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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 르포] "평생 일한 곳인데" 슬픈 마지막 출근(종합)

연합뉴스2018-05-31

[한국GM 군산 르포] "평생 일한 곳인데" 슬픈 마지막 출근(종합)
물품 정리하고 동료와 인사하다 '울컥'…"애 딸린 후배들 어쩌나?"
대량 실직 사태로 군산 경제 직격탄…건물 곳곳엔 상가임대 문구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임채두 기자 = "오늘이 마지막 근무한 날이에요. 그동안 썼던 물품도 정리하고…."
자신을 한국GM 군산공장 '초창기 멤버'라고 밝힌 황모(46·여)씨는 밝은 미소로 31일 공장 정문 경비원과 인사했다.
"마지막 근무 날 기념사진을 찍어달라"며 이 경비원에게 휴대전화를 맡기고 적막감이 감도는 공장안 도로 한 가운데에 섰다.
남편 임모(47)씨 팔짱을 끼고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린 황 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군산공장이 처음 가동한 1996년 생산관리직으로 입사한 이후 이날까지 공장과 운명을 함께했다.
군산공장에서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그는 "여태껏 열과 성을 다해 일했던 직장인데 떠나려니 섭섭하다"며 "오늘 사무실에 남은 소지품을 정리했다"고 말하면서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공장 분위기와 잔류 직원 근황을 묻자 밝았던 표정은 금세 바뀌었다.
황씨는 "공장에 남은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이곳에서 쌓았던 갖가지 추억이 떠올랐다"며 "이제 또 군산공장에 올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나서 자리를 뜬 황씨는 이날 직장과 영원한 작별을 했다.


'한국GM' 로고가 적힌 근무복을 두 손에 꼭 쥐고 공장을 나서던 김모(59)씨는 자신보다 '후배들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을 준비할 계획이라는 김씨는 "군산공장에서 28년 근무했다. 나는 원 없이 일한 사람이라 괜찮지만 이제 겨우 40대인 후배들은 어쩌나"라면서 "이제 한창 애들 키울 때인데 후배들 표정을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환배치를 희망한 전모(41)씨도 "짐을 싸러 오전에 공장으로 들어서는데 눈물이 절로 났다"며 "한때 차량이 쉴새 없이 드나들었던 도로의 텅 빈 모습을 보면서 공장 폐쇄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가동이 멈춰 다소 녹슨 채 자리만 차지한 생산라인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짐을 챙기러 공장에 들른 일부 직원들은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하며 '곧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함께 땀 흘려 일해보자'고 서로를 다독였다고 한다.
한적한 공장 왕복 4차선 도로를 통해 정문으로 걸어 나오는 직원들의 어깨는 처져 한없이 무거워 보였다.
공장 정문에서는 18년 근무 경력의 한 경비원이 공장을 나서는 차량과 일일이 인사했다.
운전석 창문을 내린 공장 직원도 정들었던 이 경비원과 애써 웃으며 악수했다.
경비원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차량 트렁크를 열어 살피는 일을 반복했다.
트렁크에 공장에서 가지고 나온 부품 등 반출 금지 물품은 없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검문 절차다.
정문에 있던 바리케이드를 치운 그는 차량을 보내며 절도 있게 경례를 했다.
신원을 밝히기 꺼린 이 경비원은 "이 공장에서 나도 십수 년을 일해서 웬만한 직원들은 다 안다"며 "그동안 보아온 세월이 있으니 직원들의 마지막 퇴근길에 밝게 웃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군산공장에는 직원 40명 정도만 남아 공장 정리 작업과 함께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고 있다.
한때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지역경제를 견인했던 한국GM 군산공장은 사실상 이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량 실직 사태를 불러온 군산공장 폐쇄는 지역 경제마저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군산공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떨어진 오식도동 식당가는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대로변에 늘어선 식당 유리창에는 '상가임대' 문구가 내걸렸고,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가로수 아래에는 잡풀만 무성했다.
임대 문구가 붙지 않은 식당은 점심시간인데도 대부분 문을 걸어 잠갔다.
그나마 간판에 불을 켜고 네온사인을 밝힌 식당에서마저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오늘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날이라고 해도 지역 경제가 곤두박질친 지는 이미 오래됐다"며 "매출이 갈수록 줄어드니 간판을 내리든지 군산을 떠나든지 결정해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군산은 마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힘없이 빨려들어 주저앉는 모양새였다.
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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