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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비대면 환경에서 시도할 수 있는 조직문화 활동

2021-01-28

 

 

 

 

유준희 조직문화 공작소, AIPU 대표

 

 

많은 조직문화 담당자들과 리더들이 비대면 상황에서 조직문화를 챙기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업무수행에서 물리적 제약이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업무 성과를 회복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니 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나중의 일이라는 것이며, 두 번째는 교육이나 프로그램 같은 모임은 고사하고 서로 대화하는 것 자체도 어렵기 때문에 조직문화 활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아직도 사람들에게 조직문화는 '우리의 일과는 조금 떨어진 특별한 것'이거나 '다 같이 모여야만 할 수 있는 어떤 것'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우리가 일하는 일상에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고, 오히려 비대면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좋은 조직문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전부터 말해왔듯이 조직문화란 조직구성원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과 조직, 그리고 일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과 믿음인 집단가정이 구성원의 행동패턴과 물리적 환경, 조직기능인 인공물과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집단가정은 조직구성원 간 주고받는 대화나 경험,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인 일상 내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고 강화된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집단가정이 형성되고 강화되는 방법인 '일상 내 상호작용'이 비대면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오프라인 상에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는 상호작용이 아직도 익숙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현재 상황에서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필자는 비대면 상황에서도 좋은 조직문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한 조직의 리더들과 구성원을 만났고, 이와 관련된 사례와 그 과정에서 나타난 좋은 변화를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재택근무에 대한 잘못된 집단가정을 탈피하라 
A책임은 조직문화 담당자로, 도안을 그리는 디자이너와 이를 실제로 재현해 내는 기술직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에 대해 걱정을 안고 있었다. 이들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규모의 공간과 전문적인 도구, 리더의 지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최근 실시된 강제 순환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다들 흩어져 있으니 조직문화 활동 역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재택근무에 대한 잘못된 집단가정'이 떠올랐다

관리 시스템이 개입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성실하게 일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의 내 자리가 아닌 곳에서는 일하기 어렵다
재택근무자를 위한 어떤 지침이나 지원이 상부에서 내려오지 않았으니 기다려야 한다.

이와 같은 생각들은 조직구성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데 방해가 된다. 재택근무는 일하는 환경이 회사가 아닌 집일뿐이고, 환경과 시스템의 미비로 조직구성원들은 다소 불편함을 겪고 있을 뿐이며, 사실 그런 상황에서도 조직의 목적에 적합한 자신의 역할을 생각하고 수행하는 것은 사실 특별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실제로 이 조직의 리더들은 A책임이 걱정하고 있는 동안 새로운 지식의 학습이 필요하거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요구되는 업무를 분류해 재택근무 시에도 구성원들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 한 작업물에 여러 팀이 협업하며 교대근무를 할 때에는 자신들의 강점을 십분 발휘해 문장으로만 작성된 인수인계서가 아닌 직접 그린 이미지를 포함한 인수인계서를 만들어 공유해 연계 업무도 원활히 진행했다. 2주 간의 짧고도 긴 순환 재택근무 기간을 경험한 리더들 중 특별히 큰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없었다.

비대면 상황에서의 업무 수행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을 떠올리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언급한 사례처럼 어떤 상황이든 최선의 방법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들의 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마저도 떠올리기 어렵다면 화상회의 툴을 사용해 조직구성원들이 함께 '업무상황에서 자극이 되었던 리더나 동료의 행동'이나 '과거 함께 경험한 성공 또는 실패 상황에서의 의미 있는 포인트'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화는 조직구성원들에게 우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더 나은 방안을 탐색하는 성장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우리는 서로 도움이 되는 유능한 존재, 우리는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좋은 집단가정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사람들은 조직문화를 어떤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이러한 대화 또한 좋은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강화하는 방법인 것이다.


화상회의 툴로 캐주얼한 대화를 이끌어라 
B상무는 올해 구성된 신생 조직의 최상위 리더로, 조직의 팀 중 다수의 팀은 수도권의 본사에, 1개 팀은 지방도시에 위치해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B상무는 팀장 이하 리더들에게 소규모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각별히 유지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으나, 정작 물리적 거리와 이동의 제약이 큰 상황에서 자신의 리더십 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신생 조직이니만큼 리더 간 소통을 활성화 해 조직 응집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전사 방침으로 회의는 오직 화상으로만 진행되고 있고 회식과 같은 대면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화상회의 툴 사용을 권하며 회의를 포함한 조직 내 대화의 방식을 좀 더 캐주얼하게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다. B상무는 시공간 제한 없이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고직급자의 갑질처럼 보일 것을 걱정했는데, 그동안 이 조직에서 진행되는 회의가 얼마나 격식을 갖춘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일하며 겪는 대화 상황은 주요 안건 회의처럼 모두가 집중해 상대의 생각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공식적 상황뿐만 아니라, 일에 대해 자유롭게 잡담하고 가벼운 대화로 친밀도를 높이는 비공식적인 상황도 포함된다. 비대면 상황이 아니라 일반 사무실이라 가정했을 때, 조직의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안부를 묻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에 대해 아주 짧게 묻는 것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 지방에 있는 소조직의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조직에서 떨어진 섬이라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사람들은 자신과 자주 상호작용 하는 대상을 공동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한 정기적 회의나 회식과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만 상호작용하는 경우 서로를 같은 목적을 위해 일하고 있는 공동체라기보다는 단순한 업무적-거래적 관계로만 인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추후 B상무를 만났을 때 그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결과를 공유해 주었다. 필자와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B상무는 메신저로 자신의 리더십팀에게 화상회의 초대장을 공유했고, 30분 후 하위 리더들과 화상으로 비공식적 회의를 진행했다. 누군가는 툴을 사용하는데 서툴렀고, 평소 사무적인 이야기만 주고받던 사이라 자연스러운 대화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누군가는 현장에서 다양한 배경으로 참여했고, 조직 내의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B상무는 강조했다.

이 조직에서 화상회의 툴을 활용한 대화가 확대되고 일상이 되면 B상무는 이전보다 부담 없는 마음으로 짧은 시간 동안 구성원들을 케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리더의 이러한 노력은 조직 내에 '우리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좋은 가정을 형성하고 강화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질 변화를 준비하라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를 극복의 대상보다는 언젠가는 해결될 문제로만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이 시기가 지나면 이전과 동일한 일상을 다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모든 사건 이후에는 변화가 따르기 마련이며 되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또 다른 일상이 만들어진 것만 같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부분의 조직들이 이번에 경험한 변화가 일의 본질이나 성격의 변화가 아닌,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과 방식의 변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의 발전을 통한 시스템의 개선으로 추후 지속적으로 보완될 것이며, 소개한 바와 같이 현재에도 많은 조직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업무 환경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정말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우리는 코로나19와 같은 거대한 사건 또는 사건으로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사소한 변화의 시작점을 매 순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익숙했던 업무 환경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방법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변화를 통해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제 자리에만 머무르게 되고, 조직문화에 대한 생각 또한 '불가능' '어려움'이라는 것에 그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강조되고 발현되어야만 하는 조직문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마주하게 되는 변화가 일상화된 시대에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인 것이다.


지속적 상호작용으로 조직 공동체성을 유지하라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재택근무도 길어지며 많은 직장인들이 감염에 대한 불안, 고용 유지에 대한 두려움, 활동 제약에 따른 무기력감을 호소하며 코로나 블루Blue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많은 기업에서 이를 예방 및 관리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장기 재택근무자들은 활용하는 단어의 수 감소, 상대방의 감정 파악에서의 어려움, 사회적 고립감 등 주로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관련된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이러한 문제점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상황에서도 비대면 소통을 통한 지속적 상호작용으로 조직의 공동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강조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위한 변화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질적 행동의 실천에는 거부감을 표현하거나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며, 심지어는 '내가 이걸 어떻게 하나'라는 식의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표현을 서슴없이 쓰기도 한다. 필자는 최근 한 미팅에서 '우리 조직은 보수적이어서 최근 3개월간의 재택근무 기간이 있었음에도 화상회의 툴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두 번째 사례에서 B상무의 화상회의에 참여했던 조직 리더들은 동시간대 필자가 만났던 리더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가장 높은 연령과 보수적 태도를 보인 이들이었다. , 변화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아닌, 아직 낯설고 어색한 상황을 깨뜨리려는 첫 시도와 일상으로 만들기 위한 반복적인 노력인 것이다.

필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제까지 없었던 특별하고 새로운 것이 아닌, 이전부터 요구되어 왔고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는 동시에 발전시켜야 할 본질적인 일에서의 원칙임을 말하고 싶다. 그것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순간마다, 그리고 각 조직과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른 형태로 발현될 수도 있을 것이나 어떤 기준점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어떤 외부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만의 조직문화를 만들고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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