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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고령인력 임금, 연공성은 빼고 숙련성은 고려하라

2020-06-10

 

 

 

 

황진국 EY PAS(People Advisory Services) 디렉터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2000년대 초부터 고령화에 대한 많은 이들의 우려와 해법 제시에도 불구하고 최근 초고령사회 진입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 내 고령인력 증가가 가져오는 문제
기업현장에서는 고령화의 영향으로 근로자 평균연령의 증가가 눈에 띈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평균 연령은 2010 39세에서 2013 40.5, 2018 42세로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경제, 산업의 저성장과 맞물려 신입직원 채용이 감소해 고령인력 증가에 대한 체감은 더욱 높다. 또한 지난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 이후 다시 정년 65세 연장 논의까지 있어 기업 내의 고령인력 증가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업 내의 고령인력 증가는 어떤 문제를 야기 시킬까?

첫째, 연공기반의 급여체계를 운영하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생산직 근로자 인건비 부담은 원가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다.
둘째, 고령인력의 육체적-기술적 역량 하락이 조직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연령별 산업재해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7.8%에 이르며, 2010년 동일 연령 비중 14.5%에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증가세 또한 가파르다. 사무직 근로자에게도 이러한 현상은 나타난다. 최근 EY코리아에서 수행한 국내 한 그룹사의 관리자 후보군을 대상으로 어세스먼트 센터Assessment Center를 운영한 결과, 고연령일수록 경영지식과 관리자로서 기대되는 역량 수준이 낮아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조직 내 세대간 갈등이 협력적인 조직문화 형성을 저해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의 빠른 변화로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가 커 베이비부머,  X세대, 밀레니얼 세대 등이 함께 일하는 다연령 계층의 조직 특성이 나타난다. 구세대는 젊은 직원들의 태도를 못마땅해 하고 젊은 세대는 구세대를 젊은이들의 성장 기회를 막는 장애물로 여긴다. 서로 간의 이해는 고사하고 커뮤니케이션 단절 현상이 시나브로 일어나고 있다. 또한 직책과 연령의 역전으로 상하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우리 문화에서 발생하는 고유한 문제이다.

고령인력에 대한 조직 내 시선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고령인력 관리는 공존보다는 배제의 방법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예가 회사의 실적이 안 좋아지거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때 고령인력을 우선 대상으로 해고 또는 퇴직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 내에서는 암묵적으로 OO년생 이상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해당 직원들은 불안한 일상을 보낸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관습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 가운데 고령인력 관리가 최우선도 아니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인력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만은 없는데다가 젊은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처우와 성장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성찰해야 할 점은 모든 고령인력이 조직에 더 이상 기여할 가치가 없는가 하는 점이다. 기업현장에서 HR담당자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고령인력 모두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조직에 소수의 고연령 저성과자 또는 프리라이더가 있으면 HR담당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고령인력 전체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반대의 경우를 대입해보면 이해가 쉽다. 몇몇 신입사원이 소위 튀는 행동을 했을 때 기존 구성원들이 신입사원 전체를 '특이한 기수'라고 여기는 현상과 유사한 것이다. 오히려 고령인력에 대해서는 미래의 조직에 기여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신입사원처럼 육성해서 함께 가야 할 이유도 적어 공존 보다는 배제를 선택하기가 더 쉬운 것이다.

EY
에서 2019년 조사한 『Global Labor and Employment Law Strategic Topics - Ageism and the Workplace』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문제를 일찍 경험한 나라들인 미국, 영국, 호주는 법적 정년을 폐지했고, 캐나다의 경우 정년은 65세로 명시돼 있지만 이보다 더 오래 일하는 인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프랑스와 같은 유럽 국가들도 현재의 법적 정년기준을 연장할 계획을 갖고 있고, 정년과는 별도로 고령인력이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영국의 HR컨설팅 조직 동료와 고령인력 관리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흥미로운 점은 영국에서는 고령인력 문제를 직장 내 차별 이슈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 고령인력의 문제를 대할 때 이들에 대해 근거 없이 불평등한 처우를 하거나 집단 따돌림, 해고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기업 내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능력이 떨어지고 업무수행에 지장이 있는 인력이 있으나 그것은 평가를 통해 판단할 문제이지 나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명쾌한 설명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제도나 문화적으로는 미국, 유럽보다는 우리나라와 유사성이 높은 일본에서도 역시 경력이 오래된 직원에게 책임과 권한이 높은 업무를 부여하고 이 일을 잘 수행하면 나이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령인력 집단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개인의 직무를 명확하게 정의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기업에서는 고령인력 전체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선택했고 같은 현상에 대해 우리나라와는 다른 대응을 하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영국은 직무급 기반으로 인사관리가 이루어지고 일본은 개인의 속인적 요소와 직무경험을 기반으로 인사관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직무급이 고령화사회 대비책이 될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기업의 고령화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시작됐던 2000년대 초반, 많은 HR전문가들이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직무급 도입을 강조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직무급은 여전히 이상[理想]과 같은 존재이다. 전문가들의 조언과 많은 시도들이 있었으나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기업에 정착하지 못하고 직무급이 과연 한국 기업에 적용 가능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결론부터 말하면 직무급은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해법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근속이 쌓인다고 급여를 올려줄 필요가 없어 인건비 부담에서 자유롭고 개인의 역량과 직무를 일치시킴으로써 효율적인 인사관리, 나아가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직무에 따라 임금이 결정됨으로 불필요한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에 따른 시장임금 수준이 형성돼 있지 않아 임금수준의 객관성 확보가 어렵고, 모든 직무를 정의하고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방대한 작업과 사후 관리, 직무평가 결과와 그로 인한 임금 차이를 구성원들이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 등 도입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요인이 많다. 만약 HR 부서에서 고령인력 관리를 위해 직무급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경영진이 그 이유만으로 도입을 적극 고려할 수 있을까? 직무급이 고령인력 관리를 해결하는데 해법이 되지만 오직 고령인력 관리를 위해 직무급을 도입한다고 하면 쥐 한 마리를 잡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직무 수행에 따른 명확한 성과 구분이 우선
미국, 영국, 일본의 고령인력에 대한 인식에 착안해 보면, 직무급 대신 고령인력 관리를 위해 우선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개인의 직무를 구체화하고 직무 수행에 따른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연공기반의 직급체계가 보편화돼 있고, 관행적으로 직급이 높아질수록 관리업무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정/부 담당자, 또는 비공식적으로 사수/부사수를 정해 실질적인 업무는 낮은 직급이 수행하고 높은 직급의 경우 이를 관리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또는 팀장이나 부서장과 같은 공식적인 직책 외에 '업무총괄' 또는 '차석' 이라는 비공식 역할을 부여해 관리자의 권한을 일부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일찍부터 개인의 직무단절을 경험케 함으로써 조직의 조로[早老] 현상과 인력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특히 이러한 관행이 고령인력에 대한 예우 또는 고령인력 관리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된다면 이는 배려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령인력을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직무급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라도 고령인력에게 관리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젊은 직원들과 똑같이 구체적 직무를 부여해야 하며, 나아가 가장 바람직한 것은 고연령-고직급 인력에게 난이도와 책임의 정도가 높은 직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야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고령인력에 대한 존경심을 가질 수 있고, 세대간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인력의 역량저하 현상 또는 직무와 인력구성의 불일치로 난이도와 책임의 정도가 낮은 직무를 부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업무수행의 질적-양적 결과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고 그에 따른 차등보상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방식이 조직 내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직급 통합, 수평적 호칭, 육성형 평가로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고령인력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인적자원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방안이다.

고령인력의 숙련도를 활용하라
고령인력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직무관리 방안은 직무 중에서도 육체적 한계가 제한적이고 숙련이 필요한 직무들을 구분해 고령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면, 시설관리, 교육운영 업무 등 단순 업무부터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장교육-지도, 장비점검-수리 등 숙련을 요하는 일도 해당될 수 있다. 이러한 직무들을 구분해 운영할 경우 퇴직 이후나 60세 이상의 고령인력을 기간제로 고용해 취업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직무의 가치에 따라 직군을 구분해 근무시간이나 급여체계를 달리함으로써 임금수준도 합리화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현장에서 '촉탁직'이라는 구분으로 정년이 지난 직원을 고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며, 이러한 방안을 적용하는 것은 회사의 전체 직무를 정의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대규모의 작업 대신 고령인력 일자리 수요에 맞추어 직무를 재정의하는 과정을 직무급 설계의 파일럿 개념으로 실행할 수 있어 도입에 부담이 적다.

임금의 연공적인 요소 제거, 성과차등 보상 강화
이러한 직무관리 방안에도 한계는 있다. 고령인력은 계속 증가하는데 고령인력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는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숙련도와 개인이 보유한 그것들 간의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연공기반의 임금체계를 적용하게 되면 이는 고스란히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된다. 따라서 임금체계에 내재돼 있는 연공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직무와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을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고령인력을 배제하지 않고 공존하는 길이 될 것이다.

당장 직무급 도입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적어도 개인 성과를 기준으로 연령이나 직무경험이 짧더라도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생산-기술직의 경우에도 기본급은 숙련도와 비례하는 연공급으로 하더라도 생산성이 감소하는 일정 시점에서는 호간 차이를 축소시키고 기본급과 비율 연동된 수당과 성과급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연공요소를 완화시킬 수 있다. 과거에는 고령인력의 급여가 높은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으나 생산직 현장에서도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으로 젊은 직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를 지지하는 구성원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기업에서는 임금구조에 녹아 있는 다양한 연공요소를 제거해 나감으로써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인구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고령인력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특별한 제도나 보상을 통해 고령인력을 지원하는 하는 것보다는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개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해주는 것이 그들을 위하는 길이다.

또한 성과관리를 강화해 저성과자를 가려냄으로써 구성원들이 고령인력은 프리라이더라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우수한 고령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조직에 기여하는 길이다. 초고령사회의 강박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직무급만 쫓지 말고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고령인력관리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HR Insight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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