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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인사기획

프로젝트 조직의 성과 높이기

2018-05-24


 

'Pick Me'를 외치며 IOI(Ideal of Idol)라는 프로젝트 그룹 멤버로 선발되기 위해 혼신의 열정을 다하던 TV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방영 당시 천편일률적으로 비슷비슷해 보이는 아이돌 그룹에 싫증을 내던 이들이 새로운 프로젝트 그룹의 멤버들에게 화답해 인기도 급상승했다. 프로젝트 걸그룹에 이어 프로젝트 보이그룹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었다. 물론 오디션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 서로 다른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고, 1년 동안만 활동하는 프로젝트 그룹에 뽑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년 후 이들은 원래 그룹의 멤버로 돌아갔지만,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인기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프로젝트 조직'을 도입해 나름의 족적을 남긴 이들처럼 기업도 일반 부서의 구성원을 모아 활발하게 프로젝트 조직을 추진하고 있다.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상품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혁신 방법을 도입하기 위해 일정기간 프로젝트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해 성과를 내면 좋겠지만 기한도 채우지 못하고 프로젝트가 중도에 무산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글로벌 조사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ERP 도입 프로젝트의 75%가 실패한다고 한다. 프로젝트관리 전문기업 이노타스가 IT 프로젝트를 위주로 조사한 결과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55%)고 한다. 이제 기업들이 프로젝트 조직을 구성하는 데에 쏟는 노력을 넘어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공요인과 합리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 초반에 성패가 결정된다

일상적 운영업무 이외에 프로젝트 조직을 통해 성과를 높이고자 하는 기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프로젝트 조직은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임시로 일정기간 동안 전문 인력을 묶어 업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임시조직을 말한다.

프로젝트 조직 운영의 실패 요인에 대해 글로벌 컨설팅사 KPMG가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프로젝트 관리 미흡(32%), 소통의 부족(20%), 불명확한 목표(17%), 프로젝트 범위와 복잡성 관리 미흡(17%), 기술적 문제(14%) 등을 언급하고 있다. 프로젝트 관리 측면에서 프로젝트의 목표와 범위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 관리 측면의 부담이 생기고 이로 인해 합리적인 프로젝트 관리와 성과 도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젝트 관리전문가 Lindquist는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는 ① 요구사항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고 ② 요구사항을 변경하는 과정이 부실하며 ③ 요구사항에 대한 일관된 관점이 부족하고 ④ 요구사항과 최종 결과 확인 간의 관계가 미흡하고 ⑤ 전체 프로젝트 과정에서 요구사항에 대한 팔로우 업follow up이 부족하며 ⑥ 표준화된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이 미흡한 데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프로젝트 실패의 6가지 요인 중 5가지 이상이 프로젝트 초기에 정의한 목표와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꼽고 있다.

프로젝트 조직의 성격이 특정 업무를 위한 임시 조직이다 보니,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출범하느냐 하는 초기 단계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우리 속담처럼 프로젝트의 성패는 프로젝트 목표와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는 데에서 결판이 나곤 한다.

 

프로젝트 성공의 6가지 요건을 기억하라!


 

프로젝트 성공 요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제시했다. 물론 프로젝트 성공요인은 프로젝트 업무의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연구개발의 경우 IT프로젝트와 달리 사용자보다는 개발한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요구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인수합병 프로젝트의 경우, 인수하는 기업과 인수되는 기업의 구성원 간의 이해관계가 다르며, 이로 인해 갈등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고객과 임직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든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성공요인을 도출해 검토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6가지 요건을 종합해 본다.

 

1) 프로젝트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라 !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비전과 목표에 대해서는 경영진과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프로젝트 초기에는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젝트 리더는 일을 통해서 어떤 결과를 달성할 것인지, 일의 내용과 산출물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팀원들이 업무를 추진하는 데 혼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산출물을 만드는 데 귀한 예산을 낭비하게 된다. 프로젝트 리더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팀 회의와 외부 전문가의 충실한 조언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진단 및 분석 작업을 거쳐 업무 범위와 수행 방법론을 사전에 정의하기 위한 마스터플랜 단계를 거치는 것도 필요하다

 

2) 팀원을 전문가로 구성하라 !

프로젝트 팀은 일선 부서처럼 팀원을 육성해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관련 분야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야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팀원의 전문 역량이 부족하면 해당 업무가 지연되어 일정을 맞출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중요 부문의 대안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가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적을 책임지는 일선 부서장 입장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다른 조직에 파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 팀을 일선 부서에서 퇴출된 인력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물론 모든 팀원을 우수한 인재로 채운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리더는 프로젝트 성공에 결정적인 핵심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 경영진이나 소속 팀장을 직접 설득하는 일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사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인재라면 외부에서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3) 통합적인 관점에서 일정과 산출물을 관리하라!

프로젝트 일정, 산출물을 정확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프로젝트 일정 계획을 수립할 때는 사전에 제약 조건을 고려함으로써 실행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일정 관리는 주요 과업과 일정을 표시하는 간트Gantt 방식을 활용하기도 하고,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정교한 정보 시스템Project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하기도 한다. 품질이 가장 낮은 프로세스가 전체 산출물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제약 이론Constraint Theory에 따르면, 사소하게 생각했던 하나의 업무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체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4) 리스크는 사전에 예방하라!

기업 경영에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제품 결함으로 인해 고객에게 손해를 입히고 심지어 회사가 부도의 위기에 처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도 기존 시스템과의 연결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명되거나, 중요한 팀원이 갑자기 이직하는 등 생각지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해야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 리더는 계획 단계부터 팀원과 함께 잠재 리스크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회의를 자주 가지거나, 리스크 관리 기법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요 경로 분석Critical Path Analysis 등 리스크 관리 기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기법은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작업에 대해 중점적으로 위협 요인을 발굴, 관리하는 기법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활용되고 있다.

 

5)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라!

경영상의 중요한 현안을 추진하다 보면 여러 부문과 연계된 경우가 많아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로는 프로젝트를 지시한 경영진과 프로젝트의 결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일선 현장의 부서장, 사원들을 꼽을 수 있다. 때로는 부품 공급 업체, 제휴 업체, 넓게는 고객도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리더는 초기 단계부터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실행 과정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협의 절차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거나, 합의 과정에서 혁신적인 방안들이 후퇴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부가적인 업무라고 생각되더라도 리더가 직접 사전에 협의하고, 사후에 설명회를 하는 등 여러 차례의 설득 기회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6) 사업 성과와 연결시켜라!

훌륭한 목적과 과정을 통해 추진했던 프로젝트들이 실적을 내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프로젝트 조직 구성원은 항상 장기적인 목적과 함께 단기적인 실적 달성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프로젝트가 목표로 했던 제품개발이나 시스템 구축이 달성됐더라도 이를 통해 매출을 달성하거나 비용절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를 추진하느라 고생한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이익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지향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사업적 성과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사적 프로젝트 조직 운영을 위한 제안

최근 우리 기업들도 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임시로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전사 차원에서 각 부문과 부서별로 프로젝트를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경우에 따라 수십개 또는 수백개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특별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예컨대, S그룹의 경우 C랩이라는 제도를 통해 벤처와 스타트업을 사내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L그룹의 경우 계열사마다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센터를 두고 신제품 개발이나 업무 혁신으로 전사 차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개별 프로젝트 수행을 넘어 전사 차원의 수많은 프로젝트 조직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와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할지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S전자 : 창의개발센터, C랩 운영 사례 

S전자는 2012년 파격적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기존 부서와 분리해 별도의 창의개발센터를 설치했다. 창의개발센터는 C랩과 모자이크라는 두 가지 업무를 추진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C랩은 아이디어 발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고 여기에 예산과 인력을 배치해 사업화를 추진하도록 지원해 주는 기능이다. 모자이크는 전 사원이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이를 분류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선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집단지성 시스템이다. 

C랩의 경우는 직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공개오디션 방식을 취한다. 치열한 경쟁 PT를 통해 사업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면 회사의 투자를 받아 자유로운 근무환경에서 1년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프로젝트 당 인건비 약 10억과 개발비 5억 정도를 투자하는 셈인데, 아이디어 제안자가 중심이 되어 참여인력을 공모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심지어 제안자가 사원이라면 상위 직급자를 팀원으로 공모할 수도 있다. 사업화를 추진하는 기간 동안 성과평가는 벤처기업의 평가방식을 도입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실시한다. 또한 수익에 대한 평가를 통해 파격적인 특별 보상을 지급할 수도 있다. 소위 사내 벤처, 사내 스타트업을 내부에서 육성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이를 통해 2017년 5월 현재 163개 아이디어를 론칭했고 이전에는 상품화되기 어려운 새로운 제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구 마우스eyeCan'를 개발한다던가, 뇌졸증 전조 증상을 감지할 수 있는 모자 '뇌예모'를 개발한 사례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이 중 45%인 54개는 사업부로 이관해 사업화하기도 하지만, 20%에 해당하는 25개 제품은 스핀오프해 벤처 기업을 차릴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L그룹의 TDR센터

L그룹은 철저히 기업 내부의 제품개발과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조직을 모아 전사 TDR(Tear Down & Redesign)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짧아지는 제품 라이프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1년 이내에 출시해 재무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정해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는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타 기업의 프로젝트 관리와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프로젝트 과제를 자사의 중장기 경영전략과 당해년도 사업계획으로부터 연계해 도출한다는 점이다. 임직원으로부터 프로젝트 주제를 상향식Bottom-up으로 공모하지만, 최종 결정은 사업계획에 연계해 사업목표 달성에 필요한 프로젝트부터 추진하도록 한다.

프로젝트로 선정되면 1년간 전임자 약 20명 정도를 각 사업부와 부서로부터 배치해 다기능팀Cross Functional Team을 구성한다. 제품개발을 위해 R&D 연구원뿐만 아니라, 생산과 영업 등 제품개발과 관련된 전 부서로부터 팀원을 받아서 작은 사업부를 구성할 정도이다. 우수한 인재를 우선 배치해 프로젝트의 성공률을 높이고, 사업가 기질을 갖춘 인재로 육성하는 풀Pool의 역할도 한다. 최근 임원의 대부분이 TDR을 경험한 인재라고 하니 회사 내부의 인재사관학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위 사례를 비춰 보면 전사적인 프로젝트 추진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① 다기능 팀Cross Functional Team을 구성하고 ② 일상부서와 독립된 자율적, 창의적 벤처, 스타트업과 같은 프로젝트 조직문화를 구축하며 ③ 우수 인재를 배치하며, 향후 핵심인재 발굴의 풀Pool로 활용하고 ④ 전사 경영전략과 연계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혼자 책상에서 밤을 새우며 연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혁신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과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혁신을 경영에 접목한 IBM의 CEO였던 Sam Palmisano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던 말이다. 프로젝트 조직은 현대 경영에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됐다. 천재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어 놓더라도, 경영성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프로젝트 조직을 통해 실행에 나서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프로젝트 조직 운영의 지혜를 내재화해 앞선 기업들을 뒤따르기 보다는 앞질러 나가길 기대해 본다. 

 

천성현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영컨설팅센터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