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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매거진

한국은 '미투' 일본에선 '파워하라' 열풍

2018-06-07


 

직장 내의 ‘파워하라(Power Harassment): 일본식 영어 표현’ 는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직무상의 지위나 인간관계 등, 직장 내에서의 유의성을 배경으로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제공하며 직장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다. 후생노동성의 정의에 따르면, 직무상의 지위와 인간관계 등 직장에서의 우위를 배경으로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언동을 지속적으로 행하거나 업무의 적정한 범위를 초과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주고 고용불안을 주며 위협하거나 직장 내 환경·관계 등을 악화시키는 등의 행위를 총칭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파워하라는 ① 신체적 공격 ②정신적 공격 ③인간관계 침해 ④무리한 요구 ⑤과소한 요구 ⑥사생활 침해 등으로 정하고 있으나, 6가지 유형이 모든 파워하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며 일상 업무에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파워하라의 위험성이 잠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파워하라’라는 단어가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다. 사회문제로 주목받게 되어 대책을 발표하는 기업이 나타났고, 2012년도에 들어서는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등의 파워하라 관련 안건이 해고 문제를 넘어서 1위가 될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이 커졌다.  


후생노동성은 2011년에 직장 내 파워하라 문제(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전문가 회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분석함과 동시에 예방·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를 계속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파워하라 상담비중은 해고, 근무조건 악화, 퇴직 권장 문제가 감소하는 추이를 보이는 것과 반대로 날로 증가하고 있다. 

 

파워하라와 업무 지도와의 차이

일본 노동시장이 만들어낸 하나의 딜레마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연수를 진행하는 (주)클레오시큐브사가 각종 조사를 진행하던 중, 업무상의 정신적인 피해는 여성에 한정된 것 이 아니며, 남성사원들도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파워하라가 탄생됐다. 예를 들어 남자가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핑계로 무리한 업무를 떠넘기거나, 매일 술자리에 참석시키거나, 월급도둑이라고 남들 앞에서 모욕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사원들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동이 권력을 앞세운 괴롭힘이라 해 파워하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단순한 따돌림, 괴롭힘이라 보기보단 업무상의 지도를 핑계로 한 인격 공격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일본식 경영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제도가 일반화된 노동 시장에서는 여러 번 회사를 옮기는 것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일본 기업도 거품경제 붕괴, 리먼쇼크 등을 경험하면서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제도 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는 비주류인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일본의 노동 환경이 파워하라를 만드는 한 가지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교육하기 위한 업무상의 교육이 받아들 이는 입장에 따라서는 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표 1>에 따르면, 교육을 위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태도와 타이밍에 따라 때로는 파워하라가 되고 때로는 업무상의 지도가 되는 등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신고용에 따른 직원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과 함께, 파워하라 문제는 기업 내의 다른 잠재적 리스크로 발전한다. 종신고용에 따른 노동시장의 고착화는 직원들이 여러 문제에 노출됐을 때 이직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어차피 이직이나 해고가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파워하라는 점점 강도가 강해지는 악순환이 생겼다. 조직 내에서도 해고할 수 없는 문제아 사원을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파워하라에 노출시키고, 문제아로 지적되는 사원은 전직이 어렵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는 명목으로 파워하라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돼 기업 내에 암적인 존재가 됐다.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어디까지가 용인되는 상황이고 어디서부터 가 파워하라인지의 논의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기업 내의 딜레마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대응과 파워하라의 악영향 


이러한 기업과 노동자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후생노동성은 파워하라 대책 도입 매뉴얼을 작성해 웹 사이트를 통한 정보 공개와 각종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파워하라를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권고하고 있다. 

1) 경영진이 조직 내의 파워하라를 없애야 할 문화로 지정하는 등 메시지 전달 

2) 업무규정 등의 관련 규정을 설정해 노사협약을 결성 

3) 사내 설문 조사를 통해 실태 파악 

4) 관련 교육 진행 

5) 사내에 파워하라 방침과 해결방안 알리기 

 

또한, 사내에서 파워하라가 발생했을 때는 상담 창구를 통한 상담을 실시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피해자·가해자에게 각종 조치를 검토 한 뒤 피해자·가해자를 지속적으로 관찰 및 지원함과 동시에,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파워하라는 간단하게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해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로 행하는 파워하라는 피해자가 누구와도 상담할 수 없는 풍토에서는 예방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속적인 사내 교육을 통해 누구나 파워하라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공유하고 지속적인 모니터 링이 중요하다.

 

파워하라는 피해자 본인에게 각종 고난을 주고 조직 내 에도 많은 악영향을 미친다. 우수한 인재가 파워하라로 인해 유출되거나 파워하라에 의한 강압적인 조직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 조직원의 행동 또한 제한되며, 기업의 생산성 또한 떨어지게 된다. 근래에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파워하라 가 알려지게 되면 대외적인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기업의 업무 저하, 인재 채용 악화 등으로 기업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침과 함께, 형사·민사의 각종 소송에 기업의 자원을 소비하게 된다. 

 

또 다른 딜레마: ‘하라-하라’ 문제의 대두 


파워하라의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각종 기관 에 상담이 늘어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파워하라의 개념 및 악영향에 대한 인식의 공유는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 하지만 파워하라의 문제점을 어필하다 보면, 조직 내에 서는 또 다른 딜레마가 발생하게 된다. 이 딜레마는 바로 무엇이든지 파워하라로 생각해 파워하라 상담을 진행함으로써 업무 지시나 업무상의 교육이 불가능해지는 ‘하라-하라’ 문제이다.‘ 하라-하라’ 문제는 파워하라에 의한 하라스멘트(harassment)를 의미하는 용어로써, 파워하라 대응책을 도입한 후 생겨난 새로운 풍토이다. 

 

예를 들면 2017년 9월 5일 방송된 가이아의 새벽(ガイヤの夜明け)에서 업계 2위의 기린, 왜 1위가 되지 못하는가 라는 방송이 방영된 후‘ 파워하라가 남용되고 있다, 파워하라가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문제가 된 방 송 내용은 회사에서 회의를 진행하면서 업무 달성 목표를 설정(매출을 2배 올리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장면과 함께, 그날 밤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선배가 후배를 설교하는 장면이었다. 설교 내용은 선배가 후배에게 “너는 이대로 승진하게 되면 부하가 아무도 따라오지 않을 것 이다. ‘나는 못한다, 모른다, 싫다’를 남발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너는 얼마나 하고 있느냐, 너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있지 않느냐, 해라, 넌 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내용이었으며 후배는 눈시울을 붉히며 울었다. 이러한 내용으로 파워하라인가 아닌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인터넷상에서 진행됐다. 

 

우선 내용 자체를 보면 파워하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실제 방송의 분위기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선배가 후배에 대한 지위를 이용한 인격모독이나 폭언이라고 보기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마지막에 다 같이 웃는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술집에서 나가는 장면도 방영됐다. 여기에서 논의된 점이 하라-하라 문제인 것이다. 모든 것을 파워하라의 관점으로 보고 업무상의 지도, 회식자리에서의 설교조차 불가능하게 된다면, 어떻게 부하를 교육할 것인가 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 

 

기린맥주 방송이 나온 이후, 한 노무사가 자기가 상담한 결과를 토대로 파워하라가 아닌 것을 파워하라로 인지해 각종 법적인 절차를 진행, 심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직장 상사들의 고충을 공개했다. 하라-하라 문제가 파워하라 문제로 해결돼야 할 조직 내의 악영향을 다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파워하라 문제는 단순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풀어가기 어려운 실타래와 같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파워하라의 상담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조사결과는 실제로 파워하라 건수가 증가 했다기보다는 파워하라로 느끼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회사 측에서는 파워하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쟁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파워하라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일본은 조직원이 단합해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고, 조직을 위해 개인의 일부분이 희생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 이러한 개인의 희생이 고도 경제 성장의 일부분이었음은 틀림없지만, 꼭 유지돼야 할 문화라고는 할 수 없다. 이제까지의 살아온 시대와 앞으로 살아갈 시대는 물질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노동의 가치와 의미 등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파워하라의 판단기준은 개인의 가치관의 차이, 성장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파워하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와 교육과 파워하라의 차이점을 관계자들이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할 것이다. 조직 내에 악영향을 미치는 파워하라 문제를 우선시하다 보면, 반대로 하라-하라 문제로 인해 조직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상사가 부하를 교육할 경우에는 파워하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며, 교육을 받는 부하로서는 파워하라라고 의심하기 전에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교육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조직 내에 필요한 것은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와 서로를 믿는 신뢰감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임영주 리츠메이칸 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