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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소통과 화합을 이끄는 퍼실리테이션 활용 사례

2018-04-01

 




조직의 소통과 화합을 이끄는 퍼실리테이션 활용 사례

 

정은혜 HR Insight 기자

 

 

 

 한 조직 내 부서 간 협업도 쉽지 않은데 민간과 관공서의 협업은 어떨까? 복지거버넌스도 어려운 협업의 길을 더디게 가고 있었다. 복지거버넌스는 복지 분야 종사자 처우 개선 등 몇 가지 시급한 현안을 처리하며 잘 진행되는 듯했지만 민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거버넌스가 존재하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됐다. 서울시나 민간이 처음 해보는 시도였기 때문에 정체성이나 목표, 각자의 역할이 모호한 상태로 좌충우돌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6년 가을, 퍼실리테이션의 개념과 효과를 잘 알고 있는 담당 주무관의 워크숍 퍼실리테이션 요청이 들어왔다.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을 통한 새로운 발견

워크숍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는 2014년 이후 3년의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워크숍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복지거버넌스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막상 돌아온 길을 구체적으로 회고해 보니 초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음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한 자리에 모인 50여 명의 구성원들과 성과를 공유하자 그간의 노력과 열정을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는 긍정적인 분위기로 전환됐다.

워크숍의 두 번째 성과는 복지거버넌스의 미션과 비전을 수립한 것이었다. 어느 조직이나 미션은 이미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이유가 있어서 설립된 것이고 그 이유가 곧 미션이기 때문이다. 다만 잘 공유돼 있지 않아 구성원들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본 워크숍에서는 설립 당시로 돌아가 복지거버넌스가 만들어진 배경과 취지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각도 함께, 일도 함께, 나눔도 함께'라는 비전 슬로건까지 만들어 냈다.

 

세 번째 성과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역할분담 논의를 긍정적인 톤으로 했다는 점일 것이다. 종종 민간은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를 비판하고 공무원은 민간의 '민원'을 두려워하며 서로 적대시하곤 한다. 워크숍에서는 이 점에 대해 터놓고 대화하고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제안했고 이를 수용하는 과정은 서로에게 흐뭇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다.

 

가장 큰 성과는 답보상태에 빠질 수 있었던 협의체의 활동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 점이다. 복지거버넌스는 10개 분과로 구성돼 있는데, 사령탑 차원에서 갈 길을 명확하게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과별 모임 또한 추진력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을 통해 각 분과 별 대표자와 실무자가 서울시의 협치 방침과 복지거버넌스의 미션과 비전을 이해하고 나니, '아, 우리 분과는 이러이러한 일을 해야겠다'는 의지와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리하여 본 워크숍의 결과를 각 분과 대표들이 분과로 돌아가 연말까지 공유하고 2017년 활동계획을 수립하게 됐으며, 실제로 2017년 많은 분과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게 됐다. 

 

체계적이지 않은 난상토의로 시간은 흘렀으나 결론이 잘 도출되지 않거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아 다음 모임에 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참석자들을 지치게 하는 많은 회의체를 볼 수 있다. 본 서울복지거버넌스 워크숍은 퍼실리테이션이라는 잘 설계된 토의 과정을 통해 참석자 간 합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고 실천력을 높였던 다양한 사례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서울시라는 상징성 높은 지자체의 이러한 시도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조직의 재창조'의 저자 프레데릭 라루는 그의 책에서 바야흐로 참여를 넘어 자율 통치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보여줬다. 그러한 자율 통치의 시대로 이행하는 데 있어 퍼실리테이션이 매우 유용하고 필수적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는 전직 국어교사였으며, 2013년 전문상담교사로 전직(轉職)해 현재는 중학교의 위클래스 업무로 개인 및 집단상담과 학부모, 교사교육을 주로 하고 있다. 업무는 교과를 담당하던 때보다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서 1인 기업을 하는 것처럼 무척 바쁘지만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무척 행복하다.

 

퍼실리테이터 과정을 배우기 전에는 국어와 문학교과를 가르칠 때 한 번도 모둠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없다. 진도 나가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일방적인 수업만 진행했으며 아주 단호한 태도로 "내가 다 알려줄게, 나만 봐~"라는 식으로 아이들이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모둠 작업 시에는 집단이 몰려 떠들까봐 전전긍긍했지, 그들에게 집단지성의 힘을 통한 문제해결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facilitator ! facilitation ! 참 놀랍고 매력적인 세계

2010년 양성에서 학습하는 내내, 과정을 이수하는 내내  퍼실리테이터, 퍼실리테이션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 인생은 퍼실리테이션 입문 전과 후로 나뉘게 됐다. 퍼실리테이션의 철학과 태도를 통해 인간관이 달라졌다. <뇌가 공사중>이라 생각도 없고 개념도 없다는 무서운(?) 청소년기의 절정인 중학생을 만나지만 필자는 그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는다. 4계절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각각 다르듯이 봄이라고 재촉하며 꽃을 피우라 강요할 필요가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호기심과 설렘으로 질문하고 경청해 자기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안내하는 촉진자의 역할이 교사의 역할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 이후 모둠별로 수업을 준비하면서 수업의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늘 단계를 고려한다.

 

수업 종치면 시작해서 다시 종이 쳐 수업이 끝날 때까지 일방적으로 막힘없이 쭉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가 <시작이 반>이라고 오프닝을 통해 흥미를 유발해 집중시키는 것, 교사와 안전한 라포형성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 Facilitation 5 steps -

1. 아이스브레이크를 통한 Powerful opening

2. Idea Gathering

3. Top Workshop Method 아이디어 체계화

4. Decision Making

5. Reflective Closing

 

교사는 퍼실리테이터 !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학생중심의 수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업에 대한 관점을 점검하려는 교사의 노력과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 Bruner는 '지식의 구조에 대해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원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격려해야 한다'라면서 교사의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육 분야에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참여자가 직접 고민하고 토론함으로써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퍼실리테이션의 도구와 기술, 철학을 수업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다양한 연수와 워크숍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실 내에서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 주도하는 학습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사의 러닝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이 요구된다.

 

G권역은 2010년 7개 마을을 중심으로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시작해 5년간 약 70억이 투입된 곳이다. 주민들의 열정으로 초기에는 그런대로 사업이 추진되는 듯했으나 사업 계획에 대한 주민들과의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의 부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들이 확대된 상황에서 이를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을 통해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기본계획 수립시 권역 주민들의 의사개진과 결정에 대한 합의가 결여된 결과로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마을별 이기주의가 발생하는 등 추진동력이 저하되고 추진위원회의 의결기구마저 기능이 상실됐다. 거기에다 권역 추진위원장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은 주민참여라는 상향식 사업추진을 어렵게 했으며 결국 마을별 나눠먹기식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주민들은 권역사업을 단순한 마을별 사업의 합으로 치부해 지나친 이기심과 불만으로 갈등이 증폭되고 급기야 마을별 사업 포기라는 극단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주관기관인 농어촌공사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워크숍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퍼실리테이션 워크숍(현장포럼) 목표 및 추진 내용

농어촌공사 담당과장의 권역을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에 더해 퍼실리테이션으로 권역을 다시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상호 확인하고 워크숍 계획설계에 착수했다. 맞춤형 퍼실리테이션을 위해 권역을 더 이해할 필요성이 생겨 권역사업 관련자들과 사전 협의를 제안했고 거기에서 워크숍에서 다룰 중점토의 사항들을 도출했다. 그러나 이 주제들의 해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외부에서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이 과정에서 퍼실리테이션 설계 시에 반영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발견했다. 사전미팅에서 파악한 시사점과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다양한 기법과 내용을 토대로 활발한 토의와 합의적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계속됐다. 결론을 맺기까지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이 재구성되고 전략체계가 재설계되는 등 가시적인 변화의 모습들이 보이자 주민들은 과거의 열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동안 쌓였던 갈등해결이 가장 어려운 난제였다. 위원장의 독선과 카리스마로 모두가 문제점에 대한 의견개진을 회피하고 종이에 쓰는 것조차 꺼려했다. 기존의 기법으로는 더 이상 워크숍 진행이 어렵게 되자 미리 준비하고 개발했던 도구(판도라 상자)를 적용했다. 의견사항을 포스트잇에 기록해 판도라 상자에 넣고 이를 누가 작성 했는지 알 수 없도록 디지털화했다. 그 기법에 의해 참여자는 두려움 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집계해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위원들의 의견개진도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 이제 문제점들은 확실히 개선됐다는 안도감이 감돌았다.

 

남은 것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만드는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토의의 방향은 그쪽으로 흘러갔다. 조직개편에 대한 사안이 수면 위로 올랐을 때만해도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많은 논의 끝에 조직재정비와 역할분담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당연히 권역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조성된 상태라 진지하게 토의가 이뤄지고 결론들이 도출됐다. 워크숍에서 도출된 분야별 과제는 각 위원 책임 하에 추진하고 전체 회의에서 논의하는 체계도 만들었다. 많은 과제들이 토의되고 결정 이후에 추진됐다. 이와 같은 역량을 기반으로 현재는 보다 다양한 사업을 확대해 마을출자 협동조합에 의한 공동판매장 운영 등으로 연 매출 2억 이상을 달성하는 성과도 창출하고 있다.

 

KT의 '1등 워크숍'은 2014년 9월부터 시작된 KT를 대표하는 워크숍이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KT 1등 워크숍에는 지금까지 총 3만5000여 명의 직원이 참여해 2400여 개의 의제를 토론하고, 이때 결정된 내용 중 70% 이상을 실제 업무에서 실행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실제로 KT가 지난 4년간 1등 워크숍의 성과를 계량적으로 측정한 결과 매출 기여 측면에서 그룹사, 부서, 전사 워크숍을 통해 약 3879억 원에 해당하는 성과를 냈다. 비용적 부분을 측정하면 워크숍에서 도출된 문제 해결책으로 절감한 비용이 1200억 원이 넘는다.

 

소통-협업-임파워먼트의 시작 '1등 워크숍'

KT는 2013년, 201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의 하향세만큼 조직문화도 침체되는 위기 상황을 겪었다. 이때 새로 부임한 황창규 회장은 '소통' '협업' '임파워먼트(권한 위임)'를 강조했고 임원에서부터 아젠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오랜 논의 끝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모든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여기에서부터 1등 워크숍이 시작됐다.

 

1등 워크숍은 직원들이 모여서 회사 내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 도출 등을 위해 끝장토론을 펼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때에는 직급이나 부서에 상관없이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등 워크숍의 힘은 무엇보다 그 실행력에 있다. 결과가 도출된다고 해도 실행이 없다면 그 과정이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1등 워크숍에서는 현장에 함께 한 임원이 그 자리에서 실행여부를 결정해주니 실행까지 지체할 이유가 없다. 최근 조직에서는 사일로silo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1등 워크숍은 특정 주제에 대해 관련 팀은 물론 그룹사 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토론을 벌이기 때문에 부서간의 벽을 허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 예로 KT는 오래된 난제였던 '콜센터 권한 위임' 관련 논의를 초기 1등 워크숍에서 해결했다. 관련자가 모두 모여 해결 방안을 찾은 뒤 실제 이행이 되는지 점검했다. 1~2년이 지나고 나니 고객의 소리(VOC-Voice of Customer) 중에서 불만과 항의로 분류되는 '네거티브Negative VOC'가 매년 50%씩 감소했다. 2017년의 네거티브 VOC는 2014년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고객만족평가도 당연히 올라갔다. 순위는 동종 업계 내 2, 3등에서 대부분 1등으로 뛰어올랐고, 딱 한 분야에서만 2등이 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1등 워크숍의 숨은 공신, 퍼실리테이터

1등 워크숍이 KT 내부에서 '혁신의 도구'로 자리 잡게 된 데는 퍼실리테이터의 공이 단연 크다. 이들은 끝장토론의 진행자처럼 워크숍 진행을 맡는다. 그룹 내 각 조직에서 지원 및 추천을 통해 선발된 퍼실리테이터는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회의를 이끌어 나간다. 업무 외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회사 업무를 종합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워크숍 진행자로 느끼는 뿌듯함이 크기 때문에 퍼실리테이터는 매년 늘어가고 있다. KT 안에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꼭 1등 워크숍에서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1등 워크숍과 같은 문제 해결 워크숍 뿐 아니라 성과창출, 아이디어 발굴,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워크숍이 개최되고 이때에도 퍼실리테이터들이 나서게 된다.

 

[주] —————

1) '내일을 여는 길목에 서다'는 서울시 복지정책과에서 기안한 위 사례 워크숍의 제목임

2) 이 내용은 지난 11월 10일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KT사례를 바탕으로 취재-정리한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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