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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조직이라면 성과평가도 애자일하게!

2019-01-08


 

세계적인 프로젝트 관리 분야의 전문기관 PMI의 2017년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71%의 기업들이 프로젝트 관리에 있어서 애자일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 혁신 분야의 미디어 전문기업 이노베이션리더Innovation Leader가 2016년 매출 10억불(1조 1,500억 원 상당) 이상 글로벌 대기업 약 17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가 어떤 형태로든 조직 내에서 애자일 방법론 중 하나인 린 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한 바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2018년에 오렌지라이프(舊 ING생명)가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애자일 조직을 전격 도입해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IT 대기업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애자일 조직을 실험해 왔고, 스타트업 기업들의 경우 창업 초기부터 애자일 원리를 바탕으로 사업을 수행한 경우들도 존재한다.

 

왜 기업들은 애자일 방식에 열광하는가

기업들이 이렇게 애자일 방법론 또는 조직운영 방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 이유는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다. 조직의 경쟁력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해 왔다. 과거에는 독점적인 기술, 제품이 중요했다. 남들보다 앞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시장을 만들어 철옹성을 구축해 놓으면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힘들었다. 하지만, 역공정Reverse engineering을 통해 경쟁사들이 비슷한 제품을 더 싼 값에 내놓을 수 있게 되면서, 선도 기업들은 다른 차별화 전략을 찾았다. 규모의 경제, 차별화된 브랜드, 글로벌 진출, 품질 경영, 원가혁신, 공정 자동화 등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시도됐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아직도 남아 있는 차별화 포인트는 조직과 사람뿐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한 이후, '민첩한 조직'이야말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첩한 조직을 통해 경영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업들은 더 성장하고 앞서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망하지 않기 위해 혁신에 내몰리고 있다. 이는 기업 생존에 대한 최근 데이터가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블루칩 기업들로 구성된 S&P500 지수 편입 종목들의 평균 수명이 1964년 기준 33년이었던데 반해, 2016년에는 24년으로 줄었으며, 2027년에는 12년으로 감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16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400여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 정도가 "현 수익원이 사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으며, 환경변화에 대해 대처하지 않을 경우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는 기간이 평균적으로 8.4년 밖에 남지 않았으며, 외국 기업의 변화속도를 100이라고 했을 때 우리의 적응 속도는 74에 머물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자일 조직에 맞는 성과관리 방식

 

애자일은 원래 IT분야에서 기원한 방법론으로, 지난 30여 년간 소프트웨어 분야의 혁신에 크게 기여했고 다른 분야로도 넓게 확산됐다. 과거의 방법론이 전체 프로젝트를 분석, 설계, 개발, 테스트, 출시, 유지보수라는 하나의 단선적單線的인 프로세스로 운영했다면, 애자일 방식 <그림 1>은 규모를 작게 해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완성도를 높여나가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중간 과정에 리뷰를 통한 팀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애자일 조직의 성과관리는 기존과 어떻게 다른가

 

최근에는 애자일이 IT프로젝트 방법론 뿐 아니라, 조직 운영의 일반 원리로도 쓰이고 있다. IT 관련 사업을 영위하지 않더라도 애자일 방식의 철학과 원리를 조직 운영에 반영하는 애자일 조직들이 많아진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애자일 조직들은 다섯 가지 특성을 갖는다. (1) 공유된 목적과 비전 (2) 권한위임을 받은 네트워크 팀 구조 (3) 빠른 의사결정과 학습 사이클 (4) 역동적인 사람 중심의 운영 모델 (5) 차세대 기술 활용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전통적인 경영방식과 조직문화가 강한 기업에서 쉽지 않다. 특히, 조직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애자일 조직에 맞는 목표 설정, 성과평가, 보상 방식이 전제가 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애자일 조직의 성과관리가 전통적 기업의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시간 축의 변화 

전통적 기업에서의 성과관리는 1년이라는 시간 축을 두고 순환한다. 연초에 목표 수립, 주기적 진행 상황 모니터링, 연말에 실적 점검 및 평가로 진행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이다. 하지만,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는 조직에서는 이런 평가주기는 효과성이 떨어진다. 1년이라는 주기보다는 애자일 프로세스의 스프린트Sprint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스프린트는 대개 여러 주 동안 지속되는데, 한 스프린트가 끝나면 결과물을 점검하고 다음 스프린트를 위한 준비 시간을 잠시 갖게 된다. 이 때가 평가와 피드백을 위한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다.

 

평가 주체의 변화 

전통 기업에서 '평가권'은 '선발권'과 함께 관리자가 가진 인사권의 핵심이고, 고유 권한으로 인식돼 왔다. 위계 조직체계 하에서 명령-수행-보상 체계가 돌아가도록 하는 핵심 도구였다. 직원들은 결국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복종하고 지시에 따른다. 평가권이 없는 사람의 제안에 따라 일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애자일 조직에서는 다르다. 일에 대한 권한은 실무자에게 있으며, 모든 사람이 서로 더 나은 방식과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고, 등급이 아니라 팀 목표를 위해 일을 한다. 따라서 관리자 한 명이 평가권을 독점하지 않고 모든 팀 구성원들이 서로서로 평가하게 된다.

 

평가 내용의 변화 

전통 기업에서 평가의 핵심은 '등급' 결정이었다. 등급은 관리자가 마치 시험 점수 알려주듯이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육성 중심의 피드백'을 하자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대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애자일 조직의 평가에서는 등급보다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래서 피드백이 강조된다. 피드백은 구성원을 성장시킴으로써 애자일 조직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 피드백은 적시에 이루어질 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잦은' 피드백을 특징으로 하게 된다. 피드백은 만나서도 할 수 있지만, 앱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 할 수도 있다.

 

팀워크에 대한 중시
전통적 조직의 평가에서는 '개인'의 성과를 중시했다. 어떤 업적을 만들어낸 것이 누구의 공인지를 명확하게 따졌고, 만약 함께 일을 한 경우라도 주도한 사람과 보조한 사람을 분리해서 봤다. 그렇게 함으로써 성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묻어가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애자일 조직은 규모가 작고 자발성에 기반한 협업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평가는 한계가 있고, 팀 목표 달성에 기여 정도가 평가의 주요 내용이 되어야 한다.

 

애자일 성과관리 기업과 특징

애자일 성과관리를 실행하는 기업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애자일 방법론에 기반한 IT 비즈니스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핵심 업무 수행에 애자일 원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관리 역시 자연스럽게 애자일 방식에 맞게 진화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구글과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의 주요 특징은, 유능한 개발자들을 매우 까다롭게 선발해 인적 역량이 우수하고, 창업 초기부터 수평적 문화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팀으로 일하는 것이 잘 정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성과관리 프레임으로는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이 쓰인다.

 

전통 기업이 탑다운 방식으로 전사 목표Target를 개인까지 전개할 때 사용했던 MBO 방식과 달리 OKR 방식은 회사, 팀, 개인의 열망Aspiration을 균형 있게 고려해 바텀업Bottom up 방식으로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MBO 방식은 정교하고 복잡하며, 목표는 상사에 대한 약속이라고 한다면, OKR은 단순하고 명확한 것이 특징이고 자기 자신과 속한 팀에 대한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MBO는 1년을 주기로 하고, 평가와 등급 부여가 중심이 되는 결과 중심적 성과관리 도구인 반면, OKR은 분기를 주기로 하는 유연하며 피드백 중심의 성과관리 도구로, 결과와 과정을 균형 있게 다룬다.

 

한편, 애자일을 조직 운영의 일반 원리로도 쓰는 기업들에서는 주로 연례평가 제도를 없애는 방식으로 애자일 성과관리를 도입하기 시작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안 없이 연례평가 제도를 없애기만 하면 오히려 피드백이나 성과관리가 소홀해지는 등 실패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대안으로 제시된 방법이 수시 성과평가 방식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근호 아티클에 따르면 소매유통(Gap), 대형제약(Pfizer), 보험(Cigna), 투자(Openheimer), 소비재(P&G), 대형 회계법인 등 다양한 업계에서 쓰인다. 수시 성과 평가제도는 좀 더 즉각적인 피드백, 학습을 통한 행동 변화, 실질적인 성과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대기업 조직에서 좀 더 효과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지도록 소셜 미디어나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자사에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들의 점검 사항

연례 상대평가 방식의 전통적 성과관리를 해온 기업에서 애자일 성과관리 방식을 도입하기 전에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애자일 조직으로의 변혁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다면 애자일 성과관리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기존의 성과관리 방식을 그대로 두고 애자일 조직으로 바꾸려고 할 때는 효과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애자일 원리에 맞는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학습 및 협업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놓고 명확한 미션으로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과관리 방식도 개인보다 팀 중심, 연례 행사식 등급 부여보다는 팀원 간의 잦은 피드백 위주가 되도록 바꿔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애자일 방식은 아직 도입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 CA 테크놀로지스와 콜맨 팍스 리서치가 2017년 발표한 ≪애자일과 데브옵스, 속도와 고객 가치 가속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애자일 우수 기업은 6%에 불과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인 29%에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전체로 보면 비즈니스 수행 방법으로서의 애자일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 단계에 머무르면서, 소수의 기업들이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애자일하지 않은 방법으로 애자일 도구와 방법론만 도입했을 경우 오히려 생산성과 품질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따라서 애자일 성과관리 도입을 고민하기 전에 애자일 조직으로 바뀔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애자일 성과관리 방식이 중요한 경영 인프라인 것은 맞지만, 인프라만 있다고 해서 경영 방식이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자일 방식 도입이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성과 제도를 거기에 맞게 바꾸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그렇다. 삼성SDS의 경우 10년 정도 꾸준히 애자일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키워왔고, 2015년에 공식적인 애자일 조직(ACT 그룹)을 출범시켜서 운영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드백 위주의 성과 평가가 익숙하게 정착하는 데는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끝으로 애자일 성과관리 방식을 도입하는 데 있어 유의할 사항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김성남 머서코리아 상무 / 《미래조직 4.0》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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