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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발표
간호계의 '태움 문화', IT업체 사업주의 폭행, 대기업 오너 일가의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8월 23일부터 9월 7일까지 직장인 15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답변이 전체 73.3%에 달했다. '거의 매일' 괴롭힘을 당했다는 답변도 12%를 기록했다. 가해자 유형으로는 상급자가 42%로 가장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이 수직적 상하관계 하에서 이뤄진
일임이 나타난 것이다. 임원-경영진(35.6%)과 동료직원(15.7%), 고객(10.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정책 과제로 선정했다.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 대책을 수립하고 나섰고 마침내
지난 2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전까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일부 특정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제제규정을 개별법으로 둔 것으로 대응해왔으나 이러한 체계는 다양한 양상의
괴롭힘을 포섭하지 못해 이를 예방하고 감독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해당 규율을 위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고 발표했다.
발표된 매뉴얼을 살펴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폭행 ▲정당한 이유 없는 징계, 전보 등 인사조치
▲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는 여성에 대한 괴롭힘 ▲임금-근로시간과
관련한 괴롭힘 등 근로기준법적 사항 ▲폭행, 상해 ▲모욕, 명예
훼손 ▲협박, 강요 ▲성폭행, 성추행 형법으로 규율되는 사항이
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난임 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모성보호 관련 괴롭힘이나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전반 등으로 그 영역이 다양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폭행행위나 협박은 사실관계만 확인되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인정되고 폭언이나 욕설, 험담 등 언어적 행위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등 제 3자에게
전파되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라 판단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혹 그렇지 않더라도 지속, 반복적인 폭언과 욕설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범하고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인정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직장 따돌림, 업무수행과정에서의
무시, 배제 등도 해당된다.
어떤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일까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여부는 당자사의 관계, 행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 행위 내용 및
정도, 행위의 지속성 등이 고려된다. 이때에는 크게 3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지위의 우위 또는 관계의 우위이다. 우위란 피해근로자가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운
개연성 높은 상태를 말한다. 즉 행위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행위 했는지가 판단되어야 한다. 직장에서는 상사나 직급체계상 상위에 있는 이를 일컫는데, 행위자가
이를 이용했다면 지위의 우위성이 인정된다. 관계의 우위는 개인 대 집단, 연령-학벌-출신지역의
등 인적속성상 우위, 조직 내 업무 영향력 등이 모두 적용된다.
두 번째는 업무관련성과 업무상 적정범위를 지켰느냐로 판단된다. 문제된 행위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상사가 내린 업무 지시나 명령에 불만을 느꼈더라도 사회 통념상 그 상사의 행위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이 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가 어렵다.
세 번째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다. 근무시간을 악화시키는 것이란, 그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지장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근무공간을 통상적이지 않은 곳으로
지정해 근로자가 업무를 하는 데에 적절한 환경이 아닌 곳이라 판단될 때도 괴롭힘으로 여겨진다. 또한
행위자가 의도치 않았더라도 그 행위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됐다면 인정될 수
있다.
기업의 구체적 대응방안 부족한 상태
이론적인 정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HR차원에서는 어디까지를 괴롭힘으로 봐야 하는지, 직원들이 괴롭힘을 받았다고 호소할 때 '괴롭힘이다, 아니다'를 판단하기가 모호한 상황이다. 이런 차원에서 구체적인 유형을 분리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표 1>을 보면 소소한 내용까지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행해졌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겐 괴롭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했지만 우선 각 기업별로 상황에 맞게 취업규칙 등을 통해 정하고 이에 따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규정이나 제제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는 대신 취업규칙 필수 기재사항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의 생명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업에도 상당한 법적,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다. 국회 환노위에 따르면 괴롭힘 1건당 손실액은 1548만원에 달했다. 피해자 결근(630만원), 대체인력
비용(275만원), 직속 상사 시간소비(537만원), 조사비용(105만원) 등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비용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의 인사팀장은 "직장 내 괴롭힘은 인사보다는 노무나 법무에서 담당하는
편"이라며 "과거 조직 구성원 간의 갈등
문제가 있긴 했지만 '괴롭힘'으로 정의 내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직원
교육이나 안내를 별도로 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다른 대기업의 상황도 비슷했다. 다만, 아직은 법률 개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올 상반기
이를 알리고 교육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업의 인사임원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유입되고, 일하기 좋은 기업을 추구해
나가는 노력이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직장 내 괴롭힘 법안까지 통과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은혜 HR Insigh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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