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R매거진

지금 우리 조직은 괜찮을까 _ 효과적인 조직진단의 선택

2018-03-27

 


윤훈상 머서코리아 인사조직 자문부문 전무

 

 

작년 봄, 2016년 3월.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보드게임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고,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가장 깊은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바둑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대표 이세돌을 꺾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정말로 믿기 힘들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큰 변화가 바로 눈앞에 닥쳐왔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때마침 클라우스 슈밥이 WEF(World Economic Forum)에서 3차 산업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다고 주창하면서, 그 동안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빠른 환경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변화 속도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앞으로 더 어떻게 된다는 것일까? 여기에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정농단, 탄핵정국에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커다란 변화가 우리의 현재에 함께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최근의 1년여를 돌아보면 안팎으로 엄청난 변화의 물결 위에서 우리는 서 있고, 어지러움을 느끼고 나아갈 방향을 놓칠 것만 같다.

  

 

무엇이 직원의 몰입을 이끄나

필자는 여러 CEO, 경영진들과 미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근 비슷한 이슈가 자주 언급되는 것을 느끼게 됐다. 바로 이렇게 급변하는 외부환경 속에서 ▲우리 회사는 앞으로 괜찮을 것인지 ▲우리 구성원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경영자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들 같은 생각을 갖고 한 방향으로 함께 하는 것인지 등의 걱정과 의문이 한시도 머릿속을 떠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회사도 계속 옛날 방식으로 아침 출근시간과 근태 챙기고, 하나하나 업무지시를 해야만 일을 하고, 습관성 야근이 매일 반복되는 회사의 조직 분위기를 이제는 정말 바꾸고 싶다고 한다. 미국 회사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곳의 직원들은 정말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일하고, 매우 능동적인 모습으로 자기 관리를 하며 전문성 있게 일하는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이 너무나 부럽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이러한 대화는 결국 흐름이 전문성, 직무중심, 기업문화 등등으로 가지에 가지를 펼쳐나가게 되는데, 일단 이번 기고에서 잠시 생각할 부분은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직원들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스스로 열심히 하게 되는 경지에 도달하는가 하는 궁금증이다. 이것이야말로 많은 CEO가 애타게 찾는 그런 회사의 모습 아닐까? 비단, 이러한 갈구는 최근에 들어서야 나타난 것은 아니다. 오래 전 많은 기업들의 사훈이나 핵심가치에 자주 등장하던 '주인정신'이라는 단어는 이미 예전부터 이러한 마음가짐을 직원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최근에 사용하는 단어로 바꾸어 말하자면, 이렇게 구성원이 스스로 자신의 회사가 성공하도록 돕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상태를 몰입(Engagement)의 단계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바라보는 측면에 따라 '직원 몰입' 또는 '조직 몰입'이라는 용어가 같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지가 조직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희망하는 궁극의 도달점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현재 우리 구성원의 조직 몰입도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매우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수준과 부족한 부분을 이해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함께 판단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직원 몰입도를 조사하라

우리 회사에 대해 직원들이 어느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직원의 몰입 수준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사장이나 임원이 직원들에게 '지금 회사에 만족하고 잘 다니고 있나?'라고 직접 이야기를 꺼낸다면, 아마도 매우 긍정적인 답변 일색으로만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런 접근으로 구성원의 몰입도를 판단한다면, 이것은 직원의 솔직한 답변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전체 조직을 대표하기 어려운 일부의 반응이라는 점이 직원 몰입도를 조사했다고 보기 어렵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예전부터, '직원만족도 조사' '조직 진단' '직원의식 조사'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설문조사가 현황 진단의 도구로 많이 사용됐다. 설문은 응답자에게 익명성을 확보해주면서, 동시에 많은 응답자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한 회사의 구성원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직원 몰입도 조사(Engagement Survey)'라는 설문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 직원들이 회사에 어느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겠다. 많은 경영자들이 원하는 '몰입'의 경지에 다다르려면, 먼저 직원 몰입도 조사를 통해서 현재가 어떤 수준인지 잘 알고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첫 단추일 것이다.

 

직원 몰입도 조사에서 고려사항

유사한 설문방식의 조직진단 방법론은 이미 여러 컨설팅 기관을 비롯해 다양한 업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단을 하는 것이 목적하는 직원 몰입도를 잘 측정할 수 있을까? 몇 가지 고려 사항을 함께 얘기해 보겠다.

 

설문 구조가 균형적인지 파악하라

첫 번째로 진단의 프레임이 될 설문 구조가 한 회사의 조직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균형적으로 설계되어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구조적인 틀 없이, 단순히 많은 문항의 병렬적인 나열은 조사 뒤 분석단계에서 충분한 시사점을 뽑아내기가 어렵다. 또한 특정 영역에만 많은 문항이 전개되거나 질문의 깊이가 고르지 못한 불균형을 나타낸다면 이 또한 통합적인 관점을 갖고 조직과 구성원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조직진단 차원에서 직원 몰입도를 조사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검증된 구조의 모델에 바탕을 둔 설문 진단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진단보고서를 미리 살펴라

두 번째로 설문을 통한 직원몰입도 조사가 실시된 후에, 결과물로 제공되는 진단보고서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미리 살펴본다면 좋을 것이다. 최근에 요청을 받고 방문 미팅을 해 보면, 의외로 많은 고객들이 내부 TF팀을 통해서 자체적으로 진단을 해봤는데, 유의미한 시사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하거나, 또는 외부업체를 통해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반복적인 그래프에 많은 숫자의 나열만 있을 뿐,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접하게 된다.

설문이라는 조사방식 자체가 많은 표본을 통계 처리하고 결과 값으로 그만큼의 숫자를 뽑아내게 되겠지만, 이런 숫자나 수치적 변화 자체에 너무 매몰되면 곤란해진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가 갖고 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해서 시사점을 찾아내는 것이 정말로 필요한 부분이다. 전년도 대비 수치의 변화가 올랐으면 기뻐하고, 내려가면 슬퍼하는 표면적인 이해보다는 그 원인을 해석하고 숫자 뒤에 숨은 의미를 풀어보는 것이 회사와 구성원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최근에는 설문 시스템에서 보고서 형식으로 구성까지 되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충분한 해석이 부족할 수 있다. 한 가지라도 좋은 시사점을 담은 고품질의 진단보고서는 진단을 실시하는 기관이 얼마나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담당하는 컨설턴트가 얼마나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좌우되는 면이 적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 설문을 진행할 것인가 고민하라

세 번째는 요새 많은 기술의 발달이 이뤄져서 큰 문제는 없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설문 진단을 진행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근 10년이 넘게 개인PC를 사용한 설문 조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이를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면, 최근에는 스마트 폰의 높은 보급률과 젊은 계층의 친숙함을 바탕으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 설문조사도 확산되고 있다. 또 한편 재미난 현상 중에 하나는 이러한 설문템플릿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익명성'을 제공해 주는 것인데, 오히려 최신기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일부 불신감을 나타내기도 하여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통적인 방법으로 종이 설문을 진행하고 밀봉 제출하는 것에 더 안심하는 모습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어느 방식 하나가 정답은 아니지만, 설문 진단의 대상이 되는 구성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적합한 방식의 템플릿을 사용한다면 보다 많은 응답률과 진솔한 의견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세 가지 측면이 잘 갖춰져 있다고 판단되면, 어느 정도 안정된 직원몰입도 조사를 진행할 수 있겠다. 설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많은 구성원이 갖고 있는 생각, 조직에 대한 몰입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점은 조직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정보가 될 것이다. 다만,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어 한 가지 덧붙여 본다면, 설문이라는 진단 방법 역시도 많은 장점 뒤에 몇 가지 한계가 있는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도구를 병행한다면 보다 효과성 높은 진단이 될 것이다.

 

인터뷰를 통한 진단이 주는 효과성

설문은 응답자 개인이 화면 또는 지면을 통해 단독적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물론 기술적인 문항 구성으로 불성실 응답을 표본에서 걸러내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설문이라는 도구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구성원 전체의 일부라 할지라도, 인터뷰 형식을 빌려 실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특히나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의 목소리를 정리하고, 설문 진단의 결과와 함께 연계 분석을 해보면, 보다 많은 내용을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가 있다. 구조적으로 잘 짜인 설문과 자유롭게 생각을 표출할 기회를 주는 인터뷰는 매우 좋은 궁합의 조사 방법이다.

인터뷰 진단은 현장의 구성원들에게 직접 다가가 목소리를 듣는 것이기 때문에, 꼼꼼한 사전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인터뷰 세션에 참여하는 대상 직원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에서부터 몇 차례나 실시할 것인가 등을 결정해야 한다. 특히나 인터뷰를 실시할 때에 많은 수의 직원들을 일일이 한 명씩 만나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지만 그룹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룹 인터뷰를 할 때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먼저 인터뷰 세션에 참여하는 대상자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첫 번째이다. 여러 명이 함께 발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솔직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구성해 주어야 한다. 실제로 팀장과 팀원을 함께 모아서 인터뷰를 진행하면, 팀원은 거의 발언하지 못하는 소극적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인터뷰 실시를 요식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진단 도구로 추후 분석까지 고려한다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그룹의 표본이 회사의 전체를 대표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할 것이다. 특정 집단이나 계층만을 진행해서는 대표성을 담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목소리를 청취했다고 판단되는 인터뷰 세션을 구성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바로 인터뷰 세션을 몇 번이나 진행해야 할 것인지가 결정될 사항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요건들이 있는데, 일단은 효과적으로 인터뷰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말 능숙하고 경험 있는 진행자가 필요하다. 그룹 인터뷰의 특성상 아무리 발언 기회를 줘도, 서로 눈치를 보며 소극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진행자는 참석 대상자들이 편안히 많은 발언을 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잘 이끌어 내야 한다. 또한 인터뷰 시작 전에 발언 내용에 대해 비밀유지 처리를 해준다는 것을 인지시켜 준다면, 보다 인터뷰 진단 목적을 달성하기 좋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인터뷰 진행자는 내부보다는 외부 전문가가 맡아 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고, 게다가 내부 담당자도 해당 인터뷰 세션에 배석하지 않는 센스를 보여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인터뷰 진행에 도움이 되겠다.

 

경영자가 지향하는 회사 모습의 이상향, 직원들이 회사 일에 나의 일처럼 몰입하는 경지, 이러한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많은 노력과 액션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지만, 그러한 변화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 직원들의 몰입도 수준이 어떤 정도이고, 어느 부분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조직몰입도 조사를 효과적으로 실시해 보는 것은 몰입도 제고라는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출발 준비가 되겠다. 이번 기고에서는 효과적인 직원 몰입도 조사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중심으로 생각해 봤는데, 다음 호에서는 직원 몰입도 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최근의 트렌드, 시사점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