70~80명의 인원이 움직이는데, 그 모습이 신나 보였어요. 또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었던 서예와 노는 것을 접목시킬 수 있는 동아리이기도 했고요. 서예동아리에서 활동했지만 사실 4년 내내 서예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어요. (웃음)
△ 최루시아님이 쓴 서각
서예를 열심히 하지 않으셨는데, 어떻게 서예와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되신 거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출판사에 취직을 했어요. 그런데 일정한 패턴의 생활이 저에겐 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대 편입을 준비했어요. 3년간 미대편입을 위해 미술, 서예, 영어학원을 다녔어요. 3년을 준비했지만 사전준비가 너무 없었던 나머지 미대편입은 떨어졌고요, 서예학원에서 강사 제안을 받았어요.
대학 때 4년 동안 서예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어 시작한 서예가 직업이 된 것이에요. 그 이후로 저는 15년간 서예학원을 운영했어요.
서예에 대한 흥미를 갖는데 아버지와 동아리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붓을 잡아 본 거죠~
서예를 조금 늦게 시작한 만큼, 노력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열심히 서예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는 정말 밤을 지새울 정도로 열중했던 것 같아요. 서예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나만의 반전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서예를 한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전통 음악을 들으며 서예를 썼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서태지 음악 같은 최신 댄스음악을 들으며 썼어요.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날, 그런 음악을 들으며 전통적인 서예를 한다는 것이 제게 재미로 다가왔어요. 또 함께 한글서예를 했던 선생님께서 정말 열정적으로 글을 쓰셔서 그 분을 쫓아 열심히 공부했어요.
글씨를 쓴다는 것은 같지만 서예와 캘리그라피 사이에는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캘리그라피라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했던 특별한 노력이 있나요?
우리나라 캘리그라피계를 보면 전통 서예가가 캘리그라피를 하는 경우가 있고요. 디자이너가 캘리그라피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전통서예에서 출발해 캘리그라피를 하는 사람이에요.
캘리그라피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했다기 보다 저는 전통서예에 푹 빠져서 서예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어요. 한문서예, 한글서예 서각까지 모두 배웠죠. 우리나라에서 안 해본 공모전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서예에 임했어요. 추사추모전국회호대회에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던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캘리그라피를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서예를 할 때는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지 않고 너무 여러 분야를 다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결국 이 경험이 캘리그라피를 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했어요.
△ 최루시아님의 브랜드 캘리그라피 작품
서예를 할 때 배웠던 것들이 캘리그라피의 기반이 되었군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캘리그라피 중에는 멘토님의 작품도 상당하다고 들었어요.
부산에서 판매되는 소주, ‘좋은데이’의 캘리그라피도 제 작품이고요. 미스터피자의 ‘닭갈비 피자’와 ‘떡갈비 피자’의 캘리그라피도 제 작품이에요. 이렇게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 외에도 저는 개인적인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의 제 이야기를 글로 써 종종 페이스북에 올리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캘리그라피 작품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으면 해요.
캘리그라피 작품들이 차곡차곡 모이면, 멋진 책이 탄생할 것 같네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서예를 가르치신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서예학원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이 많았어요. 서예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한자와 서예를 배웠으면 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원치 않는데 학원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서예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니, 저도 기운이 빠지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서예학원을 접고, 이화여대 근처에 작업실을 열었어요. 그 때, 일본어 생활회화를 조금 할 수 있으니 일본인들에게 한글 서예를 가르쳐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렇게 외국인들에게 한글 서예를 가르쳐주던 것이 정착이 된 거에요.
한글 서예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는 문화사절단의 역할을 하고 계시네요. 멘토님께서는 더 나은 캘리그라피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시간이 날 때마다 전시를 많이 보는 편이고요.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노력해요. 친구 덕에 매년 오사카, 도쿄, 후쿠오카를 오가며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여행을 통해 받은 영감들이 작품에 녹아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전시를 보려고 하고,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해요.
캘리그라피스트는 어떤 업무 프로세스를 갖고 일하는지 궁금해요.
하나의 브랜드를 위한 작업을 할 때는 가장 먼저, 그 브랜드가 어떤 컨셉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요. 컨셉을 이해하고 나서는 어떠한 느낌으로 작품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죠.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요, 여러 각도로 작품을 구상해봐요. 실제로 글을 쓰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 어느 정도 컨셉에 맞는 작품이 구상되면 글을 써보는데, 여러 번 써보고 더 적합한 작품을 택하죠.
만약 제가 작성한 작품이 확정되면 브랜드에 제 작품이 입혀져 나오는데요. 디자이너와의 협의를 통해 한 두 번 정도의 수정을 거쳐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와의 소통이 원활해야 해요. 캘리그라피와 디자인이 함께 어우러져 나와야 하니까요. 저는 캘리그라피는 50%의 디자인 능력과, 50%의 캘리그라피 능력이 합쳐져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캘리그라피스트는 주로 기업 브랜드 작업을 많이 하나요?
기업 브랜드 작업도 많이 하지만 강의도 많이 해요. 캘리그라피에서 가장 중심적인 것은 글씨에요. 글씨를 중심으로 브랜드 작업도 하고, 강의도 하는 거죠. 캘리그라피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1 강의도 하고요. 서예에 대한 강의도 해요.
캘리그라피스트로서 참여했던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달이 머무는 마을 월하리’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께 한글을 가르쳐드리고, 금속공예가와 함께 문패도 만들어드리고, 아이들이랑 함께 티셔츠를 만들며 서예수업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서예가 우리 삶 속에 녹아들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해요. 저는 서예를 통해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제 활동의 모든 초점은 어떻게 하면 글씨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어요.
△ 최루시아님의 캘리그라피 작품
멘토님께서는 전시회를 통해 자기계발도 많이 하신다고 들었어요. 전시의 주제는 항상 어떻게 정하세요?
전시의 성격에 맞는 주제를 생각하기도 하고요. 제가 활동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주제로 삼기도 해요. 제가 생각할 때 제 자신은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아요. 평범한 편에 속하죠! 저는 평범한 속에 있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제 전시가 다분히 철학적이지는 않아요. 저는 제 이야기에, 제 작품에 공감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정말 재미있게 작품활동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붓으로만 캘리그라피를 하는 줄 알았는데, 붓이 아닌 도구로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면서요? 멘토님은 어떤 도구들을 이용하시나요?
붓과 붓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요. 버려진 담배꽁초를 이용할 때도 있고요, 수세미라던지 나무막대를 이용할 때도 있어요. 주변 사물을 이용해서 작품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 나와요.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프리마켓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어떤 분이 제게 다가와서 책갈피에 뭔가를 써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분이 부탁한 문구를 책갈피에 써드렸어요. 그런데 책갈피를 바라보며 한참을 가만히 계시는 거에요. 그래서 저도 덩달아 가만히 있었어요. 조금 뒤 그 분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어요.
제가 써 드린 문구가 ‘아빠, 건강하게 오래 제 곁에 있어주세요!’였는데,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으셨던 모양이에요. 제게 아무런 이야기를 하시지 않으셨지만, 왠지 그 분의 마음을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괜히 제 눈시울도 같이 붉어졌어요.
그 때, 제가 글씨를 통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중간자적인 자리에 있다는 것이 인상 깊어서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는 것 같아요.
캘리그라피스트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한글 캘리그라피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을 때 참 보람 있어요.
개인적으로 외국인 친구들과 문화 교류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종종 외국인 친구들에게 제가 한글로 이름을 써주곤 하는데, 제가 써준 한글 캘리그라피를 보고 외국인들이 한글에 관심을 갖기도 해요. 그래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럴 때 정말 보람 있고 기뻐요.
캘리그라피스트로서 행복하게 일하고 계시지만, 전통서예를 하다가 캘리그라피를 시작했을 때는 조금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전통서예와 비교해 캘리그라피는 조금 더 상업적이잖아요. 서예를 하다가 캘리그라피를 하는 것이 마치 전통 서예를 소홀히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고민이 많았어요.
작품을 쓰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전통서예를 할 때는 작품의 대가를 거론하기 힘든 면이 있어요. 그런데 캘리그라피 또한 작업비용을 산출해 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상업성에 젖어 든다는 느낌 때문에 힘드셨군요! 캘리그라피 작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어떤 작업을 할 때,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방향과 제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면 그 차이를 맞춰가는 것이 어려워요.
또 캘리그라피스트로서 다양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모든 글씨에 개인적인 분위기가 묻어 날 때 참 힘들죠. 시안에 따라 여러 가지 글씨체를 보여야 하는데, 같은 느낌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글씨를 써보고, 기본부터 시작하려고 노력해요.
△ 최루시아님의 블로그에 소개된 캘리그라피 작품
멘토님은 캘리그라피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저는 진심이 담긴 정성스러운 글씨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서요.
친구가 힘들어할 때, 진심을 다해 “괜찮아, 힘내!”라는 글을 썼어요. 그렇다면 그 글씨는 가장 소중한 글씨에요. 그런데 이 글씨가 광고에 쓰이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글씨체여야겠죠? 글씨체 안에서 진심이 느껴져야겠고요.
캘리그라피는 감정을 담은 글씨에요! 내 감정 그리고 느낌을 전할 수 있는 도구죠~ 내 감정을 표현하고 전할 수 있다는 점이 캘리그라피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서예부터 시작해 캘리그라피까지, 25년을 일해오셨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글씨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해요. 그리고 이 것이 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고요.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겐 이 것이 놀이이기도 하고, 사람들이랑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해요.
처음엔 사람들이 제 글씨가 궁금해 다가와요. 그러다 저에게 인생상담도하고 연애상담도 하죠. 이런 소통이 저는 정말 재미있어요. 사실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외국인을 만난다거나, 젊은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글씨를 통해서 외국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해요.
멘토님께서는 글씨라는 하나의 도구를 통해 모든 것과 소통하고 계시는군요!
그렇죠~ 전 세대와, 전 세계 사람들과 이야기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만약 사회초년생이 된다면, 멘토님은 이 직업을 다시 택하실 건가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지만, 저는 다음 생이 있다면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꼭 노래를 잘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 나서요. (웃음)
지금 사회초년생으로 되돌아가서 이 일을 다시 하라고 하면, 전 못할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만족감도 크지만, 이미 그 만큼의 어려움도 알고 있으니까요.
미래 캘리그라피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이 갖춰야 할 자세나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앞서 말씀 드렸지만, 저는 전통서예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캘리그라피를 하려면 전통 서예부터 잘 배우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씨를 잘 쓰는 캘리그라피스트의 것을 따라 하지 말고, 자신만의 느낌을 찾길 바래요. 그리고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션과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 능력을 갖추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컴퓨터를 이용한 캘리그라피 작업이 많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혀두시면 더 도움이 되요.
이 분야로 진출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요즘 취업이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물론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젊은 친구들이 지레 겁을 먹고 쉽게 도전하지 않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너무 고민만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셨으면 해요. 일단 도전하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릴 때가 있어요. 저 역시 그랬고요.
저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글씨를 좋아해 이 일을 시작했어요. 이 분야로 진출한다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조금 여유롭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글씨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을 하면서 삶의 행복도를 높여가면서 일할 수 있어요! 이 일을 경제적인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행복감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에 대해 듣고 싶어요.
먼저, 외국인들에게 한글 서예를 알리는 중간자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 윤곽은 잡혀있지 않지만 글씨를 가지고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어요.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잖아요. 저 역시 작업실에 앉아서 얌전히 글씨만 쓸 것이 아니라, 글씨를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나에게 생활서예와 캘리그라피는 OOO이다!’라고 정의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생활 서예와 캘리그라피는 나의 전부에요. ‘나는 글씨다’라고 나 자신과 생활서예, 캘리그라피를 동일시할 만큼 사랑하는 일이에요
Side Story 리포터 후기
콘텐츠 기획팀 리포터 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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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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