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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HR애널리틱스에 대한 대담_“왜 HR 애널리틱스인가”

2018-10-15


 

지난 7월 25일, 인사담당자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저자 초청 독서모임 '북스런'에서 ≪인재경영, 데이터사이언스를 만나다≫ 출간 기념회가 열렸다. 저자가 책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설명하는 형식을 탈피해, 사람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즉흥적으로 합주를 시도했다. 기념회에서 나온 질문과 전문가들의 토론을 정리해 본다.

 

인재경영에 왜 피플 애널리틱스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이중학 최근 많은 국내외 기업들의 성장이 둔화되고 조직 내의 승진이 정체되면서 '공정하고 설득력 있는'  HR 의사결정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과 같이 감gut 혹은 의견opinion에 의존한 HR 의사결정은 조직 구성원뿐만 아니라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Fact-driven HR이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으며 HR인이라면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피플 애널리틱스 능력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 채충일 기본적으로 이중학 매니저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여기에 저는 '전략'이라는 키워드를 하나 추가하고자 합니다. 분석이라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증거를 채집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전략을 위한 분석에서 사람에 대한 고려는 많은 부분 간과되어 왔습니다. 사람 데이터 분석이 조직의 전략적 결정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성준 저는 인사부서가 이제 '믿음의 행위'에서 '증거의 행위'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공부 잘한 애들이 성과도 좋을 테니, 사람 뽑을 때 출신학교를 고려하자' '리더십이 중요하니까 교육하자'는 수준을 탈피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러한가?' '우리 조직과 구성원들은 어떠한가?' '정말로 효과가 있는가?' 의문을 제기하고,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하고 시사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에 인사부서는 우수한 직관력을 근간으로 의사결정을 해왔습니다. 애널리틱스 프로젝트를 수행한 저의 경험에 의하면, 분석 결과 대부분이 기존의 직관을 뒤엎기보다는 그대로 지지해주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인사담당자들의 직관이 상당히 타당하다는 의미이지요. 다만, 그 직관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에, 경영자와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인사부서가 가진 우수한 직관력에 더해, 데이터 분석 결과가 가미가 된다면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피플 애널리틱스를 실행(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 이중학 피플 애널리틱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념Assumption과 배치되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가령, 제가 2017년 하반기에 수행했던 프로젝트 중 '베트남 현지채용인이 왜 퇴직하는가'에 대한 요인을 분석했던 적이 있습니다. 기존의 주재원과 경영층은 보상 때문에 그만둔다는 강한 신념이 있었는데, 정작 '가시적 경력 전망', 즉 조직 내에서 개인이 성장해 나가는 경로를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하느냐가 이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였습니다. 이 결과를 주요 인사팀장에게 공유한 적이 있는데 기존에 그들이 갖고 있던 관념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분석 결과를 설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렇듯 기존에 갖고 있던 관념을 어떻게 잘 설득해서 분석 결과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 김성준 사실,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시간이 걸릴 뿐이지요. 분석한 결과를 일필휘지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상대방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애널리틱스 결과 유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직관과 일치한 결과 ▲직관 아래 있지 않은 결과 ▲직관을 뒤집는 결과. 각 유형별로 경영진과 구성원에게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유형인 직관과 일치한 결과를 보고하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왜 분석한거냐" 라거나 "뻔한 얘기 뻔하게 한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그와 같은 반향이 나오지 않도록 하려면 사전에 충분히 정지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를 터득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 채충일 저는 주로 학문적으로 사람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학문 연구는 '일반화 가능성'에 초점을 많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특정 회사의 특성이나 맥락, 그들의 요구 등을 간과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먼저 해 봅니다. 연구자는 조직 내부자가 아니기에 데이터의 접근이 가장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만 해도 조직 내 특정 주제에 대한 관계와 맥락이 훤히 드러나고 누군가를 지칭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 등에 가장 애로가 많습니다. 또 하나 애로사항은 데이터 전처리 과정을 들 수 있겠습니다. 데이터들이 통계 교과서처럼 깔끔하게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아직 국내의 경우 HR에 빅데이터 분석이 적용되거나 활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은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채충일 먼저 생각해봐야 할 사항은 회사 내 HR데이터가 무엇이 있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라는 정의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또한 HR 빅데이터와 관련해서, HR데이터라는 것이 기업에 잘 디자인된 시스템에서 쌓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인사담당자들이 해야 할 일은 조직의 HR데이터를 정의하고 어떻게 수집-저장하고 어떻게 전사데이터와 연결성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성준 적지 않은 기업들이 하고 있지만 외부에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적용 사례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HR 분석은 그 회사의 고유한 인적-문화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행합니다. 민감한 분석 주제들이 적지 않지요. 그러다 보니, 그 결과물을 외부에 발표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로 성공 사례가 확산되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둘째는, 애널리틱스를 향한 지나친 환상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무언가 난이도가 높은 통계 방법론을 써야 하거나, 환상적인 기술을 활용해야만 제대로 된 '피플 애널리틱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데이터를 가지고 수행하는 모든 활동이 애널리틱스라고 생각합니다. 수년 전 어느 인사담당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조직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구성원들을 인터뷰하고, 서베이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를 잘 정리해 시사점을 뽑아내고 보고를 드렸습니다. 그 결과물에 감명을 받은 그 회사 CEO는 인사담당자를 극찬하고, 조직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수년간 함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와 같은 활동도 분명 '애널리틱스' 입니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 애널리틱스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아직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이중학 기득권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이 권력처럼 가지고 있던 의사결정 권한 일부를 '숫자'에 근거해 내려야 한다면 본인들의 힘Power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플 애널리틱스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작은 기존에 수행하고 있는 일에 여러 데이터를 활용해서 보고서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담당했던 평가 업무 중 Assessment Center(AC)를 통해서 승진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통념적으로 AC 방법이 성과 예측력이 높다고 하는데, 실제로 롯데 상황에서도 그런지 몇몇의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AC의 타당도를 측정했습니다. 이렇듯 간단한 데이터 등을 통해 기존의 통념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조직 내에서 애널리틱스 문화를 생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성준 저는 고급 통계 분석방법론보다는 오히려 기본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애널리틱스라고 해서 무척 고급 수준의 통계 분석을 써야 할 듯한데, 경영진에게 고급 통계 결과를 보여드릴 상황은 1%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기초통계가 더 많이 쓰입니다. 어느 회사는 신입사원 인적성 검사와 입사 후 성과 간에 상관분석을 했습니다. 이런 류의 상관을 '타당도 계수'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 계수가 0.02 밖에 나오지 않은 겁니다. 그 회사 담당자들은 '큰일났다, 성과와 관련이 없다니 이게 말이 되나, 빨리 인적성 검사를 개선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는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통계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로, '범위 제한Restriction of range'이 발생한 상황이거든요. 기초통계 수준의 식견이 있었다면, 그게 왜 문제가 아닌지를 알 수 있었을 겁니다.

 

● 채충일 분석역량을 어떻게 향상해야 하는가와 관련해서 저는 모델링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두 분이 말씀하신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업에서 어떻게 현상을 추상화하고 관계를 만들어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많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딱히 이 현상을 추상화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능력에 대한 훈련이란 게 따로 제시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요. 이 경우 두 가지 방법이 보통 제안되곤 합니다. 첫째는 조직에서 자신이 보려고 하는 상황과 맥락을 추상화 하는 의도적인 연습일 겁니다. 당장에 종이에 관련된 개념들을 동그라미 안에 넣고 선을 연결하고 하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죠. 두 번째는 모방-벤치마킹일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연구보고서 또는 일반 보고서들에서 제시된 모델들을 많이 확보하고 자신의 조직맥락에서 해석하고 가설을 제시하는 데 두려움이 없도록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피플 애널리틱스를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 있습니까?

● 이중학 가장 큰 장점은 숫자로 설명했을 경우에 저의 설명에 대한 설득력이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가령, 제가 담당하는 파트에서 했던 AI를 통한 성격진단의 경우에 맹목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모두들 도입하자고 주장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 AI 성격진단의 타당도를 보기 위해서 저희가 가진 성격진단과 상호 비교를 했던 적이 있는데요. 데이터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저희 팀원들이 AI 채용도구 도입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열 번의 말보다 데이터로 입증해서 보여줬을 때, 설득이 되던 그 모습에서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 김성준 남들은 모르는 현상을 발견했을 때 희열을 느낍니다. 어느 날 팀장의 성격검사 결과와 팀 풍토간의 관계를 탐색적으로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팀 풍토에는 총 15개 요인들이 있었는데(팀 몰입, 생산성 등), 이 모든 요인과 유의한 상관을 보이는 팀장의 성격 특성 한 가지가 눈에 톡 들어왔습니다. 바로 팀장의 '긍정성'이었습니다. 저는 씨니컬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눈길조자 주지 않던 개념인데, 대부분의 팀 풍토 요인들에서 유의한 상관으로 나오니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어떤 현상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만질 수 있도록 보여드리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한 회사의 고위 경영진은 본인이 생각하는 심각한 조직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이를 객관적인 증거로 보여줄 수가 없어서 괴롭다고 토로했습니다. 본인 혼자만 그게 문제라고 주장하니,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고 말이지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그건 이 데이터를 이렇게 분석하면 실제로 문제인지 아닌지 볼 수 있을 듯한데?'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날 바로 분석을 해서 파워포인트 세 장으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결과물을 받아 보시자마자, 무릎을 탁치고 즐거워하면서 전사 워크숍을 개최할 때 본인이 직접 문제점과 대안을 공유하겠다고 하셨지요. 실제로 며칠 뒤에 그분이 직접 발제하고, 다른 경영진들과 원인과 대안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분석할 데이터가 없어서 분석할 수 없다고도 하는데, 피플 애널리틱스에 꼭 숫자 데이터가 필요한 것입니까.

● 이중학 데이터 분석이 꼭 준비되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룹사 중 한 곳의 리더와 동료직원의 성격 정합성에 따라서 조직별 실적이 달라지는지 등에 대해서 검증했던 적이 있는데요. 이 부분은 실제로 리더와 동료직원의 갈등으로 매출이 하락한다는 상황에 대해서 입증하기 위해서 추후에 데이터를 걷어서 검증했던 사례입니다. 저희 베트남 현채인의 이직 결정요인도 마찬가지이고요. 이처럼 현업에서의 연구 주제가 떨어진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입증하는 것, 그것도 좋은 피플 애널리틱스라고 생각합니다.

 

● 채충일 분석이라는 행위를 좁게 본다면 데이터가 있어야 분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두 분이 언급했듯 분석이라는 일련의 과정에 데이터가 수집되고 계획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데이터가 없으면 시작도 못한다는 말은 무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연구 중에 리더십 측정도구들의 항목별 상관관계를 보는 연구에서 최종적으로는 수집된 데이터와 상관관계의 차를 비교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측정 도구에서 사용한 단어들의 유사도를 가지고 이 항목과 이 항목이 어느 정도 상관이 있겠구나 하는 가설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생각해 보니 사고실험이라는 방법도 데이터를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또는 시스템 다이내믹스 연구들에서 주로 보게 되는 캐쥬얼 디아그램Causal Diagram이나 시뮬레이션 연구들도 그렇고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회사는 데이터가 적을 수밖에 없을텐데, 이러한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이 의미가 있을까요.

● 김성준 저는 두 가지 방법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적은 인원이라도 여러 번 반복적으로 측정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가령 우리 회사 대리들을 대상으로 무언가 분석해본다고 생각해 보시지요. 그런데 10명 밖에 안 된다고 해보겠습니다. 10명은 충분한 샘플이라고 보기 어렵지요. 그런데 이들을 대상으로 1주일에 2회씩 3개월간, 회사에서 겪었던 일 중심으로 일기를 써보게 해본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10명*2회*12주, 총 240건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겠지요. 이들에 내재한 일관된 특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피플 애널리틱스라는 게 통계적인 데이터, 방법론에 근거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류학에서 사용하는 연구 방법론도 충분히 과학적입니다. 다양하게 생성된 자료, 원천들을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죠. 20명의 대리들이 보이는 태도, 행동을 관찰한 결과, 그들과 인터뷰를 한 결과, 상사가 평가한 결과들 모두가 데이터입니다.

 

인사 업무가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이중학 인사 업무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사이언스가 중요해지고 널리 활용되더라도 사람을 단순히 숫자로 치환해 파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더불어, 데이터 사이언스의 여러 방법론은 '도구'이며 우리 인사 업무는 '사람'을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인사 업무를 수행하는 HR인들이 도구인 데이터 사이언스를 활용해 조직 구성원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 김성준 제가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데이터를 몽땅 확보했다고 해보지요. 데이터 분석을 잘하는 제가 어느 구단의 감독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첫째, 데이터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의사결정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통계 분석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그 분야에 지식과 전문성이 없으면 통찰력 있는 시사점을 뽑아내기 어렵습니다. 제가 분석을 잘한다 해도 야구 핵심 지표들을 모르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습니다(예: WAR,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인사담당자가 데이터 분석을 병행하는 방향은 맞지만, 단순한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인사 업무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에서 수집하고 활용하는 HR데이터의 경우 윤리적인 이슈는 없나요?

● 이중학 주로 의사결정자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할 경우가 많으므로 현업 부서에 요청을 해서 인구통계학적 데이터, 성과 데이터 등을 받습니다. 인사 데이터이기 때문에 개별 이메일로 주고받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윤리적 문제는 연구 목적을 위해서만 활용하고 기타 용도로는 활용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동의를 받거나, 윤리서약을 하고 진행합니다.

 

● 김성준 이중학 책임님은 개인정보보호를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첫째는 낙인 효과입니다. 인사 데이터는 필연적으로 속인屬人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출신 배경, 기질, 성격, 역량, 성과를 포함하지요.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한 모든 활동이 기록되는 세상입니다. 그 데이터들을 가지고 구성원 행동을 예측하려는 회사도 있습니다. 어느 금융 회사는 구성원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예측하는 모델링을 만들기도 했지요. 어느 구성원의 비윤리적 행동 가능성이 70%로 나온다고 생각해 보시지요. 그 행동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그 구성원에게 '요주의 인물'로 낙인을 찍습니다. 어느 회사는 승진 예측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어느 구성원을 예측해보니, 승진 가능성이 30%였습니다. 이 자료를 참고하는 인사권자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그 30%라는 수치가 낙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빅 브라더'에 대한 구성원과 노조의 우려입니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에서 유래된 '빅 브라더'는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와 조직을 통제합니다. 인사 부서가 조직 차원의 경쟁우위와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구성원들에게는 부정적인 의미의 '빅 브라더'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데이터 수집 및 활용시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은혜 HR Insight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