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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조직문화로 풀어가는 업무 생산성

2018-05-10



올 한 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조직문화 차원에서 풀어가야 할 가장 현실적인 과제를 꼽는다면 그것은 단연코 '업무 생산성'이다. 최근 새로운 조직문화 방향성을 고민하는 기업의 조직문화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공통적인 화두 중 하나가 생산성이라는 단어였다. 지난해 말에 노동시간단축법이 많은 사회적 논쟁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긴 노동시간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는 사실 등을 미뤄 볼 때 최장근로시간 52시간은 상당이 빠른 시일 내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현실이 될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노동시간단축법이 시행된다는 것은 구성원의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을 넘어갈 경우 그 기업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구성원이 정규근무시간 이상을 근무할 경우 기업의 비용적인 부담도 또한 크게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과 개인의 생산성 향상이 '해답'

지난 몇 년 동안 다수의 기업들이 '출근이 기다려지는 회사'니 '일과 삶의 균형'이니 하는 이름으로 구성원의 삶의 배려하고 업무효율성을 높이자는 관점에서 정시 퇴근할 수 있는 조직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 왔고, 나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법적으로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압박이 생긴 것이다. 기업의 관점에서도 근무시간의 단축은 비용을 줄이고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변화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줄어든 시간만큼 일이나 성과를 줄일 수는 없다. 절대적인 투입변수인 업무시간은 줄어드는 데 비해 산출변수인 일의 성과는 높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유지는 해야 한다면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이 그 해답이 된다.

물론, 노동시간단축법의 시행 때문에 생산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소극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현장에서나 다뤄야 할 것 같은 생산성이라는 개념을 변화가 일상이 된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되는 이유는 사실상 다른 곳에 있다. 과거 산업시대에 우리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경쟁력이 됐고, 정보화시대에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일하는 것이 경쟁력이 됐다면 지금은 진정한 몰입을 통해 일할 때만이 경쟁력 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구성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매일 매일 쳐나가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그들이 업무에 진정으로 몰입하고 탁월함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이상적인 외침에 불과하다.

구성원의 몰입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서 스스로 호기심을 느끼고 탐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그리고 스스로 작은 성취와 전진을 느낄 수 있는, 다시 말하면 일상 속에서 일의 즐거움을 진심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정서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여유가 제3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현재의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해나가야 할 일들은 항상 존재하며 몰입의 환경을 만들어보겠다고 그 일을 미루거나 멈출 수는 없다. 또한 충분한 동기가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여유는 몰입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구조적인 타성을 조장하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성원의 몰입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와 정서적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 역시 조직과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이 올바른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성 높은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방법

생산성이 높은 조직문화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은 무엇보다 구성원에게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충분한 동기를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단순히 '정시퇴근을 위해서' 라든가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등으로는 부족하다. 조직의 명확하고 현실감 있는 목적을 구체화하고 이를 통해 구성원이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고, 자신의 노력이 비록 작지만 의미 있는 무엇인가에 쓰이고 있다는 집단가정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은 이러한 긍정적 영향력을 더 확대해가는 것이라는 조직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동기를 제공하기 위한 변화노력이 시작됐다면 이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조직문화라는 관점에서 생산성 높이는 방안은 개인차원의 노력, 집단차원의 노력, 그리고 조직차원의 노력으로 구분해 생각해볼 수 있다.

 

개인차원의 생산성 향상 노력

개인차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은 흔히 낭비요소 또는 불필요한 업무를 발굴하고 제거, 효율성 제고를 위한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의 형태로 접근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이러한 접근은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고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본질에 전혀 다가가지 못한다.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인차원의 노력은 각자의 업무에서의 생산성을 올바르게 정의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기존의 접근방식은 이미 존재하는 개별업무 활동이라는 고정 틀 안에서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거나 업무방식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에 새로운 창의적인 방안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자신이 하는 업무의 생산성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은 업무방식의 개선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롭고 창의적인 업무활동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보다 파격적인 생산성 향상의 가능성을 이끌어 낸다.

한 예로 ≪생산성, 기업 제1의 존재의 이유≫라는 책의 저자인 이가 야스요는 인사담당자로서 채용이라는 업무의 생산성을 '10명을 모집한다면 10명만이 지원하고 10명을 모두 채용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그렇게 하자, 채용업무에서 수많은 지원서를 어떻게 스크리닝 할 것인가와 같은 기존의 업무 효율성에 대한 고민은 저절로 사라지고, 보다 자유롭게 창의적인 업무활동들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생산성의 정의는 효율 두 배, 비용 50% 등과 같은 정량적 목표치와는 다르며, 동시에 다분히 정성적인 업무의 개념정의와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업무 생산성을 정의한다는 것은 "이 업무를 최고 수준에서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의 업무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업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업무의 성과의 결과를 완전히 다른 프레임에서 인식하는 것이다.

올바른 업무 생산성의 정의는 자연스럽게 생산성의 결과치를 얻어내기 위한 새로운 업무활동의 메커니즘Winning Mechanism을 고안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것은 어떠한 조건들이 완성됐을 때 새롭게 정의된 생산성이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이미지를 말한다. 업무 생산성의 정의와 업무활동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나면, 기존의 업무활동과 새롭게 요구되는 업무활동을 제거Eliminate, 자동화Automate, 필수Indispensable, 몰입Immerse으로 분류해야 한다.

제거Eliminate로 분류되는 업무활동들은 생산성의 정의와 업무활동 메커니즘을 새롭게 구체화함으로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활동을 말한다. 기존의 접근에서는 늘 하던 업무패턴을 기준으로 불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업무활동을 찾게 되는데, 이러한 시도들은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는 역할도 어느 정도 하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그동안 무의미한 일을 해오고 있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동기를 저해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생산성 정의에서 출발한 분류에서는 기존에는 필요한 업무활동이었지만 생산성의 개념이 달라지면서 더 이상 필요하지 활동이 된다. 이렇게 분류된 업무활동들은 과감하게 제거하면 된다.

자동화Automate로 분류되는 업무활동은 생산성 정의와 업무활동 메커니즘이 새롭게 정의됨에 따라 필요하게 된 활동 중에서 반복적이거나 단순한 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업무활동들은 다양한 방법의 시스템화를 통해서 자동화시켜 나간다. 이것은 단순히 액셀 매크로를 활용하거나 매뉴얼화해 매번 그 업무를 할 때 고민 없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 타부서나 부하 직원에게 권한위임이나 업무이양을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얼마 전 미국의 한 SI기업의 개발자 한사람이 자신의 개발 업무를 자동화시킬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업무를 자동화시키고 일주에 한 두 시간만 일하고 다른 시간은 놀면서 월급을 똑같이 받아간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직업윤리에 대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옳고 그름을 논하기 전에, 이것을 통해 얻어지는 물리적 여유를 더 필요한 업무활동에 투자할 수 있다면 생산성 관점에서 탁월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IT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으로 우리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으며,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사실 스마트워크 관점의 조직문화 활동은 전자보고나 IT기기를 활용해서 업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업무활동의 자동화를 지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필수Indispensable로 분류되는 업무활동은 생산성 정의와 업무활동 메커니즘이 새롭게 정의됨에 따라 필요한 활동 중에서 업무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업무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업무활동은 성과의 질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만일 작은 실수라도 생기면 성과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몰입Immerse으로 분류되는 업무활동은 생산성 정의와 업무활동 메커니즘이 새롭게 정의됨에 따라서 새롭게 필요해진 활동들로서 자신의 주도성과 창의성이 수반돼야 성과를 낼 수 있는 활동들이다. 이러한 업무활동들은 앞서 이야기한 제거와 자동화를 통해 얻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물리적 여유를 확보하고 동시에 마음껏 탐구하고 실험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정서적 여유를 확보해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4단계의 개인차원에서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들은 단위 업무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구성원 개개인의 일에 대한 즐거움을 강화해줌으로써 다시 생산성향상을 위한 동기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집단차원의 생산성 향상 노력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집단차원의 노력은 먼저 앞서 언급한 구성원 업무수행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상호작용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을 통해서 실행해 나갈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회의, 보고, 정보공유, 업무분배, 업무지시 및 피드백 방식들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들 또한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규칙이나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활동에 대한 생산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업무활동 메커니즘을 구체화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한 예로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회의라는 업무활동을 생각해보자. 일반적인 회의모델을 정립하는 형태가 아니라 회의의 목적과 회의를 통해 하고자 하는 업무의 생산성을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을 구체화하여 회의를 진행하면 회의의 효율성은 물론이고 회의의 질적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 외의 보고방식, 정보공유, 업무분배, 업무지시와 피드백등도 같은 맥락에서 실행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일상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조직차원의 생산성 향상 노력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직차원의 노력은 한편에서는 위에서 강조한 개인차원의 노력과 집단차원의 노력들이 일상적인 조직의 집단가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구성원간 긍정적 대화를 유발하는 조직문화 활동들을 체계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다른 한편에서는 개별 직무를 생산성의 새로운 정의를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동시에 직무별로 제거, 자동화, 필수, 몰입의 분류된 직무활동을 통합하거나 조정하여 조직을 재설계해가는 시도를 말한다.

 

지난 역사 속에서 새로운 기술적 진보가 있을 때마다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만큼이나 우리 일의 생산성도 놀랄 만큼 향상돼 왔던 것처럼, 변화가 일상이 된 우리시대에 세상이 폭발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우리 일의 생산성 또한 폭발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유준희 조직문화 공작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