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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핵심인재관리

성과관리 OKR,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우선 준비할 일

2021-10-08

 

 

 

최효석 서울비즈니스스쿨 대표

 

 

많은 조직들이 새로운 성과관리 방법론으로서 OKR을 도입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공사례는 아직 노력만큼 많이 나오고 있지 않다. 전통적 방식인 MBO에 비해 보다 가볍게Lean 하자는 것이 OKR인데 왜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필자가 현장에서 많은 기업들을 코칭하면서 느끼는 OKR 정착의 어려움은 크게 네 가지 이유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OKR 도입의 선후 과정이 부족하다
성과관리의 핵심은 '정렬Alignment'이다. '측정Measurement'이나 '평가Evaluation'가 아니다. 회사의 방향과 전략과 업무를 정렬시키면 성과는 반드시 개선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렬의 기준점을 명확히 하고 구성원들에게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사명Mission이며 사명과 비전을 중심으로 업무를 정렬시키는 활동을 우리는 '가치관 경영'이라 부른다.

우리가 북쪽으로 걸어가며 북극점에 도착해야겠다는 목표를 정했으면 그 기준이 되는 북극성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북극성이 바로 사명이다. 기준 없이 바로 앞에 있는 지형만 보고 걸으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성과관리에는 가치관 내재화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게 명확하지 않은 조직에서 OKR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종류의 전략과 관리도 겉돌게 된다.

또한 OKR을 성과관리도구로 바라보자면 우선 직원들이 해야 할 업무를 지표로 만들어야 한다. 문제지가 있어야 답안지가 있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주 문제지를 만드는 것보다 정해진 문제지를 두고 주기적으로 점수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독립변수를 만드는 것이다. 매번 문제가 바뀌면 점수가 바뀌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여기서 개인이 회사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우리는 '직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직무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직무 분석', 이것을 문서로 기록한 것을 '직무 분석표'라고 한다. 이러한 직무분석의 과정을 거쳐서 개인이 할 일을 정해야 그 업무의 KR이 관리된다. 매번 KR이나 KPI가 바뀌거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실패한 관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와 전략이 정렬이 되면 이를 바탕으로 직무분석 작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자체가 OKR 도입보다 더 복잡한 작업이기에 작은 조직에서는 엄두를 두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조직문화도 OKR 도입 성패에 중요한 요인이다. OKR을 다른 말로 바꾸자면 'Agile Goal'이라고 볼 수 있다. 성과를 더 애자일하게 관리하자는 의미이다. 하지만 조직문화가 애자일하지 않은데 성과관리가 애자일 할 리는 만무하다. 특히 OKR은 제도로서 O KR을 정하는 것보다 피드백 커뮤니케이션인 CFR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앤디 글로브, 존 도어, OKR을 시도하는 기업들의 하나같은 의견이다. 조직 의사결정 구조는 수직적 탑다운 방식인데 CFR이 핵심인 OKR이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OKR 도입을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한 조직문화를 보다 수평적으로 만들어 놓아야 효과가 있다.


둘째, 프로젝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애자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변화관리가 그러하지만 모든 변화는 스냅샷Snapshot이 아닌 활동영상Animation Movie이다. 어느 순간에 변화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개선을 통해 조직문화에 스며든다. Lean 방식과 애자일Agile에서 말하는 원칙과 동일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OKR을 도입할 때 3개월 프로젝트, 심지어 원데이 워크숍만으로 조직에 OKR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건 전형적으로 OKR '문화'가 아닌 '제도'로 바라보기 때문이며, 심지어 제도 관점에서 보아도 단기성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휴가제도 하나만 바뀌어도 그것을 전파하고 설득하고 일상화 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외부 전문가를 통해 배우는 컨설팅이나 워크숍은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튜토리얼이지 진정한 변화는 그 이후부터 시행착오와 피드백을 통해 자리 잡힌다. 그것이 애자일과 린 개념의 핵심이다


셋째, 사례 중심의 정답 찾기 방법으로 도입하려 한다
OKR 코칭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받는 요청이 "다른 기업의 성공사례를 알고 싶다"이다. 나아가 "구글의 OKR 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도 받는다. 구글에서 근무해보질 않아 답을 줄 수도 없지만, 설령 구글의 OKR 매뉴얼을 구해서 전한다 한들 제대로 이식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정을 간과하고 결과만 모방한다고 동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치열한 내부에서의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구글이 수만 명의 임직원이 있는 대형 기업임에도 OKR이 작동할 수 있는 이유는 창업 이듬해인 1999년 도입하여 20년이 넘도록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나온 무수한 인사이트와 시행착오, 조직특성과 문화적 차이를 차치하고 한 번에 정착시키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벤치마킹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OKR을 잘 도입하는 것' KR이고 그것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조직에 있어서 최선의 방법은 직접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전문가의 코칭 또는 퍼실리테이션, 타 기업의 사례 등이 도움은 되겠지만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해나가는 일에 직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넷째, 전사 차원의 충분한 지원이 부족하다
모든 프로젝트가 그러하듯이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는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OKR을 도입은 했지만 기존의 성과평가와 병행해서 사용하는 조직, HR이나 TF는 열심히 노력하지만 다른 임직원들의 협조가 부족한 조직, 임원레벨에서 결정한 사항이라 대표는 이를 잘 모르는 조직 등을 어렵지 않게 만났다. 성공하는 OKR 도입을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 도입이 아니라 이 기회를 통해 회사의 조직문화와 성과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리더들의 강력한 메시지와 참여가 절실하다.

현장에서 느낀 이러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OKR 도입을 통해 성과관리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 아래와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첫째, CEO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OKR 도입을 전후로 우리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기회를 가지기 위해 전 임직원이 협조를 해달라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회사의 가치관을 정비하고 직원들의 내재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OKR을 작성하고 정렬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기준선이 명확해진다.

셋째, OKR의 핵심은 CFR이며 이를 위해서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이 전사적으로 필요하다.

넷째,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거기에서 나오는 경험자산을 통해 발전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동작하는 모델이란 없다. 완전하게 작동하는 OKR이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조직과 개인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더욱 효과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