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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올해 상반기 HR 이슈와 하반기 HR 전망은?

2021-08-31

 

 

 

최현아 콘페리 컨설팅 전무

 

우리 국민의 90% 이상이 전쟁을 기억하지 않는 시대에 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에 준하는 경험과 고통, 불편을 안겨주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재택근무, 언택트 환경 등 우리의 삶은 지난 1년 사이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앞 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지닌 MZ세대의 본격적 등장,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분명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될 듯하다.

2021, 많은 기업들은 신년사를 통해 그 어느 해보다도 더욱 변화를 통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코로나로 실적이 급감한 기업이나 실적 면에서는 오히려 선방한 기업들 모두 앞으로의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역량을 빠르게 확보하고 내외부 협업체계를 통해 플랫폼 혹은 생태계의 중심에 서야 하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책임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2021년 경영전략의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사무직 노조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올 상반기 이슈이다.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 금호타이어가 기존의 생산직 노조 외 새롭게 사무직 노조를 수립했으며 네이버, 카카오 등 무노조 상태였던 기업들도 최근 들어 활발히 노조 설립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기존 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SNS 등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성과급 등 일련의 핵심 이슈를 사회 전반의 커다란 이슈로 만들어 버리는 MZ세대의 고도의 조직력과 신속한 실행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영환경과 노동시장은 상반기 HR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2021년 상반기 HR의 주요 화두 
조직문화에 대한 수요 증가
인사 컨설턴트인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올 상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조직문화에 대한 수요가 많았던 때였다. 개별 인사제도로 접근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조직문화의 지향점을 재정의하고 이를 인사제도, 리더십, 채용 등으로 펼쳐 나가는 접근법을 취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앞서 설명한대로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펼치기 위한 조직변화가 필요한데 더 이상 탑다운 방식의 조직문화 캠페인이나 인사제도 개혁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조직문화라는 접근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같이 만들어가는 전략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고성장을 구가하는 기업인데도 조직문화 서베이를 통해 들여다보니 1년 내 다른 곳으로 이직할 의사가 있다는 MZ세대 직원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꽤 있었다.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불만, 과거의 성공방식을 답습해서는 미래의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젊은 세대들의 시선을 밖으로 향하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각계 각층 직원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것, 그 중에서도 특히 앞으로의 주역이 될 MZ세대 직원의 생각과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회사의 조직운영 원칙, 인사제도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인사과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 확산으로 인한 직무내용 및 인력규모의 변화
비대면에 의한 비즈니스 수행이 조직 내외부적으로 확산되면서 굳이 거창하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직무의 내용과 성격이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산업에 따라 직무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면 업무가 비대면 업무로 변화하면서 직무수행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달라지고 직무별 필요 인원의 규모도 변화하고 있다

일례로 모 소매기업의 경우 영업사원의 거래처 방문으로 판매·주문을 진행해왔지만 코로나로 인해 거래처 방문이 불가능해지면서 기존의 관행을 버리고 디지털 기술에 의한 비대면 거래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비대면 거래는 판매실적 저하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거래처의 저항도 크지 않았고 영업 전반의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모이면서 회사는 좀 더 효율적인 수주-생산-판매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관계형성 능력이 영업사원의 가장 중요한 역량이었다면 디지털화로 인해 분석능력, 제품에 대한 지식 등이 과거보다 더욱 중요하게 되면서 우수직원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거래처의 수에 따라 결정되던 영업직원의 인력규모 산정방식에도 변화를 주게 됐다

비단 이 사례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에서 디지털에 의한 직무변화는 소리 없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경영환경에서 요구되는 직무역량이 무엇인지, 현재 직무수행자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지, 디지털화에 따른 조직 내 기능별 인력수요공급의 갭Gap은 없는지 점검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어가는 추세이다.   


2021년 하반기 전망
앞서 언급한 상반기 HR 이슈는 하반기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가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임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하반기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거나 재도약을 준비하는 데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하여 몇 가지 하반기 주요 HR 이슈를 짚어본다


외부인재 영입 확대
코로나 관련 정부 정책에 의하면 3,600만 명이 백신 1차 접종을 9월 말까지 완료하여 11월 집단면역(인구 70% 이상 접종 완료)을 달성하고 여름방학 이후 학교를 출발점으로 일상회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항공, 여행, 외식업 등이 부진을 씻고 재도약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업체순위가 유지되기보다는 M&A 등을 통해 업계의 순위변동이 예상되며 순발력이 뛰어난 기업과 느린 기업 간의 성과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하여 우수인재의 영입 그리고 이들이 기존의 조직원들과 어떻게 화합과 시너지를 이루어 내느냐가 순발력을 가늠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해당 기업 출신 인재만 임원으로 선출하는 순혈주의 인사에 대해서도 이제는 외부인재 영입 카드를 병행하는 기조로 바뀌어 가고 있다. 과거 타 조직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인재가 우리 조직에서 성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낼 수 있을지는 시켜보기 전에는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채용 전 객관적인 리더십 성향 진단 등을 통해 채용코자 하는 외부인재와 우리 조직 간의 정합성을 판별해서 채용 결정을 내리는 기업들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ESG에 대한 대응강화
지속가능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하에 자발적인 참여로 인식되던 ESG 관련 이슈가 이제는 반드시 충족되지 않으면 안 되는 기업의 생존조건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초 글로벌 투자사인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고객, 직원, 지역사회에 가치를 제공하는 목적을 더 많이 드러낼수록 주주에게 장기적이며 지속적인 이익이 제공될 것"이라는 문구는 이제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도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 미국 대기업 CEO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천명한 기업존재의 목적이 기존의 주주 가치 극대화에서 "고객, 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주주의 이익을 고루 반영해야 한다"는 기조로 바뀜에 따라 기업의 인사철학에도 새로운 변화가 불어닥치고 있으며 이는 우리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외국자본의 참여가 높은 기업일수록, 미국, 서유럽 등 ESG에 민감한 국가 관련 비즈니스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ESG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접목시키는 것이 현안 과제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SG에서 환경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인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ESG 관련 대응을 위한 인사부문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몇 가지 대표적인 주제로는 여성 인재 등용 확대, 기업 조직 내 다양성 정착, 커뮤니케이션 개선, 일에 대한 목적 재정의를 통한 직원들의 몰입도 강화가 여기에 포함된다

어두운 경영환경의 터널을 지나 회복의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터널을 빠져나가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세이다. 터널 밖의 세상은 터널 진입 전의 세상과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에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을 깨고 새로운 렌즈로 세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조직구성원들이 새로운 시각을 이해, 인정,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HR의 역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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