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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스타트업 출신 대기업 HR과 대기업 출신 스타트업 HR이 만나다!

2020-09-28

 

 

 

 정은혜 HR Insight 기자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HR담당자 역시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깊다. 그동안의 업무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내 성장 트랙을 밟을지, 다른 회사를 경험하면서 외연을 넓혀갈지가 1차적인 고민이다.


최근 스타트업으로 이동하는 HR담당자가 늘고 있다. 혁신적인 조직문화와 로켓성장 사례가 왕왕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통 기업 HR담당자들에게 스타트업은 HR의 판을 짜고, 현장의 이슈를 해결해가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일터로 다가온다. 반면에 스타트업 HR담당자는 소규모 조직에서 실행한 HR제도들이 큰 조직에서는 어떻게 운영되며, HR의 초보적인 단계를 이미 넘어선 대기업들의 선진화된 제도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니즈가 강하다. 조직의 성장과 함께 HR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크지만, 인력 규모나 재원에 따라 부딪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HR담당자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듣고자 대기업 출신으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이수연 고위드 인사팀장과 스타트업 출신으로 대기업으로 이직한 조재신 SK C&C 선임을 만났다.



 

Q. 이직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이수연 6년 전쯤부터 이직보다는 커리어 전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현 조직에서 성장할 것인지, 이직을 해서 외연을 넓혀갈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앞으로 어떤 경력이 필요할까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대기업은 규모나 의사결정 단계 등에서 제도를 실행하거나 제가 생각하는 바를 펼쳐나가는 데에 한계가 있었죠. 현업에서 부딪히고 이슈를 해결해 나가면서 변화되는 것을 체험하고 싶었어요. 신속한 실행과 빠른 피드백이 가능하려면 작은 조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그 때 한 것 같아요.

 

조재신 저는 스타트업 HR담당자로서 업무를 하면서도 늘 우리보다 큰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HR이 처음인데, 사수도 없고 정답이 없는 HR업무를 조직 내에서 혼자 하다 보니 외로움도 있었어요. 그래서 Next Stage에 있는 다른 회사 HR담당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경험을 물어보며 우리의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노력했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조금 더 큰 회사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좋은 기회가 생겨서 지금의 회사로 옮기게 됐습니다.



Q. 현재 회사로 이직한 결정적 이유가 있나요?


조재신 SK는 혁신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라는 생각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대학생 때 SK행복나눔재단에서 인턴을 했는데 그때 SK그룹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기업 활동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구성원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조직문화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것들을 보면서 '대기업이라는 탄탄한 조직에서도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성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게 됐습니다.

 

이수연 스타트업과 대기업 등을 7~8군데 만나봤고 그 중엔 채용이 성사된 곳도, 떨어진 곳도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슬럼프도 있었는데 돌이켜 보면 말로는 규모가 작더라도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에 가고 싶다 하면서 남들 보기에 그럴 듯한 회사에 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폼나게 사표 쓰고 주목받는 기업으로 간다는 허세랄까요.(웃음) 그래서 잠시 멈추고 일단 휴식을 위해 퇴사를 먼저 했어요.
쉬는 동안 우연히 현재 회사의 대표님을 만났고 이제 갓 시작하는 스타트업인데 한 번 놀러오라 하셔서 방문했다가 합류하게 됐죠. 처음엔 좋은 사람 있으면 추천해 달라 하셔서 추천해 드렸는데 대표님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이 회사라는 확신이 들어 합류하고 싶다 말씀드렸고, 그날 바로 결정됐어요. 지금 와서 보니 그게 면접이었더라고요.(웃음)

Q. 이전 회사와 일하는 방식에 많은 차이가 있나요?


이수연 이제 입사한 지 6주차인데 체감상으로는 석 달도 넘은 것 같아요.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인 회사이고, HR 관련해서도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라 모든 게 제가 할 일이거든요. 스타트업 선배들이 근로계약서부터 손대야 할 거라 했는데 '그게 이거구나' 싶은 일들이 수두룩해요. 대기업에서는 아웃소싱으로 처리하는 일들을 모두 직접 하고 있으니까요. 체계보다 빠른 판단과 대응, 일단 실행하면서 만들어 가야 해요. 그 과정에서 임직원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협의가 실제로도 더 중요한 것 같고요.

 

조재신 스타트업은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불완전해도 일단 도입한 후 다듬어가는 맛이 있었어요. 아무것도 없던 회사에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조직구성원들의 저항도 적고,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어요. 반면 대기업은 이미 많은 것들이 갖추어져 있기에,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내고 기존의 것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죠. '그거 이미 해봤는데 안 돼'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되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사회생활을 대기업에서 처음 시작하고 스타트업으로 이직 후 다시 대기업으로 온 경우라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적인 면에서 새롭게 느낄 것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는 조직의 힘으로, 관성에 의해 일하고 있을 거라 예상했죠. 그런데 SK에 와서 본 공유오피스제도나 VDI 가상업무환경 등은 새로웠고, 놀랍기도 했어요. 이렇게 큰 기업에서 공유오피스제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에 말이죠. 자기주도적 업무를 위한 조직문화 확산과 업무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이전의 경험들이 현재 회사에서 어떤 도움이 되고 있으신가요?


조재신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다른 회사들의 사례를 많이 찾아봤던 경험이 기존 대기업 인력들보다는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또 스타트업의 특성상 거의 모든 업무가 처음 접하는 것이었고 혼자 도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경험들을 통해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 대신 책임감을 키울 수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아도 '어쨌든 내가 맡은 일은 꼭 해 낸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 동료들과의 협업,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나요?


이수연 십 수년 HR을 했다지만 들어보지도 못한 제도부터 단순 업무들을 일일이 묻고 배워가며 간신히 처리 중이지만 허드렛일이라는 생각보다는 조직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커요. 어떤 이들은 스타트업은 체계가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도 했는데 저는 그런 스트레스는 없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해나가는 모든 일이 길이 된다는 뿌듯함과 묵직한 책임감이 기분 좋은 동기가 되는 것 같아요.

Q.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고민할 때 '깨야 하는 환상'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수연 보통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생각하면 연차와 상관없이 '조직장'으로 대접 받으며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해요. 저도 그랬고요. 실제로도 대기업에서 4~5년 차의 경력자가 스타트업의 장으로 오는 경우가 있기는 하죠. 하지만 몇몇 분야만을 담당했을 대기업에서의 뾰족한 경력이 스타트업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막상 와보면 허드렛일이라 여겨지는 일들이 많을 수 있어요. 그런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힘들 수 있죠. C-Level이나 구성원들의 연령이 낮은 편이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라고 해도 이들과의 소통이 힘들 수도 있어요. 특히 성공 경험이 강한 경영진이라면 인사의 역할이 제한될 수 밖에 없겠죠. , 스타트업에서도 대기업에서 겪은 어려움을 비슷하게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조재신 대기업에서 쌓은 경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이룬 성과도 있겠지만 조직의 힘과 자원, 잘 갖춰진 환경 덕분에 해낸 것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이러한 것들이 없기에 모든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업무를 해야 해요. 가끔 스타트업 대표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대기업 출신들은 '대기업 물 빼느라' 적응 기간이 꽤 걸린다고들 합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가고자 하는 이들이 기대하는 것을 보면, 첫째가 수평적인 조직문화 둘째가 워라밸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스타트업일수록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지향하되 빠르고 수직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곤 합니다. 작은 조직인 만큼 리더의 결정이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기에 독단적인 결정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또 대기업일수록 법의 관리감독이 엄격하고 근로시간이나 휴가에 대한 가이드가 명확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기업이 워라밸 측면에서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내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넘어서서 매일 새로운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투입되곤 합니다. 또 스타트업에서도 새벽 두시 세시, 밤을 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직하기 전에는 내가 정의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워라밸'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Q. 보통 스타트업에서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큰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재신 어떤 조직이냐, 나와의 케미가 얼마나 맞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회사의 방향성과 나의 결이 맞다면 얼마든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그렇지 못하죠. 또 여러 제약조건들도 많습니다. 자원이 없거나 중요한 일보다는 급한 일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을 수 있는 것이죠. 보통은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자기 주도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수연 생각보다 스타트업에서 HR이 많은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아요. 보통 대표나 C -Level이 결정한 방향을 따르는 식이죠. 물론 HR담당자에게 HR의 전권을 주는 회사들도 있지만 이때에도 당연히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부분이 전제됩니다. 따라서 면접 단계에서부터 자신과 어울리는 조직인지를 잘 판단해 봐야합니다. 또한 인사담당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요.

Q. 앞으로 조직에서 실행해보고 싶은 계획들은 무엇이 있습니까.


이수연 우선은 좋은 멤버들을 빨리 충원하고자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HR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채용인 만큼 오래 걸리더라도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고위드에서 HR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차곡차곡 정리해 이후의 스타트업들이 밑단에서 헤맬 수 있는 일들을 최소화 시키고 싶어요. 고위드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비전을 가진 회사이고, 저는 우리 HR의 시행착오와 성공체험이 스타트업 HR의 교과서가 되어 HR서비스의 사내벤처화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정말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하고 그런 욕심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조재신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택의 순간에 분별력 있고 민첩하게 반응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HR, 그룹차원의 HR(더 큰 조직단위, 큰 그림의 HR)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HR '명확한 철학과 핵심가치를 조직이라는 그릇에 잘 담아내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도록 사람과 조직에 대한 전반적인 일'입니다. 저는 이러한 HR을 해 나가면서  조직을 만들고 운영해 성과를 내고 성공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본 기사는 HR Insight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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