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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한 상사가 조직을 망치는 시나리오 [더플랩]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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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앨범 제작은 아무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학교 구성원 간의 협의에 따라 제작 여부를 결정하면 됩니다.”

지난 5월 초 부산교사노동조합 공식 카페에 올라온 안내문 중 일부입니다. 교육부 지침상으로도 졸업앨범에 교직원의 개인정보를 포함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라 정보 주체인 교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규정이야 그렇다지만 굳이 졸업앨범 촬영을 거부할 필요까지 있으려나 싶을 수도 있겠으나, 최근 교육 현장 일선에선 범죄에 악용될 것을 염려하는 교사가 적지 않습니다. 서울교사노조가 지난해 4월 전국 교사 81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 졸업앨범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70.6%는 ‘본인의 사진 자료가 범죄에 악용될까 봐 불안하다’고 답했습니다.

공연한 우려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텔레그램 ‘n번방’에도 현직 교사 사진을 합성하며 능욕하는 ‘여교사방’이 존재했고, 지난 2월엔 한 초등학생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교사 사진을 올리고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사건이 있었으니까요.

/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기술 발달에 따른 신종 범죄가 활개 치고 있음을 잘 모르는 데다 개인정보 보호에도 둔감한 고연령 관리직 교사들이, 교사에게 관행대로 졸업사진을 찍도록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부산교사노조가 지난해 7월 부산 지역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졸업앨범 제작 시 교직원의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35명 중 93.8%가 2019년 졸업앨범을 제작했을 때 교직원 동의를 받는 절차 없이 사진을 찍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한 교사가 교장, 교감 등에게 불려 가 혼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합니다.

이처럼 옛 시절 경험에만 매몰돼 변해버린 현장을 무시하는 상사는, 다른 업종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오히려 이런 유형의 인물이 없는 조직을 찾기가 더 어렵겠죠. 이를테면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가 펴낸 가이드북 ‘90년생 공무원이 왔다’에서도 주니어 공무원(1980~2000년생) 중 89.2%는 근무 기관에 ‘꼰대’ 가 있다고 답했으며, 가장 빈번하게 볼 수 있는 유형으로는 ‘라떼는 말이야 형’(50.7%)을 꼽았습니다.

/행정안전부 간행물 ‘90년생 공무원이 왔다’

물론 윗선에서 바뀐 세상을 점차 이해하며 갈등이 차츰 해소되는 사례도 꽤 있긴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정반대로 흐르는 경우 또한 존재합니다. 상사의 오판과 실수를 지속해서 유도하기 위해 정보를 은폐해 버리는 것입니다. 지난해 인도 뉴델리의 국제경영연구소 연구진이 인도의 IT 기업 종사자 27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사가 계속해 무례한 언사나 행동을 하면 부하들이 자기 지식을 은폐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상사의 무례한 행동 방치는 곧 조직이 직원을 공정하고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며, 결국 직원은 조직 전체에 앙갚음하고자 자기 지식을 의도적으로 숨긴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마디로, 시대착오적인 언행을 보이는 간부를 두둔하며 방치하면, 연대한 직원들의 보복으로 인해 조직 전체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일이 대개 그렇듯, 이런 상황 또한 해결을 무조건 담보하는 비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만병통치약까진 아니더라도 제법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받는 처방이 있으니, 바로 ‘역멘토링’입니다.

역멘토링이란 말 그대로 젊은 구성원이 상사나 선배에게 트렌드나 신세대 문화를 전수하는 것으로, 최근 공무원 조직에서 이를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엔 서울 관악구청이 국·과장급 간부가 신입에게 배우는 역멘토링을 월 1∼2회 실시한다고 밝혔고, 경남 사천시청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에 걸쳐 부시장을 비롯한 국·과장 등 선배가 신입 직원의 가르침을 받는 역멘토링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11일엔 경북 칠곡교육지원청도 신규 공직자를 멘토로 위촉해 선배 공무원에게 지식을 전하는 역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재계 쪽에도 일찍이 역멘토링을 도입한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롯데그룹 기업문화위원회는 지난 2017년 8월 세대 간 소통을 강화하고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역멘토링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11월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디지털 리더십을 함양하기 위해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영진과 젊은 직원 간의 색다른 소통을 통해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인 HR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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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기획#핵심인재관리#조직문화#정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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