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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에 따른 HR의 역할

2019-01-25


 

2018년 10월 18일부터 이른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서비스업 부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감정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그들을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언론을 통해 대기업 임원이 항공기 내 라면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사건, 백화점의 귀금속 매장에서 무상 수리 여부를 놓고 고객이 매장 직원을 무릎 꿇게 하고 사과를 강요한 사건 등의 보도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에서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개정법률안이 다수 발의됐으며, 수차례의 수정-보완 절차를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됐다. 

 

감정노동의 의미와 법적 보호



감정노동Emotion Labor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Hochschild는 감정노동을 '외적으로 관찰 가능한 표정이나 몸짓을 만들기 위한 느낌의 관리(The Management of feeling to create a publicly observable facial and bodily display)'로 정의하고 있고, Morris & Feldman은 감정노동을 '종업원과 고객 간 상호 교환과정에서 조직으로부터 요구되는 감정의 표현을 위한 종업원의 노력, 계획 그리고 통제'로 정의하고 있다. 감정노동에 대해 학자마다 약간씩 다르게 정의하고 있으나 감정노동의 정의에는 공통적으로 직업상 고객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이 좋거나 슬프거나 화나는 상황이 있더라도 회사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표현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등 고객응대업무를 하는 노동2)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제정된 '감정노동에 따른 직무스트레스 예방 지침'에서 감정노동을 명시한 것 외에 기타 법률 등을 통해 감정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감정노동 보호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 법률을 통해 사업주에게 고객 등 업무와 관련이 있는 자로부터 성적 굴욕감 등을 느낀 근로자가 고충 해소를 요청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의무, 업무수행 중 발생하는 스트레스 등 정신적 고충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은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발생 시 고충해소, 업무수행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작업환경 조성이나 근로조건 개선의무만 두고 있어 주로 사후적인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아니라 사업주에게 구체적인 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아 실질적으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경위

감정노동자 보호를 주 내용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작업은 2013.5.24. 한명숙 의원 등 20인의 발의로 시작됐다. 해당 발의안은 사업주로 하여금 ▲고객 등이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도록 요청하는 문구를 사업장에 게시 ▲근로자가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은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의 예방-대처 방법 등을 포함하는 지침을 매년 작성해 배부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사업주의 조치 또는 노력 의무는 「근로복지기본법」과 이 법 제5조에서 개정안과 같은 취지의 규정이 이미 반영되어 있다는 이유로 동 발의안은 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2016.10.28. 한정애 의원 대표발의안을 시작으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건강장해 발생 시 업무의 일시중단 등 필요한 조치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에도 유사한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자 2018.3. 환경노동위원회가 그간의 관련 발의안을 종합-정리해 대안을 제시했고, 이것이 이른바 현재의 감정노동자 보호법 토대가 된 것이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주요 내용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발생 등에 대한 조치, 불리한 처우 금지를 규정하면서 감정노동의 사전-사후 보호조치를 모두 담고 있다. 특히 개정 법률은 고객응대근로자를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정의해, 업종이나 직종에 관계없이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라면 폭넓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장장해 발생 시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휴게시간의 연장 등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고객응대근로자의 건강장해 발생에 대한 조치 요구를 이유로 한 해고,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제재규정도 마련해 실효성을 높이고자 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에 따른 HR 역할



감정노동 수행자들이 고객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감정노동을 하면 해당자는 소진Burn out, 신체적-정신적-감정적 탈진상태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경우 보호되지 아니한 감정노동은 수행자들의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이직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나아가 기업의 생산성 저하, 이미지 실추 등 유무형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작동 중인 기업 내부의 감정노동 예방 및 관리 시스템 점검을 실시해 조직의 취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한 뒤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고객과의 민원문제를 근무평가에 과도하게 반영해 무리한 감정노동을 하지 않도록 하고, 직장 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근로자지원프로그램 실시를 고려해볼 수 있겠다.

 

또한 시스템 취약 부분에 대한 개선책 마련 시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를 경영방침으로 설정하고, 고객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업무처리 재량권 부여,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마련 등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보호 조치'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동안에는 회사 이미지, 서비스 품질 제고 등의 이유로 고객이 무조건 옳다는 전제하에 업무를 수행하라는 내부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감정노동자에게 지나친 친절, 무조건적인 인내와 수용을 강요하고, 감정노동을 단순히 근로자가 감수해야 하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면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시행을 시작으로 점차 감정노동 보호 관련 입법과 사회적 인식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기업에서는 감정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사전예방 및 사후 관리체계를 수립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김동미 노무법인 미담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