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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핵심인재관리

기술역량과 해석역량을 통해 본 미래 인재의 조건

2020-08-10

 

 박정열 HMGU 전임교수

 

 

 

 

'풍요'의 시대가 됐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리 인간의 평균 수명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났고 일인당 국내 총생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유아기 사망률은 1/10 이하로 줄어들었다. 분배와 나눔의 정치경제적 이슈가 있을 뿐 지구촌이 잘만 합의한다면 사실상 없어서 못 먹고 없어서 못 입는 절대적 빈곤의 시대는 갔다.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 결정장애를 말하는 시대가 됐다. 풍요를 넘어 '공급과잉의 시대'가 된 것이다. , 그렇다면 이 풍요의 시대가 요청하고 있는 인재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풍요는 수요자, 즉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표현이고, 공급자인 기업의 입장에서 표현하면 '포화'가 된다. 포화는 풍요와 달리 선택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존폐 문제로 천착된다. 선택되면 살고 선택되지 않으면 죽는다. 우리는 하루 평균 3,000개의 광고에 노출된다. 수요자인 고객의 입장으로 보면 풍요다. 어마어마한 선택지가 있다. 반면 공급자, 즉 기업의 입장으로 보면 2,999개의 경쟁자를 따돌리지 못할 경우 곧 죽음이 된다.

이것은 비단 시장에서 기업에게만 벌어지는 장면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수요자로서의 정체성과 공급자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터에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며 '선택되기를' 바라나 퇴근 후 넷플릭스에서는 수많은 영상 콘텐츠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수요자가 된다. 세상을 포화로 보았다 풍요로 보았다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잘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잘 선택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풍요의 시대, 포화의 시대가 요청하는 인재의 모습이다.


미래 인재를 확인하는 방법
비록 기존 제품과 서비스가 포화 상태이더라도 출시했다 하면 고객에게 선택되게 만드는 인재의 비결은 어디로부터 나올까?

잭 트라우스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차별화하지 못하면 죽는다'라고 말했다. 간택되기 위해서는 기존 것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차이가 확실히 부각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포화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우린 탁월한 신기술과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 기업들을 주변에서 목격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경쟁우위가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적잖이 바라보게 된다. 이유가 뭘까?

데릭 톰슨은 ≪히트 메이커스≫에서 시장에 히트하는 것들의 공통점을 '마야(MAYA: Most Advanced, Yet Acceptable)'라고  언급했다. 히트하려면 기존의 것들과 달리 진보적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수용할만한 정도여야 한다는 말이다. , 급진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어도 결국은 시장과 고객이 수용할 수 있는 임계점 정도까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스타트업들의 주요 실패 요인은 보유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advanced'한 면모를 부각시키기는 잘 하나, 정작 그것을 사 줄 시장과 고객에게 'acceptable' 하도록 공감시키지는 못했다는 데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미래의 문맹은 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공감력이 없는 것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볼 때, 풍요와 포화가 공존하는 시대에 경쟁력 있는 인재를 변별하는 체크 포인트는 '공감되는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된다

차이와 공감, 이 둘은 곱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0이면 결과는 0이다. 비록 둘 중 어느 하나가 탁월해도 온전한 미래 인재라 볼 수 없는 것이다.

차이를 만들고 공감을 이끌어 내려면 두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하나는 '기술역량'이고 다른 하나는 '해석역량'이다. 기술역량은 외부로부터 지식을 수용하고 이를 활용해서 필요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하게 일상화하는 능력을 말한다. 해석역량은 경험을 내재화함으로써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의미 체계를 형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해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대응 방향을 도출하는 능력을 말한다.

기술역량이 데이터, 알고리즘, 생명공학을 통해 보다 나은 슈퍼 기계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면 해석역량은 만들어질 슈퍼 기계와 우리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며, 슈퍼 기계를 어떤 용도로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방향을 결정하는 능력이다. 이 기술역량과 해석역량이 곱으로 연결됐을 때 비로소 차이를 만들고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

차이를 공감하게 만든다는 것은, 진보된 지식과 기술이 어떻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삶에 유의미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 제시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래인재 역량을 끌어 올리는 방법
기술역량과 해석역량을 연합시켜 차이와 공감을 만들어 내려면 다음 네 가지 습관을 장착해야 한다.

우선 '비판적 성찰Critical Thinking'이다. 사람과 조직, 고객 및 환경변화에 대해 현상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적 인식을 바탕으로 'Why-driven, What if-driven Thinking'이 일상화 돼야 한다. 과정과 결과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이를 통해 타 분야는 물론 미래응용에 연결할 의미체계를 구축하는 성찰이 근본 바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또 하나는 '개방적 감지Open Sensing'. -외부 환경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고객의 가치 변화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수집해 학습learning-재학습relearning-폐기학습unlearning을 지속하고 이것이 주는 의미를 빠르게 감지하는 것이 일상화 돼야 한다.

다음은 '전략적 탐색Strategic Exploring'이다. 감지된 정보를 분석, 종합해 고객 가치 변화의 본질을 규명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후보 해결안을 빠르게 탐색하는 것이 일상화 돼야 한다. 탐색을 전략적으로 한다는 것은 가능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후보 해결안을 좁히는 것을 말한다. 이 시나리오에 일탈적 아이디어deviant ideas가 반영되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실험적 적용Experimental Applying'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탐색된 후보 해결안을 가시적 성과로 연결하기까지 유연하게 검증하는 것이 일상화 돼야 한다. 실패와 교훈, 그로부터의 진보된 실험, 실질적 결과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실패로부터 이전에 없던 교훈을 발굴digging out하는 것이 핵심이다. 탁월한 결과는 부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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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열 박사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 서울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테마로 23년 간 그 고민의 여정을 이어 오고 있다. LG인화원, KPMG 등을 거쳐 현재 HMGU (Hyundai Motor Group University)에 재직 중이며 최근 기술역량과 해석역량을 근간으로 미래인재 모습을 조망한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를 출간했다.


본 기사는 HR Insight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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