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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조직문화 담당자들에게 요구되는 관점

2021-06-15

 

 

 

 

 

최지훈 메드트로닉 시니어 조직개발 스페셜리스트


조직문화 담당자가 역사를 다루는 방식
먼저, 오늘날의 조직문화 담당자는 승자의 기록뿐만 아니라 패자의 기록까지도 살펴본다. 패자가 실패한 수많은 원인을 파악해 이후에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 패자의 기록은 승리를 위한 좋은 학습의 재료가 된다. 따라서 패배를 단지 실패로 간주하지 않고, 다음의 승리를 위한 사전 학습으로 여긴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더욱 경계하는 것은 첫째는 조직 안에서 실패를 허용하지 않아 구성원들이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승자의 성공법칙이 이후에 조직의 관행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리더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스토리까지도 살펴본다. 많은 조직들은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을 위해 구성원들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주길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조직은 특정 인물에게 집중된 권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방식에서 수평적으로 배분된 권한을 중심으로 작동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권력'이 다른 사람에게만 사용되는 힘을 이야기한다면 '권한'은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나에게도 통하는 것이다.) 이제 구성원들은 그저 권력을 가진 특정 대상에게 의존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객체가 아닌 자신의 고유한 사고와 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주체가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조직의 존재 의미를 단지 조직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 차원의 의미까지 연결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 안에서 만들어지는 특정한 분위기와 힘이 개인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유도하고자 하나의 프레임 워크를 제시하는데 그것이 바로 '미션-비전-핵심가치'. 그 중 핵심가치는 조직 안에서 의사결정과 역할 수행의 장면에서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의 기준이 된다. , 조직 안에서 '게임의 룰'로 작동하며 일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핵심가치다. 조직에서 제시되는 가치가 개인이 추구하는 신념이나 원칙과 어떻게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조직 안에서 가치는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개인의 가치와 신념이 조직의 철학과 연결됐을 때 가치는 비로소 '실천'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승자의 기록뿐만 아니라 패자의 기록까지 살피고, 리더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스토리도 공유하는 한편, 조직의 존재의의를 개인 차원까지 연결시키는 방식은 점차 분산화되고 개인화되는 최근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조직문화 담당자들에게 요구되는 관점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조직문화를 다루는 워크숍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방식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조직문화 워크숍 기획과 준비 과정에 적용하기 
배경 필자는 현재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에서 교육-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주로 온디맨드On-demand 방식으로 현업의 니즈에 따라 맞춤형으로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해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필자가 일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상황에 더욱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글로벌 차원에서 새로운 방식의 조직 운영방식을 도입했고 그에 따라 대규모 조직개편도 단행됐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다양한 부서로부터 조직문화 혁신Culture Change을 위한 워크숍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각 부서에서 요구하는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일하는 방식을 전환하고 팀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하는 니즈는 동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문화 담당자는 어떻게 솔루션을 제시할 것인가

적용 1 패자의 기록을 살핀다는 것은 특정한 상황에서 그가 보인 의사결정이나 행동뿐만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던 무기와 도구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후 변화의 모습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 변화가 쉽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아쉽게도 지식과 정보만으로 사람이 그동안 유지해온 행동과 습관을 쉽게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조금 더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무수하게 다양한 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결과다. 만일 현실을 만드는 힘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중 적어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전과는 다른 현실을 만드는 일은 조금 더 수월해질 것이다. 따라서 조직문화 담당자는 현실보다는 '현실을 만드는 힘'에 집중해 그 힘에 영향을 주는 도구Leverage, 지렛대들을 워크숍에서 논의해야 한다. 현실을 만드는 힘에 영향을 주는 도구들이 바로 조직문화 혁신 워크숍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Agenda들이다




적용 2 리더와 구성원의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공통분모와 차이를 확인하고 공통의 주파수를 조율하는 과정이다.

'저 사람은 영어를 잘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누군가는 영어를 잘한다는 말의 의미를 외국인과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토익 900점이 넘는 수준의 우수한 어학 성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각 개인마다 현상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즉 프레임Frame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해 우리가 말하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경험과 가설에 근거한 각자의 주관적 해석을 가지고 살아가는 곳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세상이다.  

따라서 조직문화를 다룰 때에는 각자가 현재 조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해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 인식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밝혀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상에 대한 본인의 인식과 조직에 대해 가지게 된 믿음과 신념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이 바로 스토리 공유다.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준 경험, 자신에게 강하게 영향을 미친 상황과 두려움 등을 나누는 과정은 암묵적인 질서인 조직문화를 조금 더 입체적이고 가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고,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 형성에도 큰 도움을 준다


적용 3 조직의 존재의의를 개인 차원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개인적인 욕구와 마음속의 벽을 다루는 일이다.

조직 안에서 '내재화'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내재화는 '자기 것으로 삼아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과정'을 뜻한다. 그런데 이 내재화는 과연 단번에 이루어질 수 있을까? 특히 스무살이 넘은 성인의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의 뜻대로 곧바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재화 이전에 이해-동의-수용이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식과 정보를 단순히 아는 것을 뛰어넘어 개인의 생각과 신념에 부합해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작은 실천이 일어나게 된다. 각 개인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다루어져야 하는 과정은 개인의 욕구 발견과 변화를 가로막는 벽을 대면하는 것이다.

본인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무엇이며 어떤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특정 상황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타나는 감정과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무엇인지 등을 나누는 과정은 구성원 간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며 조직과 개인의 가치를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지만, 생각해보면 행복이라는 것도 불행이라는 것도 결국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떠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어댑티브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이라는 책에서 언급된 대로, '세상에 망가진 조직이란 없고, 모든 조직은 그저 구성원들이 암묵적, 명시적으로 내린 결정들의 산물'이다

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조직문화 담당자의 할 일은 구성원들이 이전과는 다른 선택과 결정을 내려 또 다른 현실을 만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일이다. 지금과는 다른 현실을 상상하며 그 현실을 만드는 힘에 집중하는 사람들. 과거의 결정으로 만들어진 현재와는 다른, 또 다른 결정으로 만들어질 더 나은 미래를 먼저 상상해보는 사람들. 조직 안에서 누구보다 먼저 미래를 경험해보는 사람을 조직문화 담당자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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