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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HR연구소]

2021-05-06

/zorac_ca 트위터 캡처

물론 이 자체야 흔해빠진 트위터 창작동화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죠. 하지만 현실의 회사에서도 이와 맥락이 비슷한 사건은 꽤 흔히 벌어지곤 합니다. 단합을 도모한다며 주말 단체 산행을 정례화했다가 매스컴을 타 망신을 당했다거나, 저연차 사원들의 조기 퇴사를 억제하려 직업 정신과 사명감을 돋우는 교육을 더욱 자주 실시했지만 도리어 역효과가 났다는 등의 사연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오곤 하죠.

사실 결과가 영 좋지 못해서 그렇지, 높은 분들께서 일을 벌일 때 품었던 의도부터가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직원들이 공사를 초월해 한마음으로 뭉쳐 업무 시너지를 내길 바라거나, 전도유망한 사원이 오래도록 머무르며 회사 발전에 이바지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를 악의라 몰아붙이긴 어려우니까요.

다만 문제는 ‘답을 찾는 방향’에 있습니다. 많은 리더는 오래도록 직장 생활을 하며 시나브로 몸에 밴 ‘조직의 관행’을 이정표로 삼곤 합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에서도 ‘회식’이나 ‘휴일 모임’이나 ‘정신교육’ 등, 옛 시대 기준으로나 익숙하고 납득이 갈 만한 솔루션을 구성원 의견 수렴 없이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를 ‘익숙함’을 ‘당연함’으로 생각하는 리더십의 문제라 지적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4월 발간한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 中

조직에 속한 이가 조직, 혹은 조직 내 상사의 논리와 리딩에 따르는 것은 상식이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딱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4월 발간한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에서 “아랫세대는 처음부터 조직에 대한 신뢰를 접고 진입한다”며 “조직에 대한 기대보다 불신에서 출발하며, 애초에 선을 긋고 조직 생활을 시작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구성원은 일단 회사에 발을 들인 이상 조직 혹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야만 한다’는 개념 자체가 이미 누군가에겐 상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해 7월 사람인이 직장인 15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3%가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사람인이 지난해 12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구직자 611명에게 첫 직장에서 정년 퇴임하길 원하는지 물었을 때도 61.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요. 이처럼 조직과 평생을 함께할 마음이 없는 이들에게, ‘회사를 위한 일이니 이해가 어렵더라도 상부의 방침에 따라 달라’는 호소가 제대로 먹혀들어 가긴 어렵겠죠.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4월 발간한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 中

물론 많은 리더분께서는 이미 ‘조직의 관행’으로 젊은 직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방향을 약간 틀어서 ‘멘토링’이나 ‘유머 리더십’ 등 보다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으로 사원의 마음을 붙들려 하는 시도도 꽤 있는데요. 그러한 노력 자체야 결코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익숙함’을 ‘당연함’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 의미 있는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상사의 ‘익숙함’은 부하에겐 대개 ‘다른 차원의 전래동화’일 뿐입니다. 지난 2018년 사람인이 직장인 76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9.4%가 상사 혹은 부하와의 세대 차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세대 차를 느끼는 순간 1위는 ‘“나 젊었을 때는 말이야”라고 얘기를 시작할 때’(54.1%, 복수 응답)였으며, ‘출퇴근 시간, 인사방식 등 태도에 대한 견해가 다를 때’(46.7%), ‘줄임말, 신조어 등 요즘 유행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33.7%), ‘인스타그램 핫플 vs 재테크, 관심사가 다를 때’(27.5%), ‘회식, 음주 문화가 다를 때’(23.7%), ‘회의, 메신저 활용 등 업무 방식이 다를 때’(23.4%), ‘점심 메뉴, 회식 메뉴 등 식사 메뉴 취향이 다를 때’(21.2%)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게 익숙한 것’에만 기대 멘토링을 하거나 유머 감각을 발휘하려 들면 세대 차를 실감하며 반감만 사게 될 위험이 큽니다. 아무리 그 의도가 아름답고 훌륭하더라도 말이죠.

한 조직에 영원토록 머무르며 같은 상사를 섬길 요량이 아니면, 취향에 맞지 않는 부장님 개그를 굳이 받아 주어 무엇하겠습니까?/웃긴대학 캡처

즉 조직 차원에서든 개인 차원에서든, 진정으로 젊은 직원들의 마음을 붙들고 싶다면 ‘익숙함’과 ‘당연함’을 잇는 고리를 끊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내가 해 주고 싶은 것’이나 ‘내가 능히 할 수 있는 것’ 대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줄 수 있는 시야와 도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죠. 사람인 HR연구소는 “리더는 짊어질 줄도 알아야 하지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며 “당연하고 상식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내려놓고, 구성원들의 눈높이에 맞추며 그들이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를 들여다보아야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사람인 HR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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