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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서 한강의 기적까지'…재벌 1·2세 시대 역사 속으로

연합뉴스2020-01-19
'맨땅에서 한강의 기적까지'…재벌 1·2세 시대 역사 속으로
김우중·구자경 이어 신격호 '부고'…이건희·정몽구 등 건강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된 땅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1·2세대 기업인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19일 롯데그룹을 매출 83조원, 한국 재계 5위 재벌 기업으로 키워낸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100세 맞이를 1년 앞둔 백수(白壽·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빈소(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 입구 모니터에 고인의 영정사진이 표시되고 있다. 2020.1.19
신 명예회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를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등 분야 대기업으로 키운 인물이다.
맨손으로 껌 사업을 시작해 롯데를 국내 5위 재벌기업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말년에는 평생 숙원이던 국내 최고층(123층·555m)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완공, 집무실 겸 거처를 옮겨 생활하는 등 숙원을 풀었다.
신 명예회장은 '창업 1세대' 경영인 가운데 유일한 생존 인물이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굴지의 재벌 기업을 일군 이병철 삼성 회장과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등은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나 이날 신 명예회장 별세로 1세대 경영인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
불과 한달여 전인 지난달 14일에는 LG그룹 2대 회장으로 1970년부터 25년간 LG를 이끈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였다.

구 명예회장은 LG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45세 때 LG그룹 2대 회장에 올라 LG를 '한국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당시 연간 매출 270억원 규모이던 회사를 퇴임 시 매출 38조원의 재계 3위 그룹으로 키워놨고, 이후 70세이던 1995년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을 넘겨준 뒤 교육 활동과 사회공헌활동에 전념했다.
구 명예회장 별세 닷새 전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고가 전해졌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그의 저서 제목처럼 아프리카, 동구권 등 지역에서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운 김 전 회장은 창업 30여년 만에 대우를 자산규모 국내 2위의 재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그의 성공 뒤에는 수십조원의 분식회계와 10조원가량의 사기대출 등 부실 경영으로 대우를 파산으로 이끌었다는 그늘도 있다.

재계의 잇따른 부고로 다른 1·2세대 기업인의 근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8년 5월 LG 구본부 회장 별세 이어 작년 4월에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났고, 지난달 닷새 상간으로 김우중·구자경 회장 부고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재계 1위 삼성을 이끌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뒤 6년째 병상에서 쾌차하지 못하고 있다.
이병철 선대 회장에 이어 강력한 리더십으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던 2세 이 회장이 쓰러지자 3세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1세대 경영인으로 분류되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해 82세로 고령인 편이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아 활발히 '재계의 어른' 역할을 하고 있다.

범현대가에서는 정주영 창업주 회장의 아들인 2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83세로 고령에 속해 안팎에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정 회장은 2016년 말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설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대차[005380] 측은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정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외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대외 활동을 전담하며 점차 경영 보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역시 79세로 고령이다.
LG가(家)에서는 지난달 별세한 구자경 명예회장 형제인 구자학(91) 아워홈 회장과 구자두(89) LB인베스먼트 회장, 구자일(86) 일양화학 회장이 80세를 넘겼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도 올해 모두 86세로 나이가 많은 편이다.
LG가와 '아름다운 이별'을 한 GS그룹 허창수 회장도 나이가 들자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나는 선택을 했다.
허 회장은 GS 창업주인 고 허만정 선생의 3남인 허준구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3세 경영인이지만 현재 재계 최고참급이다.
허 회장은 2005년 3월 GS그룹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15년간 그룹의 성장 기반을 닦고 지난달 3일 "소임을 다했다"며 용퇴를 선언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허 회장은 경영에서는 손을 떼지만, 내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 '맏형' 역할을 계속할 계획이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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