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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성공하는 변화관리 VS 실패하는 변화관리

2018-04-02



 

성공하는 변화관리 VS 실패하는 변화관리

 

이규형 OUTSIGHT조직경영연구소 대표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DEC(Digital Equipment Corp.)나 노키아와 같은 기업은 한때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공룡 기업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성공에 취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다 이제는 과거의 뒤안길에 서게 됐다. 이처럼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변화관리에 실패했는가, 성공했는가에 따라 존폐가 갈렸다.


변화관리에 실패한 DEC와 노키아

필자가 근무했던 DEC는 90년대 초까지 컴퓨터 업계에서 IBM 다음으로 세계 두 번째 규모의 초우량 기업이었다. 당시 컴퓨팅 기술은 대형 컴퓨터에서 개인용 PC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었다.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인 대형 컴퓨터 위주의 시장에 개인용 PC라는 혁신적인 기술변화의 파고가 몰려오고 있던 것이다. MIT 출신의 컴퓨터 엔지니어로 회사의 설립자이자 CEO인 켄 올슨Kenneth Olson은 기존 기술의 성공에 빠져 새로운 기술로 이행하고 있는 시장의 변화에 둔감했다. 기술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데도 공룡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대형 컴퓨터 중심의 경영 문화나 기술 인력은 PC기술의 진보를 경시했다. 소위 전문적 기술 집단인 컴퓨터 엔지니어들은 대형 컴퓨터 기술에만 집착해 PC를 컴퓨터로 보지 않고 장난감처럼 얕잡아 봤다. 그러나 PC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고 시장은 빠르게 PC가 장악하게 됐다. CEO의 위기의식 부재와 조직의 저항으로 결국 DEC는 PC중심의 컴퓨팅 시대에 뒤처지고 말았다. 1997년 DEC는 PC기업인 Compaq Computer사에 M&A 당해 40년 역사의 종말을 맞았다.


노키아의 경우도 피처폰Feature Phone 휴대전화의 성공에 취해 스마트폰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과거를 답습하다가 망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년대 중반까지 노키아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절대강자였다. 그러나 2007년에 시장에 나타난 애플의 아이폰은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었다. 바야흐로 휴대전화는 덤폰Dumb Phone에서 똑똑한 스마트폰으로 변한 것이다. 기존 피처폰 시장에서 성공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이 급성장해 대중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2009년까지도 실감하지 못했거나 무시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한 2009년과 2010년에도 기존 제품의 생산에 매달렸다. 뒤늦게 오픈소스 기반의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개발하며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려 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위기의식의 부재와 패러다임 변화에 저항하는 비대조직의 관성으로 제때 변화와 혁신을 이루지 못한 노키아는 급격히 추락했다. 결국 변화를 가로막는 승자의 저주는 피처폰의 왕국 노키아도 무너뜨렸다.


변화관리에 성공한 삼성

이와는 반대로 변화관리에 성공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선 기업이 있다. 1987년의 삼성은 그룹 전체의 시가총액이 1조에 불과한 초라한 국내기업이었다. 그룹 총수에 취임한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위기상황을 직원들에게 알리고 세계적인 명품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장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기대한 수준의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제품은 품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원하는 만큼 품질이 개선되지 않았다. 변화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이 회장은 극단적인 처방을 내렸다. 1995년 150억 원 상당의 무선전화기 15만대를 삼성전자 직원들이 보는 가운데 화형식을 치른 것이다. 심지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며 변화를 요구했다. 순혈주의 인사정책을 포기하고 외부의 인재를 적극 받아들였다.


삼성은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리더의 의지, 위기의식을 공감하고 변화에 동참한 직원들은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삼성의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제품은 세계시장의 최고 제품으로 자리매김했고, 삼성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섰다. 2017년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460조원을 넘고 브랜드가치는 세계 6위, 삼성전자만의 매출이 201조원(2016년 기준)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원인과 성공적인 변화관리 전략은 무엇인가? 기업조직을 둘러 싼 내외의 환경은 늘 변화한다. 변화하는 환경은 기업조직으로 하여금 변화에 적응할 것을 요구한다.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도태될 것인가. 선택지는 이렇게 좁혀져 있다.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적자생존의 원리는 시장이란 정글에도 작용한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다.


리더의 아웃사이트 - 밖에서 안을 보라

변화를 위한 노력은 리더가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이므로 본질적으로 리더십의 영역이다. 기업의 변화관리 리더십에서 핵심은 경영자의 위기의식과 혁신에 대한 의지이다. 리더의 위기의식은 변화의 흐름을 읽어 내는 변화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된다. 바람결에 스치는 변화의 냄새를 알아차리는 리더의 후각이 통찰력-인사이트insight이다.


그러나 변화를 감지해도 사고방식을 바꾸거나 행동의 패턴을 변화시키기란 대단히 어렵다. 습관적인 사고와 행동의 패턴은 과거에 종속되기 쉽다. 따라서 과거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고와 행동의 혁신이 필요하다. 인시아드INSEAD의 조직행동론 교수인 허미니아 아이바라Herminia Ibarra는 혁신을 위해서는 '안에서 밖'을 보려는 인사이트 사고에서 벗어나 '밖에서 안'을 보는 아웃사이트outsight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사이트는 자기의 경험과 지식의 한계로 인해 혁신적 사고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경영혁신의 전도사 김찬배 박사도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생각의 틀을 바꾸는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눈을 밖으로 돌리라고 주문한다. 변화와 혁신에 성공한 기업의 리더들은 외부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받아들이고, 밖에서 안을 보며 변화를 이끌었다.


아웃사이트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밖으로 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받아 들여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제한된 지식과 경험으로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고자 하는 인사이트로는 눈부시게 빠른 기술의 진보와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다. 외부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감수성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습관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 실천적인 행동이 사고방식도 변화시킨다. 변화의 요구를 묵살하고 뒤로 미루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생각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 낡은 자존감, 낡은 습관을 버리게 한다. 리더의 아웃사이트는 습관적 사고를 변화시켜 혁신을 이루는 새로운 전략적 사고의 틀이다.


왜 변해야 하는가

기업이 변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기업이 직접 체감하는 변화의 압박요인은 경쟁이다. 경쟁기업이나 경쟁상품의 출현은 기업을 긴장시키고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둘째, 기술은 일을 변화시키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한다. 기술변화로 인해 기업의 흥망이 좌우된다. 셋째, 오늘날 우리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경제 공동체에 살고 있다. 단순히 국내 경제요인 뿐 아니라 세계 경제적 요인의 변화는 기업은 물론 개인의 삶까지도 송두리째 변화시킬 정도로 연결돼 있다. 1997년의 한국의 IMF 외환위기 사태나 2008년에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를 돌아보면 세계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는지 실감 할 수 있다.


넷째,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적 트렌드가 변화를 요구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트렌드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는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취향에 적응한 기업이 뜨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약진은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의 축에 있다는 증거다. 이들의 트렌드는 YOLO(You Only Live Once)로 진화해 개인 취향에 몰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뜨고 있다.


다섯째,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여성, 인종과 문화적 다양성에 의한 변화요구가 기업을 압박한다. 여섯째, 외교적 갈등, 전쟁 등 세계정세의 변화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의 사드THAAD갈등으로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기업은 손해를 보며 중국을 떠나야 하거나, 중국 관광객의 감소로 면세점이 문을 닫고 인력을 감축한다. 이라크의 전후 재건사업이나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는 기업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한다. 


효율적인 변화관리 프로세스

변화의 대상에 따라 변화관리의 계획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조직의 구조를 변화시키고자 할 경우 물리적인 작업환경도 바꾸게 될 것이고, 상품이나 서비스에 변화를 주려 하는 경우 새로운 기계나 기술의 도입이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여기에 맞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능과 작동법에 대한 교육 훈련이 요구되거나 새로운 기술 인력으로의 대체를 요구한다. 새로운 제품에 맞는 지식을 갖추고 거래처의 속성을 이해하는 판매사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관리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프로세스가 있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변화관리 프로세스는 사회 심리학자인 레빈이 주장한 3단계 변화과정 모델이다. 레빈에 따르면 조직 안에서 변화는 현상의 해제, 이동, 재고정의 3단계를 거친다. 레빈의 모델에서 현재의 상태는 균형을 의미한다. 변화는 현재의 균형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변화의 첫 단계는 균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즉 개인과 조직의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현상해제가 필요하다. 다음 단계에서는 현상유지로부터 변화의 상태로 이동한다. 이동의 단계에서는 현재의 균형에서 벗어나려는 추진력이 증가하고 동시에 이동을 방해하는 저항은 감소함으로써 이동이 이루어진다. 이동이 끝나면 변화된 상태로 재고정 함으로써 변화는 마무리 된다.


이후 좀 더 세분화된 변화모델은 단계별로 조직의 문제 진단, 변화 계획수립, 변화 실행전략, 소통과 설득 및 변화의 고착화 과정으로 발전됐다. 레빈의 모델을 기반으로 분류해 본다면 현상의 해제단계에서는 조직의 문제를 인식하고 위기의식을 공유한다. 변화 이동단계에서 강력한 변화계획과 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긴다. 마지막으로 재고정 단계에서 변화를 고착시키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직원 저항을 극복하는 방법

변화를 책임져야 하는 리더들은 변화에 대응해 변화를 관리하고 변화를 실행하도록 요구 받는다. 리더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혁신의 시작이다. 그러나 리더의 위기의식과 혁신의지가 리더에게만 머물러서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 기업의 구성원이 위기의식을 공감하고 혁신에 동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혁신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변화관리에서 개인과 조직의 변화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는 것이 변화관리의 핵심이다.


인간은 습관을 반복하는 속성을 가진 보수적인 동물이다. 또한 조직도 잘 짜인 규칙과 절차가 관성화됨으로써 보수적 속성을 갖는다. 보수적 속성은 변화에 저항한다. 개인이나 조직도 습관을 바꿔야 하는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경영자가 혁신에 성공하려면 변화의 과정과 단계에서 개인과 조직의 저항을 극복해 직원들을 혁신에 동참하게 하는 변화관리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항을 극복하는 접근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전술이 유효하다.


첫째, 소통과 교육으로 저항을 줄인다. 변화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소통함으로써 저항을 줄일 수 있다. 때때로 잘못된 정보나 소문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정확한 사실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오해는 불식되고 저항은 진정된다.

둘째, 직원의 참여가 저항을 줄인다.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저항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이 증명됐다. 변화의 계획, 실행 및 학습과정에 직원을 참여시키면 직원들 스스로 변화에 대한 참여와 몰입이 높아지고 변화에 대한 저항이 낮아진다. 이같은 직원 참여경영은 본질적으로 양방향 소통과 정보의 공유를 통해 직원들로 하여금 단순히 변화에 따르게 하기 보다는 스스로 변화에 헌신하게 만든다.


셋째, 상담과 지원으로 저항을 줄인다. 변화에 대해 직원들의 두려움과 근심이 높은 경우 상담과 치료, 새로운 기술 교육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협상이나 조작, 강압적 전술로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전술이 제한적으로 효과를 보일지 모르나 그 역효과의 위험이 불확실한 효과를 감수할 정도인지는 의심스럽다. 또한 이런 접근으로는 변화에 참여해야 하는 모든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동시에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 이후 어떤 변화의 노력도 보다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협상으로 저항을 금품, 진급 또는 예산지원 등으로 교환하는 것이다. 이 전술은 여론 주도자나 일부 강경 노조 지도부 같은 저항의 원천세력과 협상하는 것이다. 이것의 약점은 뒷거래나 갈취의 위험이 있다.

둘째, 사실을 조작한다. 조작은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은밀한 공작을 말한다. 사실을 조작해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정보를 뒤로 숨기거나 거짓 소문으로 직원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들이 조작의 예이다. 조작은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발각될 경우 모든 변화노력이 허사가 되는 역효과를 낳는다.


마지막으로, 변화를 강제해 저항하는 직원들에게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위협하거나 압박한다. 예컨대 임금삭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장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다. 강제는 조작과 마찬가지의 장단점이 있음을 이해하고 강제 전술을 사용함에 신중해야 한다.


변화관리에서 실패하는 사례를 보면 부정적 전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대로 소통하지 않고 소수의 변화관리자들만이 밀실에서 결정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다가 실패하게 된다. 성공적인 변화를 기대한다면 리더들이 변화의 전면에 나서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위기의식과 정보를 있는 그대로 공유하고, 변화의 과정에 직원들이 참여해 책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