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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소통과 협력은 도움의 조직정서에서 시작된다

2019-10-16

 

조직의 소통과 협력은 기업의 리더들과 담당자들이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거론하는 단골 주제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에 소통과 협력은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해도 눈에 띄는 해결안을 찾기 어려운 미지의 목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다수의 조직 리더들이 수년에 걸쳐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 봐도 조직 내 효과적인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함에 좌절하곤 한다. 그런데 조직문화 전문가들은 조직 내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트리거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도움을 주고받는 조직정서이다.

왜 도움을 주고받는 조직정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까
기업이 비즈니스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점점 더 복잡해지고 모호한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우리시대의 경영환경에서는 단순히 업무를 효과적으로 분배하고 조정하는 것을 넘어서 조직 내에 도움의 조직정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창의성 전문가인 하버드 대학의 테레사 아마빌레 교수는 "도움의 조직정서는 조직 내에서 아이디어의 품질과 실행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다각적인 시각과 경험, 그리고 전문성을 이끌어낸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도움의 조직정서는 구성원 사이에 서로의 역량과 인간적인 신뢰에 대한 인식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몇 해 전 미국의 디자인 회사인 IDEO사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직장 내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제공해 준적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높은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역량도 높게 인식할 뿐만 아니라 더 신뢰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도움을 주고받는 조직정서는 조직성과 측면에서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조직 내 구성원의 관점에서도 서로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조직에서 도움 주고받기가 잘 되지 않는 이유
조직이라는 환경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이 단순한 행위가 생각처럼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조직이 마주하는 더 복잡하고 모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통합적인 전문성과 창의성을 필요로 하지만 조직 내부의 일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개인들이 세분화된 개별과제를 점점 더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하나의 단일과업을 여러 사람들이 나누어 일을 해야 하는 과거에는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수시로 발생하기도 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자체가 일상적인 경험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구성원 개개인의 개별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업무환경에서는 업무 속에서 도움주고받기를 일상의 경험으로 느끼기가 쉽지 않다.


구성원 개인의 관점에서도 도움 주고받기에 대한 심리적인 갈등을 겪게 된다. 잠재적인 도움 제공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와 능력이 있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지가 있더라도 그 도움이 오히려 자신에게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할 수도 있다. 또한 잠재적인 도움 수혜자 입장에서도 자신만의 힘으로 성취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공식적인 인정을 잃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양쪽 모두 사람들에게 있어서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만 같은, 그리고 결과도 불확실한 일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만 보면 우리는 조직의 평가-보상-승진 등의 제도적인 조정이나 요즘 유행하는 애자일 조직과 같은 조직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조직 내에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를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는 관리하거나 강제함으로써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닌 감정적인 공감을 통해서만이 만들어지고, 개인의 자기 의지의 발현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발적 행위라는 것이다.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일정 보너스나 평가점수를 부여하는 등과 같은 제도적인 시도들은 논리적으로 도움을 제공하는 동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이기도 하고 일정수준에서 효과가 있어 보일수도 있지만 이러한 제도적 시도들은 오히려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의 자기의지나 자발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아마빌레 교수는 조직 내에 도움을 주고받는 조직정서를 효과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도움을 주고받는 조직정서를 만들기 위한 방법
리더들의 확신과 실천
조직 내에 도움의 조직정서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으로 아마빌레 교수는 '조직 내 도움주기에 대한 리더들의 확신과 실천'을 강조한다. 많은 조직의 경영진들은 소통과 협력을 자주 이야기하고 구성원들에게 실천하라고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구성원간의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를 강조하거나 그러한 조직정서를 조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노력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직 내 도움의 조직정서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경영자와 임원들이 먼저 "조직과 구성원들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들이 더 복잡해지면 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조직 내에 도움을 주고받는 조직정서가 조직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라는 확신을 갖고 이러한 확신을 자신들의 일상의 행동을 통해 조직 전체에 확산해 나가야 한다


도움의 조직정서에 대한 리더들의 확신을 일상의 행동을 실천해가는 한 가지 예로 경영회의를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에서 실행하고 있는 일반적인 경영회의는 경영회의라기 보다는 보고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각 사업부의 리더들이 자신의 사업현황을 보고하고 최고경영자의 피드백이나 새로운 업무지시를 하달 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물론 전사적인 이슈에 대해 경영진 간의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영회의와 별개의 워크숍 형태로 운영되거나 단순히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에서 진행된다. 만일 경영자의 업무지시나 임원들의 업무보고 등은 온라인 공유와 같은 방식으로 전환하고 경영회의를 구체적인 핵심사안 하나에 대한 리더들 간의 지혜와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로 온전히 활용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만일 회사의 경영자와 임원들이 매주 또는 매달 한 번씩 한 가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진심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 진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조직 내에 서로 다른 기능과 사업의 최고 전문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복잡하고 모호한 문제들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최고의 대안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조직의 리더들 간에 서로를 경쟁자가 아니라 조직전체의 목적으로 실현해가는 하나의 팀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목격하거나 그 결과를 공유하는 구성원들도 우리 사업부 또는 우리 팀만의 목표가 아니라 회사전체의 목적이라는 보다 전사적인 관점을 가지고 일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회사 내에 다른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 조직의 구성원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행동이라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영진들 간의 실천적인 행동들은 조직간 협력을 강조하고 사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제도나 활동보다도 효과적으로 구성원, 그리고 조직 간에 자유로운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낸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임원들은 자신의 역할을 조직장 또는 경영진이라는 한계에 스스로 가두는 경향이 있다. 조직의 전략적인 방향을 고민하고 수많은 보고를 받고 회의를 주관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만으로 리더들은 충분히 바쁘다. 그러나 때때로 현업팀에서 진행되는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에 한사람의 구성원으로 함께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리더가 그 분야의 높은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서 그리고 통찰력을 가진 경영자로서 해당 안건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덧대는 것에도 의미가 있지만 리더가 구성원들의 일상의 업무에 도움을 제공하는 실천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임원들은 구성원들이 보고하는 아이디어들에 대해 평가하고 의사결정 하는 역할을 하고 세부적인 아이디어 자체는 구성원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물론 물리적으로도 리더가 모든 세부 사안들에 일일이 참여할 수도 없고 자칫 마이크로 매니징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리더가 어떤 사안의 브레인스토밍 단계에 현업팀과 함께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참여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그 행동 자체만으로 전체 구성원들에게 도움의 조직정서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이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구성원들에게 리더가 자신의 일을 평가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조력자라는 인식을 만들어내게 된다.

공식적인 프로세스에 포함시키거나 공식적인 역할로 정의
아마빌레 교수가 제시하는 조직 내 도움의 조직정서를 만들어가는 두 번째 방안은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를 공식적인 프로세스에 포함시키거나 공식적인 역할로 정의하는 것이다.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를 공식적인 프로세스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 브레인트러스트라는 활동이 매 단계와 절차에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나 IDEO사의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사내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과정이나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을 구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실행되는 대부분의 과제 활동들은 잘 짜인 일련의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된다.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해 업무의 진행과정 중에 구성원간의 도움을 주고받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밖에 없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또 도움의 주고받음으로써 얻어진 추가적인 성과를 참여자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공식적인 프로세스화 하는 것이다. 이것은 업무를 수행하는 공식 프로세스에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 활동처럼 업무활동의 일정단계마다 그 업무와 유관된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업무내용에 관해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피드백을 하는 활동과 같은 장치들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과제 수행주체의 주도성과 의사결정의 영향력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업무적 도움이나 조언은 여전히 도움일 뿐이고 그 과제를 수행하는 것도 수행주체 자신이며 도움과 조언에 대한 의사결정과 선택 또한 수행주체 자신이라는 사실을 도움을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가 분명히 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공식적인 프로세스에 의한 도움주기 활동은 과제 수행주체에게는 형식적인 승인절차로 인식되어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게 만들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도움이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고 느끼게 됨으로써 공격적이 태도로 일관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조직에 도움의 조직정서를 이끌어내기 보다는 서로의 실수와 잘못만을 지적하는 부정적인 조직정서를 유발하게 된다.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를 공식적인 역할로 정의한다는 것은 조직 내에 마치 사내 코치처럼 오직 다른 사람들이나 팀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역할만을 수행하는 공식적인 풀타임 헬퍼들을 두는 방법과 개인이나 팀이 특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구성원들 중에 일부를 공식적인 헬퍼로 지정하는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 예로 IDEO사에는 인류학이나 기계공학과 같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DCL(Design Community Leaders)라고 하는 공식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디자인 과제를 수행하는 실무 팀들의 업무수행과정에 공식적인 절차상에서뿐만 아니라 즉흥적인 요청에 맞추어 개입해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도움을 제공한다. 또한 IDEO사의 대부분의 과제 수행팀들은 해당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조직 내의 다양한 리더들이나 고참 구성원들을 관련 업무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성, 관련고객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때로는 단순히 잘 도와준다는 이유만으로 헬퍼로 선임한다. 이렇게 헬퍼로 선임된 리더나 고참 구성원은 자신의 개인적인 업무이외에 해당 과제의 진행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조언과 도움을 주게 된다.

도움을 주고받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 사이의 도움 주고받기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협력적 성과가 내부경쟁을 통해 얻어지는 성과보다 훨씬 크다"라는 사실에 대한 집단가정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도움을 주는 행위를 이끌어내기 위해 물질적 보상과 같은 유인책보다는 도움을 받은 사람이 순수하게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조직 내에 만들어가고 특히 "도움을 준 사람에게 주는 최고의 감사는 받은 도움을 잘 활용해 좋은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라는 믿음을 조금씩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어떤 도움이 좋은 성과로 연결됐을 때 이루어낸 성과가 아니라 도움 그 자체를 축하하는 조직문화의 섬세한 노력들이 우선돼야 한다.


유준희 조직문화 공작소, AIPU 대표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 9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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