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R매거진

수평적 조직문화, 직급체계만으로 가능한가

2019-06-04


 

근래 들어 많은 기업들이 직급체계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조직 내 서열화를 줄이고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구현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단순한 직급체계 개편만으로는 조직문화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경영진의 적극적인 동참, 채용 방식 변경, 리더들의 일하는 방식 변화, 파일럿 조직 운영을 통한 직급체계 개선 내재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직급체계 개편이 수평적 조직문화가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로 나선 이후 대규모 공채 방식을 없애고 수시 채용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인사제도 개편을 발표했다. 그동안 공채를 실시하면서 발생한 조직 내 서열화를 줄이고, 경력직 수시 채용을 통해 수평적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젊은 오너로서 여러 임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도 간간히 들리곤 한다.
SK
그룹도 부사장, 전무, 상무 등으로 구분된 임원들의 직급을 폐지하고 본부장이나, 실장 등 직책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라고 연초에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직원 직급을 단순화하고 공유 오피스 도입을 통해 누구나 수평적으로 소통하며 일하는 창의적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갈망에 대해 시대를 거슬러 살펴보면, 꽤 오래 전부터 지향돼 왔음을 알 수 있다. IMF를 거치면서 'OO-OO' 형태의 수직적 조직구조를 '팀제'로 전환하는 사례들이 많아졌고, CJ그룹은 지난 2000 '' 호칭을 처음으로 도입해 국내 기업들에게 호칭 파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기업들은 리더십(수평적 소통 리더), 일하는 방식(수평적 호칭), 업무환경(공유 오피스), 제도(직급 단순화) 측면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구현을 위해 20년 넘게 노력해왔는데, 왜 아직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반복되는 직급체계 간소화나 호칭체계 폐지 노력들을 과연 어떻게 해야 수평적 조직문화 구현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직급체계 개선 노력
경영환경의 변화라고 하면 IMF 시기 기업들에게 닥친 위기보다 더 큰 위기 상황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당시 많은 기업들은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직급, 호칭과 관련한 다양한 인사체계를 큰 저항 없이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모든 기업들에게 잘 준비된 변화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는 유행처럼 다른 기업들이 하니까 당연히 해야 할 것처럼 추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몇몇 기업들은 자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맞지 않은 직급체계 개선을 했다가 다시 회귀하는 경우도 생겼다. KT 2010년 직급체계를 폐지하고, 팀장급 이하를 모두 '매니저'로 통일했다가 2014년 다시 옛 직급체계를 다시 부활시켰다. 이를 두고 유행을 따랐다고 쉽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자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보다 고려해서 판단했다면 회사에 주는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최근 직급체계 개선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기 보다는 조직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하며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지난 세월 여러 기업들의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결과일 것이다.


첫째, 소수 경영진의 혜안도 무시할 수 없지만 급변하는 경영환경 하에서 경영진 또는 직책자의 단독 의사결정은 더 이상 최선이 아니다 보니, 여러 임직원들의 의견을 함께 모아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이는 그저 수평적인 문화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앞에서 언급한 현대자동차와 같이 경영진이 그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둘째,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을 구성하는 주류로 등장하면서 그들 세대의 특징을 포용하지 않으면 성과로 연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적으로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수평적 소통에 익숙하다. 또한 행복과 성공의 기준이 기성세대와 달라 장기적인 승진을 통한 보상보다 성과에 대한 빠른 피드백을 선호한다.


셋째, 저성장과 인력구조의 고령화로 인한 조직 내 활력 회복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신입사원들을 대거 뽑고, 회사 성장에 따라 승진도 많이 시킬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 조직 내 인력이 정체되는 현상이 직급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입장에서는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일에 대한 활력도 줄어들 수 있는데, 기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급체계 개선을 통해 스타트업 문화, 애자일 조직으로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이유 외에도 기업마다 특성에 따라 승진 적체 해소, 본격적인 글로벌 차원의 인력 운영 등 다양한 이유로 직급체계를 개선하지만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위 3가지 이유가 대표적일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여러 가지 이유로 직급체계를 개선하다 보니 개선의 형태도 굉장히 다양하다. 롯데, 삼성, 신세계 등은 과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과 같은 다단계 직급을 4~5개 수준으로 축소했고, CJ, 아모레퍼시픽, SKT 등은 호칭을 '' '매니저'와 같은 표현으로 단순화했다. 그런데 직급체계를 개선했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그로 인해 기업문화가 달라지고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는 그리 많이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KT, 포스코처럼 직급체계를 간소화하고 호칭도 단순화했다가 다시 과거 방식으로 회귀한 사례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한 고려사항


그렇다면 직급체계 개선이 성공적인 조직문화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유교적 문화에서 자라온 습성을 고려하지 않고 외국계 기업처럼 다른 직원을 대하라고 하는 것은 적응하기 쉽지 않다. 동일 직급 내에서도 먼저 입사한 직원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을 예의라고 생각하는 조직이 많은데, 과연 '~' '~매니저' '~프로' 라는 호칭을 사용하라고 권장한다고 쉽게 바뀔 수 있을까.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위계적 마인드를 역으로 이용해서 CEO를 포함한 경영진이 먼저 활용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 호칭을 처음 도입한 CJ그룹은 직원들간에도 '~' 호칭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회장님도 '이재현님'이라고 부르며 임원들 모두 '~' 호칭을 사용해 호칭 개선 후 20년 가까이 정착할 수 있었다.


둘째, 채용 방식 등 타 인사제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규모 공채 신입 중심 채용을 유지할 경우 입사시기에 따른 위계적 조직문화 타파에 한계가 있다. 이번에 현대자동차에서 선언한 대규모 공채 폐지는 수시 직무 중심 채용, 경력직 채용을 활발하게 하고, 더 나아가 조직 내 다양성까지 증가시킬 때 상호 존중하는 문화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것이 조직 내 인사제도간의 내적 정합성Internal fit을 높이는 노력이다.


셋째, 리더들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직급단계 축소의 의미는 일에 대한 권한을 직급에 관계없이 부여하고 수평적으로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보면 실제 리더가 직접 관여하고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그런데 리더가 이를 거부하고, 시니어 직원 몇 명에게 예전처럼 일을 관리하게 하면 직급은 간소화 됐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직급은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따라서 과거 팀제 도입을 통해 강조했듯이 팀원과 팀장의 체계로 일할 수 있도록 리더의 일하는 방식이 수평적 조직에 적합하게 변해야 한다.


넷째, 임직원에게 직급체계 개선이 내재화될 수 있도록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흔히 특정 가치에 대한 내재화 단계는 '인식-공감-실천방법 이해-실행' 4단계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다. 직급체계를 개선하면서 대부분의 HR부서에서 설명회를 진행하지만 직원들에게 공감을 얻는 노력은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기회가 된다면 파일럿Pilot조직을 운영하고 그 조직원들의 반응을 모니터링 해서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공감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직문화는 HR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직만의 수평에 대한 '기울기' 필요


기업마다 성공의 방식은 다양하고, 이러한 방식에 따라 정착된 것이 기업문화이다. 앞에서 수평적 기업문화를 모든 기업들이 추구해야 하는 것처럼 논의했지만, 최근에는 역으로 스타트업들도 회사가 성장하면서 Grown-up 기업문화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대기업의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기업이 완벽하게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지향할 필요는 없다. 직급체계 개선을 하더라도 각자 회사만의 고유한 수평문화에 대한 '기울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무리한 기울기로 그 동안 쌓아온 좋은 관행까지 헤치기 보다는 적당한 기울기로 우리 회사만의 고유의 문화를 만들 필요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의 '실행은 수직적, 문화는 수평적'이라는 구호는 참 마음에 와 닿는다




김용근 포스코 CEO직속 기업시민실 리더

 

 

 

본 기사는 HR Insight 2019. 5월호의 내용입니다.


HR Insight의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아래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www.hrinsight.co.kr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