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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꿨나"…삼성 신경영 25년 '환골탈태'

연합뉴스2018-06-07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꿨나"…삼성 신경영 25년 '환골탈태'
자산 18배·매출 8배 증가에 컬처혁신…브랜드가치도 '글로벌 톱10'
잇단 악재에 25주년 기념행사 못 열어…"가치의 경영으로 전환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불리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회장직 취임 5년 차에 나왔다.
8㎜ VTR 신제품을 시장에 내놨던 1993년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가전매장을 찾은 이 회장은 GE, 소니 등에 밀려 진열장 한 귀퉁이에 먼지를 덮어쓴 제품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그해 6월 세탁기 사건이 터졌다. 세탁기 뚜껑 부문의 부품이 들어맞지 않자 직원들이 칼로 깎아내고 조립하는 장면이 사내방송의 몰래카메라 영상물에 나왔고, 마침 독일 출장길에 오르던 이 회장은 임원들을 총집합시켰다.
6월 7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캠핀스키 호텔에서 이 회장은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면서 "극단적으로 얘기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일갈했다.
'신경영 시대'로 불리는 1993년부터 약 5년간 삼성의 변화는 말 그대로 '괄목상대'였다.
이듬해 애니콜 브랜드의 휴대전화를 처음 선보였고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1996년에는 1기가 D램을 내놓으며 전 세계 반도체 선두 기업의 토대를 닦았다.
국내 기업들의 출퇴근 문화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이른바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를 시행하는 등 '컬처 혁신'이 이어졌고,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브랜드 가치 제고 노력도 계속됐다.
특히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25년간 삼성전자[005930]의 경영실적 변화는 기록의 연속이었다.
물가상승률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1993년 40조9천600억원이었던 그룹 자산은 지난해 744조5천900억원으로 18배 늘었다.
매출은 국내 기준으로만 41조3천600억원에서 315조8천500억원으로 8배 가까이 급증했고, 세전 이익도 같은 기간 5천939억원에서 40조원 수준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미국 유력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발표한 '2018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The World's Most Valuable Brands 2018) 명단에서 삼성전자는 7위에 올랐고, 전 세계 각국에서 '존경받는 브랜드'로도 선정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은 삼성의 역사에서 지난 25년은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시기였다"면서 "이 회장의 말대로 상징적인 의미에서 임직원들이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는 다 바꾼 덕분"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그러나 신경영 선언 25주년을 맞은 7일 별다른 기념행사를 열지 않은 채 조용히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이 회장의 입원 전까지만 해도 매년 이날 신경영 기념식을 열었고 2015년과 2016년에도 사내 방송과 인트라넷 등을 통해 조촐한 기념 이벤트를 선보였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이마저도 없다.
주력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경영실적 호조와 글로벌 입지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황만 보면 창업 이후 최악의 '암흑기'를 맞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 안팎의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연루에 이어 노조 와해 의혹과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논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부정 논란, 삼성증권[016360] 배당 오류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난타를 당하고 있다.
복수의 삼성 관계자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경영의 중심을 양(量)이 아닌 질(質)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면 이제는 가치의 경영으로 진화할 때"라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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