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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기업들은 어떤 호칭을 선호할까

2019-06-18


 

각 기업들은 직급체계 개편과 함께, 때로는 직급체계 개편과는 별도로 호칭 개편에 나섰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이라는 여러 단계의 직위를 단순화하거나 아예 님, 매니저, 프로 등으로 통일하는 추세다. 각 기업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호칭의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직위, 직급, 직책. 흔히 쓰는 말이지만 그 개념을 정확히 설명하자면 헷갈릴 때가 있다. 먼저 직위는 조직 구성원에게 부여할 수 있는 직무와 책임의 단위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부장, 차장, 과장 등의 개념이직위에 해당한다. 다른 직급체계가 없다면 해당 직위명이 직급이자 호칭이 된다. 직급은 직무의 등급을 뜻하는 말로 직위를 좀 더 세부적으로 분류한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장1호봉, 차장2호봉 또는 대리 1년차, 과장 2년차 등으로 보상체계와 연계된다. 직급은 직위와 함께 불리지만 굳이 드러내놓고 사용하지는 않는다. 직책은 직위에 부여된 '직무와 책임'을 말한다. 보통 팀장, 실장, CEO 등이 직책에 해당한다. 직책은 책임과 권한에 따라 붙여지는 호칭이기 때문에 보통 직위가 오르더라도 직책은 그대로인 경우가 있고 같은 직책에서도 직위가 다른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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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말하는 직급체계 개편은 직무의 등급을 개편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임금체계와도 연결이 되는 만큼 단순히 직위나 직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직급의 단계와 임금 밴드의 개편이 수반된다. 따라서 직급체계 개편은 결코 단순한 작업이 아니며 전사 차원의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고 보상이나 육성 등 연계된 인사제도와도 얼라인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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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자리란 직무와 책임을 일컫는 직책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호칭이 따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조직에서의 '자리'가 불명확해졌다. 명확한 직무와 책임으로 만들어져야할 자리가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직함의 변화'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더군다나 시간의 흐름에서의 '선배 우대' 문화까지 조성돼 오히려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여겨진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따라서 각 기업들은 직급체계 개편과 함께, 때로는 직급체계 개편과는 별도로 호칭 개편에 나섰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이라는 여러 단계의 직위를 단순화하거나 아예 님, 매니저, 프로 등으로 통일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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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호칭' 사용 : 삼성전자, SK텔레콤, CJ, 엔씨소프트 등


대표적인 '님 호칭' 사용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직급 단순화 작업에 들어갔으며 올해부터는 전자뿐만 아니라 중공업 계열사에도 확대 실시하고 있다. 기존의 대리, 과장, 부장 등의 수직적 직급체계를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바꿔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든다는 취지이다. 삼성전자는 부장, 차장, 과장, 대리 등 전통적인 7단계 직급 체계를 CL(커리어 레벨) 1~4단계로 줄였다. 호칭도 ''으로 통일했다. 그 결과 현재 직급 단순화가 조직의 수평적 기업문화와 업무 유연성을 길러주면서 구성원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수직적인 틀을 깨뜨려 직원들의 입사 연도보다는 업무 능력에 따라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능력 있는 후배가 선배보다 더 높은 직급을 받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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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콤은 작년 1월부터 이전에 있던 '매니저' '팀장' '실장' 호칭을 모두 ''으로 통일했다. 지난 2006년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할 당시에는 팀장과 임원은 제외했지만 이번에는 모두 포함시켰다. 임원급까지의 변경으로 리더와 직원은 물론 임원과 경영진까지도 경계를 허무는 기반을 만들었다. SK텔레콤은 수평경영을 통한 의사소통 방식이 SK텔레콤의 변신을 가능하게 하고 협업과 공유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사실 대기업 중 '님 호칭'을 가장 먼저 사용한 곳은 CJ그룹이다. 2001 1월부터 ''으로 호칭을 통일한 후 지금까지도 제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한화, KT, 포스코 등이 님 호칭 사용 이후 다시 예전의 직급체제로 돌아갔으나 CJ는 일관된 정책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20년 가까이 님 호칭을 사용하는 만큼 이제 직원들에게는 익숙하다. 따라서 부서 내에서는 물론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직급에 연연하지 않고 업무에 집중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IT기업이나 게임업계에서는 '님 호칭' 사용이 자연스럽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업의 특성상 자유로운 문화를 자랑해왔지만 업력이 20년이 넘어서면서 그 안에서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와 업무 공유를 방해한다고 판단, 창사 20주년을 맞아 사내 호칭을 ''으로 통일하고 직급체계를 축소하는 등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나서게 됐다. 익숙해진 호칭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김택진 대표부터 먼저 나서서 자신을 '택진님'이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직원들의 부름에 크게 대답하는 등 분위기를 먼저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니저 호칭 : 아주그룹, 워커힐, 현대글로비스


아주그룹은 2013년부터 직원호칭을 '매니저'로 단일화했고 작년 7월부터는 임원직급을 폐지하고 직무중심 인사시스템을 본격 도입했다. 상무, 전무, 부사장 등 연공서열을 상징하는 직급을 역할과 직무에 따라 본부장, 부문장, 실장 등으로 단순화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올해 4월부터 사무직 직급을 전면 개편하고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혁신 경영을 강조하는 가운데 계열사인 워커힐 역시 여기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이전의 7단계(사원1,2,3-대리-과장-차장-부장)로 나눠진 사무직 직급을 폐지하고 기존 직급 대신 팀장 외 호칭은 모두 '매니저'로 단일화했다. 선후배 위계가 명확한 호텔업에서 직급 폐지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다.


현대글로비스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로 구분하는 직급을 사원-매니저-책임매니저 등 3단계로 단순화한다고 발표했다. 먼저 사원은 기존 그대로 사원Staff을 유지한다. 5급 사원, 4급 사원 등 연차에 따라 구분했던 직급을 G1 G2로 변경하고, 사원 호칭을 부여한다. 대리는 G3직급으로 '매니저Manager'로 부른다. 과장과 차장, 부장은 '책임매니저Senior Manager'칭하면서 과장은 G4, -부장은 G5로 직급을 구분한다.


프로-리더-PM-TL : LG상사, 삼성생명, SK하이닉스


LG
상사는 올해 1월부터 기존의 5단계 직급체계를 사원, 선임, PM(Project Manager) 3단계로 단순화 시켰다. LG그룹의 타 계열사는 사원-선임-책임의 3단계 직급체계를 사용하는 반면 LG상사는 책임을 사용하지 않고 PM이라는 직급을 사용한다. 책임이라는 직급이 R&D 조직스럽다는 내부의견에 따라 PM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올 4월부터 주임과 선임, 책임, 수석의 4단계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프로'로 변경했다. 기존 직급체계는 연봉 등을 산정할 때만 사용하며, 파트장과 임원 등은 기존처럼 유지된다. 영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보수적인 연공서열 문화로는 새로운 혁신이 어렵다고 판단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단순화된 직급체계를 도입해 실시하고, 호칭을 '프로'로 변경했다. 삼성SDS도 연구개발 조직에서 지난 2014년부터 사용한 '프로' 호칭을 올 3월부터 전사에 확대 적용했다.


SK
하이닉스는 세대-직위-직군 간 소통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자발적 의견 개진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사무직 호칭을 TL(Technical Leader, Talented Leader 등 중의적 의미)로 통일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부터 팀장 직책을 없애고 PL(Professional Leader)로 변경했으며 이들이 단위업무를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한다.


메일 참조 순서까지 신경 썼던 불편함 사라져


익숙했던 호칭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하지만 의외로 호칭 변화에 대한 거부감은 덜하다고 한다. 메일을 쓸 때에도 '참조' 순서까지도 직급 순으로 맞춰야 한다거나 회의장에서 좌석 배치 등에서도 직급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던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또한 보고 단계가 단순화됨에 따라 불필요한 형식이 줄었고,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다만, 임원 호칭까지 통일한 경우에는 여전히 어색함이 있다고 말한다. 올해 초 호칭변화를 시작한 A회사에서는 임원 직책자까지도 ''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 불편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호칭을 통일하긴 했지만 오랜 기수 문화 때문에 그 안에서도 암묵적인 '계급'은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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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부터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한 SK그룹의 모 임원은 "단순히 호칭만을 바꾼다고 조직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 "소통하고 자율적인 문화가 먼저 수반돼야 호칭의 변화가 주는 힘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조직 전문가 역시 "호칭의 변화가 보여주기 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기에 맞는 문화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자세보다는 우리 조직의 변화 방향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느리더라도 제대로 바꾸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혜 HR Insight 기자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 5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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