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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올해 연차 15일중 3일 쉬었어요"…중소기업 직원 눈물

연합뉴스2017-12-21

[디지털스토리] "올해 연차 15일중 3일 쉬었어요"…중소기업 직원 눈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신아현 인턴기자 = "올해에 연차 더 쓰기는 힘들 거 같네요"
직장인 5년차 이 모(35) 대리가 올해 초 부여받은 연차는 모두 16일이다. 20일 현재 이 대리가 소진한 연차는 사흘 뿐이다. 아버지 제사로 하루, 본인 건강검진으로 하루, 어머니 생신으로 하루를 썼다.


이 대리는 "중소기업 특성상 내가 빠지면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 연차 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쓰고 싶어도 상사에게 눈치 보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씨처럼 휴가 쓰기란 여전히 직장인에게 어려운 일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셋 중 한명 이상은 1년간 5일도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 또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연차 쓰기가 더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 연차 사용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휴식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 강조하며 노동자의 충전과 안전을 위해 15일의 연차 유급 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실은 팍팍하다. 한 구직사이트가 지난 11월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7.7%가 올해 연차를 다 소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만 20세부터 59세까지 경력 1년 이상의 임금 근로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연간 휴가 사용일이 5일 미만은 35.3%로 전체 응답 중 가장 높았다. 3명 중 1명 꼴이다. 이 중에는 연차휴가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도 11.3%에 달했다.
휴가 사용일수가 5일∼10일미만인 근로자도 23.1%다. 1년에 열흘도 못 쉰 근로자가 절반이 넘는다는 의미다. 평균 연차 사용 일수도 7.89일에 불과했다. 1년 동안 일주일 정도 쉬는 셈이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휴가 사용은 많지 않다. 지난해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전세계 28개국 성인 근로자 9천4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연차 휴가 사용은 가장 적었다.
핀란드, 프랑스, 브라질은 부여된 휴가가 평균 30일로 가장 많았고 이를 전부 소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위스, 영국 등은 사용 휴가 일수가 25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에 한국은 휴가 일수와 사용 일수 모두 최하위권이었다. 15일 중 실제 사용하는 휴가 일수는 8일로 조사 국가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체 연차 중 실제 사용 비율이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도 일본과 한국 뿐이다.
김지학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원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노동시간도 매우 길며,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여가 시간도 상대적으로 적어 일과 여가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휴가를 사용할 때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한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부여되는 휴가 일수가 적었고 사용하기도 힘들었다.
규모 1천 명 이상인 대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연간 18.2일의 휴가를 받아 열흘 정도 사용했다. 규모 200~299명 이상인 중견기업의 휴가 부여일수는 대기업보다 이틀 가량 적은 16.5일이다. 사용일수도 8.3일로 더 적었다. 10명 미만의 소기업의 경우, 연차 부여 일수가 11.2일로 전체 기업 중 가장 적었다. 실제 사용한 휴가도 5.7일에 불과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김 모(34) 씨는 "올해 부여받은 연차 15일 중 실제로 쉰 날은 사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연차는 전부 소진했지만 실제로 쉬지 못하고 출근해서 일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 때문에 연말에 연차 수당을 받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만 이런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며 "중소기업 현실이 대부분 이렇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이 많지 않아서 누군가 그 업무를 대신해야 하고, 따라서 직원들이 휴가 자체를 사용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 연차 쓰기 힘든 원인, 연령대 별로 제각각



휴가를 막는 것은 '눈치'다. 한 구직사이트에 따르면 연차를 전부 소진하지 못한 이유는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가 39.4%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과중한 업무'(37.9%), '사내 분위기'(27.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문체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연차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장애요소(복수응답)로 '직장 내 분위기'가 44.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업무 과다 또는 대체 인력 부족'(43.1%), '연차휴가 보상금 획득'(28.7%) 등이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인식은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50대의 경우, '연차 휴가 보상금 획득' 때문에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31.0%로 20대보다 4%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연가사용이 불필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24.0%로 20대보다 12%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가족 일정 곤란' 역시 20.5%로 20대보다 14%포인트 높았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한 언론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모(28) 씨는 "기껏해야 1년에 총 열흘 밖에 없는 연차인데 현재까지 쓴 건 절반에 불과하다"며 "부서 특성상 연말에 일이 몰려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연차 안 쓰는 것은 부서장들도 마찬가지"라면서도 "직장 상사들은 오히려 나중에 연차 수당으로 받게 되니까 더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연차 좀 씁시다...방법 없을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80% 미만 근무한 사람에게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각각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체부가 휴가사용의 경제적 기대효과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 1천400만 명이 각자에게 부여된 연차 휴가를 모두 사용한다면 여가 소비 지출액 16조7천719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여행으로 약 12조5천억 원, 문화/오락 등으로 3조5천억 원 등 휴가 사용 확산으로 발생하는 생산, 부가가치, 고용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해 산출한 액수다.
또 연차 휴가를 전부 소진했을 경우, 기존에 비해 전반적인 삶의 질 만족도는 2.78%, 직장생활 만족도는 2.50%, 가정생활 만족도는 2.08% 올라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초중고 자녀가 있는 근로자의 경우 이보다 2~3배 가량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휴가를 가면 근로자의 삶의 질이 높아져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이 홍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문화의 변화와 함께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휴가는 기업이 주는 것인데 휴가를 쓸 때 상사 눈치를 보는 등 기업의 휴가 문화가 경직돼 있다"며 "전체적으로 기업의 휴가 문화가 선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휴가 소진에도 규모에 따라 양극화가 발생하며 취약 사업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에 비해 취약한 근무 환경에 놓인 중소사업장의 경우에는 휴가 사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한 연구원은 "몇몇 중소사업장은 무작위로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는 등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 시간 규제 자체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의 휴가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취약 사업장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거나 휴가를 완전히 소진 시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다방면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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