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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세대 간 소통 문제, 언어의 결을 다듬다

2020-07-03

 

 

 

 이경랑 SP&P컨설팅 공동대표 / 원장

 

 

최근 기업 리더십 코칭을 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Latte is horse."

처음에는 내가 모르는 시의 한 구절인지, 유명인의 명언인지 당황했는데, 곧 웃음을 터트렸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꼰대스러운' 서두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문장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우스운 꼰대' 이야기는 좀 더 현실적인 하소연을 낳기도 한다. 5년 사이에 리더들의 하소연이 변했다. "이해가 안 된다"에서 "대화가 안 된다", "어떻게 말해야 되는지 모르겠다"에서 "말하기가 겁이 난다"로 바뀐 것 같다. 세대 간 소통 문제로 보일지 모르지만 좀 더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소통' 그 자체에 대해 이제까지 얼마나 관심을 가졌던가를 반성하게 하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와의 대화에서 오는 고충
리더의 '설득적 메시지'에 대해 코칭할 때 모 기업의 HR 임원이 자신의 고충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
요즘 직원들은 결론만 들으려고 해요. 미팅을 하자고 하면 '뭐 때문에 부르셨나요?'라고 먼저 질문합니다. 자연스러운 대화로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 제 일이기도 한데…. 점점 더 어려워지네요."

해당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갑자기 1 1 면담 요청을 받았다면, 뭔가 이슈가 있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게다가 솔직해진 요즘 대화법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상할 것도 없다. 오히려 결론을 빠르게 듣고자 한다면 의사소통의 효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여기에는 피할 수 없는 함정이 있다. 상대방의 의중이 그렇다 하더라도 다짜고짜 결론을 전달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오곤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대화이다.

출근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업무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니 "회사에서 정해진 업무 시간부터 제 책임이고 의무인데, 제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 건가요?"라는 반발로 혹은 '업무 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데, 왜 불필요한 규칙을 자꾸 만드는 걸까' 등의 거부감으로 해석돼 돌아오기도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나면, 자신의 생각이나 범위를 벗어난 사안에 대해 거부하거나 '개인보다 조직을 앞 세운다'거나 '권위의식' '불합리한 강요'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언어의 결을 다듬자
기업 내 협업, 리더십이 강조되어온 세월 동안 우리는 협상, 설득, 그리고 코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법들을 배워왔다. 그러나 결국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기법들과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결론만 알고 싶어 한다는 뜻은 대화를 통해 설득 당하거나 협상 당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필자는 두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대화의 목표를 선명하게 하는 것이다. 단순한 '결론(출근 전 업무 준비, 저성과자 동기부여, 상벌의 통보, 업무 협조 등)'과 같은 '전달사항'을 전하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대화의 목적을 유지하되 긍정적 의미에서의 관계 강화,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공감, 선한 의도 등 대화 당사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의, 만족스러운 (혹은 불만족의 제거) 이해 (혹은 오해의 제거)가 목표임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둘째. 의도와 다르게 전달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달하는 주제에 따라, 대화 당사자의 입장 등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오해와 거부감을 걷어낼 수 있도록 '언어적 결'을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또 하나!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다양한 이유로 인해 상대방이 오해하고,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에 이러한 오해를 걷어내는 '언어적 결'을 다듬어야 하는 단계이다.  '업무 시간 전에 출근해서 업무 준비를 해두자'라는 주제를 두고 대화의 결을 다듬어 본 사례를 먼저 살펴보자(실제 모 기업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코칭 중 일부 실습 내용이다).
 
코칭 전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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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메시지 전달) : 우리 팀은 현재 업무량이 많습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합니다. 출근시간은 9시 이지만 가능하면 10분 전에는 착석해 업무 준비를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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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합리적인 반발 및 거부감) : 하지만, 저희는 출근 시간 전에 출근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날 업무 마무리 시 다음날 업무 시작 준비까지 다 해두는 것 또한 업무의 연장이므로 근무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칭 후 대화
(1)
메시지의 목표의 선정 : 업무 시간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10분 정도 미리 출근해서 준비해 보면 어떨까? 라는 질문에 긍정적 동의를 얻어내는 것.
(2)
대화에 대한 준비 : 우리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업무 시간의 효율성, 집중력을 높이는데 있어 어떤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을까? 그들 또한 업무 성과를 높이고, 미션을 달성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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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질문): 우리 팀은 현재 업무량이 많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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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대답) : ,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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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질문): 평소보다 많은 긴장감이 여러분들께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만큼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겠죠.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또 집중력을 높이는 데에도 많은 아이디어와 시도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혹시 어떤 방법들을 쓰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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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대답) : 특별한 건 없지만, 가능하면 효과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진행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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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질문) : 그렇군요. 이번 기회에 우리 팀만의 업무 효율의 체계화를 잡아보는 것도 팀과 여러분 모두에게 의미가 있겠네요. 업무 집중도가 가장 높고 효율이 잘 나오는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혹은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효율이 부족한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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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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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메시지) : 업무 성과를 높이고, 동시에 좀 더 생산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니 제가 하나의 안을 제안해 드립니다. 9시 출근이지만 8 50분에 모두 자리에 앉아 업무 시작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요? 가벼운 담소와 스트레칭, 커피 한잔이 주는 여유가 우리의 오전 업무와 하루의 활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칭 전 대화에서 대화의 두 당사자 모두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서로 생각이 다른 것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관계 형성과 상호 이해의 수준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물론 코칭 후 대화의 마지막에서도 코칭 전 대화와 같은 반응이 동일하게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반발, 혹은 반대의 강도는 더 낮아질 수 있고, 리더의 의도는 좀더 '정성스럽게' 이해되어질 것이다. 당연히 동의를 얻어낼 가능성도 높아지고 관계 강화에 필요한 서로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높아질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면 관계상 간결하게 실었지만 같은 결론 (업무 준비를 위한 10)에 도달하기 위해 리더는 훨씬 더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 또한 나의 생각에 앞서 상대방의 생각과 입장을 고려하는 대화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 간다.

그런데 코칭 과정에 또 한분이 이런 걱정을 했다.

"
이렇게 대화하다가 '결국 그 이야기 하시려고 하신건가요?' 라는 반응이 나오면 어쩌죠?"

그렇다. 내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잘 이어졌는데,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에 정성이 더해졌는데, 더 나빠질 리 없다. 다만, 질문의 의도가 너무 뻔해서 마치 몰아가듯 진행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선한 의도 즉, 팀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긍정적인 뉘앙스의 질문을 해본다면 말이다.


질문과 경청으로 선한 호기심을 나타내라
"
우주가 인류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_ 메리 올리버

미국의 수필가 메리 올리버는 인류의 성장과 발전에 가장 큰 원동력이자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선물같은 에너지가 바로 사랑과 질문의 결합이라고 이야기했다. 필자는 이를 간단히 '선한 호기심'이라고 정의해 본다. 이 선한 호기심이 우리의 대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대화의 주인공이 '상대방'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개념이자 태도이다.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오로지 ''의 입장만 존재할 것이고 나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또 선한 마음이 없다면 단순한 호기심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자신의 이익만이 기준이 돼 상대를 평가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코칭 후 대화'에서 리더의 질문도 결이 달라지면 대화의 뉘앙스, 즉 상대방의 느낌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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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질문): 우리 팀은 현재 업무량이 많습니다.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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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대답) : ,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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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질문): 맞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럼 어떻게 해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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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대답) :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로 프로세스를 잡아보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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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질문) : . 하지만 효과가 나오려면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업무 시간은 충분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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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대답) : 시간이 좀 모자라서요. 프로젝트 기간을 좀 늘려 주실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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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질문) : 그건 좀 어려운데요. 야근을 하긴 어려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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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대답) : 야근이야 피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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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질문) : 그럼 출근을 좀 일찍 해서 미리 업무 준비를 하면 어때요? 제가 보기에는 9시가 넘어도 업무 몰입도가 높지 않은데요. (중략)

리더는 분명 여러 가지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렇게 롤 플레이를 해보면 금세 느낄 수 있다. 일을 더 열심히, , 많이 하라는 지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음표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선한 호기심을 띤 질문이 아니다. 게다가 구성원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아니기에 누구라도 직감적으로 '이건 좋은 대화'가 아니라고 여기게 된다. 어쩌면 그냥 '지시'를 내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선한 호기심은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동시에 원하는 방향의 대화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주로 질문의 형태로 전달됨과 동시에 상대방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러운 칭찬과 격려를 담은 경청으로 이어지므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을 만들어 내는 선순환이 생겨난다.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어 내 자신의 경험에서 오는 오류를 예방해 준다.


효과적인 소통의 중요성과 힘이 더 커지고 있다. 다양한 소통의 방법들을 학습하고 적용해 봐야겠지만 선한 호기심 즉, 상대에 대한 사랑과 애정, 긍정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일방적인 설득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스스로 판단하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동의를 얻어내거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대화였는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선한 호기심은 분명 쉽지 않은 주제이다. 하지만 언어적 태도를 점검하고 대화의 결을 다듬는 훌륭한 척도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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