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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성과관리, 이것이 궁금하다 Q&A

2021-03-23

 

 

 

황진국 EY PAS 상무

 

 

성과관리는 합리성, 투명성, 공정성 등의 이슈에 늘 부딪히곤 한다. 그러다보니 경영진과 인사담당자들은 더 나은 성과관리 방법에 대한 고민을 계속 가져가게 된다. 글로벌 기업의 '완벽해 보이는' 제도를 찾아보거나 경쟁사는 어떻게 성과관리를 하고 있는지 기웃거려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구축한 제도가 운영 단계에서 삐걱거리기 일쑤다. 왜 다른 기업에서 잘 된다는데, 우리 기업만 이럴까. 아예 평가제도를 없애 버릴까 싶은 고민마저 든다. 이런 고민에 빠진 인사담당자들이 질문을 던진다.


Q. 최근 들어 육성형 평가, 절대평가, 수시평가, 등급폐지 등 평가와 보상의 관계가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보상과 연계성이 약해진 평가는 구성원들이 간과하기 쉬운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육성형 평가, 절대평가, 수시평가, 등급폐지 등이 과연 평가와 보상의 관계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보상을 금전적 보상으로만 한정 지었기 때문에 나온 질문 같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보상하면 금전적 보상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보상에는 안정, 인정, 가치실현과 같은 내재적 보상도 있습니다.

지금은 보상을 금전적 보상에 한정시킬 수 없는 저성장 시대입니다. 개인 간의 큰 차등을 둘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이익을 실현하는 회사는 많지 않고, 개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불황을 맞는 산업도 많습니다. 과거 고성장기에는 높은 임금상승과 맞물려 금전적 보상으로 성과 차등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금전적 보상으로만 동기부여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내재적 보상을 기본으로 하고 금전적 보상은 예외적인 것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육성형 평가, 절대평가, 수시평가, 등급폐지가 평가와 보상의 관계를 느슨하게 만든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구성원에 대한 내재적 보상을 강화하고 그들의 가치를 실현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제도를 변화시킨다는 점을 오히려 강조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Q. 많은 기업들, 특히 대기업-전통기업은 상대평가제도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절대평가가 트렌드라고 하는데, 절대평가만이 답일까요?
절대평가도 상대평가도 시대와 산업을 초월한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산업의 특성과 외부환경, 노동시장의 특성, 업무 특성, 업무 스타일 등 여러 상황에 따라 절대평가가 좋을 수도 상대평가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상대평가는 성과와 역량이 명확하여 구성원 간 비교가 가능할 때 효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절대평가는 구성원 간 비교가 아닌 개개인의 목표수준과 목표달성이 중요할 때 효과가 있습니다. 가령 개인의 성과가 조직의 성과로 직결되는 영업팀원의 경우 목표가 높을수록, 달성률이 높을수록 성과에 기여하게 됩니다. 굳이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워 상대평가를 통해 보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도입기 단계에 있는 산업이나 같은 기업 내에서도 신규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부의 경우 시장 환경의 빠른 변화, 비정형화된 업무 프로세스, 외부 인력의 수시 유입 등으로 현업 관리자(팀장)의 평가권한을 높이는 절대평가가 적합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 전통기업이 상대평가제도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오랜 기간 동안 관련 사업을 영위하면서 업무 프로세스가 정형화되고 검증된 역량과 성과가 조직에 통용되기 때문에 상대평가가 보편화된 것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평가, 절대평가로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조직, 사업의 특성에 따라 같은 조직 내에서도 평가방식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Q. 업계에는 매력적인 평가보상 사례가 소개되지만, 저희 회사는 평가무용론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평가 결과에 대한 불신과 보상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평가무용론이 팽배해 있다면 과감히 평가를 없애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HR이 쉽게 결정하기 어렵긴 하지만 평가를 안했는데 경영진을 비롯해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고 조직관리나 성과에 영향이 없다면 평가를 안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기업에서 일어나는 많은 활동들 중에는 관습에 의해, 작년에 했으니까, 남들도 하는 것이니까 올해도 어김없이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평가라고 예외일까요? 더구나 많은 구성원들이 불필요하다고 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써가면서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진정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꼭 평가를 해야 한다면 어떤 평가를 해야 할 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고민을 시작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매력적인 제도는 간절한 필요에서 나온 것일 테니까요.

코로나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된다면 대면 면담 및 코칭의 기회가 줄어들텐데 이 공백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비대면 환경에서의 면담, 코칭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면담과 코칭을 진행하라고 한들 평소의 행동이나 업무과정을 관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피드백 내용도 풍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일상적 활동이 대면을 전제로 이루어지다 보니 면담, 코칭 때에 친밀감과 공감을 표현하는 제스처까지 가이드하던 HR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비대면 환경을 제약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역으로 비대면 환경을 활용해 성과위주의 면담, 코칭, 나아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도모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리더는 산출물의 기대수준, 내용, 완료일자 등을 정확히 지시하고 일하는 과정이나 태도보다는 일의 결과만을 보고 피드백을 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리더들이 일의 과정에 개입하고 성과 자체보다는 팀원의 태도와 친밀도에 더 중점을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성과는 과정과 결과를 포함하지만 비대면 환경을 활용해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를 배재하고 팀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없애는 기회로 활용해보기를 추천 드립니다.


인사제도, 조직도 등이 자주 변경됩니다. 제도가 안착되기도 전에 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최소 얼마나 유지하고 지켜보는 게 좋을까요?
인사제도가 바뀌는 근인根因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선 현상적으로 인사제도가 바뀌는 원인을 관찰해보면 크게 외부요인과 내부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외부요인으로는 우리나라의 1997년 외환위기처럼 기업의 존망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경제적 혼란이 발생하거나, 법 또는 사회적 여론으로 변화가 강제되거나, 경쟁기업의 새로운 HR제도, 조직이 성과로 이어지는 실증적인 결과가 있을 때 등이 있습니다. 또한 내부 요인으로는 CEO가 교체되어 새로운 사업전략-계획이 수립됐을 때, 사업의 변화로 요구되는 역량과 인재상의 변화가 필요할 때, 내부 구성원, 노동조합의 불만과 요구가 있을 때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 회사 또는 HR이 무시할 수 있는 변화요인이 있을까요?

잦은 HR제도와 조직의 변화는 구성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하고 인사 철학이 흔들린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적절하게 변화하는 HR이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HR이 사업과 전략에 맞추어 변화를 이끄는 변화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구성원과 공감하고 변화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한다면 변화 주기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방향성 없이 '다른 기업이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이렇게 해보자' '오래됐으니 바꿔보자' '경영진이 하고 싶은 대로 하자'와 같이 줏대 없이 갈팡질팡하는 변화를 경계해야 하고 변화의 원인이 없다면 오래된 제도라도 그대로 두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입니다.


BSC, OKR, KPI, CSF 등 평가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합니다. 방법론을 벤치마킹할 때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할까요?
벤치마킹 3단계 방법론을 추천 드립니다. 첫 번째 단계는 방법론이 지향하는 바가 우리 회사가 의도하는 변화 방향과 같은 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방법론의 세부 사항이 우리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원리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세부 사항들을 우리 회사에 맞게 변형시켜 적용하는 것입니다.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지향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 없이 세부적인 방법에만 집착하면 업무의 진행이 더딜 뿐만 아니라 막상 현재 모습과의 차이만 부각되어 좋은 방법론과 사례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BSC 도입을 검토해보라' 'OKR이 요즘 트렌드라는데'라는 경영진의 지시나 관심이 있으면 우선 더디게 보이더라도 제도가 탄생된 배경과 도입 목적, 타사에서 추진하게 된 배경 등을 먼저 조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경영진과 1차 미팅을 갖고 벤치마킹을 진행할지 진행한다면 어떤 점을 집중적으로 파악할지에 대해서 합의를 한 다음 세부적인 방법론 탐색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나면 어떤 원리들이 현재 조직의 문제점들을 개선시킬 것인지를 정의해야 합니다. 가령, 'BSC는 재무지표와 비재무지표를 균형 있게 설정함으로써 재무적인 성과에만 매몰되어 있는 우리 회사에 과정과 지속적인 성장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심어줄 수 있다'라는 식으로 원리와 개선방향을 담아야 합니다. A회사는 재무지표를 50%로 하고 어디는 30%로 하더라는 식의 단순 사실 나열은 열심히 조사한 것 같지만 의미를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원리를 이해한다면 '우리 조직은 과정과 지속성장에 대한 개념조차 미미하기 때문에 재무지표를 30%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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