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인 메인

HR 매거진

요즘 군대가 1980년대보다 힘들다고? [더플랩]

2022.11.28

본문

“군 생활의 괴로움을 따지자면 말입니다. 제가 처음 소위로 임관했던 즈음에 복무했던 장병보다 요즘 입대하는 청년들이 훨씬 더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군 복무를 하던 시절, 주간정신교육 도중 연대장이 불쑥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바로 들었을 땐 그 이야기가 그다지 와닿질 않았습니다. 당시 대령이었던 연대장은 80년대 전반 군번이었고, 그 시기 군대는 얼차려와 구타가 만연하는 인외마경이었음을 각종 미디어 매체 묘사나 아버지뻘 어르신들의 증언 덕에 뻔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연대장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갓 군문에 발을 들였을 땐 부대와 바깥 사회 사이 생활 수준 격차가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회가 군대 쪽보다 더 빈곤해, 생계 곤란을 피해 밥이라도 잘 먹어 보겠다고 군에 말뚝을 박는 청년도 꽤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밖에선 스마트폰을 쓰던 여러분이 여기서는 전화 한 통을 쓰겠다고 공중전화 앞에 줄을 섭니다. 입대 전엔 아무 때나 갖고 놀던 컴퓨터인데, 여기서는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 사이버지식정보방으로 달려가다 넘어져 다치는 장병까지 나왔습니다. 누리다가 누리지 못하는 것이, 1980년대에 비해 훨씬 많아졌기 때문에 여러분이 더 힘든 것입니다.

1982년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열린 제14주년 예비군의 날 기념식 모습./서울기록원

그렇습니다. 연대장은 30~40년 전 군대가 복무 여건이 절대적으로 좋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군대는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약간만 나아진 반면, 사회는 비교가 곤란할 정도로 고속 발전한 탓에 요즘 장병이 상대적 박탈감을 더 심하게 느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 것이었습니다.

이 사례에 빗대 보면 이른바 ‘요즘 것들’이 중소기업을 피하는 이유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980년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평균 임금 격차는 3.3%에 불과했습니다. 대기업 사원이 100만원을 벌면 중소기업 근로자도 96만7000원은 족히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격차는 1990년에 21.1%로 확대되더니, 2015년엔 39.4%까지 벌어졌습니다. 대기업에 취직한 청년이 100만원을 벌 때 중소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는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고작해야 61만6000원밖에 챙길 수 없는 셈입니다.

차이가 벌어지는 추세는 요즘도 여전합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3만2428원인데 반해 중소기업 정규직 시간당 임금은 57.3% 정도인 1만8588원에 그쳤습니다. 심지어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은 대기업 비정규직 임금인 2만2353원을 밑돌았습니다. 물론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사정이 더욱 나빠, 시간당 임금이 1만4440원으로 대기업 정규직의 44.5%에 불과했습니다. 즉, 1980년대와는 달리 ‘상대적인 측면’에서 중소기업 연봉이 대기업과는 비교조차 곤란할 정도로 벌어졌기 때문에, 중소기업 재직자가 느끼는 박탈감이 예전에 비해 한층 더 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식으로 극복하면 되지 않느냐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이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조언입니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일자리이동통계'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394만4000명이 직장을 옮겼으나, 중소기업 출신이 대기업으로 이직한 비율은 9.4%뿐이었습니다. 반면 재차 중소기업으로 옮겨간 경우는 82.7%에 달했습니다.

/통계청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그저 기피당할 수밖에 없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직장 생활 만족도가 오로지 연봉 하나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중소기업도 다른 방면에서 대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갖추면, 우수한 구직자를 새로이 끌어오는 것은 물론 어렵게 확보한 인재도 놓치지 않을 수 있겠죠.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청년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청년일자리 인식 실태조사’를 보면 구직자가 고려하는 사항 중 1위로 꼽힌 것은 바로 ‘일과 여가의 균형 보장’(27.9%)이었습니다. ‘임금 만족도’는 25.9%로 2위였고, ‘건강한 조직문화와 사내 분위기’(12.9%), ‘기업의 성장 가능성’(10.1%), ‘고용 안정성’(10%)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연봉 면에선 경쟁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일과 여가의 균형 보장, 소위 ‘워라밸’이 우수한 회사라면 젊은이들이 선호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죠.

/중소기업중앙회

사람인 HR연구소는 “구직자가 추구하는 바가 모두 동일하진 않기에, 연봉 경쟁력이 부족하더라도 ‘특화점’을 강조하면 인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며 “만일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가용한 자원에 따라 워라밸을 내세우기 어렵다면 조직문화, 성장 가능성, 고용 안정성 등에서 강점을 찾고 홍보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고 했습니다.

/사람인 HR연구소

키워드
#인사기획#조직문화#정부정책#채용동향

이 글과 유사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