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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은 잠시 쉬어가자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2021-01-14

 

 

 

 유준희 조직문화 공작소, AIPU 대표

 


며칠 전에는 국내 한 그룹사의 조직문화팀장들이 모두 모여 "조직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몇 시간에 걸쳐 토론을 하는 시간을 퍼실리테이션 하기도 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기에 정신없어야 하는 시기에 답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담론을 나눈다는 것이 다소 의아해 보이지만, 어쩌면 조직문화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올해에는 다양한 기업들의 사내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조직문화 주제가 많이 다루어졌다. 이러한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이 자리를 통해 공유해본다

Q. 코로나 시대의 변화가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은 무엇인가
코로나가 우리의 일과 삶에 방식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처럼, 조직문화라는 관점에서도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조직문화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다양한 노력들을 통해 바꾸어나가고 싶었던 조직문화의 많은 부분들이 조금 더 빨리, 약간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요즘 비대면 업무환경에 따른 조직문화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총균쇠》의 저자로 많이 알려진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한 인터뷰 기사에서 비대면 접촉이 대면 접촉을 대처해 온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인류가 종이와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55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것이며 그것이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 시대에 맞는 조직문화 또는 비대면 상황에 맞는 조직문화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 조직이 조직문화라는 관점에서 추구해 왔던 많은 것들이 조금 더 빠르게 변화되는 것일 뿐이다

우리가 실수하지 말아야 할 것은 "코로나 상황이라 만나기도, 회식하기도 불편하니까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은 잠시 쉬어가자"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오랫동안 시도했지만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었던 조직문화적인 목표들을 더 빠르게 이룰 수 있는 기회라는 관점에서 더 적극적인 개입의 시도들이 필요하다. 비대면 상황에서도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노력, 그들이 일 속에서 일의 즐거움과 의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그리고 서로 떨어져 일하고 있을지라도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일하는 공동체라는 공감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은 지속되어야 한다. , 그것을 수행하는 방법들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들이 요구되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 속, 조직문화 측면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조직의 목적'이다. 변화가 많은 시기에 가장 강조되는 조직역량은 민첩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이 민첩함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근육들과 소근육들을 강화하거나 관절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운동들도 필요하지만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의 변화 속에서 조직이 민첩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조직적인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떠한 외부적인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단단히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조직의 목적이다. 과거처럼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거나 무조건적인 도전과 인내를 강조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또한 재택근무와 같은 환경 변화로 인해 더 이상 구성원들의 업무를 관리하고 통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성과만을 강조하는 것 또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조직의 목적을 지금 나의 일의 의미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문화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Q. 조직문화 혁신의 주체는 누구인가. CEO의 의지가 없어도 조직문화 담당부서 또는 담당자들이 바꿀 수 있을까
필자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질문자에게 그 반대의 질문을 하곤 한다. CEO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조직문화를 위한 변화가 잘 이루어질까?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이야기하지만 필자는 실제 현장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얼마 전 필자가 참여했던 한 프로젝트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다. 한 사람의 CEO 10년 넘게 이끌어 온 중견 외국계 회사였다. 그 회사의 CEO는 매우 철학적인 분이셨고, 조직문화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조직문화에 대한 강조도 많이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직원들을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얼마 전부터 조직문화 관점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다수 생기기 시작했다. 너무나 실망한 CEO께서 직접 조직문화 진단을 직접 의뢰했던 흔하지 않은 사례였다.

조직문화 혁신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은 "열정이 있는 조직문화 담당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흔히 조직문화 혁신이 "Bottom Up이냐 Top Down이냐" 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필자는 "Middle Up Down 또는 Middle Down Up"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CEO의 강력한 의지로 지원을 받는 조직문화 담당자는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조직문화에 무관심한 CEO가 있는 조직에서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많은 부분에서 불리할 것이다. 그러나 조직 안에 좋은 자극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열정을 가진 담당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두 번째 답, 아니 더 중요한 답은 "질문을 한 바로 당신 자신"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라면 잠시 자신과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 후배 한사람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이 순간 그 사람은 "요즘 직장생활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생각해 보라. 조직 전체는 몰라도 최소한 그 사람에게 있어서 좋은 조직문화는 '당신'일 수 있다.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내 후배, 내 동료, 내 상사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조금씩 배려하고 있는 당신 자신이다


Q. "조직문화는 필요 없고, 매출만 잘 나오면 된다"라는 상사가 있다.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해 보라. "조직문화를 잘하면 성과가 나고 매출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가?" 만일 당신이 ", 그렇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충분히 설득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조직문화로 나름 잘 알려진 한 국내 기업의 회장님을 뵌 적이 있다. 그 회장님께서 차를 마시다가 "대표님은 조직문화가 좋으면 성과도 좋아진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잠시 당황했던 필자는 평소에 그러하듯이 온갖 이론들을 들먹이며 조직문화가 어떻게 구성원들을 동기부여하고, 집단창의성에 도움이 되는지, 특히 우리시대에 어떻게 조직적인 적응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 필자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조용히 듣고 있던 그 회장님이 갑자기 "그런데 그게 조직문화 열심히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진짜 증거는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마지못해 "그야 그렇지요"라고 대답하자. 그 회장님이 "그런데요, 우리는 그것을 믿으려고 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론이고 사례고 다 내려놓고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더 열심히 더 똑똑하게 일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당연히 조직문화가 좋으면 성과가 더 잘 나오는 거다. "조직문화가 좋으면 장기적인 성과가 향상될 것이다"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성과가 좋아지는 것이다. 마치 오늘 기분 좋으면 오늘 일이 잘 되는 것이지 일 년 후에 일이 잘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성과만 쫓는 상사에게 조직문화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고 싶다면 이론이나 사례로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상식의 선에서 대화하고 자신의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Q. 새로운 조직장이 부임할 때마다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 이때 조직문화 담당자가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잘 서포트 해야 한다. 잘 서포트 하라는 것은 시키는 대로 잘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조직장이 조직문화를 위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올바른 가이드를 제시하고 안내해야 한다. 공공조직에서 많이 하는 농담 중에 이런 게 있다. 새로 CEO가 오면, 첫해는 엄청난 의욕을 가지고 자신의 경영철학을 녹이기 위해 비전을 바꾸고 핵심가치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한다. 그렇게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의 변화가 되지 않고 있음을 알아챈 CEO는 그 이유가 구성원들과의 소통 부족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두 번째 해에는 전 직원을 직급별로, 지역별로 열심히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며 1년을 보낸다. 드디어 세 번째 해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심도 있고 철저한 계획을 수립한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멋진 계획을 실행하려고 하는데 임기가 6개월 밖에 안 남았고 이제는 뭘 해도 아무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이야기는 과장이 심하고 자조적인 농담에 불과하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CEO만의 잘못일까? 아니다, 조직문화 담당자들의 잘못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에 공공조직에서 자주 하는 조직문화 과제 중에 하나가 CEO 인덕션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 조직의 조직문화적인 강점이 무엇이라고, 그것을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들을 해왔고, 새로 부임한 CEO가 반드시 지켜가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새로운 리더가 어떤 부분에서 변화를 일으켜 주면 좋은지 등에 대한 내용들을 구체화하고, CEO의 선임단계에서부터 이것을 안내하고 임기 초기에 다양한 프로세스를 통해 리더가 그 조직의 조직문화를 빠르게 이해하고, 방향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이다

오히려 리더가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한다면,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자신이 오랫동안 하고자 했던 조직문화 모습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CEO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가지고 있지는 않다. CEO는 조직문화만 바꾸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문화 담당자들이 CEO의 의지가 좋은 결실로 연결될 수 있도록 그 방향성과 방법론을 잘 가이드 해줘야 한다.

"어떠한 문제도 그 문제가 일어났던 사고의 수준에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우리가 조직문화의 다양한 문제들을 접할 때 가장 어울리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문화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 현상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직문화는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련의 믿음과 생각인 집단가정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조직문화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그 현상의 근거가 되는 집단가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집단가정들을 만들어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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