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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거꾸로 보는 리더십

2019-03-11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누구나 조직의 일원으로 살게 된다. 가족도 조그만 조직이고 동창회나 회사 등도 조직이다. 이때 필연적으로 부딪히는 것이 상사, 리더 혹은 보스라는 사람들이다. 필자가 직장에 처음 입사한 조카에게 던진 첫 질문도 '상사는 괜찮은 분이냐'였다. 이 질문의 관점은 부하인 조카 입장에서 괜찮은 분이냐는 것이지 상사 그 자체를 물어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제목에 '거꾸로' 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밑에서만 리더를 바라보고 "왜 저런 행동을 하고 부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언제쯤 좋은 시절이 찾아올까, 난 왜 이리 상사 복이 없을까"라고만 하지 말고 한번 리더의 자리에서 리더십을 바라보고 생각해 보자는 의미로 거꾸로 보는 리더십이라는 제목을 적어봤다. 

 

통합적 접근으로 리더와 구성원간 의견 차이 바라봐야

필자는 기업에 몸담고 있을 때 임원리더십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다. CEO를 포함해 많은 임원들을 인터뷰하고 교육을 운영하면서 솔직히 조직의 이슈 대부분이 리더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리더들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조직이 행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해 적용해 보고 인사가 나서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인사책임자들에게 호소와 푸시를 해보기도 했다. 헌데, 그 과정에서 언제나 발견되는 공통적인 현상이 있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인터뷰를 했음에도 결과를 분석하면 사장의 인터뷰 내용과 임원, 구성원들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 당시에는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해석하려고 노력했고 사장이나 임원들에게는 구성원과의 의견 차이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교육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통합적인 접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360도 평가에는 리더 본인의 평가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이 리더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부하-구성원의 자리에서 리더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이지, 리더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리더와 구성원의 갈등은 입장과 역할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구분 못하는 리더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리더는 정상분포곡선에 속한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미리 밝히고 싶다. 사람들은 리더십이 주제가 되면 자신을 괴롭게 하고 힘들게 했던, 자신이 생각하기에 정상궤도를 좀 벗어난 리더들을 떠올리면서 말하고 들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런 리더를 변화시켜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리더십교육이 효과가 있고 존재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경우는 리더십교육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고 교육 이외에 방법들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리더와 구성원간의 인식과 입장 차이

왜 리더의 입장에서도 리더십을 바라봐야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사례를 하나 들고자 한다. 안정적인 조직이고 구성원의 역량도 평균 이상을 갖추고 있으며 나름대로 성공 경험과 베스트 프랙티스를 가지고 있는 조직에 새로운 CEO가 부임하게 됐다. 부임한 CEO는 이 조직의 미션이 사업성과를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창출해내는 것에 집중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전략적 지향점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며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당황한 것은 임원들이다. 기존의 업무방식이 전면 부정되고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이 급속히 변화하며, 새로운 역할을 요구 받았다. 임원회의를 하고 나면 매일매일 새로운 지시가 떨어지고, 구성원들은 감당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일이 몇 달간 지속됐다. 모든 조직에는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과 맥락이 있고 기존의 절차들이 있는데 CEO가 지시하는 것은 이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다. 더 힘든 것은 상급 기관에 합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사사건건 부딪치게 된 것이었다. 상위조직의 장이 임원들에게 원칙을 지키라고 경고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 다다르면 보통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생각한다.

 

"신임 CEO는 과연 리더십에 대해 제대로 훈련 받은 사람인가? 왜 잘나가고 있는 조직을 망가뜨리고 있나?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이러다가 유능한 인재들 대량 유출사고가 발생하면 어쩌려고."

 

이러한 관점이 그동안의 관점이라고 한다면, 거꾸로 보는 리더십은 "왜 CEO는 그런 의사결정을 하고 있을까" "어떤 느낌과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CEO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그동안 이 조직이 잘해왔던 것은 사실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었고 디지털 혁신 시대에 기존의 방식대로 하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부임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임원들과 팀장들을 불러 얘기해 보면 이미 알고 있고 준비해 오고 있으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는데, 그래서야 혁신이 일어나겠는가?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보면 1단계로 조직개편부터 해야 조직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조직개편이 모든 구성원이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것이 아니기에 일부 불협화음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임원들이 전하는 문제들은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안정될 것이다"

 

"지금은 다 이해가 안 되고 익숙지 않은 것들을 밀어붙이다 보니 힘들어 하겠지만 2, 3년 후에는 그때 그 사장이 반대와 불만을 무릅쓰고라도 방향을 바꾸지 않았으면 우리 조직이 어려운 지경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몇 차례 사원과의 대화도 했고 그 자리에서 분명한 방향 재설정의 필요성도 역설했으며, 100%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이해한다는 표정을 했는데 스태프들과 임원들은 아직도 이해가 충분치 않다고 얘기한다. 지금은 그런 시간을 투입하기 보다는 실행에 집중해서 작은 성공체험을 구성원들에게 보여줘야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다."

 

"임원들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현실적인 문제만 제기할 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결안을 제시하는 임원은 없는 것이 답답하고 외롭다. 외부의 전문가를 영입해서 새로운 일을 담당케 해 조직에 긴장감도 주고 임원들에게도 분발의 계기로 만들어볼까도 생각 중이다."

 

"지난주에 선배를 만났더니 어디서 들었는지 내가 너무 고집이 세고 회의나 간담회를 하면 듣는 척하다가 결론은 CEO인 내가 낸다고 불만의 소리가 있다고 하던데, 정말 억울하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의견이 나왔다면 당연히 채택했을텐데 그저 그런 의견만 반복되고 시간이 종료될 때쯤에 다들 나에게 결정해 달라는 분위기로 몰아가길래 그리 한 것인데…"

 

물론 여기서 구성원들에게 이 상황에 대해 질문하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들의 의견을 CEO가 제대로 이해 못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유는 실무레벨까지 디테일하게 알지 못해서라고 답을 한다. 이 점은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최고경영자가 세부적인 실무내용까지 알 필요가 있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최고경영자라도 의사결정 할 수준까지는 그래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런 것들이 다 인식과 역할(입장)차이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CEO와 임원간 인식차 먼저 풀어나가자

그렇다면 왜 리더십을 거꾸로 보아야 하는가? 위의 사례의 경우에 리더십 교육에서는 리더가 제대로 경청을 안 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을 버려야 한다며 리더들의 변화를 촉구한다. 그 당시 리더의 느낌과 생각 등은 들어보지 않는다. 리더들이 억울하다는 감정표현을 했다가는 강사들에게 피드백만 더 받는다. 실제로 자기가 옳고 똑똑하며 구성원들은 아직 자신의 수준에 미달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는 리더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리더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바꾸기 힘든 리더 유형이다. 여기에 실적까지 좋은 경우면 고민은 더 깊어진다. 그러나 정상분포곡선에 속한 리더라면 거꾸로의 관점이 통할 수 있다. 리더들도 가끔씩 자신의 역할에 깊숙이 빠져들다 보면 자신의 입장에만 충실하게 되고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가장 먼저 거꾸로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영역은 CEO와 임원간의 이슈이다. 가장 빈번히 발생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입장과 역할의 차이를 가지고 풀어가지 못하는 영역이다. 이유는 임원의 재임명권한을 CEO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외국계 컨설팅업체가 CEO와 임원간의 인식과 역할차이를 함께 풀어가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자주 발생하는 의사결정 사안과 이슈에 대해 서로 역할을 바꿔 설명하고 논의하도록 하는 세션들로 구성됐다. 거꾸로 보는 리더십 관점을 교육과 연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약요건이 있다. 첫 번째로는 CEO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같이 풀어나가려고 노력할 것인가이다. 이 점은 HRD와 HRM이 평소에 얼마나 CEO의 입장을 거꾸로 관점에서 이해해 준다고 CEO가 판단하고 있는지에 달려있으며, 설득의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임원들이 주도성을 가지고 지혜롭게 행동하려는 준비태세가 갖춰져야 한다. 통상 주니어임원은 적극적이나 시니어임원들이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몸을 사리거나 정치적 관점에서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과정은 캐스캐이딩Cascading이 되어 임원리더십훈련도 동시에 가능해진다. 거꾸로의 관점을 이해하는 임원은 소속 팀장들과 유사한 세션을 진행함으로써 임원들의 인식과 입장 차이를 소속팀에 이해시키고 이해받아 리더십에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이러한 거꾸로의 관점은 리더십 변화에 출발점이 되는 것이며 상호이해가 된다고 다 잘 풀리는 것이 아님은 독자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CEO와 임원들의 조직관리 역량, 사업역량, 전문역량이 뒷받침 돼야 리더십은 완성될 수 있다. 상사이기도 하고 부하이기도 할 독자들도 상사의 관점을 이해해보고 회의에 참석하거나 보고를 해보는 실험을 한번 시도해 보길 권유해 본다. 외로웠던 상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 막혔던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성공체험을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경수 연암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