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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제주항공 _ 직원의 행복을 고민하는 기업, 모방하기 힘든 조직문화가 경쟁력

2018-07-05


 

최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뉴스가 있다. 바로 모 항공사의 직원 대상 갑질 논란이다. 업계에선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이지만 일반인들은 오너기업 조직문화의 민낯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모습은 '직원 우선Employee First'을 외치는 제주항공과는 크게 대비된다. 제주항공은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등 성장세가 계속 되는데 그 공을 모두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의 출근이 행복해지는 회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다짐을 내놓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매출이 얼마인지, 몇 대의 비행기가 얼마만큼의 노선을 운행하는지를 자랑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얼마든지 모방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가진 조직문화는 언제나 자랑거리입니다. 직원을 우선하고, 사회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제주항공의 문화는 결코 다른 회사가 따라할 수 없는 제주항공만의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김재천 제주항공 인사본부 부사장은 ▲좋은 조직풍토를 만들고 ▲충성고객을 확보해 나가며 ▲비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제주항공의 핵심과제라면서 인사본부에서는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고 밝혔다.

 

위계문화보단 수평문화가 안전을 위한 길

"좋은 조직문화 만들기의 핵심은 결국 사람입니다. 충성고객을 만드는 것도 직원들이 주체가 되기에 직원이 먼저 행복하고 그 직원이 행복을 나눠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소한 것도 절감하려는 것 또한 사람의 영역입니다. 결국 세 가지 핵심전략을 실천하는 데에 HR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제주항공이 만들어 가는 조직풍토란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회사, 상사의 명령이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현장에서 판단하여 움직일 수 있는 회사를 말한다. 제주항공은 총 34대의 비행기가 각 14시간 이상 운항을 하고 있다. 운항 시에는 본사에서 통제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위임을 하고 있다. 수평조직을 만드려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직급과 관계없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창의적 문화를 만들고자 함이다. 결국 직원들이 자유롭게 판단하고 권한을 가질 때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항공업에선 전통적으로 '기수문화'가 존재해 왔어요. 하지만 그러한 문화가 업무에 도움이 됐던 것은 아니죠. 사람들은 위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직원들의 자율적 판단과 실행에서 안정성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 판단과 실행을 위한 사전교육은 더욱 철저하게 진행됩니다."

제주항공은 조직풍토 프로젝트를 5년째 진행하고 있다. 조직문화의 원하는 모습과 현재 상황을 확인하여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한 과제를 뽑고 각 팀이나 본부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목표치에 50%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김 부사장의 생각이다.

 

일부 핵심인재가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드는 성과

제주항공은 안전, 저비용, 도전, 팀워크, 신뢰 등 다섯 개의 핵심가치를 재정립했다. 이 중에서 팀워크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근간이 된다. 제주항공의 업은 어느 한 사람의 역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인센티브에서도 개인별 차등보다는 회사 전체의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직급별로는 차이가 있지만 동일 직급에서는 차이가 없다. 대신 좋은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는 더 큰 역할과 기회가 주어지고, 그 후 더 큰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또한 전 직원에게 주식을 지급하여 직원들이 진정한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 고용 신뢰기업 선정, 장애인표준사업장 '모두락'
지난 4월 제주항공은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관하는 2018년도 장애인고용 신뢰기업 '트루 컴퍼니True Company' 금상을 수상했다. 제주항공은 2009년 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고용증진 협약을 체결한 당시 0.26%였던 장애인고용률을 2017년 12월 기준 2.59%로 약 10배 정도 늘렸다. 특히 2017년 1월 국적항공사 최초로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모두락(樂)'을 설립하고, 같은 해 4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해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현재 '모두락'에는 시각-청각-지적-지체 등의 장애인 40명이 바리스타, 네일아트사, 마사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75%가 중증장애인이고 전체의 72.5%가 여성장애인으로 적합직무 개발 및 맞춤훈련을 통해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을 중점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은 단순히 몇 명의 장애인을 어떤 직무에 채용했다가 아니라, 우리 직원들의 다양성 영역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각 영역별 특징이 뚜렷한 항공업에서는 자칫 자신의 직무에만 매몰될 수도 있는 만큼 서로 어울려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차원인 것이죠. 앞으로는 장애인 채용 영역을 더욱 넓혀 갈 예정이며,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애경그룹의 계열사에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직원의 행복을 고민하는 기업
제주항공은 매년 매출 20%가 상승하고, 신규입사자가 600여명 되는 등 점점 조직이 커지고, 젊어지고 있다. 따라서 젊은 인력에 맞는 조직문화가 필요해졌고, 그 시작을 수평적 조직으로 삼았다. 지난 3월부터는 '님' 호칭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기업들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님 호칭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김 부사장은 각 기업의 사례를 분석했고 세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먼저, 도입 의도에 따라 성공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님 호칭의 본래 목적은 직원들이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데에 있는 반면, 실패한 기업의 경우 직급 정체의 해소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자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 번째는 경영진의 참여 여부다. 모 기업의 경우 임원은 그대로 호칭을 유지한 채 직원들만 님 호칭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실행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세 번째는 단순히 님 호칭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사 시스템 전반이 같이 움직였냐는 데에 있었다.

"제주항공은 님 호칭을 임원부터 시범 도입했습니다. 임원들이 두 달 동안 파일럿 테스트를 해보고 성공하면 직원들에게도 도입하자는 것이었죠. 그 후 3월부터 도입했는데,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봐요. 그 이유는 매년 600여명의 신규 인력이 들어온다는 점이죠. 기존의 직원들이 호칭을 바꾸는 건 힘든 일이지만 처음부터 님 호칭을 사용하기는 쉽죠. 매년 채용되는 인력들이 이러한 문화를 이끄는 데에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얼마 전 CEO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제주항공의 이석주 대표이사는 "우리는 직원들이 사장에게도 이석주 님이라고 부르는 회사"라고 말했단다. 제주항공의 조직문화의 차별점이 가장 큰 자랑이라는 에두른 표현이었다.

김 부사장은 님 호칭 제도의 성공을 위해 아래 직원이 기존 호칭으로 부를 때 상사가 지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지적을 안 하면 직원들은 계속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
"하루아침에 2500명 직원이 완벽하게 사용할 수는 없겠죠. 다만 천천히, 끝까지 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리더들의 변화가 중요한데, 제주항공은 리더들 또한 젊은 편입니다. 젊은 리더들의 장점을 살려 조직 풍토를 바꿔나갈 것입니다. 늘 새로운 시도를 통해 국내 항공 문화를 이끌어온 제주항공의 앞으로의 길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취재 정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