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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경험 디자인, 총체적 경험과 맥락을 설계하다

2020-06-03



하다못해 똑같은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딱 커피 한 잔까지만 경험으로 보는 이가 있고, 커피는 물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향기, 공간까지도 경험으로 보는 이가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이들의 경험을 맥락에 맞춰 디자인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경험 디자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불현듯 떠오른 호기심이었다.

디자인 연구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IT기업 등에서 다양한 영역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현재는 e커머스 기업인 '이베이코리아'에서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최기웅 ​​디자이너를 만나 우리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경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브랜드 경험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의 차이?
경험 디자인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막상 그 개념에 대해 정의하려고 하면 어쩐지 막연한 느낌이 들곤 했다. 조금은 모호하게 느껴지는 경험 디자인의 정의에 대해 최기웅 경험 디자이너에게 묻자, 그는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들이 각각 생각하는 경험 디자인의 정의가 큰 맥락에서는 비슷하지만 각자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경험 디자인의 포인트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경험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 이미 '디자인'이라는 말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연출가들은 공연용 안무를 디자인하고 보험사에서는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한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무언가를 관리하고 설계하고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아름다운 시각적인 조형미와 더불어 경험과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결과물이 조형적으로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설계한 경험대로 알맞게 결과물이 나왔는가가 조금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경험 디자인은 분산된 브랜드 가치를 여러 기준으로 맥락을 만들어서 시스템화 하는 것이다. 구축한 시스템이 일종의 '기준'이 돼서 고객과 맞닿는 접점에 있는 모든 것들에 적용돼서 일관성 있는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최 디자이너의 경우 이베이코리아에서 온오프라인 통합 경험을 설계하고 있는데,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서비스 사용과 관련된 규칙, 시스템, 가이드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일관되게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검수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라고 한다. 기존 그래픽 디자인과는 사뭇 다른 경험 디자인의 역할과 영역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고객경험 디자인은 직원경험 디자인에서 시작한다
최기웅 경험 디자이너에게 그가 실제로 설계한 경험 디자인 중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베이코리아에서 G마켓 로고 리뉴얼 프로젝트를 맡았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기존의 G마켓 로고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고객들에게 익숙하게 각인되어 왔기 때문에 이를 리뉴얼하면서 더 알맞은 고객경험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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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부서를 설득하고 함께 리뉴얼에 착수해서 프로젝트를 마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굉장히 여러 조직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했으며,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들어간 프로젝트였습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심리스한Seamless 고객 경험을 콘셉트로 유관부서를 설득했어요. 단순히 로고만 리디자인하는 작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관부서와의 협업이 무척 중요한 부분이었죠."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경험과 기업 문화가 심리스해 질 때 비로소 고객들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피스의 인테리어 소재나 구조, 사인시스템과 같은 요소들도 모두 직관적으로 재설계됐다. 새롭게 조직에 합류하는 직원들에게 주는 웰컴 키트도 다시 제작하고, 리뉴얼에 대해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다양한 행사들도 유관부서와 함께 진행했다. ​​이처럼 한 프로젝트 속에 수많은 작은 프로젝트들이 포함돼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내의 다양한 부서들과 함께 일하고 많이 소통하는 시간이었다고 최 디자이너는 말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경험' '맥락'을 설계해야 하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폭넓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을까이같은 물음에 최 디자이너는 오히려 "방법론도, 접근법도 여러 가지이고, 프로젝트마다 타깃도 다르고, 만드는 것도 다양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 경험 디자인이 가진 매력"이라며 미소 지었다. 일에 대한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문득 HR에서도 직원경험을 성공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직원경험을 설계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경험 디자이너 관점에서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는 대번에 "억지스러우면 안 된다"고 답했다.

강압적인 Top-down 방식으로 직원경험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보딩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일종의 경험 디자인인데, 이 시스템을 만들 때 기업이 가진 핵심가치,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목표, 비전을 잘 이해하고 설계해야 한다. 하다못해 연말 파티를 할 때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만들어야 잘된 경험 디자인이라고.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부서가 기업의 비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어떤 역할을 하는 조직이냐에 따라 이러한 기업의 가치나 미션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모든 임직원이 기업이 가진 핵심가치에 대해 공감할 때 진짜 직원경험, 나아가 고객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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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가 추구하는 바가 직원경험이나 기업의 조직문화에 녹아들어 있다면, 굳이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니 서비스도 이 가치에 맞게 만들어 달라'고 말할 필요가 없어요. 직원들의 몸에 체득돼 있으니까요. 이렇듯 기업의 가치와 조직문화가 일치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고, 이것이 비로소 고객경험으로도 이어지게 됩니다."


내가 가진 다양한 역할에 충실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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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일 하고 싶으세요?"라는 물음에 그는 자신이 가진 다양한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 경험 디자이너로서의 자신은 물론, 그라는 개인이 지닌 고유한 역할들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새롭게 생긴 역할들을 다해나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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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좀 더 확장되고 프로젝트의 전방에서 지금보다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고,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그래서 그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소소하게나마 마련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2년 사이 부쩍 제가 가진 '역할'들이 늘어난 것 같은데요. 누군가의 아들로서,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멘토로서 해야 하는 역할들을 소중히 다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본 기사는 HR Insight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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