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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주도적인 구성원을 원한다면 ‘기대를 명확화’ 하라!

2020-01-15

 

 

 

 

"코치님, 지난주는 망쳤어요."

자리에 앉기도 전에 K 상무가 고백한다. 구성원들이 보고할 때 '평가 및 질책'하는 피드백에서 '부족함을 채워 주는' 대화로 전환해보기로 했던 터였는데, 아마도 그 일이 잘 안 됐나보다. K 상무는 구성원들의 주도성을 강화하고 조직의 실력을 높이는 것이 코칭의 1차 목표였다

숨을 돌리고 들어보니, 망쳤다는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다. 전무님이 고객사의 니즈가 있으니 이를 검토해보라고 주문했다. K 상무 입장에서는 얼핏 봐도 이 니즈는 '과제화'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 조직의 리소스를 투입할 만한 과제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점이 있는데, 이에 부합할 수 없는 요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무님의 언급이 있던 터여서 "일단 검토해보세요"라고 했다. 며칠 뒤 당연히 '왜 과제화가 되지 않는지'에 대한 검토 결과를 보고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과제화를 시켜서 이미 실험 프로세스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너무도 기가 찬 K 상무는 "누가 이거 실험하라고 했어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며칠 동안 부족한 보고와 진척에 질책이 아닌 부족함을 채워주느라 애쓴 K 상무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왜 그들은 K 상무의 '기대'를 저버렸을까?

'
기대'란 무엇일까?


네이버 사전은 기대를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림'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옥스포드 사전에는 'Expectation: that something will or should happen'으로 나타내고 있다. , 기대는 매우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것이어서, 이를 명확히 드러내고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대를 합의하면,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구성원들은 좀 더 유능하게 대처하게 되며 그 결과 상사와 조직을 신뢰하게 된다. 반면 기대를 합의하지 않으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높아지고 불신을 생성하며 구성원을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게 만든다.

스티브 렐리Steve Reilly도 ≪Facilitative Leadership≫을 통해 이를 지적했다. , 리더들이 착각하는 것이 유능한 사람을 선발해 동기부여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렐리는 선발과 동기부여가 가장 컨트롤하기 어려운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필자도 직무를 소화할 역량이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수많은 경험을 해왔기에 이 주장에 동의한다. 스티브 렐리는 <그림 1>처럼 오히려 '기대사항을 명확화'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며 리더가 컨트롤하기도 쉬운 요소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기업의 리더들을 코칭하면서 K 상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리더들이 구성원과 조기에 합의해야 할 요소들을(특히 리더가 쉽게 컨트롤할 수 있으면서도 성과에 가장 중요한 요인인 기대 명확화를) 제대로 합의하지 않고 있음을 자주 목격한다. , K 상무를 통해 조직의 리더들이 합의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3가지 기대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성과결과에 대한 기대,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대, 그리고 보고서에 대한 기대가 그것이다

성과 결과에 대한 기대 합의


가장 중요한 성과결과에 대한 합의이다. 즉 그 과업을 이뤘을 때 얻어질 성과의 그림End Picture에 대한 합의를 말한다. K 상무와 구성원들이 평상시에 성과결과를 그려보는 훈련이 됐다면 지금과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업의 끝그림을 그리기 어렵다면, 참조할 만한 준거가 있다. 바로 BSC항목이다. ,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 내부 프로세스 개선, 그 과업과 관련된 고객의 만족도, 그리고 재무적 성과 모두 끝그림에 참조할 수 있는 항목이 된다. 즉 우리가 일을 잘 했을 때 이 네 가지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더 확장해야 할 성과의 끝그림은 무엇인지, 구성원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조직에서 흔히 쓰는 KPI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A 대기업의 팀장들을 대상으로 목표수립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때 팀 차원의 KPI를 작성해서 오라는 과제를 줬는데, 그 내용을 보면 '성과를 달성했는지 못했는지를 평가할 수 없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한 팀장의 팀 KPI 중 하나의 요소만 보면 다음과 같다.

뭔가 명료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성과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유는 ① '분석역량'에 대한 정의 혹은 하위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② level에 대한 기준이 없으며 ③ 구성원 각각의 As-Is To-Be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년 목표 3.0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상태가 되어야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역량강화를 해야 할지 적절한 개입방법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위의 그림처럼 분석역량에 필요한 하위 요소(. 기획력, 실행력, Co-work)가 정의돼야 하고, 구성원 각각이 어느 수준인지 As-Is To-Be를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정리되면, 이제야 선택과 집중해야 할 항목과 실행할 것what to do이 보인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실행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A
기업의 한 팀장이 팀 전체의 분석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


1.
팀의 핵심 역량인 기획력을 키우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핵심 육성 목표이다. 팀원 모두 고객의 니즈와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방향을 세울 수 있는 기획력 3.0 이상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① 외부강사를 초빙해 In-house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한다.
② 구성원과 연말 역량 목표를 공유하고, 1회 미팅 시 안건에 포함해 점검한다.
③ 개별로 기획력을 키울 수 있는 업무 과제를 부여하고 팀장이 시간을 투자해 피드백 한다.

2.
빠른 업무 추진을 위해 실행력은 모두 0.5씩 향상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① 연수원 과정에 순차적으로 입과 할 수 있도록 한다(업무 일정 고려 1분기 2, 2분기 1).
② 빠른 실행 점검을 통해 필요한 지원과 상호 피드백을 제공한다.

3.
갑동이의 Co-Work 역량을 높인다.
을동이와 병순이의 Co-Work 역량은 전반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생각되므로, 새로 팀에 합류한 갑동이의 Co-Work 역량 증진을 위해 과제와 환경을 조성해준다.


어떤가? KPI를 이룰 확률이 커졌는가? 성과결과에 대한 기대를 이렇게 명확히 한다면 연말의 이 KPI는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다. , 해야 할 일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끝났을 때의 결과모습에 대해 합의하는 훈련이 돼야 한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기대 명확화


서두의 K 상무는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기대가 합의되지 않았다. 일단 K 상무의 좌절과 분노(?)에 공감을 한 뒤, 몇 가지 질문을 했다.

"
상무님은 과제를 진행할 때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하시나요?"
"
각 프로세스별로 점검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요?"


몇 가지 질문 속에서 K 상무는 30여분 만에 자신이 원하는 일하는 방식을 도식화했다. 5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단계별 점검해야 할 요소도 리스트업 했다. 도식화한 내용을 점검하면서, 이런 내용을 구성원들과 공유한 적이 있는지, 공유한다면 어떤 효용성이 있을 것인지, 구성원들의 주도성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K
상무처럼, 리더들은 틀림없이 이전 실무자 시절에 해왔던 자신만의 노하우와, 직책자가 되면서 얻게 된 통찰 등을 덧댄 '최적화된 일하는 방식(혹은 프로세스)'을 보유하고 있다. 너무 간단하고 당연해서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그 간단하고 당연한 것을 지키지 않아 계속 실망하고 질책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길 바란다. '당연히 이렇게 해오겠지'라는 암묵적 기대만으로 일을 주문한 뒤, 자신의 기대에 맞추지 못한 결과물을 보고 '나라면 이렇게 안 했을 텐데'라는 톤으로 질책하게 되고, 구성원들은 '진작 말씀을 하시지'라는 원망과 무기력의 반복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관찰해보라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일해 왔던 방식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라는 겸손한 마음을 갖고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는 방식 혹은 프로세스에 대해 연초에 대화를 통해 협의해야 한다. 왜 그런 방식이어야 하는지, 왜 상사는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공유하고 합의해야 한다. 그럴 시간이 없다고 미루면, 1년 내내 몇 배로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시간낭비의 값을 치르게 된다.

, 이제 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일하는 방식과 프로세스를 그려보자. 당신이 가장 인정받았을 때 일의 방식(혹은 프로세스)은 무엇인가? 지금 직책자가 된 뒤에 덧붙이고 싶은 요소는 무엇인가? 그것들을 통합한다면 일의 방식 및 프로세스는 몇 단계가 있는가? 각 단계별 필요한 사항은 무엇인가?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합의하자.  

보고서에 대한 기대 명확화


마지막 기대 명확화는 보고 및 보고서이다. K 상무 조직은 무엇을 보고 해야 하는지, 보고 계층별로 어떤 깊이로 보고해야 하는지 합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경우 보고 때마다 무엇을 보고서에는 담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왜 상사는 그런 쓸데없는 일로 바쁜 우리를 힘들게 하냐고 성토하게 된다.

상사 입장에서 보면 가장 답답한 항목이다. 임원 및 경영자를 코칭하면서 구성원의 보고서가 마음에 든다는 이는 한 명도 못 만나봤다. 물론 갈수록 구두 보고 및 간단 보고를 지향하는 조직이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을 위한 보고서는 조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 과제이다

어떤 기업의 P 부사장을 코칭할 때이다. 그 분 휘하에는 7명의 상무가 있었다. 조직을 키우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7명의 상무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이 중 2명을 빼놓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를 할 때 보면, 자신이 주문한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무가 제대로 못하니 그 조직 자체가 힘을 못 쓰고 있는데, 이런 조직의 장을 위해서 자신이 무슨 노력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P
부사장에게 어떤 순서로 보고서가 작성되길 바라는지 물으니, 명확히 답을 못한다. "만약 회장님께 보고하는 보고서라면, 어떤 순서로 작성돼야 하나요? 회장님이 듣길 기대하는 보고의 순서는 어떤 것인가요?"라고 물으니 갑자기 표정이 바뀐다. "회장님께 보고 하려면, 첫 페이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한 페이지에 모든 것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나머지는 필요하면 참고하도록 뒤에 별첨하면 되는 거거든요. 우선 첫 페이지는 크게 3등분해야 합니다. 3등분의 상칸은 배경과 목적에 대해…." 라며 금세 원하는 보고의 스토리 라인을 연결해낸다.

의사결정 위치에 있는 리더의 입장을 역지사지하고 그들의 언어와 사고패턴을 관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고서는 차상위자의 니즈를 고려해 설계하는 것이 좋다. 결국 나의 상사는 자신의 상사에게 보고할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상사와의 적합도를 높이는 리더는 회의 중에 상사가 오케이하며 승인할 때의 조건이 무엇인지, 다시 보고하라고 할 때는 어떤 사항들이 빠져 있는지를 분석한다. 보고 및 보고서의 포맷을 상사가 원하는 방식에 맞추면, 논의는 훨씬 더 깊어지고 리소스를 분배받기 쉬워진다.

, 우리 조직이 일하는 내용 중 상사가 보고 받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그것들을 구성원과 나누어야 한다. 특히 차상위자가 보고 받고자 하는 방식과 포맷은 무엇인가. 어떤 순서로 보고를 받고 싶어 하는가(어떤 스토리라인으로 보고 받고자 하는가). 그 포맷은 관찰을 토대로 한 것인가, 내가 보고 받고 싶은 형태가 아니라, 차상위자의 눈높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또한 구성원들과 충분히 나누어야 한다.

스티븐 코비도 "모든 것은 두 번 창조된다. 한번은 마음속에서 창조되고 두 번째는 실제로 창조된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음속에서 창조되지 않은 것은 실제로 창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과, 일하는 방식, 보고 등에 대한 기대명확화는 좋은 성과와 자율적인 조직문화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이때 이러한 창조와 기대 합의가 리더의 일방적인 선포만으로 이뤄진다면, 조직 내의 수동성과 낭비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리더가 '구성원들도 좋은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관점을 확장시켜준다면 기꺼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질문하고 경청하고 칭찬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코칭 리더십으로 기대명확화를 하는 것'은 수평적인 조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현미숙 ()하우코칭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글로벌 코칭 MBA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 12월호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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